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푹 빠진 대한민국③

대한민국이 한탕주의에 빠진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봉에 쪼들리고 빚에 치여 텅 빈 통장잔고를 한방에 채워보겠다는 희망이 이들을 각종 사행성 게임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 끝 모를 경제난은 사행산업의 최대 호황기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각종 사행산업이 크게 성장하게 된 것. 이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 서민들은 도박중독과 함께 마지막 희망까지 잃어버리는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방을 노리다 한방에 무너진 서민들의 사연을 통해 도박공화국의 실태를 조명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떨어져 지방에서 살고 있는 A양(19)은 아버지의 도박중독 때문에 가정이 휘청거린다고 호소한다.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은 지난 5월. 그때는 매달 자신과 어머니에게 오던 생활비가 2개월째 끊긴 상태였다.

사업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A양의 생각이 틀렸단 걸 알게 된 것은 친척들에게 빚 독촉 전화가 오고부터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보내야 한다”며 1억원에 가까운 돈을 여러 친척들에게 나눠 빌렸고 돈을 받지 못한 친척들이 A양의 어머니에게 독촉전화를 한 것.

일확천금 꿈꾸다 패가망신 빚쟁이 전락

A양의 아버지가 1억원이 넘는 돈을 날린 까닭은 강원도 카지노에 출입을 하기 시작해서다. 올해 초부터 사업이 조금씩 기울면서 자금난을 겪던 아버지는 우연한 기회에 카지노에 출입하게 됐고 게임으로 돈을 따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잃는 돈이 커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채를 빌려 쓰는 바람에 카지노를 뜨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다 A양의 이모, 삼촌 등 친척들에게까지 손을 벌렸고 그 돈을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친척들이 A양의 어머니를 압박한 것이다.

A양은 “이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다”며 “한탕을 노리고 가족들마저 등진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A양의 아버지처럼 많은 이들이 ‘한방’을 노리고 각종 사행성 게임에 발을 들이고 있다. 사행성 산업이 다양화되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도박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사람들마저도 쉽고 가볍게 도박에 빠져들고 있어 사행성 게임으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이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행성 게임 중 하나는 경마다. 경마는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시작이 다른 것들보다 쉽다는 이유에서 많은 이들이 발을 넣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 받은 습관성 도박자 치료센터인 ‘유캔센터’의 방문상담 내담자 조사 결과, 전체 9백50명 가운데 24.2%인 2백30명이 처음으로 경마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별 생각 없이 시작한 경마는 많은 이들을 중독에 빠지게 만들고 또 다른 도박에 손쉽게 접근하는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경마장에서 수억 원을 잃은 30대가 ‘경마장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3일 한국 마사회에 협박전화를 건 혐의(협박)로 김모(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쯤 한국마사회 콜센터에 휴대전화를 걸어 “안산경마장을 불을 지르고 내 인생도 끝내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그는 안산시에 있는 TV경마장에서 지난 12년 동안 4억원 상당을 탕진하자 술에 취해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준 의원은 “국가가 법률로 인정하는 레저스포츠가 도박 중독의 가장 커다란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라며 “경마가 도박의 수단으로 전락해서 많은 국민들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이용객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강원랜드 카지노의 순 매출액은 5천1백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천7백12억원)보다 39.3% 증가했다. 올해도 이용객은 꾸준히 늘어 지난 9월 한 달 입장객이 7천6백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백명 늘었다.

강원랜드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작용도 심각하다. 도박빚에 쫓기다 자살하는 사람들과 돈을 잃어 강원랜드를 떠나지 못하고 노숙자로 전락하는 이른바 ‘카지노 노숙자’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송훈석(무소속)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강원랜드 실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랜드 개장 이후 모두 25명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한해에만 모두 6명이 도박빚 때문에 자살했다.

송 의원은 “집계된 25명의 경우 유서, 주변탐문 등으로 사유가 도박빚 등으로 밝혀진 사례이며 실제 자살자는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사감위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지노 노숙자도 급증하고 있다. 카지노 노숙자 수가 서울지역 노숙자의 수인 3천여명과 비슷한 2천여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선 지역의 전체 범죄에서 사기, 절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4.3%, 2005년 27.5%, 2006년 31.5%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탕주의의 상징인 로또 판매율도 증가하고 있다. 매년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던 로또판매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 경기불황속에서 복권판매율이 증가한다는 속설지난 9월5일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이 로또를 판매하고 있는 전국 1백50개 자체 점포의 로또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로또 판매율이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카지노 이용객 늘면서 카지노 노숙자 2천명 육박

세븐일레븐 측은 “로또가 1게임당 2천원에서 1천원으로 낮아진 2004년 8월 이후 2005년 12.2%, 2006년 -22.6%, 2007년 -12.5%의 저조한 판매율을 나타낸 반면 물가상승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올해 4월부터는 오히려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7, 8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각각 4.7%, 8.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안방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도박의 규모가 커진 것도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도박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긴 배경에는 바다이야기 철퇴 사건이 있다. 풍선효과로 인해 단속과 법망을 교묘히 피할 수 있는 사이버공간으로 도박장이 옮겨온 것. 때문에 온라인 도박사이트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12월 기준(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으로 1천6백여 개가 넘는 도박사이트가 음지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온라인 도박 검거건수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정갑윤 의원(한나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검거건수는 2004년 64건, 2005년 2백77건이었던 것이 2006년 5천8백74건, 2007년 2천7백14건, 2008년 8월까지만 2천4백6건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온라인 도박과 관련된 이들은 검거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발이나 단속이 쉽지 않은 탓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이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다는 것.

이들은 국내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도박사이트 개설이 자유로운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지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를 운영해 설사 적발된다 하더라도 교묘하게 단속의 손길을 피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1주일에 한 번씩 IP주소를 바꿔 단속에 혼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사이트 운영자들 대부분이 대포통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사행성게임은 많은 이들을 도박중독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카지노와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사행산업 이용객의 절반 이상이 도박중독자라는 조사결과로도 나타난다.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분석’에 따르면 카지노 이용객의 79.3%가 당장 치료가 필요하거나 상담을 해야 하는 도박중독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조사 의뢰한 ‘사행산업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인구의 도박중독 유병율은 9.5%(문제성 도박자 2.3%, 중위험도박자 7.2%)인 3백5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인 10명 중 1명이 도박에 중독되었거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명 중 1명 도박중독자 치유기관 절대 부족

도박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상담을 받은 이들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운영 중인 도박중독 치료 및 예방센터를 찾은 상담자가 2004년 대비 4.3배나 증가한 것.

송훈석 의원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각각 운영 중인 도박중독센터의 상담자가 2004년 1천8백41명에서 지난해 7천9백70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늘어나는 도박중독자만큼 그들을 치유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현재 도박중독자들을 위한 시설의 대부분은 카지노, 경마 등 사행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도박, 불법사행게임 등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시설은 전무후무한 것이 현실이다.

한편 정부는 사행사업 연간 매출액을 14조원 선으로 제한시키기 위해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사행산업 매출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행산업 총수익 비중 0.67%를 단계적으로 낮추어 2011년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인 0.58% 수준에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사행산업 영업장 허가?승인시 위원회와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관련법을 추진하고 이용객의 과도한 베팅을 막기 위해 고객전용 전자카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경마?경륜?경정 장외발매소(매장) 운영제도를 개선하고 사행산업 광고 규제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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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