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이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2)

혹 떼러왔다 혹 붙이게 된 형국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고소장 작성 으름장에 꼬리 내리고 돌아가
“경찰에  고소하겠다” 강경하게 밀어붙여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투로 내가 강경하게 나갔다.
“문 과장! 아들을 고소하고 난 후 조사에 불응하면 경찰에서 기소중지를 내리지 않겠어? 물론 이분께서 아들명의를 도용하여 제품을 가져갔다면, 이분을 상대로 명의도용 등 사기혐의로 고소를 하면 될 것이야. 결국에는 이분과 아들 중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겠지.”
내말을 들으면서 남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혹 떼러왔다가 도리어 더 큰 혹을 붙이게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기세당당하게 큰소리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얼굴이 잔뜩 긴장 속에 굳어 있었다. 남자는 자신이 책상위에 내팽개치듯 던져놓은 겉옷을 슬그머니 집어 들었다. 나는 보란 듯이 문 과장을 향해 마무리를 위한 말을 해줬다.

“문 과장! 이분께서야 아무런 책임이 없으니까 이렇게 큰소리치시겠지? 이분이 책임이 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이렇게 큰소리를 치겠나.”
나는 남자의 표정을 읽어가며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분이 아들의 승낙을 받지 않았거나 우리 수납경리직원을 속여 상품 출고를 했다면 인감도용, 명의도용, 사문서위조 등 기망에 의한 편취 혐의가 주어지지 않겠어? 오늘 중으로 이분의 아들에 대하여 형사고소장을 반드시 접수 하세요! 알았어요?”

당황한 기색 역력

“예.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고소장을 작성하겠습니다.”
문 과장은 내 말뜻을 알아들었다는 듯 힘차게 대답했다.
“채무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도 있는 반면에 피해자나 채권자의 권리도 있는 거야. 만약 회사가 잘못을 했다면 처벌을 받으면 되지. 그렇다고 이렇게 회사에 찾아와 적반하장으로 고함을 지르고 행패를 부리며 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내 모든 정황을 감안하여 이번 만큼은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겠지만, 이 순간부터 또 같은 행위를 한다면 즉시 업무방해혐의로 112에 신고하고, 미수금을 갚지 않기 위해 채권자회사에 찾아와 협박한다고 고소장을 제출해요. 목격한 모든 직원들로 증인을 세워서라도 말이야. 내말 이해하겠어요?”

말없이 내 얘기를 듣고 있던 그가 시위용으로 벗어 들었던 겉옷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문 과장 책상 옆에 놓아둔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문 과장은 이제 그 남자를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는지 남자에게 말했다.
“자, 우리 이사님 말씀 들으셨죠?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아저씨하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한번만 더 소리 지르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지금 고소장을 작성해야하니 빨리 돌아가세요. 업무에 방해됩니다.”
남자는 비로소 일이 잘못되어 감을 깨달았는지 문 과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소란피울 입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문  과장을 조용히 회의실로 불렀다. 문 과장이 조심스레 회의실로 따라 들어왔다.

“문 과장, 이제는 저분이 더 이상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할 겁니다. 다시 또 소란행위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 전 말한 대로 고소해서 회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줘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순순히 따른다면 미수금 상환 지불각서를 받고 돌려보내세요. 다만 물렁하게 보이면 또 어떤 장난을 칠지모르니 오늘은 고소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두 번 다시 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경고해둡시다.”
“아, 알겠습니다. 이사님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마무리를 잘하세요. 나는 손님모시고 식사하러 갑니다.”
회의실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선배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서둘러 선배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선배님 시장하시죠? 미안합니다. 식사하러 가시죠.”
“아니 괜찮아. 어서 갑시다.”
선배는 충분히 이해 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회사 빌딩 뒤편에 있는 단골 식당으로 향하며 여담을 나누었다.
“임 이사, 자네 대처 기술이 보통이 아니군. 처음에 그 남자가 워낙 방방 뜨기에 자네 직원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서 지레 마음을 졸였다네. 그런데 자네 말 한방에 상황이 역전돼서 그 양반 완전히 타이타닉 되던데. 허허허! 참, 그 양반 고민께나 되겠는걸. 그래, 그 남자를 상대로 형사고소 할 텐가?”

결국 지불각서 작성

선배는 재미있는 싸움구경이라도 봤다는 듯이 말했다.
“선배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글쎄, 조금 전 그 남자의 행동을 보아서는 괘씸죄라도 걸어 고소하여 혼이라도 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영업회사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저 역시 선배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하하!”
우리는 통쾌하게 웃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선배와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문 과장이 내 방으로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이사님, 제가 제대로 일 처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들고 온 지불각서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 남자가 작성한 지불각서를 살펴보면서 물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
“이사님의 말씀을 듣고 기가 죽었는지 고분고분하게 말하면서 미수금에 대해 모든 걸 인정하고, 미수금 중 일부는 수일 내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매월 일정금액씩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돌아가면서 이사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그러나 문 과장도 이번 기회를 통해 민원인을 다루는 테크닉을 좀 더 연구해야겠어요. 회사의 관리부서는 어떻게 보면 국가의 사법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 일처럼 예상치 못한 돌출 행위들에 대해 책임부서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회사 업무가 마비되어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어요. 회사에서 한 정당한 독촉행위에 대해 미수채무자들이 사사건건 찾아와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막가파식으로 큰소리치며 회사를 우롱한다면, 수만 명이나 되는 판매원들을 어떻게 제대로 관리할 수가 있겠어요? 판매원들 간에는 소문이 빨리 퍼진다는 것을 문 과장도 잘 알지 않습니까? 범죄단체에게 공권력이 밀린다면 정부가 위협을 받듯이 기업도 책임부서에서 정당한 업무를 보면서 잘못된 민원인들에게 밀려버린다면 그것이 관행이 되어 경영에 막대한 혼란이 초래되고 기업이 안정되게 발전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만전을 기해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아직 식사 전이라고 했지요? 빨리 가서 맛있게 식사하도록 해요.”
문 과장이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조금은 쑥스러운 듯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나갔다. 나 역시 일이 잘 풀린 것 같아서 한결 편안한 오후 일과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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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