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쫓겨난 MBC 사장 버티는 KBS 사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1.22 10:27:41
  • 호수 1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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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방송국…시청자도 뿔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장겸 MBC 사장이 취임 259일 만에 해임됐다. 반면 고대영 KBS 사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혀 KBS 총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방송문화진흥회는 “김장겸 MBC 사장을 해임한 것은 MBC를 하루빨리 정상화함으로써 국민의 시청권 및 알 권리를 복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가 2차례의 표결 연기 끝에 지난 13일,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안을 가결했고, 이는 MBC 주주총회서도 통과됐다. 올해 2월 28일 취임한 김 사장은 259일 만에 ‘전 사장’이 됐다. 

총파업 71일만
8개월만에 해임

방문진은 공식입장을 통해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MBC의 방송 파행에 깊이 책임을 통감하며 더 이상 MBC의 이러한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민의 시청권 및 알 권리를 복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새로운 사장 선임을 통해 붕괴된 MBC의 공영성, 공정성, 공익성과 망가진 조직을 복원하고 빠른 시일 내에 MBC를 정상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바로잡아야 할 것을 바로잡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국민과 시청자 앞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방문진이 지난 1일 낸 김 전 사장 해임안을 보면, 해임 사유는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훼손 ▲MBC를 정권 방송으로 만든 것 ▲노조 탄압과 인권 침해 ▲시대에 역행하는 리더십 ▲방문진 경영지침의 불이행 ▲신뢰와 품위의 추락 ▲무소신·무능력·무대책 일곱 가지였다.  


이후, 방문진은 ‘MBC 사장 해임 결정문’을 지난 14일 공개(작성은 13일)했다. 방문진은 김 전 사장이 ‘김재철 체제’였던 지난 2011년 정치부장을 시작으로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을 거쳐 사장에 올랐고, 그 과정서 저지른 방송 공정성 훼손·노조 탄압 등의 언행도 두루 살폈다. 

지난 9월4일부터 71일째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는 김 사장 해임을 환영하며 지난 15일부로 파업을 중단했다. 

MBC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김 사장의 해임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회복을 염원하는 촛불의 명령”이라며 “국민과 시청자들이 열어 준 공영방송 복원의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9년 집권 세력과 언론 부역자들이 공영방송을 장악한 역사를 가감 없이 기록하는 보고서(가제 <MBC 방송장악 백서>)를 작성 중이다. 현장을 목격한 조합원들의 증언과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다는 원칙이다. 
 

지난 9월 총파업 돌입 이후 준비 작업을 거쳐 각 부문 별로 기초 자료 수집과 1차 원고 작성 등이 마무리되고 있다. 

방문진 김장겸 해임…사유 7가지
일부 프로그램 제작 거부는 지속

이후 <MBC 재건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공영방송으로서 MBC가 지향할 가치에 대한 새로운 강령과 규범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위법 경영 철폐 및 의사결정 투명성과 합리성 제고 방안 ▲지역 MBC 사장 선임제 개선 등 수평적 네트워크 복원 방안 ▲비정규직·중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환경 개선 방안 등도 담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편성규약 개정과 공정방송 조항이 명시된 단체협약 체결 등에 대한 계획이 그려질 전망이다. 

김 사장은 MBC를 망친 장본인으로 지목돼왔다. 그는 정치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문화방송 브라운관 뒤에서 뉴스 보도를 지휘했다. 

그가 주요 이력을 쌓아올리는 동안 MBC 뉴스는 계속 망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성공’할수록 MBC는 ‘추락’한 것. 

정치부장 시절 각종 정치 이슈와 선거 관련 보도를 편파적으로 방송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을 여야 공방으로 다루고 청와대 해명 전달에만 급급했으며 한미 FTA 반대 집회 보도를 누락했다. 

장관 인사청문회 의혹을 축소하는 등 철저한 친정부적 행보를 보였다. 2012년 대선서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을 아무런 검증 없이 날조해 보도한 사례는 MBC 사상 대형 오보로 기록됐다. 정상적인 방송사라면 정치부장인 김 사장을 경질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는 2013년 봄에 보도국장으로 승진했다.

재임 기간 동안
편파·왜곡 보도

2013년에 보도국장으로 승진한 김장겸은 그해 5월,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을 철저히 누락했다. 구속 기소된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스트레이트 기사조차 다루지 않았다.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편집회의서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는 패륜적 발언을 일삼기까지 했다.

논란이 있음에도 2015년에는 보도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그 뒤 메인뉴스 <MBC 뉴스데스크>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에도 KBS·SBS는 물론 처세술의 일환이기는 하나 보수 색채를 띄는 TV조선, 채널A, MBN까지도 제대로 보도하는 마당에 MBC는 이들과는 달리 축소·은폐·지연·받아쓰기 보도로 일관해 비난에 휩싸였다.
 

