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7)

300억원 상당 빌딩 ‘듣보잡’에 의뢰?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다음 날 10시까지 해당자에 대한 신용조사 미션
퇴근하지 않은 조사팀 직원들 결집시켜 조사

“괜찮습니다. 뭔지 차근히 말해보시죠.”
나는 자리에 앉아 편안한 자세를 갖추면서 메모 준비를 했다. 마 사장의 목소리로 보아 신용조사업무와 연관된 문제가 있다는 예감이 들고 있었다.
“그래요 마 사장님, 무슨 일인지요?”
“예, 임 이사님도 아시겠지만 제가 하던 제품생산이 국내에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이곳 중국심양에다 공장을 만들었다는 건 알고 계시지요?”
“예, 일전에 들었습니다.”

신용조사 예감

“제가 여기에서 공장을 운영하자면 이곳에 있는 분들하고 가까이 지내야 하는데, 다행이도  이곳 유력 경제인 중에서 저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한국 돈으로 도합 300억원 상당의 유통전문 빌딩상가를 짓기 위해 준비 중인데, 평소 한국사람 지인 중에 이곳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분에게 공사 시공자를 한국 업체로 선정하였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내 비치자 그 한국 사람이 나상기라는 사장을 소개 해 주더랍니다. 그 나상기라는 사장은 한국에서 종합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로 한국에 법인을 두고 이곳에서 지사를 내놓고 부동산 컨설팅을 하고 있는 자입니다. 그 분께서 지인의  말만 믿고, 나상기 부동산 컨설팅업체와 300억원 상당의 유통상가 빌딩신축 공사 발주를 위한 도급 가계약을 맺은 후, 내일 다시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속되어있다고 합니다.”

“아니 마 사장님, 300억원이라면  엄청난 돈인데, 그 큰 공사비가 들어가는 빌딩공사를 잘 알지도 모르는 한국 업체에 맡겼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혹 30억원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마 사장의 말이 좀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말을 끊으면서 반문했던 것이다.
“아닙니다. 제가 그분들이 서로 어떤 경로로 공사 계약을 맺었는지 깊은 내막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제가 그분에게 대충 들은 얘기로는 조금 전 말한 것과 틀림없습니다.”
“허, 상당한 계약금인데.그래서요?”

“그런데 그분께서 내일 오전 10시에 막상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속은 해놓았으나 상대방 업체인 H컨설팅 업체에 대한 정확한 신용여부를 알 길이 없어 망설이며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옆에서 얘기를 듣고 보니 찜찜하기도 하고, 잘못되면 나 역시 그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무엇보다 한국인이라는 자존심도 상할 것 같아 영 불안하지 뭡니까.”
“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 이사님께서 신용정보조사에 전문가이시니 어떻게 좀 그자에 대한 신용을 조사를 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마 사장의 음성에는 다급함이 배어 있었다.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있으니 여러 가지로 답답한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래, 어떻게 해드리면 좋겠습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라고는 계약상대자가 한국 내에 4개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건설 컨설팅업체라는 것과 그 대표자의 명함뿐입니다. 이 명함을 가지고 그자와 업체의 신용도를 알아내어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아니면 거절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가능이야 하지만 시간을 며칠이나 주실 수 있는 겁니까?”
“시간은 내일 오전 10시까지입니다. 계약 당사자들이 내일 10시에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로 되어있습니다. 계약체결과 동시에 여기 사장님께서 3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하기로 되어 있거든요.”
“그래요?”

시간을 끌어라

그러면서 벽에 걸려있는 목각시계를 쳐다보았다. 벌써 퇴근 시간이 지나 7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군요.”
“어떻게 부탁 좀 합시다. 이사님 말고는 제가 다른 곳에 부탁할 곳이 전혀 없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우리나라도 신용정보 평가조사  시 전국 컴퓨터 온라인 전산망이 설치되어 어디에서라도 쉽게 조사가 가능하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아직은 준비단계라서 저희들도 발로 뛰어 조사를 하려고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사님 말씀대로 컴퓨터로 신용조사가 가능하다면 이곳 중국에서도 비즈니스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나는 시간상으로 너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국내도 아니고 국제 간의 거래라 잘못하면 우리나라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얼마나 망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마 사장뿐 만 아니라 내 자존심마저 상할 것 같았다.
“마 사장님, 잠깐만요. 이 전화 끊지 마시고 잠시 기다려 주세요.”
나는 여직원에게 아직 퇴근하지 않은 조사팀 직원들을 대기하게 했다. 그리고는 다시 수화기를 귀에 대고 마 사장을 불렀다.
“여보세요, 마 사장님?”
“아, 예. 이사님!”
대기하고 있던 마 사장이 반갑게 대답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촉박하니 어떤 이유를 달아서라도 한 시간만 더 연장해 보십시오. 서류발급을 받아야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글쎄요, 어떨지? 제가 그분과 상의하고 곧바로 연락드릴 테니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러죠.”  
마 사장은 채 5분도 안 되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이사님! 여기 사장님께서 한 시간 정도는 시간을 끌어보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1시까지는 평가 정보가 들어와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다행이군요. 그럼 조사대상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일러 주십시오.”
“그러지요. 팩스로 넣어드릴까요?” 하고 마 사장이 물었다.
“아닙니다. 시간상 그냥 제가 메모할 테니 지금 불러 주세요.”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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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