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갑질대장’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11 17:24:21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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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부부 장병들 하인 부리듯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사령관 박찬주 대장의 부인이 공관병을 상대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군 검찰은 박 대장과 그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으며, 공관과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박 대장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달 31일, 대한민국 장성들의 공관병들의 실태가 최초로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육국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과 그의 아내 전성숙씨가 공관병과 조리병들에게 저지른 갑질과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없어진 물건들
찾으라고 질책

군인권센터는 “박 대장의 가족은 같은 공간서 생활하는 공관병, 조리병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인권을 침해하고 갑질을 일삼았다.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병 표준 일과와 무관하게 허드렛일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국가에 헌신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장병들을 ‘현대판 노예’로 취급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상대로 저지른 갑질 사례는 이랬다.

조리병에게 과중 근무를 강요했다. 아침 6시부터 밤까지 일하며, 손님이 오는 경우 자정까지 근무했다고 한다. 조리병은 별채서 거주하는데 아침 6시부터 퇴근 시까지 본채의 주방에서 대기했다. 


휴식 시간에도 주방에 대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대기 중에는 몰래 주방에 숨어서 졸았지만 조리병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쉴 시간도 거의 없었다.

조리병은 이런 과중 업무로 집에 전화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박 대장의 아내 전씨는 “정말 필요할 경우 전속부관의 전화를 빌려서 통화하라”고 지시했다. 당연 병사가 간부 휴대전화를 빌리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사실상 본인의 신상에 이상이 생겼거나 집에 큰일을 당해서 꼭 통화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제보자들은 일상적인 안부전화나 친구들과 통화는 아예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조리병은 제대로 된 식사도 못했다. 박 대장 전임인 이순진 대장은 공관에 조리병을 두는 것이 악습이라고 판단했다. 공관병 1명만 두고 생활했으며 조리는 아내가 직접했다. 공관병은 공관 근처의 병사 식당서 식사하게 했다고 한다. 

육군 최고봉, 갑질 논란으로 추락 
군검찰 소환 조사에 압수수색까지 

반면 전씨는 ‘공관에 중요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공관병과 조리병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병사 식당서 조리병들이 밥을 도시락 통에 넣어서 공관으로 배달, 공관병과 조리병은 공관 주방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조리병들은 주로 사령관 부부가 식사를 마쳤을 때 밥을 먹었고, 그마저도 후식 준비를 이유로 1명씩 교대로 식사했다.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까지 착용시켜 세간을 경악케 했다. 공관은 2층으로 160평가량 되는데, 1층 식당 내 식탁과 2층에 각각 1개씩 호출용 벨이 붙어 있다. 공관병 중 1명은 상시 전자 팔찌를 차고 다닌다. 사령관 부부가 벨을 누르면 팔찌에 신호가 온다.

이때 호출에 응해 달려가면 물 떠오기 등의 잡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벨을 눌렀을 때 늦게 오면 공관병에게 벨을 집어던지며 심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전자팔찌 충전이 덜 돼서 울리지 않자, 전씨는 공관병에게 “느려터진 굼벵이”라고 모욕하며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2층에서 벨을 눌렀는데 1층에 있던 공관병이 뛰어서 올라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려갔다가 다시 뛰어서 올라오라고 시켰다.

공관병들의 화장실 사용도 제한했다. 공관에는 본채와 별채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간을 본채서 일했는데 전씨는 본채 화장실을 못 쓰게 했다. 공관병들이 본채서 일을 하다가 별채 화장실을 자주 오가면 전씨는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숨겨두었느냐”며 구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관 내 개인 골프장서 박 대장의 골프장을 가꾸는 일도 했다. 골프장에는 골프공이 나오는 기계도 있고 홀도 다 꾸며져 있다. 박 대장은 골프를 칠 때면 공관병·조리병 등은 마당서 골프공 줍는 일을 했다.

공관병 실태 폭로 
얼굴에 음식 투척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의 종교 자유도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씨는 일요일이 되면 공관병·조리병 등을 무조건 교회에 데려가 예배에 강제 참석시켰다. 병들 중에 불교 신자도 있었으나 별 수 없이 교회에 따라갔다고 한다. 

전씨는 “공관에 너희들끼리 남아 있으면 뭐 하냐, 혹 휴대전화를 숨겨둔 것은 아니냐? 몰래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아니냐”며 교회로 데려갔다. 

공관병들은 밤늦게까지 대기하며 박 대장의 장남에게 간식까지 챙겨줬다. 인근 공군 부대서 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박 대장 차남이 휴가를 나오면 바비큐 파티 세팅도 했다. 전씨는 아들이 훈련병일 때, 밤이면 수시로 아들이 소속된 소대장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들과 무단으로 통화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휴가 나온 차남에게 간식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관병 얼굴에 전까지 집어던졌다고 한다. 공관병은 휴가를 나온 박 대장 차남의 속옷 빨래까지 해야 했다. 전씨는 아들의 속옷에 주름이 졌다는 이유로 공관병에게 폭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장 부부는 병사들에게 모과청까지 만들라고 지시했다. 부대에 모과나무가 많은데, 박 대장 부부는 본부 소속 병사에게 모과를 모두 따게했다. 100개가 넘는 모과를 조리병들에게 주며, 모과청을 만들게 했다. 모과청 만들기는 모과를 다 썰고 나면 손이 헐 만큼 힘든 일이다.
 

