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시 들어간 원세훈 전 국정원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9.04 11:06:14
  • 호수 1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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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칼끝은 MB로 향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또 구속됐다. 법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서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2심과 마찬가지로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4년간 공판 끝에 드디어 ‘막장’이 보이고 있다. 대법원 상고심만 남았다.
 

국가정보원 ‘댓글부대’를 조직해 2012년 대선과 총선에 개입하고, 이명박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여론전을 벌인 혐의(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댓글부대 조직
대선·총선 개입

국정원 댓글 사건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 과정서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은 12월11일 국정원의 직원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서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인 문재인에 대한 비방글을 올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민주당 당원과 기자들은 국정원 직원이라고 추정되는 해당 직원의 오피스텔을 방문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20여명의 인원이 오피스텔 복도 앞을 점거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측은 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정치 현안과 관련된 내용을 게시하는 것은 불법선거라며,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오피스텔을 방문했다. 


하지만 국정원이라고 추정되는 여성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 또한 정식 수색영장이 없는 상태인 만큼 강제 집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면 현행범에 해당되므로, 즉시 문을 열게 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국정원 직원은 민주당이 자신을 감금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문을 열지 않았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직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조사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밤 사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일명 국정원 댓글녀 혹은 국정원 댓글 알바라는 내용이 화제가 됐다. 국정원 대변인은 12일 새벽, 기자와 당원이 지키고 있던 오피스텔 복도서 “국정원 직원 개인 컴퓨터 등에 대해 이르면 12일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이 입장 발표 후 댓글 알바로 의심받은 국정원 직원은 “정치 중립을 지키고 있으며 대선 관련 댓글을 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구속, 석방…4년8개월 끝 결국 구속
파기환송심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

다음날 서울 수서경찰서는 해당 인물이 사용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하게 했다. 일주일 뒤 수서 경찰서는 댓글 알바 논란에 휩싸인 해당 국정원 직원을 소환조사했다. 


경찰청은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대선후보에 관련된 글의 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중간발표를 했다. 여론은 봐주기 수사 등 의혹을 내세우며 경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IT전문가나 네티즌들은 웹캐시 등 댓글 증거를 확보하며 인터넷에 공개하는 한편, 경찰 측에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사 당국은 댓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진 6개 포털사이트와 32개 언론사에 통신자료 내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3년 1월3일 수사당국은 국정원 직원이 99회 걸쳐 대선에 관련한 댓글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국정원 직원을 재소환하며, 조사당국은 기존 중간 브리핑과 달리 해당 국정원 직원이 정치성향 댓글 49개를 달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그냥 세봐도 100개는 넘는다”며 경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했다.

부실수사 의혹이 거세지면서 민주당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했다. 국정원은 이에 맞서 민주당에 제보한 전직 국정원 직원인 김씨와 현직 직원인 정씨를 직무상 기밀누설에 따른 국가정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2월20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수사에 착수했다.

4월1일 민주당은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원을 이용해 국내 정치 관여 및 직권남용 등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했다. 18일 수서 경찰서는 국정원 직원 김씨 외 3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원 전 원장을 수사할 특별수사팀도 만들었다. 하지만 수사에 진척은 없었다. 이에 당시 수서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했던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국정원 수사에 윗선이 개입됐다”고 내부고발을 했다. 불이 발등에 떨어진 검찰과 경찰은 이종면 전 국정원 3차장을 시작으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발표했다.

모르쇠 일관
판결에 반발

당시 특별수사팀은 대검찰청에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모두 적용해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중간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를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으나 법무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리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검찰과 법무부가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놓고 의견충돌을 벌인 것이다. 

이후 채 검찰총장은 혼외자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퇴했으며 팀별수사팀은 외압을 받는다.

국정원은 지속적으로 댓글 개입에 대해 대북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선에 관련된 것이 1281회, 정치 관련은 435회, 대북심리전인 북한과 종북에 대한 것은 143회에 불과했다.


7월1일 여당과 야당은 7월2일부터 45일로 계획된 국정원의 국정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부분은 대선 개입 의혹 일체, 전현직 직원의 비밀누설문제, 국정원 여직원(감금 주장)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이다. 

하지만 특별위원의 선정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갈등하며 15일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다. 이와 비슷한 시기 ‘NLL 논란’이 불거진다. 하지만 민심은 국정원 사태에 대한 물타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론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검찰은 10월17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들이 트위터 및 SNS 상에서 활동한 심리전단 5팀 소속이라는 게 밝혀진 것이다. 

검찰은 곧바로 원 전 원장의 공소장을 변경하고 추가 기소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번 사건을 ‘선거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중범죄’라고 규정했다. 검찰 수사로 국정원의 정치와 대선 개입 의혹이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이 시작된 지 1년1개월 만인 2014년 7월14일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11일 서울중앙지법은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당시 판결에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이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선거운동’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요 공소내용. 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행위자의 목적성, 능동성, 계획성이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의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검찰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때문에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2015년 2월 2심에선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시켰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트위터 계정 716개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했다. 트윗한 갯수도 27만4800회에 달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원심이 175개 계정 및 트윗·리트윗 글 11만여건만 증거로 인정한 것과 비교하면 채택된 증거가 훨씬 늘어난 셈이다. 재판부는 이런 증거들을 근거로 원 전 원장이 정치개입을 지시해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선거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결론냈다. 

