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이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1)

“기회 주지 말고 밀어붙여 기를 꺾어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사실상 편취 “경찰에서 시시비비 가리자”
아들 명의로 받은 화장품값 독촉하자 난동

“왜 그러세요. 흥분하지 말고 앉아서 조용히 말씀 하세요.”
문 과장 역시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의 톤을 높여 설득하며 제재를 가했으나, 그 남자는 한판 붙을 각오라도 한 듯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던지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문 과장 책상을 내려치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고소를 한다고 날 협박해? 당신이 뭔데 공갈을 치는 거야. 사람 잘못 봤어! 응, 이런 개 같은……!”

욕설도 난무

하필이면 오랜만에 찾아온 선배가 지켜보고 있는데 저런 소란행위가 일어나나 싶어 민망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했다. 문 과장이 원만히 처리하기를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평소 대가 약한 문 과장 성격으로 봐서 기대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좀 더 지켜볼까? 아니면 이쯤에서 중재에 나서는 게 나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더 이상 방관하면 일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만히 문 과장과 사내가 다투는 자리로 다가갔다. 문 과장 옆에서 가슴을 졸이며 불안해하던 여직원이 이때다 싶었는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옆 부서로 피했다.

내가 그 남자를 향해 반문하듯 말했다. “무슨 일로 화를 내시는지 모르지만 좀 조용히 말씀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리고 재차 남자의 표정을 살피며 다시 말했다.
“여기는 여직원들도 많은데 그렇게 심한 폭언을 하시면 되겠습니까? 진정하시고 문제가 뭔지 한번 들어봅시다.”
그러자 그는 핏대 선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거칠게 대꾸했다.
“당신은 뭐요? 뭔데 끼어들어.”
잔뜩 경계하며 쳐다보는 시선이 마치 ‘너는 웬 놈이냐’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문 과장이 뒤에서 다가간 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해 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말조심해요. 이분은 우리 회사 총괄 이사님입니다.”
“뭐? 이사? 이사가 뭐 대수야. 아, 잘되었네. 그렇지 않아도 이놈의 회사에 높은 사람 낯짝이나 보려고 했는데 잘됐어.”


그가 나를 비웃듯 위아래로 째려보며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말했다. 나는 기분이 상했지만 상황 판단이 우선이기에 남자의 말에 내색하지 않고 문 과장을 향해 약간 추궁하듯 물었다.
“문 과장, 무슨 일인가? 이분이 왜 이러시는 거야?”
“예, 이사님. 이분은 우리 회사 판매원으로 활동하다가 얼마 전에 그만두었는데 미수금이 많이 남아있어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통상적인 내용으로 미수금을 상환하라는 독촉장을 보낸 것뿐인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난리를 치는 겁니다.”
문 과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내가 난리를 치고 있다고? 시팔, 이놈의 회사 안 되겠구먼. 응? 사장 나오라고 그래!”

문 과장의 말을 막으며 그가 움켜 쥔 겉옷을 힘껏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는 마치 금방이라도 주먹으로 한 대 칠 기세로 문 과장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것 보세요. 여기 싸움하러 왔어요? 가만히 좀 계세요. 무슨 일인지 경위를 알아야 뭐가 잘못된 건지 알 것 아닙니까?”
나는 그를 저지하며 좀 더 강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문 과장에게 하던 얘기를 계속하라고 재촉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요?”
“네, 이분은 판매활동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직접 제품을 가져가 판매한 미수금은 없습니다만, 아들명의로 상품을 출고하여 대금을 입금하지 않은 미수가 800만원이나 됩니다.”
“뭐요? 그럼 명의도용을 했단 말인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충분히 짐작할 것 같기에, 미리 기선을 제압하기위해 일부러 법률용어를 섞어가며 말했다.

아들은 미국에

“예. 그래서 이분께 미수금을 갚으라고 독촉장을 보내 상환하지 않으면 민·형사 법적 진행을 한다고 하자 이렇게 찾아와서 협박, 공갈했다고 난리를 치는 겁니다.”
문 과장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바닥에 던져놓은 겉옷을 다시 집어서 문 과장 앞으로 던지며 말했다.
“내가 무슨 죽을죄를 졌기에 고소하겠다고 공갈을 치는 거야! 시팔, 왜 공갈을 쳐!”
그가 더욱 설쳐대며 고함을 질러댔다. 문 과장이 나서며 제지를 했지만 듣지 않았다. 보아하니 남의 얘기를 순순히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막 돼먹은 사람한테 더 이상 좋은 말로 대응한다는 건 시간만 낭비할 뿐이었다. 이미 상대의 허점이 뭔지 파악한 이상 정공법으로 나가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기선을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젊잖게 말했다.

“이봐, 문 과장!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이분의 미수금은 단순한 상거래로 일어난 미수금이 아니잖아? 그리고 독촉장 내용이 어디가 잘못됐다는 건가? 명의를 도용해서 제품을 가져간 것은 엄격히 말하자면 편취해간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아닌가?”
잠시 말을 중단하고 나서 마치 기 싸움이라도 하듯 그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내는 뭔가 켕기는 게 있는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으음, 흔들리고 있군. 좋아 이제는 기회를 주지 말고 확 밀어붙여 기를 꺾어야 한다.’
“문 과장!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그대로 시행해요.”
문 과장은 이제 뭔가 해결점이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에 화색이 돌며 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분의 아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예, 지금 미국유학 중이랍니다.”

“그럼 유학 중에 우리 회사에 영업판매사원으로 입사를 했다는 말인가?”
“오래 전의 일이라 그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이분께 우리 회사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면 고소를 하라고 해. 그리고 이분 아들이 제품을 가져가 영업행위도 하지 않고 대금만 떼먹었다면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를 하면 되지 않겠어? 남의 물건을 가져갔으면 그 대금을 입금해야지, 미국으로 왜 도망갔지?”
“뭐요? 우리아들이 도망을 가긴 왜 가요?”
그 남자는 말꼬리를 물고 덤벼들듯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가 한풀 꺾였는지 항의하는 정도가 약했다.
“도망을 가고 안가고의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겁니다. 회사입장에서는 800만원이나 되는 귀한 재산인 상품을 가져가 연락조차 없이 미국으로 간 건, 물건 대금을 입금하지 않기 위해 도피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 문제는 우리가 다툴 것이 아니라 경찰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보면 될 게 아닙니까?”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