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의 한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29 08:33:42
  • 호수 1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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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건너 뛰었나? 법원 사람들 멘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법원 내부는 충격에 빠졌다. 김 후보자는 법원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판사로 알려졌다. 또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현직 법원장이 바로 대법원에 지명되는 것도 이례적이며, 임명되면 현재 12∼14기가 주축인 대법관들과 ‘기수 역전’도 벌어진다. 김 후보자 임명은 사실상 사법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차기 대법원장에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인은 “김명수 후보자는 법관 재임 기간 재판업무만 담당한 민사법 전문 정통 법관”이라며 “소탈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청빈한 생활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럽게 배려하고 포용해 주변의 깊은 신망 받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청빈한 생활
부드러운 성품

김 후보자는 부산서 태어나 부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25회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15기를 수료하고 1986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3년을 제외하고 줄곧 일선 법원서 재판업무만을 맡아 재판 실무에 정통하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주요 법원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민사재판을 맡는 법관과 법원 직원들의 실무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 민사편 발간위원으로 참여해 원고를 집필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에는 민사조장을 역임하는 등 민사재판 전문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평소 소탈한 성격으로, 대화를 즐기고 다른 사람 말을 경청하는 리더십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술도 즐기는 편이서 술자리도 2차(맥주집)까지는 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김 후보자는 전국 진보 법관의 좌장격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사법개혁을 이끌 적임자로도 평가받는다. 

김 후보자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사법개혁 주축이었던 개혁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화국서 임명된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을 유임시키려 하자 430여명이 서명운동을 진행한 ‘제2차 사법파동’ 이후 설립된 법관 모임이다. 초대 회장은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박시환 전 대법관이 맡았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표적 진보 성향
대통령 사법 개혁 의지 반영된 결과

노무현 정부 때는 연구회 소속 인사 중에서 박시환 대법관, 강금실 법무장관, 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박범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이 배출되면서 당시 야당으로부터 ‘판사들의 정치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리법연구회가 2010년 해산한 뒤 이듬해인 2011년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서도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인권법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 소수자 인권에 관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인권법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평소에도 인권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2월 춘천지법원장으로 취임할 당시 한 언론과 인터뷰서 “법은 약자를 위한 것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헤아리고 인권과 소수자를 중시하지 않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법관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인, 다문화 가족 이주민 여성, 북한이탈주민, 소송비용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어려운 당사자들의 재판 접근권과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서울고법 민사재판장을 역임할 당시 일명 5공 시절 전 현직 교사들이 시국토론을 하자 이적단체라고 조작한 사건에 오명 피해자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서 국가가 위자료로 150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 후보자는 기존의 보수적 논리를 되풀이 하지 않는 전향적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15년 1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이 정부의 통보처분 효력을 사실상 인정하고 파기 환송한 사건서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은 판단이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 교직원이 포함돼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고, 전교조는 정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관 무경험
다수가 ‘선배’

당시 재판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해직교사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제2조가 위헌이 아니라 하더라도 여전히 다툴 쟁점이 상당수 남아있다”며 “항소심 판결 선고 때까지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또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 노조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노조에 부여된 노조법상 권리를 현실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며 “전교조의 조합원이 6만 명에 이르고 효력정지 처분이 유지되는 경우 본안 소송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여러 학교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확산되면 학생들의 교육환경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노동조합(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조 부지회장을 ‘표적 해고’한 사건에서는 노조 측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당시 삼성에버랜드가 직원들의 개인정보 등을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부지회장을 해고하자 부지회장은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이 신청은 기각됐고 부지회장은 다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부지회장에 대한 해고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잃은 가혹한 제재로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삼성에버랜드는 부지회장이 삼성노조를 조직하려 했고 실제 이를 조직한 뒤 부지회장으로 활동한 것을 실질적인 이유로 해고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수원지법 판사였던 지난 2002년에는 신호를 위반하고 교통사고를 낸 주한미군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등을 적용해 징역 8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관례상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받던 주한미군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지명과 관련해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를 배려하는 한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이라며 “국제연합이 펴낸 인권편람의 번역서를 출간하고 인권에 관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관으로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올해 대법원 개혁 논란의 한복판에 선 단체다. 이곳이 올 초 주최한 학술대회를 두고 법원행정처가 “축소하라”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판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있었고 대법원 개혁 논란으로 커졌다. 이때 양승태 대법원장이 진상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평소 개혁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김 후보자의 내정이 사법개혁 요구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보수적인 법원 조직에 김 후보자 내정은 충격 그 자체다. 

