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0)

“허를 찔러 제압하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얼마나 지혜롭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평가
돌발상황에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도 대처

“예. 마 사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람을 신용 평가할 때는 현실적으로 그 사람 직업의 종류를 비롯해 재능과 전문성, 인성과 사고력.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동산, 거래하고 있는 금융관련현황, 범죄, 소위 전과내역, 받을 채권과 미상환 채무내역, 사업체나 직업에 대한 안정성, 장래성, 직위, 소득, 가족현황, 인맥, 경력, 학력, 장래 부모로부터 상속받을 지분, 등을 면밀히 검토 파악한 것을 토대를 삼아 최종적으로 신용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의뢰하신 나상기 대표이사는 명함에 4개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데, 이는 타인들에게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는 것으로써, 말하자면 자신이 무언가 부족함을 커버하기 위함이라고 판단됩니다. 또한 4개 법인 중에 2개는 이미 폐업하였거나 멸실된 법인이었고, 나머지 2개 법인 중 P유통은 얼마 전 타인에게 넘어간 상태이고요. 그나마 남은 법인 K경매컨설팅은 법인으로 존재는 하고 있으나 현재는 거래 실적이 전혀 없는 휴먼 상태입니다. 게다가 법인에 등재된 건물소재지는 다른 자가 들어와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서 사실상 없어진 지 이미 오래 입니다. 아마 이법인도 폐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 집니다.”

회사 앞에서 남성 분노

“역시 그렇습니까?”
마 사장은 통화를 하면서도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는 듯 재차 확인했다.
“그런데 이사님. 그 나상기 사장은 현재 어떤 상태입니까?”

“경매컨설팅을 운영한답시고 설치다가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부동산 사기사건에 연루되어 기소중지 된 자입니다. 현재 금융신용불량자로서 많은 채무로 인해 사실상 집도 절도 없는 사람입니다. 저희가 신용을 평가함에 가장 기초적으로 갖는 조사기준이 있지요. 거주이력이 잦은 사람이라면 대개 본인명의로 소유된 거주주택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이자의 거주이동을 살펴보면, 한 곳에서 3년 이상을 거주한 곳이 없네요. 거의 1년 혹은 2년마다 거주지를 변경한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재산이 별로 없는 자 같습니다. 직권말소 이력이나 거주 지역을 비롯해, 거주한 곳이 주택, 빌라, 아파트 등 유명브랜드냐 아니면, 비 메이커냐 에 따라 판단하게 됩니다. 또한 자신이 비록 부동산을 보유했더라도 경매를 당한 흔적이 있느냐? 가압류나 저당권이 얼마나 되느냐? 채권자가 사채업자냐? 제1, 제2, 금융기관이냐에 따라 판단하기도 합니다. 또 상대방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등록원본을 발급받아 기종과 연식을 비롯해 압류여부 중 주차위반이나 속도위반, 교통법규위반으로 압류된 사실 등도 참조합니다. 무엇보다 자동차세금이나 각종 공과금미납으로 압류된 사실이 있다는 것도, 소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가 있지요. 물론 이러한 방법은 일차적으로 외형적인 면만 우선 평가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조금 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종합적인 평가방법을 동원하여 조사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 말씀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마 사장은 조사기법에 대해 설명하는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이해가 되었는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예, 이사님 말씀은 잘 알았습니다. 사실 편파적이거나 주관적으로 신용평가를 하여 후일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이사님 설명을 듣고 보니 판단에 확신이 듭니다. 또한 이번기회에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잠시 말을 끊고 뭔가 생각한 듯 마 사장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가 여기 계시는 분에게 잘 말씀드려서 가급적 계약을 중단하도록 설득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내용상으로 서로 많이 진척이 되어있어 계약 체결을 중단시킬 수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 사장님? 설령 부득이 계약을 체결해야 할 입장이라면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는 병법이 있듯이 먼저 계약서내용을 꼼꼼히 잘 살펴보고, 계약내용대로 잘 이행은 되고 있는지, 이행 중간에 장난은 치고 있지 않은지  등을 우선적으로 철저히 살펴야 하고, 무엇보다 계약금을 지급할 때는 직접 당사자에게 지급하고, 중간에서 계약금을 가로챈다거나 어떠한 장난을 치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피해를 입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파악하고 확인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사님의 염려하시는 부분을 여기 계신 분께 잘 전해드려 참고하도록 권하겠습니다. 그만하면 충분히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 제가 국내로 돌아가면 찾아뵙고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 사장님도 사업 잘하시고 필요하시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십시오. 다음에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마 사장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 나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들을 사무실로 부르라고 여직원에게 지시했다. 그리곤 자리에 깊숙이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그래도 신용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데…….’
제대로 된 법인 하나도 갖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어떻게 중국 현지 경제인과 300억원 상당의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하는지, 아마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뭔가가 있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비록 사기성이 농후한 사람들일지라도 대단한 재주를 가진 자들이라고 감동 아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살아가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예기치 못한 일 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떠한 돌발적인 일들이 일어났을 때, 긍정적·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가 있는 반면, 소극적·부정적으로 대처하는 자가 있다는 점이다.

한판 붙을 듯 ‘떵떵’

특히 직장에서 업무 중에 발생되는 일들에 대해 얼마나 순발력을 가지고, 지혜롭게 잘 대처하는 가에 따라서 능력을 평가 받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낮 12시, 평소보다 긴 임원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였다. 마침 점심 약속을 한 고교 선배가 회사로 찾아와 기다리고 있던 터라 서둘러 외출을 하려는데 문 밖에서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직원들이 아니고 낯선 남자 목소리였다.
“야, 어디서 협박하고 지랄이야, 공갈은 왜 쳐! 시팔!”
건달들이나 쓰는 저급한 말이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여러 부서가 모여 있는 통합사무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송무팀 문 과장 책상 앞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왔다 갔다 하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문 과장은 자리에 앉아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그 남자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저 어이없이 쳐다보고만 있었고, 그 옆에는 담당부서 여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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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