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⑨ ‘울고 웃는’ 재계 속사정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4.18 08: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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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잡는 ‘저승사자’들이 돌아왔다!

19대 총선 결과를 두고 대기업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안도와 한숨이 교차되는 분위기다. 과거 질긴 악연이 있는 전 의원이 다시 ‘금배지’를 달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동안 신경 쓰이게 했던 의원이 낙선해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기업도 있다. 또 의원 상당수가 교체된 만큼 새로운 관계설정을 위해 벌써부터 줄을 대느라 분주한 기업까지 눈에 띈다.

‘대기업 저격수’노회찬·심상정 투톱 국회 재입성
재벌개혁 주도 박영선·최재성·이용섭 행보 주목

“괜히 긴장했습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가 싱겁게 막을 내리자 모 기업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후끈 달아올라야 할 국감장은 미지근하다 못해 서늘했다. 뻔한 질문에 뻔한 답변들이 오갔다. 그때뿐만 아니라 지난 4년 내내 ‘혹시나’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몇몇 의원들이 재벌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지만 새 정보 없이 기존의 논란거리를 재탕 삼탕 우려먹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대 국회는 ‘재벌 저격수’들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었다. 그만큼 17대 국회에서 활동했던 재계의 숙적들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였다.

19대 총선이 끝났다. 당락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이 반길만한 두 인물이 주목받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쌍두마차’ 노회찬 당선자(서울 노원병)와 심상정 당선자(경기 고양 덕양갑)다. 노 당선자는 57.2%의 지지율을 획득,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39.6 %)를 큰 격차로 앞서며 당선됐다. 심 당선자는 개표 완료 직전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을 보이다 49.4%의 지지율로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49.2%)를 제치고 신승했다.

4년 만에 국회에 재입성한 이들은 17대 국회 임기 내내 재벌그룹들의 치부를 과감히 들춰냈다. 특히 국감 때마다 화끈한 폭로와 뜨거운 이슈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노 당선자는 재계에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는 ‘거포’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삼성 저격수’로 통한다. 그는 2005년 ‘삼성 X파일’ 논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해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후에도 대기업들의 비정상적인 경영 실태를 질타하는 등 줄곧 삐뚤어진 재벌그룹들의 행태를 꼬집어 화제를 모았다. 심 당선자도 재계를 벌벌 떨게 한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는 대기업 지배구조, 경영권 세습, 각종 비리 등을 문제 삼아 재벌그룹에 날선 비판을 퍼부은 바 있다. 이들은 당선이 확정된 후 첫 일정으로 노동자들을 찾아 시선을 모았다.


노 당선자는 4월12일 새벽 1시 한일병원 식당 노동자들의 점거투쟁현장을 찾아 “한일병원 고용승계 문제 해결에 통합진보당 차원에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심 당선자는 이날 오전 서울 대한문 옆에 위치한 쌍용차 22번째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했다. 노회찬-심상정 투톱의 등장에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출자총액제한제와 순환출자 문제가 걸린다.

야권연대는 출총제 부활과 대기업 계열사 간 순환출자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기업들로선 여간 부담스런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두 법이 수정되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지배구조를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시작되면 노회찬, 심상정 등 친노동 성향의 의원들이 출총제와 순환출자 카드를 곧바로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관계들의 전언이다.

미지근했던 18대
19대 달아오른다

노회찬-심상정 못지않은 ‘재벌 저격수’ 박영선 의원도 19대 국회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박 의원은 구로을 지역구에서 61.9%의 지지율로 강요식 새누리당 후보(35.1%)를 크게 따돌렸다. 3선 째다. 민주통합당의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박 의원은 17대 국회 때 금산분리법을 주도하고 18대에선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하는 등 꾸준히 대기업을 비판하며 재벌개혁을 주도해왔다.

박 의원은 올초 화두로 재벌개혁을 제시했었다. 공약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는 “이제 재벌개혁은 올 한 해 총선과 대선을 관통하는 99% 서민과 중산층의 화두”라며 “특히 재벌총수 사면금지 등을 포함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적 합의 없이 통과된 재벌 특혜 의혹이 있는 법안은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강기갑·이종구… 낙선에 쾌재 부른 기업도
반재벌 의원들 동향 예의주시 정보력 총동원 사전 정보수집

최재성, 이용섭 등 재벌 공격수 2인방의 활약도 기대된다.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45.15%)은 경기 남양주시갑에서 송영선 새누리당 후보(41.9%)를 제치고 19대 국회 입성을 확정지었다. 이번 당선으로 3선이 된 최 의원은 유세 내내 “MB정권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발언은 롯데 등 MB정부와의 유착 의혹이 있는 기업들을 긴장케 한다.


