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서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데다 국제무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북한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작용한 덕분이다. 다만 급작스럽게 이뤄진 결정이라 남북 단일팀 구성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대형 이벤트다. 개최국으로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남과 북이 단일팀으로 올림픽을 치른다는 점이야말로 평창올림픽에 차별성을 부여한다.
어려워 보였던
단일팀 구상
당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북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된 까닭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뒤 상황이 급반전됐다.
북한의 참가 수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역대 올림픽 최초 남북 단일팀 성사가 최종 결정됐다.
지난달 21일 스위스 로잔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 참가 남북회의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에 참여하는 북한 선수단의 규모를 46명으로 승인했다고 말했다. 북한 역대 동계올림픽 최대 규모다.
애초에 북한은 선수 10명, 임원 10명을 파견할 예정이었지만 논의 끝에 선수 22명, 코치를 포함한 임원 24명으로 선수단 구성을 완료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2명, 쇼트트랙 2명, 알파인과 크로스컨트리 각 3명씩 이름을 올렸다. 북한 선수들은 5개 종목에 출전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에는 전체 북한선수 인원의 절반이 넘는 12명이 포함됐다.
단일팀 구성이 확정되면서 한국 선수 23명을 포함한 총 35명의 여자 아이스하키 엔트리도 확정됐다.
순식간 매듭진 단일 결론
북한 선수들 메달은 글쎄
올림픽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최초지만, 국제적인 이벤트나 세계선수권서 남북은 종종 단일팀을 구성한 적이 있다. 남북 최초 단일팀 구성은 1991년 일본 지바서 열린 탁구 제41회 세계선수권대회였다.
당시 남한 현정화와 북한 이분희를 주축으로 하는 남북단일팀은 여자 단체전에 나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 한 번의 단일팀은 축구였다. 1991년 포르투갈서 열린 20세 이하(U-20)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였다. 당시 북한 안세욱 감독, 남한 남대식 코치와 함께 18명으로 구성된 단일팀은 조 2위로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선수들은 참가에 의의를 둔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2010 밴쿠버 대회 이후 8년 만인데 이번에 평창에 올 북한 선수들은 대부분 국제대회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 나서는 렴대옥-김주식 조다. 이들은 세계선수권 대회서 15위권 정도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열렸던 2017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서도 15위를 기록했고, 2016년 4대륙 선수권에선 7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북한 선수들
메달 가능성은?
쇼트트랙 남자 500m와 1500m에 출전하는 최은성과 정광범은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고, ISU에 프로필조차 등록돼있지 않다. 최은성은 지난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준준결승까지 진출했고, 올 시즌 월드컵 1,2차 대회에 개인전 전 종목에 참가했다.
한국서 열렸던 4차 월드컵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알파인 스키에 출전하는 최명광, 강성일, 김련향도 국제대회 출전 경력이 많지 않다. 최명광은 지난해 이란서 열린 슈퍼-G 대회 출전해 11명 가운데 한 번은 10위, 한 번은 11위를 기록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김련향은 같은 대회서 10명 중 8위, 11명 중 10위에 그쳤다.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프리스타일에 출전하게 된 한춘경과 박일철, 여자 10㎞ 프리스타일의 리영금은 지난해 4월 러시아서 열렸던 대회에 출전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들은 모두 92명의 선수 가운데 90위권을 기록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화제성과 별개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메달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세계 랭킹 25위에 불과하다. 약체로 분류되는 한국보다 3계단 밑이고 전체적인 실력서도 한국 대표팀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해 4월 강릉서 열렸던 세계선수권 대회 디비전 2그룹A 4차전서 한국에 0-3으로 패했다. 세라 머리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달 16일 “아이스하키 3-0의 스코어는 축구의 3-0 스코어 차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와 단일팀 구성은 화제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고 이는 흥행에 긍정적인 요소다.
여기에 한국서 열리는 올림픽서 남북 단일팀이 함께 뛴다는 상징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지칭하고 이전 정부서 무너졌던 남북 관계를 다시금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해 대외 여론도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 연방 상·하원은 지난달 29일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초당적인 결의안을 각각 발의하고 의회 차원 지지를 모았다.
이번 결의안에는 한미 정상간 평화·안전 올림픽 개최 노력 합의,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평창 올림픽 지지 및 안전 올림픽의 확고한 공약 재확인, 한반도·동북아 평화와 번영 기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기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확실한 상징성
호의적인 시선
국내서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이 61%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지난달 31일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시민 인식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설문조사 전문업체인 마켓링크에 의뢰해 진행했다. 조사대상자는 연령과 거주 지역을 고려한 할당표집으로 선정했다. 응답률은 15.3%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 포인트다.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1074명 가운데 북한 선수단 참가, 남북 공동 응원에 대해 각각 61%, 58%가 긍정적 의견을 밝혔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예상치 못한 잡음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문제였다. 기존에 국가대표로 피땀 흘려 노력했던 선수들의 박탈감은 고려하지 않고 단일팀을 밀어 붙이는 모양새는 공정한 경쟁을 무시한 북한의 무임승차로 비춰졌다.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출전하는 경기에는 엔트리 22명 가운데 북한 선수 3명이 의무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결국 우리 선수 3명이 엔트리서 제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촉박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단일팀을 구성하는 데 있어 소통이 부족했고 일방적인 비난이 들끓었다. 여기에 이낙연 총리의 “어차피 메달권이 아니다”라는 발언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화해 분위기 조성 상징성 충분
올림픽 끝나면 다시 ‘안갯속?’
공교롭게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확정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60%대 아래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2∼24일 전국 성인 15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지난주 주간집계보다 6.2%포인트 내린 59.8%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청와대로 입성한 문재인정부가 단일팀 구성 과정서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뒷따랐다.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완화된 남북 긴장관계가 순식간에 돌변하지 말란 보장도 없다. 평창서 보여준 남북의 우호기류가 올림픽 이후 급격하게 식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이미 북한은 대회 개막 하루 전인 오는 8일 건군절 열병식을 치르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평창을 주시하고 있을 때 다시금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북한의 전형적인 이중적 행보라는 평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남북의 사이가 악화되면 현 정부는 역풍을 피할 수 없다.
한편 평창동계올림픽에는 대규모 북한 응원단이 파견된다. 오는 8일과 11일 각각 서울과 강릉서 북한예술단 공연이 잡혀 있다. 태권도시범단의 경우 서울 공연은 물론이고 평창올림픽 개막식 식전 공연 여부도 합의 중이다.
공정성 흠집
예상 못한 잡음
하지만 남아 있는 남북 합의 사항이 모두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북한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개막을 20여일 앞둔 상황서 응원단 파견을 철회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