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나홀로 대박’ 오너들 -문창복 대창스틸 회장

회사는 뒷걸음, 그래도 챙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 오너 일가에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반칙’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배당 논란이 재연됐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고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를 짚어봤다.
 

대창스틸의 후한 배당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수십년간 이어온 흑자행진이 지난해 중단됐음에도 회사는 통 큰 배당을 멈추지 않았다. 배당금 대부분은 오너 일가에 귀속됐다. 대주주 배불리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 상관없이

1980년 창립된 대창스틸은 포스코로부터 코일 형태의 강판 소재 등 원자재를 공급받아 자동차와 전기가전, 건설 등의 다양한 형태로 가공한 뒤 판매하는 포스코 가공센터다. 포스코로부터 냉연과 열연을 공급받는 가공센터 24개 기업 중 4번째로 큰 규모로 자동차, 전기전자 제조업체, 건설사 등 200여개에 달하는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다. 

아산, 파주 등을 포함한 5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중국에 해외출자 법인이 있다. 

대창스틸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한국GM, 쌍용차, 기아차 등 자동차 3사에 대한 과도한 매출 의존도가 약점으로 꼽히지만 35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등 경영성과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흑자행진은 지난해 중단됐다. 영업손실은 14억원, 당기순손실은 45억원에 달했다. 2015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8억원, 4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 악화다. 
 

적자로 전환하면서 이익영여금도 감소했다. 대창스틸은 매년 순이익이 착실히 쌓인 덕분에 안정적인 수준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한 상태였다. 2015년까지 쌓인 이익잉여금은 947억원. 하지만 지난해 순손실의 여파로 보유분이 891억으로 줄었다.

순손실에 변함없는 돈잔치
지분 7할 쥐고 좌지우지

그럼에도 대창스틸은 배당을 멈추지 않았다. 2016회계연도 사업보고서 분석결과 대창스틸은 주주들에게 21억8400만원(1주당 배당금 150원)의 배당금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총액 규모는 흑자행진을 이어가던 2014년, 2015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배당 규모를 책정하는 데 실적을 반영하는 일반적인 상장사의 모습서 한발 비껴나 있다. 

흑자행진을 벌이던 2015년까지 대창스틸이 책정해 온 배당 규모 역시 통상적인 기준치보다 높았다. 최근 5년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총액의 비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통상 국내 상장사 배당성향은 10∼20%대, 비상장사는 30∼50%대에 몰려 있다. 

상장사인 대창스틸은 이 범주를 한참 초과한 고배당성향을 나타낸다. 2012년 30.58%, 2013년 32.29%였던 배당성향은 2014년 무려 150.18%를 찍은 뒤 2015년 46.76%로 조정됐다. 순손실을 기록한 지난해는 배당성향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회사 자금을 까먹으며 주주들에게 돈을 지급한 꼴이다.


공교롭게도 대창스틸의 고배당 정책은 오너 일가에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안겨줬다. 지난해 말 기준 대창스틸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오너 일가 4인이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창복 회장이 지분율 38.72%(564만주)로 최대주주에 등재돼있으며 문 회장의 부인인 김복녀씨(25.54, 372만주)가 2대주주다. 3대주주는 문 회장의 친척 문정훈씨(8.42%, 122만6050주)와 문 회장의 형수 송수자씨(3.61%, 52만5450주)까지 포함하면 오너 일가 지분율 총합은 76.29%(1111만1500주)에 이른다. 

8할에 가까운 회사 주식을 통해 오너 일가는 쏠쏠하게 배당금을 챙겼다. 지난해 문 회장은 8억4600만원, 복녀씨는 5억5800만원, 정훈씨는 1억8390만원, 수자씨는 7881만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수령했다. 오너 일가에 귀속된 배당금의 총합이 16억6672만원이다. 

반면 전체 주주수의 99.78%(2741명)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는 회사 주식의 15.42%(224만5801주)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받은 배당금의 총합은 3억3678만원 수준으로 2대주주인 복녀씨의 수령액보다 적다. 이마저도 수자씨 몫이 포함된 값이다. 

곳간 채우기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오너 일가로 향한 배당금총합은 약 70억원에 달한다. 문 회장과 복녀씨가 47%, 31%씩 주식을 보유했던 2012과 2013년에는 배당금총액이 각각 12억원씩 책정됐고 이 가운데 9억3600원이 오너 일가로 귀속됐다. 상장이 이뤄진 2014년부터는 회사 지분구조가 지금 형태로 고착화되면서 지난해까지 동일한 배당금이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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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