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의 한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29 08:33:42
  • 호수 1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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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건너 뛰었나? 법원 사람들 멘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법원 내부는 충격에 빠졌다. 김 후보자는 법원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판사로 알려졌다. 또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현직 법원장이 바로 대법원에 지명되는 것도 이례적이며, 임명되면 현재 12∼14기가 주축인 대법관들과 ‘기수 역전’도 벌어진다. 김 후보자 임명은 사실상 사법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차기 대법원장에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인은 “김명수 후보자는 법관 재임 기간 재판업무만 담당한 민사법 전문 정통 법관”이라며 “소탈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청빈한 생활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럽게 배려하고 포용해 주변의 깊은 신망 받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청빈한 생활
부드러운 성품

김 후보자는 부산서 태어나 부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25회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15기를 수료하고 1986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3년을 제외하고 줄곧 일선 법원서 재판업무만을 맡아 재판 실무에 정통하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주요 법원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민사재판을 맡는 법관과 법원 직원들의 실무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 민사편 발간위원으로 참여해 원고를 집필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에는 민사조장을 역임하는 등 민사재판 전문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평소 소탈한 성격으로, 대화를 즐기고 다른 사람 말을 경청하는 리더십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술도 즐기는 편이서 술자리도 2차(맥주집)까지는 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김 후보자는 전국 진보 법관의 좌장격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사법개혁을 이끌 적임자로도 평가받는다. 

김 후보자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사법개혁 주축이었던 개혁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화국서 임명된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을 유임시키려 하자 430여명이 서명운동을 진행한 ‘제2차 사법파동’ 이후 설립된 법관 모임이다. 초대 회장은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박시환 전 대법관이 맡았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표적 진보 성향
대통령 사법 개혁 의지 반영된 결과

노무현 정부 때는 연구회 소속 인사 중에서 박시환 대법관, 강금실 법무장관, 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박범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이 배출되면서 당시 야당으로부터 ‘판사들의 정치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리법연구회가 2010년 해산한 뒤 이듬해인 2011년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서도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인권법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 소수자 인권에 관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인권법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평소에도 인권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2월 춘천지법원장으로 취임할 당시 한 언론과 인터뷰서 “법은 약자를 위한 것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헤아리고 인권과 소수자를 중시하지 않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법관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인, 다문화 가족 이주민 여성, 북한이탈주민, 소송비용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어려운 당사자들의 재판 접근권과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서울고법 민사재판장을 역임할 당시 일명 5공 시절 전 현직 교사들이 시국토론을 하자 이적단체라고 조작한 사건에 오명 피해자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서 국가가 위자료로 150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 후보자는 기존의 보수적 논리를 되풀이 하지 않는 전향적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15년 1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이 정부의 통보처분 효력을 사실상 인정하고 파기 환송한 사건서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은 판단이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 교직원이 포함돼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고, 전교조는 정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관 무경험
다수가 ‘선배’

당시 재판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해직교사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제2조가 위헌이 아니라 하더라도 여전히 다툴 쟁점이 상당수 남아있다”며 “항소심 판결 선고 때까지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또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 노조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노조에 부여된 노조법상 권리를 현실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며 “전교조의 조합원이 6만 명에 이르고 효력정지 처분이 유지되는 경우 본안 소송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여러 학교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되면 학생들의 교육환경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노동조합(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조 부지회장을 ‘표적 해고’한 사건에서는 노조 측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당시 삼성에버랜드가 직원들의 개인정보 등을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부지회장을 해고하자 부지회장은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이 신청은 기각됐고 부지회장은 다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부지회장에 대한 해고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잃은 가혹한 제재로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삼성에버랜드는 부지회장이 삼성노조를 조직하려 했고 실제 이를 조직한 뒤 부지회장으로 활동한 것을 실질적인 이유로 해고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수원지법 판사였던 지난 2002년에는 신호를 위반하고 교통사고를 낸 주한미군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등을 적용해 징역 8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관례상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받던 주한미군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지명과 관련해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를 배려하는 한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이라며 “국제연합이 펴낸 인권편람의 번역서를 출간하고 인권에 관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관으로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올해 대법원 개혁 논란의 한복판에 선 단체다. 이곳이 올 초 주최한 학술대회를 두고 법원행정처가 “축소하라”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판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있었고 대법원 개혁 논란으로 커졌다. 이때 양승태 대법원장이 진상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평소 개혁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김 후보자의 내정이 사법개혁 요구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보수적인 법원 조직에 김 후보자 내정은 충격 그 자체다. 