실제 최 의원은 2010년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하자 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롯데 총괄사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동창이 취임한 것이 석연치 않다”며 “제2롯데월드가 MB정권의 신정경유착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이 의원(74.7%)은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서 황차은 통합진보당 후보(25.3%)를 여유롭게 따돌렸다. “1%의 이익을 위해서 99%가 희생되는 경제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이 의원은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당의 재벌개혁을 총괄 조정하고 있다.

사사건건 제동 걸 듯
각 기업들 바짝 긴장
 
그는 지난달 총선을 앞두고 당을 대표해 ▲경제력 집중 완화(출총제 재도입,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행위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불공정 행위 엄단(담합·납품단가 부당인하·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업범죄 유전무죄 풍토 쇄신) ▲사회적 책임 강화(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강화, 공공부문부터 중소기업 보호 강화, 사회적 책임 공시제도 도입, 대주주 전횡 방지 및 소수주주의 보호) 등이 담긴 ‘재벌 개혁 3대 전략과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각각 3선과 재선에 성공한 강창일, 박민식 의원은 앞으로 재벌 저격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꼽힌다.
강창일 민주통합당 의원(43.4%)은 제주 제주시갑에서 현경대 새누리당 후보(39.1%)를 누르고 3선에 성공했다. 강 의원은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해체를 주장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주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청회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 시선을 끌었다. 강 의원은 당시 전경련의 로비 문건 파문과 관련해 “전경련을 전국경제인로비연합회로 바꿔야 한다”며 “전경련이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만큼 해체하는 게 국민경제나 재계를 위해서도 낫다”고 비판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52. 4%)은 부산 북구강서구갑에서 전재수 민주통합당 후보(47.6%)와 접전을 벌이다 재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2008년 법무부 국감에서 무차별적인 재벌총수들의 사면을 문제 삼으며 ‘회장님 구하기 7대 비책’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끌면서 무마시키기 ▲불구속 수사 요구 ▲영장 기각 ▲집행유예 ▲법정구속 피하기 ▲구속집행정지 노리기 ▲사면 등 7단계 사면 순서를 나열하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지난해 8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청회에선 정몽구 회장을 도마에 올리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 회장이 2006년 비자금 관련 공판 과정에서 7년 동안 8400억원의 사재 출연을 약속해 놓고 6년이 지나도록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계는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 없는 노릇이다.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안테나를 여의도에 맞추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저마다 정보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

국내 굴지의 기업마다 직원을 붙여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각 의원들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 대관업무 담당자들을 국회에 상주시키는 등 일찌감치 방어 태세를 갖췄다는 후문이다. 의원실 탐색은 기본, 줄을 대기 위한 정보전도 뜨겁다. 흡사 정보기관의 첩보활동을 방불케 한다.

일부 대기업이 이미 검찰·경찰·국정원 등 수사·정보 인력을 대거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노회찬, 심상정 등 반재벌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해 그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19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까지 사전 정보수집을 통해 표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기업 한 임원은 “대선이 있는 연말로 갈수록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단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넘어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당도 서민정책을 내세울 게 뻔해 언제까지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기업 때리기’에 앞장선 의원들이 낙선해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기업도 있다. 정동영, 강기갑, 이종구 등이 그 주인공.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39.3%)는 강남을에서 김종훈 새누리당 당선자(59.5%)를 상대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정 후보는 지난해 노동계의 최대 이슈였던 한진중공업 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정치생명까지 걸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청문회에 출석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게 “해고는 살인이다. 조 회장은 사람을 죽였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대기업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한미FTA의 폐기를 주장해왔다.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출마한 강기갑 통합진보당 후보(24.1%)는 여상규 새누리당 당선자(55.4%)와 이방호 무소속 후보(24.6%)에 밀려 3위에 그쳤다. 강 후보는 두말할 나위 없는 반재벌 인사다. 그는 항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의 현장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해왔다. 지난 17·18대 국회에서도 그랬다. 대기업들의 편법과 불법, 특혜 등을 시원하게 꼬집었다.


“여야 정치권 공세
더더욱 심해질 것”

이종구 의원은 새누리당 전략공천 지역구인 강남갑에서 탈락한 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를 지켜본 한화그룹은 한숨을 돌릴만 했다. 이 의원이 ‘한화 저격수’였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때 입성한 이 의원은 줄곧 한화를 타깃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가 초점이었다. 허위 컨소시엄 구성, 분식회계, 금융기관 부실책임, 뇌물공여 의혹 등을 문제 삼아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을 당시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과 한화가 앙숙이 된 것은 2001년부터다.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재직 중이던 이 의원은 인수 자격 부적격을 이유로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를 반대하다 결국 좌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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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