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5)

정신지체아 농락한 성추행범을 잡아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후배 동참한 자리에서 즉시 대책회의 소집
길에서 배회하다 낯선이에 끌려가 몹쓸짓 당해

“일단 우리가족 모두 딸애가 돌아오자 안도하며 반가워했는데……. 옷이 단정치 못하고, 머리도 흐트러져 있었고, 입술도 부어터진 채로 무언가로부터 놀라 겁을 집어먹은 애처럼 불안해 하는 모습인 거야. 그러자 집사람이 놀라며 애를 방으로 불러들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꼬치꼬치 물어보았지. 그랬더니 나쁜 놈을 만나서 도망쳐 왔다는 거였네.”

나는 뭔가 번뜩 짚이는 바가 있었으나 말하지 않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다음 얘기를 기다렸다.
“딸애는 집사람이 볼일 때문에 나가자 혼자 있기가 무료해서 집을 나가 반포지하상가와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상가 구경도 하고 배회하며 있었던 거지.”
“저런! 이 험한 세상에!”

옷가지 흐트러져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낯선 남자가 다가와 몇 마디 말을 걸어보고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 걸 눈치 챘던 모양이네. 그놈이 딸에게 맛난 것을 사준다, 예쁘다는 둥 꼬드겨 택시에 태워 어딘가로 데려 갔다는 거였네. 그제야 이상하게 느낀 딸애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그놈이 팔을 붙잡고 반 강제로 자기 집으로 끌고 갔다는 거였네.”
김 사장은 그 대목을 이야기하면서 분을 이기지 못하겠는지, 입이 떨려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
“아니, 그런 죽일 놈이 있나!”
나 역시 분통이 터져서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분을 삭여야 했다.
김 사장이 겨우 가라앉은 목소리로 얘기를 이어갔다.

“딸애의 말을 들으면서 집사람이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겠는가? 천만 다행으로 그놈은 딸애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찢기는 했으나, 예상외로 딸애가 울면서 억세게 반항을 하자 빰을 몇 차례 때리고는 더 이상 다른 짓은 하지 못하고 놓아주었다는 거였네. 딸애는 그놈 집을 나와 곧바로 택시를 타고 도망 왔다고 하였다네.”
“아이고, 천만다행이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우리집과 한 블럭 건너편에 은행지점이 있어 애에게 문제가 생기면 은행지점까지 택시를 타고 오도록 교육시켜놓았기에 망정이지 잘못했다간 애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네.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혔네. 그날 밤은 분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어 이런저런 생각에 우리부부는 한잠도 자지 못했다네. 이 고민을 드러내놓고 아무나에게 말할 수도 없고, 자네에게라도 말하여 상의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견딜 수가 없어 이렇게….”


김 사장이 눈시울을 붉히며 한탄하듯 말했다.
“내 어쩌다 이런 못난 애비가 되었는지. 그 애를 볼 때마다 불쌍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얼마나 미안한지. 아마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가족의 심정을 알지 못할 걸세.”
억누른 감정에 가슴이 답답한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김 사장을 위로하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말 잘했네. 고민은 나눌수록 좋다고 하지 않는가?”

“임 이사, 고맙네. 그런데 오늘 자네를 만나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그런 일을 당했다고 딸애를 집안에만 가둬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우리식구들이 매일 딸애를 붙잡고 있을 수도 없고. 문제는 그놈이 또 우리 애를 표적으로 삼아 데리고 가서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만일 딸애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 일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이게 바로 우리가족의 말 할 수 없는 고민이네.”
그러면서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놈을 성추행범으로 경찰에 신고하여 잡아넣는 것은 어떨까?”
나는 급한 마음에 경찰 도움이라고 받자고 주장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김 사장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태권도 선수 출신

“정신이 제대로 되지 못한 딸애의 말을 누가 믿기나 하겠나? 게다가 그 일이 소문이라도 난다면 내 입장도 입장이지만 우리가족의 처지가 뭐가 되겠는가? 그렇다고 성폭력을 당한 것도 아니고. 다만 다음부터 그놈이 우리딸애에게 접근을 못 하도록 하고, 딸애 주변에서 사라지도록 어떠한 조처만 취할 수 있어도 좋겠네만. 어디 좋은 방안이 없겠는가?”
김 사장이 애타는 모습으로 사정을 했다. 나 역시 당장에 그놈을 잡아 족치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에 뾰족한 수가 생각나진 않았다.
“내가 오늘밤 안으로 연구해보겠으니 너무 상심 말게. 내일 오전 중으로 연락을 할 테니, 저녁에 돌아가면 아이에게 기억을 되살려 끌려간 위치를 대충이라도 물어봐주게”

“그래, 어떤 방안이 있긴 있겠는가?”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희망과 기대가 담긴 눈으로 김 사장이 나를 쳐다보며 묻고 있었다.
“방안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니, 저녁에 가까운 후배하고 상의한 후에 내일 이야기하겠네.”
그제야 김 사장은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언질에 다소 안도감이 들었는지, 조금 전과 달리 긴장감이 풀린 모습으로 고맙다고 했다.
그날 저녁 나는 지방에서 태권도체육관을 경영하다가 서울에 와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민모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당장 할 일이 있으니 좀 만나자고 시간 약속을 했다.
그러고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반포의 김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목마르게 전화를 기다렸던 김 사장이 반가워하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왔다.

“오늘은 만사 제쳐놓고 일부러 시간을 냈어.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놈이 다른 짓을 하기 전에 잡으러 가는 게 좋겠어.”
“아니, 오늘 당장에 가려고? 잠시만 전화 끊고 기다려주게. 내 집사람하고 상의한 후 곧바로 연락 줌세.”
목소리에 힘이 들어 있는 것을 보니 어제와 달리 기력이 되살아 난 것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김 사장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임 이사 날세. 집사람도 그놈을 즉시 잡아 조치해야 한다고 하네.”
“그럼 그쪽으로 가도록 하겠네. 아, 그리고 내가 아끼는 태권도 선수 출신인 믿을 만한 후배 한 명을 데리고 갈게.”
나는 민 후배를 만나서 함께 김 사장 집으로 갔다. 우리가 도착하자 그 집 부부와 피해를 당한 딸애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후배를 소개하고 즉시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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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