<새해특집①> 집권2년차 이명박 정부 넘어야 할 3대 산맥 대해부


이명박 정부의 2년차 집권구상이 섰다. 집권구상의 큰 틀은 ‘경제 살리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부터 계속적으로 경제 위기론이 대두됨에 따라 위기론을 한순간에 타파해야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만큼 ‘경제 살리기’는 이 대통령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연초 개각, 4월 재보궐 등은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잣대로 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문제도 이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째. 과연 이 대통령은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핵폭탄을 제거하고 순항할 수 있을까. 2009년 이 대통령이 넘어야 할 3대 산맥을 집중해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체질을 개선하는 나라만이 살 수 있다. 기업이 됐건 나라가 됐건 거품을 빼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남은 임기 동안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을 것이란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바로 1급 공무원 물갈이. 부처 간의 협력이 있어야만 경제 살리기 플랜을 가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연초 개각 성패
첫 단추 잘못 끼면 줄줄이 실패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작심’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은 산더미다. 특히 연초 개각설이 그 첫 번째 과제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친정체제를 구축할 태세다”, “과거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등의 얘기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연초 개각설에 대한 소문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중앙부처 1급들을 대상으로 일괄사표를 받고 있어서다.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한국수출보험공사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실제 한전은 지난 5일 부사장, 본부장 등 상임이사 4명의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수자원 등 발전자회사 12명도 모두 사표가 수리됐고, 가스공사도 부사장, 지원본부장 등이 대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노무현 잔재 소탕 작전’인 셈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통치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공공부문의 인적쇄신이 ‘1급→차관급→장관 개각’ 순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권 관계자는 “부처 간의 업무 협조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플랜을 가동한 만큼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며 “연초 개각설은 ‘설’로 끝날 게 아니라 단행할 필요가 있다. 탕평 개각 등이 나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대거 전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만 ‘MB노믹스’를 실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즉 연초 개각은 이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플랜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 연초 개각에 거론되는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이재오 전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전 의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고 있고, 친정체제로 내각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갖가지 파열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총선에서 낙마한 인사들이 전진 배치될 경우 이 대통령의 입지도 좁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는 이 전 의원과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류 전 실장 등이 차기 내각에 합류할 경우 친박 인사들과 야권 인사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을 공산이 크다. 또 이들의 복귀는 한반도 대운하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는 것이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인사 기용 스타일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내릴 소지가 있다. 강만수 장관 교체론 등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들을 전진 배치한다면 야당으로부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직격탄과 함께 집권 2년차 구상은 순식간에 큰 암초에 부딪혀 험난한 항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4월 재보궐 선거
집권 2년차 구상 첫 번째 ‘심판대’

연초 개각 이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4월 재보궐 선거다. 집권 2년차 구상에 접근한 이 대통령의 중간평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은 인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반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다면 박희태 대표의 리더십 문제 뿐 아니라 ‘조기 전당대회론’까지 불거질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관계자들은 4월 재보궐 선거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이 내세웠던 7·4·7 공약 등은 집권 초기 미국발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이미 폐기된 상태다. 그러나 집권 2년차 구상인 경제 살리기를 계기로 MB노믹스를 실천 중에 있다. 여-야간의 대치를 초래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비롯해 신문·방송법, 국가정보원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수도권 개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4월 재보궐 선거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거물급 인사들의 복귀설 때문이다. 18대 총선 당시 패배했거나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들이 의원직 상실이 유력한 지역구를 중심으로 대거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난무하고 있어서다.

실제 이재오 전 의원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문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형’을 받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경남 양산과 인천 부평(을)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 양산은 허범도 의원의 회계 책임자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벌금 300만원 이상 시 당선 무효)을 선고 받았고, 부평(을)은 구본철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또 강재섭 전 대표는 수원 장안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맹형규 수석과 박형준 홍보기관의 수도권 출마설, 이방호 전 사무총장운 강기갑 민노당 대표 지역구인 경남 사천,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정종복 전 사무부총장은 경북 경주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인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이들은 4월 재보궐 선거에서 ‘기지개’를 펼 계획이다. 아무래도 원외에 활동하는 것보다 원내에서 주군인 이 대통령을 보필하기가 한결 수월한 것이 이유다.

따라서 이들의 당선여부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관련이 있다. 주변 여건이 성숙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플랜이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이명박 정부는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이에 반해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큰 위기에 내몰린 공산이 크다. 향후 국정운영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탄핵’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구상은 경제 살리기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2009년 혼신의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는 2009년에 판가름 날 것”이라며 “4월 재보궐 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일 뿐 아니라 향후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4월 재보선거는 이 대통령이 넘어야 큰 과제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이는 4월 재보궐선거가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잣대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 외에도 10월 재보궐 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최종 검증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3>박근혜 관계 회복
  “‘핵뇌관’ 싣고 달릴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넘어야 최대 과제는 단연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회복 문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져야 박 전 대표의 입지가 넓어진다고 말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서로 ‘공생 공존’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는 것.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설만 놓고 봐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친박계 중진 의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이 전 의원의 복귀는 말 그대로 계파 ‘전쟁’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의 복귀는 당내 잠복중인 친이-친박간 계파갈등의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제는 이 전 의원의 복귀가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만큼 친박계 인사들이 이 전 의원의 복귀에 반발할 경우 한나라당의 핵분열은 가속화될 소지가 있다. 게다가 이 전 의원이 ‘알아서 조심한다’고 해도 잡음은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특히 친박계 내부에서는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박근혜 4월 중대 결심설’ 등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조용한 행보를 통해 세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 실패론이 대두될 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권 플랜을 가동할 수도 있다는 게 친박계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는 이 대통령과 넘어야 최대 과제라는 얘기인 셈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2년차 집권구상의 큰 기틀은 경제 살리기다. 그러나 곳곳에 핵폭탄이 설치되어 있다. 연초 개각, 4월 재보궐 선거, 박 전 대표와의 관계 회복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문제만 무난히 해결된다면 이명박 정부는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연초 개각, 4월 재보궐 선거, 박 전 대표와의 관계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과연 이 대통령이 2009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핵폭탄을 어떻게 제거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