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이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1)

“기회 주지 말고 밀어붙여 기를 꺾어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사실상 편취 “경찰에서 시시비비 가리자”
아들 명의로 받은 화장품값 독촉하자 난동

“왜 그러세요. 흥분하지 말고 앉아서 조용히 말씀 하세요.”
문 과장 역시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의 톤을 높여 설득하며 제재를 가했으나, 그 남자는 한판 붙을 각오라도 한 듯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던지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문 과장 책상을 내려치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고소를 한다고 날 협박해? 당신이 뭔데 공갈을 치는 거야. 사람 잘못 봤어! 응, 이런 개 같은……!”

욕설도 난무

하필이면 오랜만에 찾아온 선배가 지켜보고 있는데 저런 소란행위가 일어나나 싶어 민망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했다. 문 과장이 원만히 처리하기를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평소 대가 약한 문 과장 성격으로 봐서 기대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좀 더 지켜볼까? 아니면 이쯤에서 중재에 나서는 게 나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더 이상 방관하면 일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만히 문 과장과 사내가 다투는 자리로 다가갔다. 문 과장 옆에서 가슴을 졸이며 불안해하던 여직원이 이때다 싶었는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옆 부서로 피했다.

내가 그 남자를 향해 반문하듯 말했다. “무슨 일로 화를 내시는지 모르지만 좀 조용히 말씀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리고 재차 남자의 표정을 살피며 다시 말했다.
“여기는 여직원들도 많은데 그렇게 심한 폭언을 하시면 되겠습니까? 진정하시고 문제가 뭔지 한번 들어봅시다.”
그러자 그는 핏대 선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거칠게 대꾸했다.
“당신은 뭐요? 뭔데 끼어들어.”
잔뜩 경계하며 쳐다보는 시선이 마치 ‘너는 웬 놈이냐’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문 과장이 뒤에서 다가간 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해 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말조심해요. 이분은 우리 회사 총괄 이사님입니다.”
“뭐? 이사? 이사가 뭐 대수야. 아, 잘되었네. 그렇지 않아도 이놈의 회사에 높은 사람 낯짝이나 보려고 했는데 잘됐어.”


그가 나를 비웃듯 위아래로 째려보며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말했다. 나는 기분이 상했지만 상황 판단이 우선이기에 남자의 말에 내색하지 않고 문 과장을 향해 약간 추궁하듯 물었다.
“문 과장, 무슨 일인가? 이분이 왜 이러시는 거야?”
“예, 이사님. 이분은 우리 회사 판매원으로 활동하다가 얼마 전에 그만두었는데 미수금이 많이 남아있어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통상적인 내용으로 미수금을 상환하라는 독촉장을 보낸 것뿐인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난리를 치는 겁니다.”
문 과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내가 난리를 치고 있다고? 시팔, 이놈의 회사 안 되겠구먼. 응? 사장 나오라고 그래!”

문 과장의 말을 막으며 그가 움켜 쥔 겉옷을 힘껏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는 마치 금방이라도 주먹으로 한 대 칠 기세로 문 과장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것 보세요. 여기 싸움하러 왔어요? 가만히 좀 계세요. 무슨 일인지 경위를 알아야 뭐가 잘못된 건지 알 것 아닙니까?”
나는 그를 저지하며 좀 더 강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문 과장에게 하던 얘기를 계속하라고 재촉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요?”
“네, 이분은 판매활동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직접 제품을 가져가 판매한 미수금은 없습니다만, 아들명의로 상품을 출고하여 대금을 입금하지 않은 미수가 800만원이나 됩니다.”
“뭐요? 그럼 명의도용을 했단 말인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충분히 짐작할 것 같기에, 미리 기선을 제압하기위해 일부러 법률용어를 섞어가며 말했다.

아들은 미국에

“예. 그래서 이분께 미수금을 갚으라고 독촉장을 보내 상환하지 않으면 민·형사 법적 진행을 한다고 하자 이렇게 찾아와서 협박, 공갈했다고 난리를 치는 겁니다.”
문 과장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바닥에 던져놓은 겉옷을 다시 집어서 문 과장 앞으로 던지며 말했다.
“내가 무슨 죽을죄를 졌기에 고소하겠다고 공갈을 치는 거야! 시팔, 왜 공갈을 쳐!”
그가 더욱 설쳐대며 고함을 질러댔다. 문 과장이 나서며 제지를 했지만 듣지 않았다. 보아하니 남의 얘기를 순순히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막 돼먹은 사람한테 더 이상 좋은 말로 대응한다는 건 시간만 낭비할 뿐이었다. 이미 상대의 허점이 뭔지 파악한 이상 정공법으로 나가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기선을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젊잖게 말했다.

“이봐, 문 과장!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이분의 미수금은 단순한 상거래로 일어난 미수금이 아니잖아? 그리고 독촉장 내용이 어디가 잘못됐다는 건가? 명의를 도용해서 제품을 가져간 것은 엄격히 말하자면 편취해간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아닌가?”
잠시 말을 중단하고 나서 마치 기 싸움이라도 하듯 그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내는 뭔가 켕기는 게 있는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으음, 흔들리고 있군. 좋아 이제는 기회를 주지 말고 확 밀어붙여 기를 꺾어야 한다.’
“문 과장!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그대로 시행해요.”
문 과장은 이제 뭔가 해결점이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에 화색이 돌며 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분의 아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예, 지금 미국유학 중이랍니다.”

“그럼 유학 중에 우리 회사에 영업판매사원으로 입사를 했다는 말인가?”
“오래 전의 일이라 그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이분께 우리 회사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면 고소를 하라고 해. 그리고 이분 아들이 제품을 가져가 영업행위도 하지 않고 대금만 떼먹었다면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를 하면 되지 않겠어? 남의 물건을 가져갔으면 그 대금을 입금해야지, 미국으로 왜 도망갔지?”
“뭐요? 우리아들이 도망을 가긴 왜 가요?”
그 남자는 말꼬리를 물고 덤벼들듯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가 한풀 꺾였는지 항의하는 정도가 약했다.
“도망을 가고 안가고의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겁니다. 회사입장에서는 800만원이나 되는 귀한 재산인 상품을 가져가 연락조차 없이 미국으로 간 건, 물건 대금을 입금하지 않기 위해 도피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 문제는 우리가 다툴 것이 아니라 경찰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보면 될 게 아닙니까?”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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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