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8)

회사의 명예는 물론 우리나라 자존심 지켜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조사에 임할 직원 각자에게 일일이 임무 부여
조사 법인 4개 중 2개만 남아 의혹 양산

“그럼, 이사님 받아 적어보세요. 첫째 K부동산컨설팅 (주) 대표이사 나상기, 둘째 J경매컨설팅(주) 대표이사 나상기, 셋째 P유통(주) 대표이사 나상기, 넷째 D연합 체인사업(주) 대표이사 나상기입니다.”

“사장님! 전화번호, 주소 등 명함에 적혀있는 모든 내용을 불러주세요.”
“예. 전화번호는 02-0587-0000 주소는 송파구 삼전동000번지 정신빌딩 501호입니다.”
“마 사장님, 감사하구요. 한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어쨌든 건강하시고 내일 아침에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사팀 동원

나는 마 사장과의 통화를 끝내고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우선 미리 대기시킨 조사팀원을 확인했다. 다행히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 관계로 한두 명만 퇴근을 하고 다른 직원들은 남아있었다. 그들마저 퇴근준비를 하고 있다가 대기명령을 받고 무슨 긴박한 일인가 하고 궁금해 하고 있었다.

나는 직원 3명을 내 자리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는 방금 중국 마 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유하고 긴급한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직원들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첫째, 오 과장은 내일 아침 바로 현장으로 출근을 하여 명함에 기록되어 있는 법인 4곳에 대해 폐쇄등기를 포함한 법인등기부등본을 발급받고, 법인 폐업여부와 법인 상에 기재되어있는 주소 및 대표이사, 감사, 이사에 대한 주민등록번호와 거주지 주소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받고, 현주소와 가장 오래 거주한 곳에 대한 각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서 소유자를 확인할 것, 또한 자동차등록원본을 발급받아서 등록자확인을 비롯한 재산 상태를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둘째, 박 대리는 오 과장이 파악한 법인과 이사진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여 대출과 연체 사실 및 금융관련 신용사항 일체와 기소중지 여부 및 범죄관련 사항에 대하여 조사하고, 또한 법인세와 직원들에 대한 4대 보험 연체여부와 이사진에 대한 각종세금 누락여부를 파악할 것을 당부했다. 셋째, 이 주임은 오 과장이 파악한 법인소재지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법인이 실재존재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물론 혼자서 짧은 시간에 모두 파악하기가 곤란하면 다른 직원들의 협조를 적극 받아도 무방하다고 일러주었다. 나는 조사에 임할 직원 각자에게 일일이 임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미리 작성해둔 조사지시서를 전달하면서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이번 신용평가조사 건은 회사의 명예는 물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일입니다. 만약 피조사대상자들이 사기꾼들이라면 같은 민족으로서 얼마나 창피한 일입니까? 사명감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주기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계약체결 시간이 내일 오전 10시로 잡혀있으니 늦어도 9시50분까지는 끝내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조사평가서라 하더라도 고객이 필요한 시간인 제때에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보고서는 휴지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세요. 늘 말하는 거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것을 버리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조하여 제대로 된 조사를 해주기 바랍니다. 조사에 필요한 문제점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요청하고 모든 인력과 인맥을 동원하여 완벽히 마무리해주기 바랍니다.”

“아이고, 이사님! 내일 10시까지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한데 만약 끝내지 못한다면 여유시간이 얼마나 주어져 있습니까?” 묵묵히 메모하며 지시를 받고 있던 오 과장이 너무 큰 숙제를 부여받았다는 듯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에는 국제적 계약과 관련된 의뢰 건이고 절대적으로 여유시간은 없어요.”
사실 여유시간이 약 1시간정도는 있었지만, 혹 이를 믿은 직원들이 안이함으로 조사시간이 늘어져 신뢰를 잃을까 염려하여 스페어타임은 없다고 미리 못을 박아두었다.
“자아 그럼 퇴근시간이지만 각자가 맡은 바 일에 대하여 차질 없이 수행해줘요. 이번 일만 마무리 잘하면 내 회식자리를 마련하겠어요.” 

“문제 많은 놈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퇴근해도 되겠습니까?”하고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직원들이 금융관련 부분과 범죄관련 부분이 가장 조사하기가 어렵고 까다로운 점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일에 대비하여 평소 가까이 지내는 관련 지인들에게 도와 줄 것을 미리 부탁해 두었다.
이튿날 아침, 여느 때보다 일찍 출근한 나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일에 관한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했다. 직원들은 “하루 이틀 해보는 일도 아니기에 별 문제없이 소화해낼 것 같다”는 믿음직스러운 답변을 해주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면서도 한시름 놓고 있었다.

그런데 10시가 가까워오는데도 직원들한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나는 약간은 긴장되고 초조감이 들기도 했지만, 모두가 프로페셔널 정신을 갖추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직원들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 중에 기다리던 전화가 제일 먼저 오 과장으로부터 걸려 왔다.
“오 과장, 수고! 그래 어떻게 되었어요? 먼저 결론 보고부터 해봐요.”
“예, 이사님. 조사대상 4개법인 중 현재 살아있는 법인은 P유통과 J경매컨설팅 2개 법인인데, P유통은 대표이사가 나상기가 아니고 이미 정둔갑이라는 자로 대표이사가 변경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나 상기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시점의 이사들은 모두 말소되어 교체된 상태입니다. 사실상 타인에게 넘어간 것 같습니다.”
나는 오과장의 전화보고를 들으며 중요부분은 모두 메모를 해두었다.

“그리고 자동차 원본은 발급했나?”
“예, 법인 명의로 된 자동차가 모두 3대가 있었는데 2대는 이미 타인명의로 넘어갔고 나머지 한 대는 J경매컨설팅(주) 명의로 되어있어요. 그나마 자동차세와 환경 부담금 미납이유로 압류된 것을 비롯해 기타 일반 채권자들로부터 가압류된 것을 모두 합치면 12건 이상이나 됩니다. 이 차는 대포차로 보여 집니다.”
“아 그래, 내 짐작한대로 문제가 많은 놈들이구먼.”
그렇게 혼잣말처럼 되뇌고 계속 궁금한 사항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대표이사 나상기와 멸실된 이사들의 개인 재산 조사는 어떻게 되었어요?”
오 과장으로부터 전화보고를 받는 사이에, 여직원이 살며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박 대리와 이 주임이 전화 통화를 원함’이라는 메모지를 전하고 나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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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