먼저 김 후보자는 비 대법관 출신이다.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4대 조진만 대법원장에 이어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세번째 대법원장이 된다. 다시 말해 49년 만의 파격 인사다.  

대법관을 지내지 않은 판사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관행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법관사회에서 리더십을 갖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1986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된 후 31년째 법관생활을 하고 있어, 대법관을 지내지 않았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더 많다.

대법원 측은 문 대통령의 김 후보자 지명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어제까지 대법원의 누구도 이런 전격적인 인사가 있을 것이라고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충격은 기수 파괴다. 일각에선 다섯 기수를 뛰어넘고 임명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사례와 비교하기도 한다. 

김 후보자는 양 대법원장에 비해 기수로는 13기, 나이로는 열한 살 아래다. 13기인 최완주 서울고법원장과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상당수 법원장보다도 기수가 낮다. 이 외에도 박보영(56·16기)·김재형(52·18기)·김소영(52·19기)·박정화(52·20기)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9명 대법관보다도 기수가 낮다.

법관 서열 1위
기수 서열 9위

김 후보자가 될 경우 법관 서열은 1위이지만 대법원 내 기수 서열은 전체 14명의 대법관 중 9위에 해당하게 된다. 이처럼 김 대법관의 인사는 향후 법원 내에서도 '파격 인사'를 통한 세대 교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낳게 한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 인선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있다. 특히 야당은 대법원장 지명자 발표가 나자마자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진보 대 보수’ 이념 대결로 몰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대법원의 코드 사법화가 심히 우려된다”며 “이유정 후보자에 대법원장 지명자까지 헌재와 대법원을 정치재판소로 만들고 정치대법원화될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서 “개혁을 앞세워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 사법부 독립을 해칠 가능성은 없는지 큰 우려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문재인 정부 인사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특정 연구단체가 여러 영역서 약진하며 코드 단결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서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일선 법관의 동요가 심각한 상황서 이번 지명은 국민의 법원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의 핵심일 수밖에 없는 사법부 수장 인사인 만큼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반면 정부 출범 이후 100일 동안 무기력했던 야당은 이번 대법원장 인준 과정서 ‘보수 본색’을 뚜렷이 함으로써 세력 부활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인권법연구회장 맡아 인권 관심
경력 탄탄한 민사재판 전문가 

문제는 김 후보자의 경우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 표결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김 지명자 인준 전망과 관련해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야당 추천 몫이었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놓고 여야가 1년2개월간 공방을 벌이다 결국 낙마한 사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도 국민의당이 열쇠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5월 말 국민의당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의 사례가 김 후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될지가 관심을 모은다. 

대법원에선 김 후보자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될 경우 법원 안팎으로 사법 정책과 행정, 법관 인사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과 3000여 명의 법관, 1만여 명의 법원 직원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또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 경향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많은 법조인들의 전망이다. 민감하고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서 대법원장은 재판장을 맡는다. 

먼저 법원 안으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요구가, 밖으로는 대법원장 권한 축소 등 주문의 목소리가 커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 농단 사건의 상고심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사건 등 전 정부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 역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경우 김 후보자의 마침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외압 문제가 불거진 뒤 열린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서 김 후보자는 “법관 독립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법관 개인의 의지를 고양하고, 법관이 내외적으로 간섭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치권 입장 
극명하게 갈려 

법원 밖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사법부 개혁 과제도 김 후보자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은 국회와 법원, 대통령이 선택한 인원들이 함께하는 사법평의회가 사법행정 전반에 관여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차기 대법원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뿐만 아니라 국정원 댓글 파문에 연루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경우 심리할 가능성이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명수 후보자 재산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고위 법관 평균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 법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8억2165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전년보다 1억3151만원 줄어든 것으로 공개대상 고위 법관 169명의 평균 재산(22억9466만원)의 3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한때 본인 명의로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를 소유하고,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도 빌렸으나 지금은 모두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은 배기량 1955㏄의 2001년식 SM5 승용차(시가 300만원 상당)를 타며, 교보생명보험과 신한은행에 총 3억3000여만원의 예금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부인 이혜주씨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한국스탠다드차티드은행, 한국투자증권에 총 2억9200여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은 없고 예금이 재산의 대부분이다.  

법관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자식 농사는 누구보다 성공했다. 딸(34)과 아들(31) 모두 명문대를 나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현직 법관이 됐다.

딸은 2009년 사법연수원(38기)을 수료해 수원지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거쳐 2013년부터 대구가정법원 판사로 일하고 있다. 아들은 2013년 사법연수원(42기)을 수료한 뒤 해군 법무관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전주지법 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2대에 걸쳐 법관 3명을 배출한 판사 가족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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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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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