먼저 김 후보자는 비 대법관 출신이다.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4대 조진만 대법원장에 이어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세번째 대법원장이 된다. 다시 말해 49년 만의 파격 인사다.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판사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관행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법관사회에서 리더십을 갖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1986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된 후 31년째 법관생활을 하고 있어, 대법관을 지내지 않았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더 많다.

대법원 측은 문 대통령의 김 후보자 지명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어제까지 대법원의 누구도 이런 전격적인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충격은 기수 파괴다. 일각에선 다섯 기수를 뛰어넘고 임명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사례와 비교하기도 한다. 

김 후보자는 양 대법원장에 비해 기수로는 13기, 나이로는 열한 살 아래다. 13기인 최완주 서울고법원장과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상당수 법원장보다도 기수가 낮다. 이 외에도 박보영(56·16기)·김재형(52·18기)·김소영(52·19기)·박정화(52·20기)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9명 대법관보다도 기수가 낮다.

법관 서열 1위
기수 서열 9위

김 후보자가 될 경우 법관 서열은 1위이지만 대법원 내 기수 서열은 전체 14명의 대법관 중 9위에 해당하게 된다. 이처럼 김 대법관의 인사는 향후 법원 내에서도 '파격 인사'를 통한 세대 교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낳게 한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 인선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있다. 특히 야당은 대법원장 지명자 발표가 나자마자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진보 대 보수’ 이념 대결로 몰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대법원의 코드 사법화가 심히 우려된다”며 “이유정 후보자에 대법원장 지명자까지 헌재와 대법원을 정치재판소로 만들고 정치대법원화될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서 “개혁을 앞세워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 사법부 독립을 해칠 가능성은 없는지 큰 우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문재인 정부 인사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특정 연구단체가 여러 영역서 약진하며 코드 단결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서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일선 법관의 동요가 심각한 상황서 이번 지명은 국민의 법원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의 핵심일 수밖에 없는 사법부 수장 인사인 만큼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반면 정부 출범 이후 100일 동안 무기력했던 야당은 이번 대법원장 인준 과정서 ‘보수 본색’을 뚜렷이 함으로써 세력 부활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인권법연구회장 맡아 인권 관심
경력 탄탄한 민사재판 전문가 

문제는 김 후보자의 경우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 표결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김 지명자 인준 전망과 관련해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야당 추천 몫이었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놓고 여야가 1년2개월간 공방을 벌이다 결국 낙마한 사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도 국민의당이 열쇠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5월 말 국민의당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의 사례가 김 후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될지가 관심을 모은다. 

대법원에선 김 후보자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될 경우 법원 안팎으로 사법 정책과 행정, 법관 인사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과 3000여 명의 법관, 1만여 명의 법원 직원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또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 경향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많은 법조인들의 전망이다. 민감하고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서 대법원장은 재판장을 맡는다. 

먼저 법원 안으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요구가, 밖으로는 대법원장 권한 축소 등 주문의 목소리가 커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 농단 사건의 상고심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사건 등 전 정부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 역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경우 김 후보자의 마침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외압 문제가 불거진 뒤 열린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서 김 후보자는 “법관 독립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법관 개인의 의지를 고양하고, 법관이 내외적으로 간섭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치권 입장 
극명하게 갈려 

법원 밖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사법부 개혁 과제도 김 후보자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은 국회와 법원, 대통령이 선택한 인원들이 함께하는 사법평의회가 사법행정 전반에 관여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차기 대법원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뿐만 아니라 국정원 댓글 파문에 연루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경우 심리할 가능성이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명수 후보자 재산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고위 법관 평균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 법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8억216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전년보다 1억3151만원 줄어든 것으로 공개대상 고위 법관 169명의 평균 재산(22억9466만원)의 3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한때 본인 명의로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를 소유하고,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도 빌렸으나 지금은 모두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은 배기량 1955㏄의 2001년식 SM5 승용차(시가 300만원 상당)를 타며, 교보생명보험과 신한은행에 총 3억3000여만원의 예금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부인 이혜주씨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한국스탠다드차티드은행, 한국투자증권에 총 2억9200여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은 없고 예금이 재산의 대부분이다.  

법관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자식 농사는 누구보다 성공했다. 딸(34)과 아들(31) 모두 명문대를 나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현직 법관이 됐다.

딸은 2009년 사법연수원(38기)을 수료해 수원지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거쳐 2013년부터 대구가정법원 판사로 일하고 있다. 아들은 2013년 사법연수원(42기)을 수료한 뒤 해군 법무관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전주지법 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2대에 걸쳐 법관 3명을 배출한 판사 가족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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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