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

물러날 때 잘 아는 사람이 진정한 프로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면 그 무엇보다 좋다. 그러나 잘못된 결정을 내릴 지라도 우유부단하여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말이 있다. 비록 자신은 작은 이익도 얻지 못한 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는 막대한 타격을 가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용기를 내어 과감하게 시행을 하다보면 예상외로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조그만 손실을 염려하여 망설이다가는 모든 것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의 차이점이라고 본다. 

사우나 사장 몇 달간 관리비 1억원 체납
강제경매 진행 해봤자 별로 실익 없어
  
   

용역회사 친구 자문

후텁지근한 어느 여름 날, 소나기가 한차례 퍼붓고도 도심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었다. 경제가 어려운 때였지만 휴가철이 되자 저마다 산과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나 역시 시원한 계곡이든 바다든 가고 싶었지만, 회사 일이 산적한 탓에 휴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급한 업무로 출장을 다녀와서 땀을 식히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전라도가 고향인 정형식이라는 친구였다.

“어따, 잘 지내고 있는가? 나, 형식이여.”
전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정형식은 시내 70여 곳의 빌딩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용역회사 관리상무로 사무실이 마포에 있었다. 그는 이따금 골치 아픈 문제가 있거나 답답한 일이 있을 때면 나를 만나서 자문을 하곤 하는 절친한 사이였다.
“아, 정 상무, 반가우이. 오랜만일세.”

우리는 서로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고 휴가 얘기를 했다. 이 친구 역시 아직 휴가를 떠날 계제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만난 지도 오래 됐으니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고 했다. 그가 강남구청에 볼일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강남구청 근처 P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퇴근 무렵, 차량 정체를 감안해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길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P호텔에 도착하니 정 상무가 먼저 나와 있었다. 손을 번쩍 치켜드는 그에게 한손을 들어 보이며 다가갔다.

“어따, 임 이사, 이거 참말로 오랜만이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하, 오랜만일세. 그래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날 보려고 강남까지 오셨나.”
“어따, 하도 안 불러줘서 잘나간다는 자네 얼굴이라도 보려고 왔제.”
그가 농담조로 대꾸했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게 친구라고, 좋은 벗은 언제 만나도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가벼운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데, 강남구청엔 왜?”
“아녀, 아녀. 얼마 전에 업무관계로 압류한 건이 있었는디, 상대방이 합의를 보자고해서 만나 필요한 서류 발급 하려고 왔는디. 아무래도 자넬 보고 가야 쓰겄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 나게 고맙구먼. 식사는 어디서 할까? 자네가 괜찮으면 이곳 2층 중국식당도 괜찮던데.”
“아무것이나 묵자고. 그란디… 임 이사, 자네가 괜찮다면 식사하기 전에 자문을 좀 할 일이 있구만. 자네가 좀 어쩔란지?”
그가 전라도 사투리를 맘껏 섞어가며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그래? 무슨 말인가? 내 뱃속에 회오리바람이 일기 전에 빨리 끝내세!”
“물론이제. 길지 않을 거구만.”
정 상무가 테이블위에 놓인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을 시작했다.
“뭐이냐 하면,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빌딩 중에 실내 온천사우나가 있어. 그 사우나를 4명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네. 그란디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몇 달간 1억 원이나 관리비를 체납하고 있단 말이여.”

비용만 날릴까 걱정

“아니? 무슨 관리비가 몇 달간 밀린 게 1억 원이 넘는가. 대단하구만.”
“놀랄 만도 하제. 나도 처음에는 일반관리비를 그렇게 많이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 우리 직원들이 하는 말인디, 사우나에서 사용하는 전기세, 수도료 등 일반관리비가 모두 합쳐서 한 달이면 수천만원씩이나 되놔서, 몇 달만 밀렸다 하면 금방 일억원 이상 체납 된다는 거여.” 
“사우나도 돈만 있다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하다가는 금방 망하겠는걸.”
“관리비가 많이 체납되면 우리도 관리비를 받아먹고 사는 관리회사 입장으로 부담스럽지 않겠어? 어쩔 수 없어 실질 운영자 4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여 얼마 전에 승소판결을 받았제. 허나 받긴 했지만….”

“그 사람들 갚을 능력은 있어?”
나는 필요한 부분부터 짚어 물었다.
“말도 아니여. 재판이 끝난 얼마 후에는 그나마 운영하던 사우나도 문을 닫고 말았다네. 처음에는 손님이 꽤 있는 것 같더니 요즘 와서는 경기를 타는지 아니면 그 동네 사람들은 목욕도 하지 않는지, 하루에 몇 명 정도만 겨우 오니 어디 전기세라도 낼 수 있겄나. 그래 도저히 안 되겠는지 아예 문을 닫고 나타나지도 않더구먼.”

“아니 그렇게 영업이 안 된다는 말인가? 동업을 하다 보니 서로 의견이 엇갈려 제대로 된 운영을 할 수가 없었던 건 아닌가?”
“잘 봤어. 자네 말대로 동업자들끼리 서로 내부갈등을 빚다보니 사업에 관심을 쓰지 못했던 것 같더라고.”
“그래서?”
“직원들이 동업자 4명에 대해 알아 봤는디, 4명 중 3명은 재산이 거의 없는 빈 털털이고 강제집행을 해본들 건질 것도 없어. 한 명만 겨우 3층 다가구주택을 본인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는구먼.”
“그것 참 다행이네.”

“그란디, 그 다가구 주택에는 채무자뿐만 아니라 다른 전세입자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는 거여. 문제는 세입자들의 현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제. 강제경매를 진행하더라도 뭣을 알아야제. 등기부상 나타난 대출금은 8000만원뿐인데. 내가 간단히 계산 해봐도 주택시가에 대비해서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빼면 강제경매진행을 해봤자 별로 실익이 없다 이거여. 그래서 아 내 이 고귀한 머리로는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고 감이 안 잡히지 뭔가. 괜히 경매비용만 날리는 꼴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친구는 자신이 잘못 판단하여 경매를 진행시킬 경우를 생각하는 듯 했다. 잉여금 부족으로 경매가 기각이 되거나 아니면 경락 후 배당 받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면, 괜히 비용만 날리고 회사임직원들 보기에 체면이 구겨질까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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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