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임 대법관 후보 3인방 김선수·이동원·노정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43:16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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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남’대법관 공식 깨졌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 후보들을 제청했다. 대법관 후보 세 사람은 역대 대법관 다수를 차지했던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의 범주를 모두 벗어났다. 법원·검찰을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출신의 노동·인권 변호사, 법원행정처 근무 없이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 여성의 지위와 권한에 관해 주목할 판결을 여럿 남긴 여성 법관 등이 대법관 물망에 올랐다. 이번 대법관 인사에 대해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이 다음 달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김창석(62·13기), 김신(61·12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이동원(55·17기) 제주지법원장, 노정희(55·19기) 법원도서관장이 지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2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관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0명의 후보자 가운데 이들을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거치지 않아

대법원은 임명제청 배경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며 “사회 정의 실현과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동의안의 표결절차를 밟는다. 국회서 동의안이 가결되면 문 대통령은 이들을 새 대법관으로 임명한다. 통상 이 과정은 한 달 안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안팎에선 이번 임명제청을 두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와 법원행정처 핵심 보직을 맡은 인물이 대법관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1년 전북 진안 출신인 김선수 변호사는 서울 우신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김 변호사는 법관이나 검사 등 재조 경력이 없이 지난 1988년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서 노동전문 변호사로 출발한 이후 현재까지 30년에 걸쳐 노동·인권 부문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대법원은 김 변호사에 대해 “선후배 동료 법조인들로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인품이 훌륭하며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왔던 후보자의 활동과 인품에 대해 변호사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아 고 조영래 변호사 기념사업회 초대 위원장으로 추대됐다”고 소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3명 임명 제청
변호사·여성·비서울대 다양화

김 변호사는 서울대병원 근로자 1000여명을 대리한 법정수당 청구소송은 통상임금 관련 법리를 정립하는 데 이바지했다. 당시 재판이 서울지법에 노동전담부를 설치하게 한 계기가 됐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경영상 해고도 엄격한 요건 아래에 허용돼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것도 김 변호사가 맡은 주요 사건 중 하나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로 사무총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민변 회장 출신 인사 중에서는 송두환(69·12기)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을 지낸 적이 있지만, 대법관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상고심 개선과 하급심 강화, 노동법원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방안 등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 리포트’를 출간한 경험도 있다. 

당시 노무현정부서 민정수석 등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활동한 시점이다. 

1963년 서울 출신인 이동원 법원장은 경복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17기로 수료했다. 1991년 서울형사법원 판사로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올 2월 제주지법원장 겸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부장판사로 있다.

대법원은 이 법원장에 대해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분과위원장으로서 2017년 민사소송 개정판을 발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고 도산법·환경법 등 분야서 다수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집필해 법학 이론의 발전에 기여했다”며 “법원 구성원으로부터 높은 신망을 얻고 있고 뛰어난 친화력으로 지역 사회와도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변론 30년
‘벽’을 넘다

이 법원장은 위헌정당해산 결정이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국회의원지위확인 사건서 위헌정당해산 결정의 효과로 소속 국회의원도 당연히 직을 상실한다고 최초로 판결했다. 

그는 위헌정당이라는 판결로 해산이 결정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 판결, 북한을 인권·복지국가로 오인하게 할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재미동포를 강제로 퇴거한 조치가 정당했다는 판결 등을 내린 바 있다. 

이외에도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부모와 같이 난민신청을 한 미성년 자녀에 대해 별도의 면접심사를 하지 않은 채 난민불인정 결정한 사건에서 난민법과 우리나라가 비준한 UN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CJ CGV가 계열사에 대해 부당 지원행위를 한 행위에 대해 제재하는 등 판결도 이 법원장이 맡았던 재판들 중 일부다.

법관과 법원 직원들의 실무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2017년 민사소송 개정판을 발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으며, 도산사건과 행정사건의 전문가로서 도산법 및 환경법 등의 분야서 다수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집필, 법학 이론의 발전에 기여했다.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광주 출생으로 광주동신여고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광주지법·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현재 법원도서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법원은 노 관장에 대해 “여성과 아동의 권익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 한때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을 활용해 사건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고 당사자가 만족할 수 있는 재판을 해왔다”고 밝혔다. 

