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버티는 MB 진짜 속내는?

말하기 싫다 먹기 싫다 살기도 싫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지난달 26일과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두 차례 방문 조사를 거절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고 말했다. 또한 “추가 조사에 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조사를 거절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을 향한 혐의와 의혹에 대해 ‘정치적 보복 수사’라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행보는 ‘전략’ 또는 ‘자충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는 만큼 향후 다툼의 소지가 있는 혐의에 대해서는 법정서 가리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스스로 검찰 조사를 부정하며 ‘정치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놓지 않겠다는 모양새다. 이와 반대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재판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수인번호 716
독방에 수감

지난달 26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찾았다. 구치소 방문 조사를 위해서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조사를 거절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사인 강훈 변호사는 이날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열림’ 사무실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접견 때 이 전 대통령과 논의했다”며 “논의 결과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경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서울동부구치소(이하 동부구치소)로 첫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일부 검찰 실무진들은 오전에 미리 동부구치소를 찾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검찰은 예정된 대로 이 전 대통령을 찾아가 설득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끝까지 조사를 거부했다. 이에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인사라도 하고 오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검찰은 강 변호사를 통해 조사 거부 입장이 담긴 서면만 받았다.

'입 꾹~' 검찰 방문조사 거부
"정치적 보복 수사" 기조 유지

이 전 대통령은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조사 거부 이유를 밝혔다. 

강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차원서 저번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속 후에도 검찰은 주변 사람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피의사실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다만 강 변호사는 “검찰 조사를 다 거부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재판은 당연히 와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왔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를 대신해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 

글의 내용은 ‘천안함 8주기 추모 메시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통일되는 그날까지 매년 여러분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 유감”이라며 “비록 직접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결코 잊지 않고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자들은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묘역에 방문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 방명록에 메시지를 남겼다. 
 

메시지 내용은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의 내용과 같았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헌화했다. 측근들은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의 행보인 만큼 정치적 해석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안보를 중시하는 태도를 취했고 구속에 대한 불만 역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지층을 비롯한 보수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6일에 이어 28일 검찰은 두 번째로 구치소를 방문했다.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이 방문조사를 시도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다시 거절했다. 

검찰은 아침, 점심, 저녁 총 세 차례 이 전 대통령을 설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직접 만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거듭된 검찰의 설득에 “도대체 왜 아까 한 얘기를 반복하느냐”며 화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계속해서 이 전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국민적으로 관심이 많고 중요한 사건인 만큼 변호인단의 충분한 조력을 통해서 입장을 소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고, 피의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어 검찰 수사에 ‘정치보복 수사’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조사 거부를 통해 정치보복이라는 당위성을 스스로 부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기자회견서부터 지금까지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걸고 있다. 지난 기자회견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며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역시 그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묵비권 행사
검, 계속 설득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서 무죄를 받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공격 내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의 법정 공방서 승세를 잡아 무죄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은 다소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계속해서 거부할 경우 검찰은 불가피하게 이 전 대통령의 주변인과 가족을 수사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의 가족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이하 김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중 5억여원에 대해 공범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07년 대선 전후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현금 3억5000만원과 양복 등 의류 1000여만원 어치를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 이명박정부 시절엔 이 전 회장이 현금 1억원이 담긴 명품 가방을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같은 해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약 1억원을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건네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다음날인 23일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김 여사 측과 접촉했다. 검찰 수사팀은 김 여사 측에게 조사 방식과 장소를 물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비공개 조사방식에 있어서는 합의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전직 영부인 신분이었다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가 이뤄지는 장소서 서로 엇갈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자택인 논현동서 방문 조사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은 자택이 아닌 제 3의 장소를 원했다. 장소에 대한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지난 2월25일 검찰에 한 차례 소환된 바 있다. 
 

