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테마기획① 구조조정 한파 뛰어넘기

정치권도 ‘무풍지대’ 아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반 국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이미 시작됐다. 기업들도 비용절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단행하는 것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구조조정은 기업이나 공직사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려 정치권은 지금 혼란스럽다. 여야가 민생은 뒷전인 채 한 치의 양보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1 
 국회의원“너무 많다”

지난 17대 국회는 2백73명이던 정원을 2백99명으로 대폭 늘린데 이어 지난 18대 총선 직전에도 인구 변동에 따라 지역구(2백43명)는 2~4명 늘리고 비례대표(56명)는 줄이지 않는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을 두고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이 안이 그대로 통과됐을 경우 3백명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지역구국회의원정수는 2백45인, 비례대표국회의원정수는 54인, 총 국회의원정수는 2백99명을 유지했다. 지역구 의원수는 두 곳 늘어났고 비례대표를 두 석 줄인 것이다.

그동안 국회는 의원수를 늘리려고 하는 움직임만을 보여줬지만 여태껏 국회가 보여준 생산성, 효율성에 비추어 볼 때 의원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종종 제기돼 왔다.

이른바 ‘파행 국회’만 거듭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혈세로 월평균 4백만원이나 하는 월급을 ‘노는’ 의원들에게 줘야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본회의나 상임위조차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된 게 다반사고 지역구 예산 챙기기, 보좌관 늘리기, 선진국 시찰 명분으로 외유성 출장을 하는 등 국민의 대표라는 인상을 주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행적이 더 많았다.


18대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임기 개시 후 81일간 원(院) 구성도 하지 않은 채 국회 개원은 지체됐고 이후 국정감사 등의 일정에서 여야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여권은 전 정권 탓하기에 바빴고 야권은 그런 현 정권을 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책도 없고 대안도 없었다.

게다가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비례대표 공천 의혹을 둘러싸고 여러 의원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일부 의원들은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점에 비춰보면 비례대표 의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당초 전문성 제고와 소수자 배려를 위해 도입됐지만 사실상 각 당에 물질적인 혹은 측근 챙기기로 악용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대안과 해결책 없이 정치권이 정쟁만 계속할 경우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2
 선거패배, ‘야당은 서러워’

정치인과 정당들은 선거에 울고 선거에 웃는다.
여당이 야당이 되면 당의 위상은 180도로 바뀐다. 야당이 되면 청와대나 정부 부처의 공직자로 진출하는 길은 막히고 국고보조금 등이 줄어 긴축재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8월 18대 총선 패배로 80여석의 야당으로 돌아간 민주당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통합으로 2백51명에 달했던 인원을 총선 후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모두 91명을 감원하는 등 1백60명에 대한 인사발령을 완료한 것이다.

또 과거 60여명에 달했던 국장급 간부를 14명으로 줄이고 중간급을 늘이는 한편, 상위직을 중심으로 월급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직책당비도 부활시켜 매달 당 지도부는 1백50만원, 일반 의원은 75만원의 당비를 납부하도록 했다.

이는 민주당이 18대 국회 들어 선관위로부터 지급받은 3분기 국고보조금은 25억8천4백21만원으로 17대 국회 때보다 4억여원이 줄자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도 민주당과 같은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04년 탄핵 후폭풍으로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사무처 직원 3백여명 중 1백45명을 감축하고 사무처 당직자와 여직원의 월급을 절반 이하로 깎는 등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 당사를 천막 당사로 옮겼고 명예퇴직, 비례대표 국회의원 비서진을 활용하면서 1~2급 당직자 1백17명을 57명으로 줄이고 중앙당 체제도 몸집을 줄였다.

이 가운데는 사표를 내고 뒤늦게 사법시험에 도전해 법조인의 길을 걷는 사람이 5명이나 된다. 일부는 대학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각 당의 당직자뿐만 아니라 각 후보들을 도왔던 선거캠프 인원들도 선거에서 패배하고 나면 살길 찾기에 바빠진다. 특히 본업이 없을 경우엔 생계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와 함께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낙천·낙선’ 인사들은 정치권을 한동안 떠나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야당이냐 여당이냐에 따라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선거 패배와 동시에 이들은 ‘자동적으로’ 구조조정이 된다.

여당 의원들의 경우엔 개각이나 청와대나 당의 개편 때를 기다리며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지만 야당 의원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유학, 집필, 강연 등의 활동에 전념하거나 본업이 있었던 사람들은 본업으로 돌아간다.

오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지난 총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승리를 거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수도권규제완화 문제를 두고 지방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의 입장이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상황3
보좌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법안 발의, 예산 심의, 국정감사, 청문회, 대정부 질문 등 국회의원 한 사람이 이를 혼자서 준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보좌관들이 이를 준비하게 된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1명, 6?7?9급 각 1명씩 비서진 총 6명을 둘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인턴 2명을 고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좌관이라고 하면 4급을 지칭하고 신분은 별정직 공무원이며 연봉은 4급 기준으로 5천여만원이다.

하지만 보좌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료를 준비해도 국정감사가 끝나고 자신이 보좌하고 있는 의원이 이른바 ‘국감스타’로 떠오르지 않거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퇴출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의원에 대한 평가는 곧바로 보좌관에 대한 평가로 직결되는 이유에서다.


그중 초선의원들을 보좌하고 있는 보좌관들은 재선 이상 의원들의 보좌관보다 이같은 처지에 더욱 내몰리게 된다. ‘얼굴 알리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선의원의 경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는 데 가장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또한 보좌관에 대한 임면권이 전적으로 의원에게 있어 소위 ‘마음에 안 들면’ 잘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이들에겐 불안한 실정이다. 결국 언제든지 구조조정을 당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면 보좌진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총선에서 당선되지 못할 경우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 직전 지지율에 따라 다른 당 소속 의원실로 옮기기도 하지만 정책적 성향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총선을 통해 민주당 현역 의원 1백36명 중 생존자는 52명에 불과하다. 국회의원 1인당 6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5백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순식간에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 바 있다.
때문에 당선이 되기만을 바랄 뿐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상황4
계파·세력간 ‘한판 붙자’

정치권은 여야의 대립 못지않게 각 당 내부 세력 간 힘겨루기로 구도가 결정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당내 구조조정이다. 당을 주도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 구도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이-친박 계파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데 이어 총선 후에도 당의 요직을 친이계에서 장악하면서 당의 구조조정을 이뤘다.

하지만 끊임없는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과 친이계 내부의 갈등, 당 지도부 사이의 불협화음 등이 누적된 상황에서 내년 초 개각설과 맞물려 당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또 한 번의 대대적인 당 차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구 민주계 인사들의 대립 양상으로 정체성 논란을 겪은 바 있으며 아직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정 대표는 원만한 야당 대표라는 평가를 듣고 있기는 하지만 거대 여당에 맞서야 하는 당의 위상에 비춰볼 때 원만함보다는 야성을 키워야 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의 경우 좀처럼 오르지 않는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당 차원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여지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선진당도 창조한국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빅딜’을 달성한 후 정치권 세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도 정치권의 구조조정으로 꼽힌다. 하지만 교섭단체 구성 당시 논란이 됐던 정체성이 다른 두 당의 공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또 한 차례 구조조정도 전혀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권의 구조조정 바람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급박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며 천천히 물밑작업을 통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권에서의 구조조정은 ‘정치논리’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 사회적 분위기와 시대적 요구에 발 맞춰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기보다는 고육지책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2008년 말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국민들은 구태의연한 정치권에 매서운 구조조정 바람이 불길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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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