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이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2)

혹 떼러왔다 혹 붙이게 된 형국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고소장 작성 으름장에 꼬리 내리고 돌아가
“경찰에  고소하겠다” 강경하게 밀어붙여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투로 내가 강경하게 나갔다.
“문 과장! 아들을 고소하고 난 후 조사에 불응하면 경찰에서 기소중지를 내리지 않겠어? 물론 이분께서 아들명의를 도용하여 제품을 가져갔다면, 이분을 상대로 명의도용 등 사기혐의로 고소를 하면 될 것이야. 결국에는 이분과 아들 중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겠지.”
내말을 들으면서 남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혹 떼러왔다가 도리어 더 큰 혹을 붙이게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기세당당하게 큰소리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얼굴이 잔뜩 긴장 속에 굳어 있었다. 남자는 자신이 책상위에 내팽개치듯 던져놓은 겉옷을 슬그머니 집어 들었다. 나는 보란 듯이 문 과장을 향해 마무리를 위한 말을 해줬다.

“문 과장! 이분께서야 아무런 책임이 없으니까 이렇게 큰소리치시겠지? 이분이 책임이 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이렇게 큰소리를 치겠나.”
나는 남자의 표정을 읽어가며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분이 아들의 승낙을 받지 않았거나 우리 수납경리직원을 속여 상품 출고를 했다면 인감도용, 명의도용, 사문서위조 등 기망에 의한 편취 혐의가 주어지지 않겠어? 오늘 중으로 이분의 아들에 대하여 형사고소장을 반드시 접수 하세요! 알았어요?”

당황한 기색 역력

“예.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고소장을 작성하겠습니다.”
문 과장은 내 말뜻을 알아들었다는 듯 힘차게 대답했다.
“채무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도 있는 반면에 피해자나 채권자의 권리도 있는 거야. 만약 회사가 잘못을 했다면 처벌을 받으면 되지. 그렇다고 이렇게 회사에 찾아와 적반하장으로 고함을 지르고 행패를 부리며 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내 모든 정황을 감안하여 이번 만큼은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겠지만, 이 순간부터 또 같은 행위를 한다면 즉시 업무방해혐의로 112에 신고하고, 미수금을 갚지 않기 위해 채권자회사에 찾아와 협박한다고 고소장을 제출해요. 목격한 모든 직원들로 증인을 세워서라도 말이야. 내말 이해하겠어요?”

말없이 내 얘기를 듣고 있던 그가 시위용으로 벗어 들었던 겉옷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문 과장 책상 옆에 놓아둔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문 과장은 이제 그 남자를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는지 남자에게 말했다.
“자, 우리 이사님 말씀 들으셨죠?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아저씨하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한번만 더 소리 지르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지금 고소장을 작성해야하니 빨리 돌아가세요. 업무에 방해됩니다.”
남자는 비로소 일이 잘못되어 감을 깨달았는지 문 과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소란피울 입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문  과장을 조용히 회의실로 불렀다. 문 과장이 조심스레 회의실로 따라 들어왔다.


“문 과장, 이제는 저분이 더 이상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할 겁니다. 다시 또 소란행위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 전 말한 대로 고소해서 회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줘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순순히 따른다면 미수금 상환 지불각서를 받고 돌려보내세요. 다만 물렁하게 보이면 또 어떤 장난을 칠지모르니 오늘은 고소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두 번 다시 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경고해둡시다.”
“아, 알겠습니다. 이사님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마무리를 잘하세요. 나는 손님모시고 식사하러 갑니다.”
회의실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선배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서둘러 선배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선배님 시장하시죠? 미안합니다. 식사하러 가시죠.”
“아니 괜찮아. 어서 갑시다.”
선배는 충분히 이해 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회사 빌딩 뒤편에 있는 단골 식당으로 향하며 여담을 나누었다.
“임 이사, 자네 대처 기술이 보통이 아니군. 처음에 그 남자가 워낙 방방 뜨기에 자네 직원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서 지레 마음을 졸였다네. 그런데 자네 말 한방에 상황이 역전돼서 그 양반 완전히 타이타닉 되던데. 허허허! 참, 그 양반 고민께나 되겠는걸. 그래, 그 남자를 상대로 형사고소 할 텐가?”

결국 지불각서 작성

선배는 재미있는 싸움구경이라도 봤다는 듯이 말했다.
“선배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글쎄, 조금 전 그 남자의 행동을 보아서는 괘씸죄라도 걸어 고소하여 혼이라도 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영업회사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저 역시 선배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하하!”
우리는 통쾌하게 웃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선배와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문 과장이 내 방으로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이사님, 제가 제대로 일 처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들고 온 지불각서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 남자가 작성한 지불각서를 살펴보면서 물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
“이사님의 말씀을 듣고 기가 죽었는지 고분고분하게 말하면서 미수금에 대해 모든 걸 인정하고, 미수금 중 일부는 수일 내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매월 일정금액씩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돌아가면서 이사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그러나 문 과장도 이번 기회를 통해 민원인을 다루는 테크닉을 좀 더 연구해야겠어요. 회사의 관리부서는 어떻게 보면 국가의 사법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 일처럼 예상치 못한 돌출 행위들에 대해 책임부서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회사 업무가 마비되어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어요. 회사에서 한 정당한 독촉행위에 대해 미수채무자들이 사사건건 찾아와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막가파식으로 큰소리치며 회사를 우롱한다면, 수만 명이나 되는 판매원들을 어떻게 제대로 관리할 수가 있겠어요? 판매원들 간에는 소문이 빨리 퍼진다는 것을 문 과장도 잘 알지 않습니까? 범죄단체에게 공권력이 밀린다면 정부가 위협을 받듯이 기업도 책임부서에서 정당한 업무를 보면서 잘못된 민원인들에게 밀려버린다면 그것이 관행이 되어 경영에 막대한 혼란이 초래되고 기업이 안정되게 발전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만전을 기해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아직 식사 전이라고 했지요? 빨리 가서 맛있게 식사하도록 해요.”
문 과장이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조금은 쑥스러운 듯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나갔다. 나 역시 일이 잘 풀린 것 같아서 한결 편안한 오후 일과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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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