전씨는 만든 모과청을 손님이 왔을 때 선물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음식을 상당히 많이 보관하기 때문에 공관에 냉장고가 무려 10개나 있다. 이 때문에 박 대장이 군용물인 공관 비품을 전출시마다 멋대로 들고 나온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모과나무는 원래 사령부에 있던 것으로, 박 대장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채취해서도 안 된다. 


전씨는 음식 문제로도 병들을 타박했다. 먼저 공관병이 과일을 전씨에게 내가면 몇 조각 남길 때가 있다. 이때에 남은 과일을 버리면 ‘음식을 아낄 줄 모른다’고 타박했다. 남은 과일을 다음 날 다시 내가면 '남은 음식을 먹으라고 내온 것이냐'며 또 질책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씨는 병들에게 부모 욕도 서슴지 않다. 특히 전씨는 조리할 때 간섭과 질책이 매우 심했다. 조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 엄마가 너 휴가 나오면 이렇게 해주냐” “너희 엄마가 이렇게 가르쳤느냐”며 부모에 대한 모욕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화가 나면 발코니에 공관병을 감금하기도 했다. 발코니 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관병을 발코니에 가뒀다. 그 바람에 공관병은 추운 날씨에 1시간가량 갇혔다

외부와의 접촉도 금지시켰다. 전씨는 공관병의 전화와 인터넷 사용·면회·출타를 전부 금지했다. 공관에는 전화가 없고, 가장 가까운 전화기는 도보로 30분 떨어진 본부대대에 있었으나, 공관 밖 외출 자체를 금지해서 갈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전속부관이 눈치껏 공관병의 출타를 보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 

박 대장 부부의 갑질로 자살까지 기도한 병사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전씨는 한 공관병에게 물건을 찾아오라고 지시했고, 공관병이 이를 찾지 못하자 크게 화를 냈다. 후에 확인한 결과, 해당 물건은 박 대장 부부가 이전 근무지에 두고 왔기 때문에 공관에 없었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물건을 찾아오라고 공관병을 질책한 셈이다. 수 시간 동안 창고를 뒤졌음에도 물건을 찾지 못한 공관병은 박 대장의 부인에게 질책당할 것이 두려워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행히 부관이 이를 목격, 제지해 사망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해당 공관병은 타 부대로 전출됐다.

호출용 전자팔찌
아들 간식 차려


박 대장이 자신의 아내를 여단장급으로 대우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공관 밖으로 뛰쳐나간 공관병에게 “내 부인은 여단장급인데 네가 예의를 갖춰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야단쳤다는 것. 이에 박 대장이 부인의 갑질에 동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박 대장 측은 “계속되는 발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자중하는 것이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 감사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박 대장은 지난해 공관병 갑질 문제로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구두 경고를 받고 별거한 사실도 밝혀졌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박 대장은 지난해 7월 한 전 장관으로부터 “부인이 공관병 등을 부당 대우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 

이후 부인 전모씨에게 크게 호통을 치고 약 한 달 동안 수도권에 있는 집에 머무르게 하며 대구에 있는 제2작전사령부 공관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 달 동안 따로 산 셈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4일 박 대장 부부를 국방부 검찰단에 고발했다. 군 검찰은 지난 7일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박 대장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8일에는 박 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어 9일에는 박 대장의 공관과 집무실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이 쓰던 대구 2작전사령부 공관, 집무실, 경기도 용인과 충남 계룡시 집, 2작사 일부 사무실 등 5곳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박 대장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수첩, 공관 비품, 집무실 서류, 2작사 사무실 장부 등 박 대장을 둘러싼 광범위한 의혹에 관한 자료를 확보했다.

부인을 여단장급 대우?
장관이 경고까지 했는데…

군 검찰이 박 대장의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은 지난 4일 박 대장을 형사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5일 만이다. 군 검찰이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박 대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은 박 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뿐 아니라 냉장고 등 공관 비품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을 폭넓게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대장을 상대로 군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장은 지난 8일 발표된 군 수뇌부 인사에서 면직돼 자동 전역 대상이지만, 국방부는 그에게 ‘정책연수’ 발령을 내고 현역 신분을 유지한 채 계속 군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했다.

박 대장은 군 검찰 조사에서 “공관병에 대한 부인의 부당 대우를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며 “부인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상태다. 

박 대장은 부인인 전씨가 공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공관병이 일하는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나름대로 부당 대우를 막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막지 못했다. 

박 대장은 충남 천안 출생(1958년 9월5일)으로 천안고등학교 졸업 후 1977년,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입교해 1981년 졸업과 함께 기갑 소위로 임관했다. 
 

대령 시절 독일 육군청 교환 교관으로 다녀온 이색 경력이 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친위 사조직으로 의심되고 있는 같은 독일 육군사관학교 유학파 인맥으로 구성된 ‘독사파’의 일원이라고 한다. 

독일서 돌아온 후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참모장과 제9기계화보병여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전력과장, 합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실무단장을 역임했다. 

한민구 경고 
한달간 별거

2007년 10월에 진급한 후엔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합동참모본부 전시작전권전환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0년 6월에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제26기계화보병사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상부지휘구조개편추진단장을 역임했다. 2013년 4월에 중장으로 진급 후 육군 제7기동군단장을 역임하고 육군참모차장을 지냈다.

박 대장은 2015년 박근혜정부의 하반기 장성 인사서 대장 진급자로 내정됐다. 보직은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다. 대한민국 국군 역사 상 첫 기갑 병과 출신 대장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하지만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불명예를 뒤집어썼으며 자칫 형사 기소될 위기마저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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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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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