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쇠고랑 찬 최경환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11 14:45:34
  • 호수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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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던 새도 떨어뜨린 그가 떨어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날아다니던 새도 떨어뜨렸다. 아무도 건들지 못했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친박(친 박근혜) 핵심으로 최고의 실세였다. 그런 그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권력이 얼마나 덧없는지 보여주는 가장 드라마틱한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정권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던 2014년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를 빼내 조성한 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최 의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온탕 냉탕
왔다 갔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현역 의원이 구속되는 것은 최 의원(같은 날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도 구속됐다. 관련 내용은 박스 기사 참고)이 처음이다. 20대 의원 중에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금품비리 의혹에 연루돼 구속된 같은 당 배덕광 의원 이후 두 번째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최 의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지난달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의원은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을 상납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지난 2014년 10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승인을 받아 최 의원에게 직접 1억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원장도 관련 혐의를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당시 야권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축소를 요구하자 국정원이 당시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장관이었던 최 의원에게 로비 일환으로 특수활동비를 건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최 의원은 강하게 부인했다.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자리서 “검찰이 나를 죽이는 데 혈안이 돼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뇌물 혐의가)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서 할복 자살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뇌물 받았으면 할복하겠다더니…
국정원 돈 1억 수수 혐의로 구속

최 의원은 의원총회 참석 등의 핑계를 대며 3차례에 걸쳐 검찰의 소환통보에 불응했다. 그러다 “12월5일 또는 12월6일로 일정을 조정해주시면 성실히 수사받겠다”고 했다가 지난달 6일에야 검찰에 출석했다. 

당시 검찰은 최 의원의 재조사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20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최 의원은 3시간가량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았다. 그의 구속으로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 활로가 열린 양상이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간 최 의원 신병을 확보한 상태서 보강 조사를 벌인 뒤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3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4일에 검찰이 추가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서 받은 돈을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운영한 의상실 관리비, ‘문고리 3인방’등 측근 격려금, 삼성동 사저 관리비, 기치료 주사 등 비선 진료비로 쓴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 국정원 상납금 가운데 상당액이 최순실씨에게 흘러간 흔적도 포착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최 의원이 구속된 데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은 ‘사필귀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원내 주요 정당들은 이에 일제히 논평을 내고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최경환·이우현 의원의 구속은 사필귀정”이라며 “자유한국당은 함구하지 말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두 의원의 신병처리 과정서 자유한국당의 태도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여야 3당이 합의했고 ‘대선 공통공약’이었던 개헌특위 연장 문제를 시작으로 민생법안을 가로막으며 임시국회를 파행시켜 결과적으로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던 바 있다”고 꼬집었다. 

사필귀정 지적
당은 묵묵부답

지난달 임시국회 파행 국면을 언급하며 ‘현행범이 아닐 경우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는 면책특권(불체포특권)에 따라 사법 처리가 미뤄져왔음을 재차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사필귀정이다. 전 정권 최고 실세였던 두 의원이 국민이 부여한 자리와 권한을 남용해 본인들의 사리사욕 채우기에 급급했던 정황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며 “국회의원직과 정부직을 이용한 범죄라면 일벌백계 차원에서라도 엄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의 핵심 세력들이 연일 검찰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며 “‘국정원 특활비’ ‘공천헌금’ 모두 자유한국당을 넘어 전 정권과 연관된 적폐인 만큼, 검찰은 이번 구속수사를 통해 혐의와 관련자들을 명명백백히 드러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자유한국당 또한 정치보복이라는 식의 물타기는 그만두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적폐본산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구 여권이던 바른정당도 최·이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정치권 동향에 함께하는 모습이다. 

권성주 바른정당 대변인은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논평을 시작하면서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불법을 자행한 것은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이어 “부패한 권력남용이 만든 환부를 뿌리까지 도려내고 국민 신뢰의 씨앗이 심겨지길 기대한다”라며 “검찰은 철저하고 균형 잡힌 수사를 통해 정치권의 잘못된 폐습을 도려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최 의원과 이 의원 구속은 개인적인 불명예인 동시에 정권 교체를 전후해 가속화한 친박 세력의 ‘정치적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대 정치권에서 실세로 꼽힌 인물은 많다. 하지만 최 의원만큼 공식·비공식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발휘한 이는 많지 않다.  

최 의원은 수많은 친박 정치인 중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은 핵심 실세로 꼽힌다. 그는 전 정권 기간 옛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역임하며 막강한 정치적 권한을 손에 쥐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박 전 대통령은 사석서 그에게 “성이 최씨라 최측근이냐”는 농담도 했다. 

최 의원은 1955년 2월27일 경북 경산서 태어났다. 1973년에 대구고를 졸업하고 같은 해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 재학 중인 1978년 제22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했다.