그러나 운명은 또 엇갈렸다. 대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시 판단하라며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판결 직후 원 전 원장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석방됐다.

그로부터 2년 뒤 2017년 8월 원 전 원장은 또 다시 구속되는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달 30일, 원 전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우선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한 찬반 의견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됐다고 봤다.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것.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한 사이버 활동은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으로서 개인과 정당의 정치활동의 자유, 의사 표현의 자유 등 헌법과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현직 대통령은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정치인의 지위를 겸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 지지를 옹호하는 내용의 사이버 활동은 특정 정치인인 대통령과 소속 여당에 대한 지지 행위로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2012 서막
2017 막장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등 대선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일 이후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18대 대선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모하거나 문재인·이정희·안철수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하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 전 원장이 전 부서장 회의서 ‘야당 승리하면 국정원 없어진다’는 취지로 발언해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할 것을 국정원 전체에 지시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던 이메일 첨부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나머지 증거물로도 원 전 원장의 유죄가 입증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작성한 트윗 28만8000여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 게시글에 찬성·반대 클릭한 행위 1200건, 기타 인터넷 게시글 및 댓글 2027회가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된다고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심리전단 직원들이 작성하는 게시물이나 댓글 등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원 전 원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구체적인 지시를 직접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간부급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활동 내역을 보고 받았다는 점에서 순차적 공모(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반면 원 전 원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 배호근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중립의무 외면
정치 사안 개입 인정

배 변호사는 “(재판부가) 일방적으로 검찰의 주장만을 수용했다”며 “변호인이 제출한 여러 가지 증거와 법리에 따른 이야기는 전혀 감안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양형 이유에 대해서도 “파기환송 전보다 심하게 올라갔다. (재판부의)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며 “이런 부분들을 검토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되면 (판결이) 적정하게 바로 잡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1951년 경상북도 영주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경기도 개성군 출신의 의사이자 재력가로 경상북도 영덕군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선대의 고향인 영주군 풍기읍에 정착했다. 아버지 대에 다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로 이주했다.

1967년 서울 중앙중학교, 1970년 2월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0년 3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에 진학했으며, 1973년 10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재학 중에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 야간반으로 전과해 낮에는 서울특별시청서 주로 근무했다. 군대는 보충역 판정을 받아 사실상 면제됐다.

서울시청서 계속 일하다가 2003년 서울시청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그해 10월 30일 차관급인 서울특별시 행정제1부시장이 됐다. 

행정1부시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시장이던 시절 청계천 복원과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 등 중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인사, 재정 등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겨 신임을 얻었다. 2006년 6월 이 전 대통령의 시장 퇴임 때까지 임기 4년을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그 후 2007년 초에는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 예비후보 상근특보로 발탁됐다.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결정되자 대통령후보 특보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2008년 2월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영전했다.

그리고 2009년 2월, 전임 김성호 원장의 뒤를 이어 국가정보원장으로 발탁됐다. 이때 야당에선 정실인사 혹은 그의 전문성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가 국가정보 분야와 거리가 먼 지방행정분야서 일해온 관료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즉각 상고 의사
대법 판결 주목

국가정보원장 항목을 참조하면 알 수 있듯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중정부장-안기부장-국정원장은 군, 검찰 아니면 외교관 출신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는 약 4년 넘게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적극 주도한 의혹을 사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세훈 사건 일지

▲2012년 

-12월11일 : 경찰·선관위·민주당, 국정원 여직원 김씨 댓글 현장 적발
-12월12일 : 민주당,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김씨 고소
-12월16일 : 경찰 “지지·비방 발견 안 돼”중간수사 발표
-12월19일 : 박근혜 대선 승리

▲2013년 

-2월3일 : 경찰, 관할 권은희 수사과장 전보조치-
3월18일 : 민주당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국정원 내부문건 공개
-4월1일 : 민주당,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등 고발
-4월18일 :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 구성
-4월30일 : 검찰, 국정원 압수수색 
-6월14일 : 검찰, 원세훈 등 불구속 기소 
-9월6일 :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보도
-9월13일 : 채동욱 총장 사의
-10월18일 : 검찰, 윤석열 특별수사팀장 직무배제
-11월11일 : 수사외압 의혹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사의

▲2014년 

-7월14일 : 검찰, 1심 재판부에 원세훈 징역 4년 구형
-9월11일 : 1심, 원세훈에 징역 2년6월에 자격정지 3년, 집행유예 4년 선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판단 
-9월15일 : 원세훈, 유죄 판결 불복 항소
-12월29일 : 검찰, 항소심 재판부에 원세훈 징역 4년 구형

▲2015년 

-2월9일 : 2심, 원세훈에 징역 3년·자격정지 3년 선고 및 법정구속. 국정원법·선거법 위반 모두 유죄 인정 
-2월12일 : 원세훈, 대법원에 상고 
-7월16일 : 대법원 전원합의체,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
-10월6일 : 법원, 원세훈에 보석 허가

▲2017년 

-5월9일 : 문재인 대선 승리
-7월24일 : 파기환송심 결심. 검찰, 원세훈에 징역 4년·자격정지 4년 구형
-8월14일 : 국정원 개혁발전위, 민간인 댓글부대 관계자 30명 검찰에 수사 의뢰
-8월28일 : 법원, 원세훈 사건 변론재개 불허 및 선고 생중계 불허
-8월30일 : 파기환송심, 원세훈에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 선고 및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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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