재야 출신 노동·인권 변호사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
여성 관련 주목할 판결 남겨

노 관장는 여성과 아동 인권에 관해 연구하며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8월 서울고등법원 민사18부 재판장으로 있으면서 어머니의 성으로 바꾼 자녀도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의 종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녀가 부모의 양계혈통을 잇는 존재라는 사실은 자연스럽고 과학적”이라며 “종원의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상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법칙, 부성주의 및 성불변의 원칙을 완화한 민법의 규정과 개정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010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선 탈북자가 귀순사실 및 인적사항의 비공개를 요청했음에도 합동신문기관이 이들의 신원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보고서를 언론에 배포한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공무원의 직무수행 주의의무의 기준을 제시하고 국가의 인권보호의무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회복지법인의 임원들이 범죄 예방조치 의무와 가해자 분리·고발 및 피해자에 대한 상담 등 보호조치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해임 사유가 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노 관장이 임명될 경우 여성 대법관은 김소영·박정화·민유숙 대법관에 이어 역대 가장 많은 4명으로 늘게 된다. 2004년 김영란 전 대법관이 첫 여성 대법관이 된 이후 14년 만에 여성 대법관은 김소영·박정화·민유숙 대법관까지 역대 최다인 4명으로 늘어난다. 

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14명 중 여성 비율은 28.57%(4명)로 올라간다.

여성 대법관
4명 역대 최다

이번 대법관 인선을 두고 여야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로 추천한 10명 중 4명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코드 인사’라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6일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사법부의 좌편향 인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신임 대법관 후보 중 한승 전주지방법원장, 문형배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이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서 통진당을 변호한 김선수 변호사도 편향적 후보”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우리법연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며 주목받아왔다”며 “이 모임의 일부 판사는 SNS상에서 전직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민변-우리법연구회-시민단체’라는 ‘삼각편대’를 이용해 사법부를 왼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원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청와대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바란다”며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사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는 대법원을 다시 정치 편향적 인사들로 채운다면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는 회복 불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대법원장은 정치편향적 후보들을 제청 대상서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근택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집시법 위반자는 무조건 유죄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유죄의 증거가 없으면 무죄판결은 당연한 일”이라며 “집시법 위반자도 마찬가지다. 특정 사안에 대해 무조건 유죄 판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인권보장 최후의 보루라고 할 것이므로, 특정 단체 출신인지에 관계없이 그동안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해왔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개개인을 평가하지 않고 특정 단체에 소속돼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돼야 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를 지낸 정당에 소속됐던 국회의원은 당연히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대법관 인선에 대해 바른미래당과 야당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에는 서울대, 남성, 50대라는 천편일률적인 대법관 선정 기준서 벗어났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들이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서오남’으로 불려왔던 ‘서울대-50대-남성’의 대법원 구성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임명제청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환영
한국당만 반대

하지만 여야의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실무협상이 늘어지면서 대법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자칫 원 구성 협상이 길어지면 사법부 공백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지난달 27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첫 만남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탐색전만 벌였다. 이튿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역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cmp@ilyosisa.co.kr>

 

[김성수 변호사]
▲1961년 전북 진안 출생 ▲우신고(서울) 졸업 ▲서울대 법대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현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1963년 서울 출생 ▲경복고 졸업 ▲고려대 법대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7기) ▲서울형사지법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관 재판연구관 ▲전주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대전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부장판사(현재)

[노정희 법원도서관장]
▲1963년 광주 출생 ▲광주동신여고 ▲이화여대 법대 ▲제29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9기) ▲춘천지법 ▲춘천지법 원주지원 ▲수원지법 ▲의원면직(변호사 개업) ▲인천지법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수석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고법부장 ▲서울고법 고법부장 ▲법원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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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