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역대 대통령 아들 16인 근황 대공개

아버지 그늘서 벗어나 아슬아슬 홀로서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아버지 우산 속에서 날고 기었던 그들. 한때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역대 대통령 아들들이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홀로서기에 나선 그들은 지금 뭘 하며 지내고 있을까.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대통령 아들들의 근황과 사업 성적표를 공개한다.

절반가량 개인사업 ‘사장님’…일부는 샐러리맨
정계·학계·시민단체서 활동…직업 없는 백수도


1∼17대 역대 대통령은 총 10명이다. 이들의 아들들은 모두 16명. 이중 개인사업을 하는 ‘사장님’은 7명이다. 나머지는 정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남의 회사에서 일하거나 ‘백수’인 경우도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1∼3대)은 자녀가 없다. 대신 2명의 양자를 들였다. 강석씨와 인수씨다. 자유당 2인자였던 이기붕 국회의장의 장남 강석씨는 이 대통령의 83세 생일이던 1957년 3월26일 양자로 입적됐다. 그러나 4·19 혁명으로 이 대통령이 하야 선언을 한 1960년 4월26일 아버지 이 의장과 어머니 박마리아, 동생 강욱씨를 권총으로 살해한 뒤 자살했다.

‘뭐 먹고 사나’
대부분 사업가

인수씨는 이 대통령의 하와이 망명 시절인 1961년 12월 양자로 입적됐다. 대가 끊길 것을 걱정한 이 대통령 문중(전주이씨 양녕대군파)의 결정이었다. 정치학자로 명지대 법정대학장을 역임한 인수씨는 현재 이승만기념사업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이승만 바로 알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윤보선 대통령(4대)은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장남 상구씨는 건축자재 사업을 하고 있다. 1976년부터 8년 동안 미국 LA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다가 1985년 귀국해 소규모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동서코포레이션을 설립했다. 종로 경운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동서코포레이션은 연매출이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동수씨는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제주 하얏트 호텔과 서울지하철 사당동 역사, 한국무역협회 등 건물의 조형물을 직접 제작한 설치 미술가다. 삼청동에서 작은 피자집도 운영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5∼9대)의 외아들 지만씨는 6차례나 필로폰 복용 혐의로 적발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1989년 ㈜EG(당시 삼양산업)를 인수해 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EG 회장을 맡고 있는 지만씨는 이 회사 지분 28.67%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EG는 금속산화물 제조업체로 충남 금산에 본사가 있다. 지난 7일 기준 시가총액이 1942억원(코스닥 97위)에 달하는 ㈜EG의 지난해 매출은 263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각각 30억원씩 올렸다. 매년 평균 200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EG는 10년 전과 비교해 몸집이 크게 불었다. 총자산과 총자본이 2001년 214억원, 174억원에서 지난해 522억원, 501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의 주요 임원은 박 대통령의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이광형 대표이사의 경우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부속실에 근무하며 지만씨와 인연을 맺었다. ㈜EG 지분 2.13%를 보유하고 있는 이 대표는 1993년 경영에 합류했다. 지만씨는 회사 전권을 이 대표에게 맡긴 상태다.

최규하 대통령(10대)의 두 아들은 전문경영인(CEO)으로 재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남 윤홍씨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입사해 워싱턴 무역관장, 정보상담처장, 투자진흥처장, 일본지역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KOTRA에서 나와선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부회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차남 종석씨는 외환은행 외화자금부와 국제금융부문에서 일하다 하나은행으로 이직해 중국법인장,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후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회장과 하나은행 자금시장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 7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 선임됐다.

전두환 대통령(11∼12대)은 3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재국-재용-재만 3형제다. 이들은 모두 ‘사장님’이다. 다만 실적을 두고 희비가 엇갈린다.

장남 재국씨는 시공사, 음악세계, 리브로 등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재국씨가 1990년 설립한 시공사는 출판업체로 서울 서초동에 본사가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재국(50.53%)씨. 그의 부인 정도경씨, 재용씨, 재만씨, 여동생 효선씨도 모두 같은 5.32%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공사는 지난해 49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억원, 순이익은 1억원을 올렸다.

전두환 막내아들 
미국서 처가살이

1993년 설립된 음악세계는 음악서적 전문 출판업체로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이듬해 창업한 서적 소매업체 리브로도 지난해 412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억원, 2억원에 그쳤다.