김 사장은 PD와 기자들을 자기 분야가 아닌 스케이트장, 주차장 관리로 보내는 등 상식 밖의 노동행위도 했다.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김 사장과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박용국 미술부장 등 6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지난 9월28일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서부지청은 ▲노조원 부당전보 ▲육아휴직 노조원 로비 출입 저지 ▲노조 탈퇴 압박 ▲기간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 지급 ▲고용부 허가 없이 임산부에게 야간·휴일 근무 지시 ▲근로기준법을 초과한 연장근로 지시 등을 이들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 사례로 들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지난 6월 서울서부지청에 MBC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고, 고용노동부는 6월29일부터 7월14일까지 특감을 진행했다. 현직 언론사 사장으로는 이례적으로 김장겸 사장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반면 고대영 KBS 사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KBS 사장의 임기 보장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켜내는 데 필요한 마지막 법적 보루”라고 밝혔다. KBS의 총파업이 74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파업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KBS와 동시에 파업을 시작해 73일 만인 지난 15일 '김장겸 체제'를 끝내고 새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MBC와 대조를 이룬다.

이인호 KBS 이사장은 지난 15일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파업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이사장은 “온갖 불법적이고 굴욕적인 폭압과 회유가 있었지만 임기도중 사퇴한다는 것은 KBS가 직면한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안 된다”며 “(자진 사퇴는) 이 나라의 공영방송 지킴이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파업중인 새노조를 향해 “방송노조 스스로가 정치권력화했다”며 “방송장악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 이사장은 자신과 함께 새 노조의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고 사장을 향해서도 “노조의 사장 퇴진 요구가 부당하더라도 사원들과 대화와 상호배려의 끈을 놓지 말라”고 말했다. 임기 도중 사퇴하지 말라는 당부인 셈이다.

이날 이사회에 출석한 고 사장도 현재 새노조의 파업의 정당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법률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회사는 불법으로 보고 노사관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본인의 거취를 묻는 여당의 질문에 “법과 원칙을 따르겠다”면서도 “KBS 사장으로서 정치적 격변기가 있을 때마다 KBS 사장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바뀌는 것을 제 선에서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 새노조는 “이인호 KBS 이사장이 고대영 지키기를 선언했다”며 “우리의 파업 이유는 이 이사장 당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사회 스스로 거수기를 자처하며 부역하는 동안 KBS는 삼류방송으로 전락했다”며 “KBS를 망쳐놓은 당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새 노조의 압박에도 이 이사장과 고 사장이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KBS 파업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새 노조 요구대로 고 사장을 퇴진하기 위해서는 KBS 이사회 구도가 바뀌어야 한다. KBS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다.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송법에 규정돼있지 않지만 관행상 여야가 7대4 구도를 맞춰왔다.

다음 사장은?
벌써 하마평

당초 4대7이었던 여야 구도는 지난 10월 야권 추천의 김경민 이사가 사퇴한 데다 방통위의 후임 추천으로 조용환 변호사가 선임되며 5대6으로 바뀌었다. 야권 추천 이사 1명만 바뀌면 재적이사 과반 찬성에 의해 이사장 불신임 및 사장 해임안 처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 야권 추천 이사 6인 중 새 노조의 집중적인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강규형 이사는 노조의 회유에 물러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강규형 이사는 전날 이사회서 “언론노조가 제가 근무하는 명지대학교에 징계요청서까지 보냈는데 이미 학교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학교를 그만두더라도 KBS 이사 임기는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이사는 본인을 명예훼손하고 압박한 새노조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학교를 그만두고 많은 소송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데 KBS서 대줄 수 없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 사장은 “개인의 명예훼손 관련 소송이고 업무 관련성이 없으면 KBS가 대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고 사장 역시 KBS를 망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 사장이 국회의원의 질의를 두고 보도본부장에게 “답변하지 마”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상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가 2014년 7월 직원들 상대로 벌인 ‘사장 후보 부적격자’ 투표에서 83.6%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고대영 사장. 

그는 후배 기자 머리채 잡기, 폭행, 막말, “유배 보내겠다”는 인사 협박, 골프 접대 받기, 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후배 기자의 특종 누락 등을 하면서 2008년 9월∼2015년 10월 승진을 거듭해 사장에 올랐다.

‘절대로…’ 사임 뜻 없는 고대영  
‘절대사수’ 이사회도 지키기 나서

고 사장이 국정감사장서 “답변하지 마”라고 보도본부장에게 지시한 내용은,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4차례 전화해 해경 비판 자제를 요구한 녹음파일이 공개되고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은 이유였다. 

김 전 보도국장과 이 의원의 대화 녹음파일은 지난 6월 이미 공개됐다.
 

또 2011년 9월14일 위키리크스에서는 고 사장이 미 대사관의 잦은 연락선이라고 폭로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고 사장이 보도본부장으로 있을 당시 민경욱 <뉴스9> 앵커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낙관하며 미국에 각종 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 전문 가운데 2007년 9월19일자 미 대사관발 비밀 전문(confidential)을 보면, 고 사장이 ‘미 대사관의 잦은 연락선’(frequent Embassy contact)으로 적혀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사드 관련 보도에도 개입했다. 고 사장은 임원회의서 사드 관련 KBS 뉴스해설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보도본부와 해설국 차원서 2명의 해설위원들에게 주의를 주고 인사 조치를 통보했다. 

고 사장은 당시 <뉴스광장>서 방송된 ‘사드 배치 결정… 과제는?’ 제목의 ‘뉴스해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사장은 또 보도국장이던 2009년 5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보도 협조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 사장은 KBS 담당 I/O(정보관)이 2009년 5월7일자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협조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파업 73일째
KBS는 언제쯤?

이 과정서 KBS 담당 I/O가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보도국장이 고 사장이었다. KBS 당시 보도국장이 현금을 수수하고 보도를 하지 않은 행위는 뇌물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고 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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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