1980년에 청도군청서 행정사무관 시보로 근무하다가 1980년부터 1994년까지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대외경제조정실서 근무했다. 경제기획원 근무 중인 1984년에 위스콘신대 대학원에 입학, 1986년에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91년에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재정경제원 국고국 서기관으로 근무하다가 1995년 런던에 있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귀국해 1997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보좌관, 1998년 4월부터 1999년 5월까지 예산청 기획관리실 법무담당관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이후 “공무원 생활이 답답하다. 다른 일을 하겠다”며 <한국경제신문>에 들어갔다. 1999년 5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2002년 4월부터 2002년 9월까지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을 맡았다.

나락으로∼
전 정권 실세

그를 정치권으로 이끈 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이회창 전 총리였다.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이 전 총리의 경제특별보좌관이 됐다. 

2004년 17대 총선 때 고향인 경북 경산·청도에 출마해 배지를 달았고, 20대까지 네 번 내리 당선됐다. 2004년 6월부터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제4정책조정위원장과 수도이전문제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본선보다 예선이 더 치열했던 17대 대선 전 2007년 한나라당 경선서 그는 박근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당시 캠프서 그와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한 김무성·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멀어졌지만, 그는 초지일관 최측근이자 실세였다. 보스 기질이 있어 단순 참모 역할 그 이상을 했다. 

적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를 눈여겨봤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로 발탁했다가 2009년엔 아예 지식경제부장관에 앉혔다. 당시 친이(친 이명박)계가 친박계를 배려하는 상징성을 가진 인사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의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은 변하지 않았으며 2012년 대선 때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 자연스레 박근혜정부 출범 뒤엔 최고 실력자가 됐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5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그 1년 후엔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됐다.

온갖 의혹서도 살아남았는데… 
2년 만에 실세 부총리서 추락

명실상부한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였다. 당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지경부장관 시절 기획조정실장), 서승환 국토해양부장관(연세대 경제학과 75학번 동기), 최양희 미래부장관(지경부 산하 R&D 전략기획단원) 등은 모두 최 의원과 인연이 있었다. 

시중에선 최 의원의 이름을 빗댄 ‘초이 노믹스(Choinomics)’란 말이 등장했다.

장관의 이름을 딴 경제 정책은 사상 처음이었다. 주택담보 인정비율(LTV)·총부채 상환비율(DTI) 완화 등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41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등 부동산 살리기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20대 총선 당시 그는 이른바 ‘진박 감별사’가 됐다.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도록 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발언한 뒤 최 의원이 지원유세를 간 후보는 진실한 친박, 곧 진박 후보가 됐다. 

총선 결과는 자유한국당의 패배. 이후부터 최 의원의 정치 인생도 내리막길을 탔다. 탄핵국면이 시작되면서는 추락하는 데 가속도가 붙었다.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3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최 의원 사무실서 일했던 인턴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이사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그동안 외압을 부인해왔다. 

그런데 법정에선 최 의원이 그냥 채용하라며 외압을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사장은 법정서 “두 번이나 성적을 조작했고 ‘그냥 해!’라며 강제로 면접서 통과시켰다”고 증언을 한 것. 

다음은 누구?
정치권 긴장

최 의원은 “그런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채용 부탁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3월 검찰은 최 의원이 자신의 의원실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이를 채용토록 중소기업진흥공단에 강요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 의원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 수수혐의가 유죄 팔결이 날 경우, 그의 화려한 정치 인생은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1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았을 경우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속된 또 다른 친박 이우현 의원 혐의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10억원 넘는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등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4일 새벽 이 의원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 의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의원은 20여명의 지역 정치권 인사나 사업가 등으로부터 10억원 넘는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미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을 지낸 이 의원에게 시장 공천 청탁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5억5000만원을 건넨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 공모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이 의원에게 한국철도시설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2000만원을 제공한 전기공사 업자 김모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한전산업개발 임원을 지낸 윤모 전 한국자유총연맹 부회장이 이 의원에게 약 2억5000만원을 준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의원의 옛 보좌관 김모씨와 불법 다단계 업체 IDS홀딩스의 유착 관계를 수사하는 과정서 '금품수수 리스트'를 확보해 관련 의혹을 수사해왔다. 이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이 정치권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이 의원이 받은 자금 가운데 일부는 이른바 '공천헌금'의 성격이 의심되는 데다 이 의원이 친박계 중진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IDS홀딩스와의 관계 등을 고리로 수사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일부 돈이 오간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후원금일 뿐 대가성 있는 돈이 아니었으며 공여자들과의 접촉은 보좌관이 한 일이라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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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