시형씨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으로부터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에스엠(SM)'의 자회사 ‘다온’에 40억원을 무담보 저리로 지원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MB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재판에 넘기는 공소장에 시형씨를 배임 혐의와 관련해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하루 전날 새벽에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은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며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에 앞서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수사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수사에 적극 임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를 전부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은 현재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건 그의 전략 중 하나겠지만 주변 가족들에 대한 수사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의 가족들은 이미 범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가족에 대한 수사 가능성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향후 재판 과정
불리하게 작용

지난달 23일 오전 12시경 이 전 대통령은 동부구치소에 도착해 독방에 수감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이 구속하는 주요 사건 피의자들 대부분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용된다. 

그러나 서울구치소에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에 결정적인 증언을 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수감돼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곳에 있어 이 전 대통령마저 이곳에 수감된다면 경비 부담이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가 아닌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동부구치소에는 현재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던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

구치소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교도관에게 인적사항을 짧게 밝히고, 간단한 건강검진과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어 휴대한 소지품을 영치하고 미결수 수의로 옷을 갈아입었다. 미결수 수의를 입은 건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 716번을 왼쪽 가슴에 달고 머그샷(수용기록부 사진)을 찍었다. 뒤이어 구치소 내 규율 등과 관련해 설명을 듣고 의류와 침구, 세면도구 그리고 식기세트 등을 받았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의 수용실을 배정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동부구치소 12층 독방서 생활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와 안전 등을 고려해 12층은 비웠다. 

수감된 공간은 10.13㎡ 면적으로 약 3평, 화장실 까지 포함하면 13㎡(약 4평) 가까이 된다. 일반 독거실은 약 2평 정도의 크기다. 방에는 TV와 거울, 이불, 매트리스,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선풍기 등이 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다. 77세로 고령인 나이에 자정이 지날 때까지 입소 절차를 밟았던 것을 고려한 까닭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일반 수감자와 같은 식단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서 공개한 동부구치소 수용자동 주간 식단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에 모닝 빵과 잼, 두유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를 받았다. 

점심에는 돼지고기김치찌개와 마늘쫑중멸치볶음, 조미 김, 깍두기가 제공된다. 저녁에는 감자 수제비국과 오징어젓갈무침, 어묵조림 그리고 배추김치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식사가 끝나면 세면대서 식판과 식기를 씻어 반납해야 한다. 일과 역시 일반 수용자들과 같다. 하루에 45분 정도는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다.

외부인 면회의 경우 하루 한 차례 15분정도 선에서 가능하다. 취침시간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30분까지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딸 주연씨 등은 구치소를 찾았지만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영치금만 넣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전 대통령은 강 변호사 등과 만나 향후 있을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회가 불발된 건 구치소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구치소를 비롯해 법무부 역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오전 이 전 대통령은 아들 시형 씨 등 자녀들을 만났다. 김 여사는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에는 독거실에 종일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논현동 자택서 가져온 성경책을 읽기도 했다. 

휴일에는 변호인 접견이 제한되기에 변호인은 따로 만나지 않았다.

MB주변인들
범죄 의혹도

26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일부 친인척들에 대해 면회금지 등 접견제한 조치를 취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상은 다스 회장과 공범으로 지목된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접견제한 조치를 받았다. 다만 친아들인 시형씨는 해당되지 않는다. 28일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온 아들 시형씨와 만났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신식 교도소에 수감된 MB

이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동부구치소는 작년 9월 새롭게 개소한 곳이다. 동부구치소의 옛 이름은 성동구치소였다. 

동부구치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색담벼락에 철조망이 가득한 교도소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 높은 벽 대신 개방형 울타리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또 기존의 실외 운동장 대신 실내 운동장을 설치했다. 

전국 교정 시설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져 깨끗하고 시설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 및 검찰청사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수>


<기사 속 기사>MB 구속에 복수의 칼 가는 정진석?

지난달 23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통령의 구속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이제 다들 속이 후련한가. 역사는 반복된다. 너희들 차례다”라며 특정인을 지목하는 듯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어코 손에 피를 묻혔습니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 전 대통령의 집 앞에 몰려가 환호작약했습니다. 퇴임한 지 5년 지난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것이 사법정의입니까”라며 되물었다.

 이에 24일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논평서 “더 이상 국민들의 화를 돋우지 말고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자중하기 바란다”며 맞받아쳤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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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