언뜻 재국씨가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꼭 쥐고 있는 ‘패’를 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국씨는 경기 연천에 5만7000여㎡(약 1만7000평) 규모의 허브빌리지를 조성했다. 허브빌리지는 국내 최대 라벤더 꽃밭과 100여종의 허브가 심어진 허브가든으로 주변에 리조트가 들어서있다. 재국씨는 자신과 부인, 자녀의 명의로 2004년부터 이곳의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연천 땅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수백억원의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차남 재용씨는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재용씨는 부동산 개발 및 임대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엘에셋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08년 4월 취임했다. 비엘에셋은 재용씨의 전처인 최정애씨가 2001년 10월까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로, 재용씨의 현 부인 탤런트 박상아 씨가 2006년 9월 감사로 등재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재용씨의 장모 윤모씨와 처제 박모씨도 이사로 있다.

한때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다…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비엘에셋은 100% ‘전씨 회사’다. 재용씨가 30%,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우성·우원 군이 각각 20%, 부인 박씨와 두 딸 혜현·가현양이 각각 10%씩 갖고 있다.

비엘에셋의 재무상황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지속적인 영업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008년 매출은 3억원. 2009년엔 10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엔 야심차게 추진한 서소문 오피스빌딩 개발 사업이 미국계 헤지펀드와의 개발 주도권 다툼으로 별다른 진척이 없어 재용씨의 애를 태우고 있다.

3남 재만씨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2007년부터 처가의 일을 돕고 있다. 장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00억원대의 ‘다나 이스테이트’란 와이너리(와인 생산 농장)를 운영 중이다. 포도밭 농장의 규모는 53만4000㎡(16만2000여평). 여기서 생산하는 와인은 운산그룹 계열사 동화원(구 동아제분)의 자회사 나라식품을 통해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국내 대표 중견기업인 운산그룹은 모기업 한국제분과 제분·사료업체인 동아원을 주축으로 다양한 소비재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회사에 근무하던 재만씨를 불러들여 와이너리 총괄을 맡겼다. 재만씨와 이 회장의 장녀 윤혜씨는 1995년 4월 결혼했다.

노태우 대통령(13대)은 아들 한명을 뒀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재헌씨다. 그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화이트앤드 케이스의 홍콩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5월 국내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당시 바른은 “기업활동 자문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뉴욕주 변호사인 재헌씨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재헌씨는 투병 중인 노 대통령을 간병하기 위해 외국 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희귀병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씨는 이동통신 솔루션업체 텔코웨어의 대주주로 있다가 2009년 1월 전량(94만4589주) 매각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기도 했다. 텔코웨어는 SK텔레콤 등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면서 성장했는데, SK가 노씨일가의 사돈 기업이란 점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재헌씨의 누나 소영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김영삼 대통령(14대)에겐 두 아들이 있다. 은철씨와 현철씨다. 장남 은철씨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한양대 열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현재 현지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지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착하고 어진 성품을 가진 은철씨가 대통령 아들이란 후광에 부담을 느낀 한편 정치와 담을 쌓기 위해 미국으로 도피하다시피 떠났다는 얘기가 있다. 또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뻗쳐오는 유혹과 청탁을 피해 짐을 쌌다는 설도 있다.

은철씨와 반대로 현철씨는 아버지만큼 유명인사다.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현철씨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87년 쌍용증권에 취직했지만, 아버지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자 회사를 휴직하고 돕다가 정계에 투신하게 됐다. 조세포탈,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2차례 사법 처리되는 고초를 겪었고, 국회의원 선거에도 2차례 출마를 시도했으나 여론의 반발과 당의 공천 불허로 중도하차했다.

그래도 그는 정계 진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2008년 10월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 임명돼 처음으로 당의 공식 직함을 갖고 다시 정계에 복귀, 2012년 19대 총선에 거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2004년 8월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기업 코헤드를 설립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코헤드는 콜센터 운영대행과 CRM솔루션 및 마케팅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김대중 대통령(15대)은 홍일-홍업-홍걸 3형제를 뒀다.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남 홍일씨는 2006년 9월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두문불출하다 2009년 8월 김 대통령의 빈소에서 휠체어를 탄 채 조문객을 맞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1990년대부터 뇌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3년형을 받고 수감됐는데, 당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정치권에선 항상
출마 가능성 대두

17대 의원을 지낸 차남 홍업씨는 18대 때 낙선한 후 정치적 재기를 모색 중이다. 현재 김대중기념사업 등을 하며 19대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2002년 5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3남 홍걸씨는 200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이후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16대)의 외아들 건호씨는 2002년 7월 LG전자에 공채로 입사, 미국 샌디에이고 법인 과장으로 일하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지사로 발령 났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검찰 조사를 위해 2009년 초 휴직한 그는 그해 5월 노 대통령 서거 후 봉하마을에 머물다 10월 LG전자로 복귀했다. 정치권에선 건호씨의 출마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17대)도 외아들을 두고 있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시형씨는 이듬해 11월 퇴사하고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회장 등이 운영하는 ㈜다스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3월 차장으로 승진해 경주 본사의 기획팀장으로 전보됐다. 다스는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로 현대차 등에 시트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4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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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