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대미관계 숨통 틀 ‘미국통’ 박 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한미FTA 우리가 먼저 비준해야 한다”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집권여당에서 손꼽히는 ‘미국통’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의 차기 대통령 당선으로 이명박 정부와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미통이 절실한 여당으로서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존재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 위원장은 지난 11월17일부터 국회 외통위원들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국익차원의 활발한 의원외교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국회 외통위 방미단 단장인 박 위원장은 7일(11월17-23일)이라는 방미기간 동안 단 한시도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방미는 빡빡한 일정을 강행군하면서도 여야가 일심동체로 초당적인 외교를 펼쳤다”며 “레임덕 세션을 활용한 시의적절한 방미였고, 국익차원의 현안에 대해 질적으로 조율한 의미있는 방미였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황진하, 민주당 문학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으로 구성된 방미대표단은 방미기간 중 리처드 루가, 척 헤이글 상원의원,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 애니 팔레오마베가 하원 외교위 동아태 환경소위 위원장,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 등 상하원 주요인사는 물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면담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과 전략동맹 및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먼저 이번 미국 방문의 의미와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 황진하 한나라당 간사, 문학진 민주당 간사, 박선영 선진과 창조의 모임 간사 등 초당적으로 구성된 외통위 대표단은 미국 의회의 대선 이후 임시회의 계기에 미국 오바마 신정부의 정책 방향과 한미동맹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북한 핵문제와 한미FTA 비준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한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하기 위해 7일 동안 단 한 순간도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방미는 빡빡한 일정 가운데서도 여야가 일심동체로 초당적인 외교를 펼쳤다. 레임덕 세션을 활용한 시의적절한 방미였고, 국익차원의 현안을 실질적으로 조율한 의미있는 방문이었다.

- 미국 현지인들은 오바마 당선자에 대해 대체적으로 어떤 평가를 하고 있었나.
▲ 금번 방문 기간 중 면담한 모든 인사들은 오바마 당선자의 지도자적 자질을 높이 평가했고 오바마 당선자가 지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진취적 리더십과 겸손함을 갖추었으며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좋게 평가했다. 아울러 워싱턴 정치 활동 경력이 짧은 것이 오히려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다.

-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문제와 관련해 미국 현지 반응은 어떠했나.
▲ 이번에 만난 미측 인사 중 재협상을 거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 입장을 견지했다. 미측 인사 대부분은 미 의회가 반드시 비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표단이 한미 동맹과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측 인사들에게 밝힌 입장을 요약한다면.
▲ 첫째, 한미 동맹은 양국에 정치적 경제적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며 오바마 신행정부 하에서 동맹 존중과 다자협력의 새로운 틀 속에서 양국 관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둘째, 북미 관계 개선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고 남북 관계 개선이 북미 관계 개선에 중요하다는 점과 이를 위한 한미 양국간 사전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대표단은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를 위하여 우리 국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과 한미 양국 의회가 긴밀한 대화를 통해 대북 정책에 대한 공조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셋째, 한미 FTA가 단순히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의 새로운 전략적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FTA로 인해 양국의 일부 국내 산업 분야가 어려움에 직면하는 측면이 있으나 이는 양국이 적극적인 국내 보완대책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넷째, 만약 한국이 비준을 하고 미국 의회가 비준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양국 모두에게 기회의 상실인 동시에 미국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가져오게 될 것임을 지적했다.
다섯째, 한미 FTA 비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양국 의원들간 정책협의 추진을 제안했다.

6박7일간 일정으로 국회 외통위 대표단 이끌고 미국 방문
여야 의원 모두 국익 위한 초당적 의원외교활동 성과 커

-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미 의회와 오바마 당선자의 예상 행보는.
▲ 최근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인해 미 의회가 한미FTA를 비준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현지 의견이 대세였다. 내년초 오바마 신정부 진용이 갖춰지면 FTA 문제가 검토될 것이지만 비준 문제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기존 합의를 존중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며 한미 양측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바마 당선자는 근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자이며 시장개방, 자유무역, 국제화를 지지하고 있다.


- 한미 FTA 관련 미국측 인사들의 견해는 어떠했는가.
▲ 한국은 현재 미국의 7대 통상국이며 아시아에서 미국의 2번째 금융협력국가로 한미 FTA는 무역, 투자 증대, 일자리 창출 등 양구에 공통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미국 신정부의 정책순위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금융위기 극복이 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근본적으로 시장개방, 자유무역, 국제화를 지지하고 있으나 한미 FTA에 관해서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 중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으나 앞으로 정부가 구성되면 입장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하여 일부 인사들은 어떤 형식이든 기존 합의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의 선비준이 미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측 인사들의 대체적 의견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한미 FTA 결의안을 비준할 것이며 기존 합의를 바꾸지 않더라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이 있다는 견해다.

- 한미 동맹과 관련해 오바마 정부측의 예상되는 정책 방향은.
▲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국익 추구 및 지역의 평화 안정을 위한 한미 동맹 강화가 필요하며 양국이 실질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생각하고 한미관계를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동맹관계 발전을 위한 한국의 입장을 우선 경청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전략 동맹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당선자의 정책 추진 전망은.
▲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의 적극적인 직접 외교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나 부시 정부 2기라는 성격 때문에 갑작스런 변화는 없을 것이며 차분하고 신중하게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해 바로 북한으로 달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북한의 주민을 굶주리게 하는 유화 정책이 아니라 북한 핵문제와 기아를 해결하고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유도하는 포용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 미국내 자동차산업 전망은.
▲ 오바마 정부는 자동차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형식이든 적절한 체면을 살리는 조치를 기대하는 의견, 미국내 보호주의는 매우 지역적이고 민주당이나 오바마 당선자도 보호주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한미FTA에 문제를 제기하고는 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불분명한 상태며, 최근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구제조치로 한미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더 이상 높일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 한미 관계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양측이 서로 제시한 내용이 있는 걸로 아는데.
▲ 우리측 대표단은 한미 양국의 실질적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국측도 이에 동의했다. 오바마 당선인측은 한미 동맹이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하며, 양국 현안에 있어 한국의 입장을 우선 경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측은 한국과 전략동맹 및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 직접 외교가 예상되지만 차분하면서도 신중하게 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 이번 방미외교를 통해 한미간 최대 정책 현안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 우리측 대표단은 한미 양국의 실질적 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측 인사도 이에 동의했다. 한미 FTA 비준안을 우리 국회에서 먼저 통과시키면 미 의회 인준에 모멘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한-EU FTA 조기체결도 미 의회 인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한국이 먼저 비준했는데 미국이 안 하면 양국 간 이익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 상실로 이어져 결국 미국 리더십 재건 계획과 상치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미국측 인사들에게 전달했다. 실제로 한국이 먼저 비준해야 미국내 찬성론자들이 미 행정부와 의회에 독촉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인사들도 있었다. 피해산업에 대한 예산을 빨리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부터 비준해야 한다. 부시 정부가 오바마 측의 자동차업계 지원 요청을 수용하는 대신 한국 등을 상대로 한 FTA를 처리하는 빅딜 가능성이 미국 재계와 공화당,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외통위 방미 대표단의 향후 활동과 과제는.
▲ 외통위 대표단은 금번 방미를 통하여 한미 FTA의 성공적인 비준을 위해 양국이 공통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외통위 방미단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외통위에 상정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 FTA 문제를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에 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으로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박 진 위원장 프로필
△ 청와대 비서관
△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
△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
△ 제16, 17, 18대 의원
△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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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