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07 17:26:59
  • 호수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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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오가던 광주 한복판에 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영화 <택시운전사>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주연 배우 송강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총성이 오가던 광주의 한 복판서도 인간답게 살고자 했던 사람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하나 같이 송강호의 인생영화라고 호평했다. 전 정부 영화 <변호인>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연기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한 동안 스크린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 그가 <택시운전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첫 날 69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개봉 첫 날 무려 69만785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총 누적관객수는 78만4571명이다. 

개봉 전부터 대규모 전국 시사회를 통해 가슴 아픈 현대사를 소시민적인 밝은 웃음과 가슴을 울리는 감동으로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은 <택시운전사>는 개봉 당일 7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본격적인 1000만행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신뢰받는 
최고의 배우

<택시운전사>의 오프닝 스코어는 1761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명량>의 68만2701명을 뛰어넘었다. 또한 지난 2015년 여름에 개봉해 나란히 천만 관객을 모은 <암살>(47만7541명)과 <베테랑>(41만4219명)의 기록도 압도적으로 능가해 앞으로의 흥행 행보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송강호를 비롯,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장훈 감독 특유의 담백한 연출, 그리고 1980년 5월을 따뜻한 웃음과 감동, 희망으로 그려낸 가슴 울리는 스토리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영화로 관객과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는 자타공인 현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다. 어떻게 꼽아도 현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로 통한다. 수년째 관객이 꼽은 ‘최고의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 등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영화계 최고 네임밸류라는 충무로 대표 트로이카의 1인이자, 이병헌, 황정민 등과 함께 최고 대우를 받는 배우기도 하다. 

송강호를 원탑으로 내세운 영화들 실제 흥행 성적도 압도적이다. 실제 흥행 관객수 1000만을 넘은 작품 두 개를 포함해 500만 관객이 넘은 작품도 11개나 된다. 최근 드디어 총 관객이 1억명을 돌파했다.

<택시운전사> 흥행 돌풍
또 한 번 1000만 신화 전망

송강호는 중학교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 당시에는 전국에 연극영화과가 5개밖에 없었다. 그는 입시에 한 번 실패하고 방송연예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이내 영장이 나와 한 학기 만에 군인 신분이 된다.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친 스물셋 청년은 복학생의 길을 접어두고 연극 무대로 향했다.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사회적 격변기 속에서 부산지역의 극단을 찾아 ‘민족극’에 참여한다.
 

민족극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민족극의 경직된 방식 속에서 염증을 느꼈고 1990년 12월 극단 연우무대의 작품인 <최선생>을 만났다. 전교조 문제를 다뤄 기존의 민족극 소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연극의 ‘방식’에 끌렸다. 


그 방식은 구호와 주장에 호소하는 게 아닌 현실적인 감동으로 다가가는 연극이었다. <연우30년>이라는 책에서 송강호는 “연우무대는 내가 지향하던 점을 정확히 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연은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집어준 기회이자 새로운 용기와 목표를 가지게 한 계기였다”고 고백했다.

1991년, 송강호는 무작정 상경해 연우소극장으로 향했다. 무려 네 번 상경하며 연락처를 남겼다. 이후 연우무대가 주최하던 행사에 부족한 일손을 도우며 연출가 이상우를 만났다. 

이상우는 “연우무대가 네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우무대는 너의 목적을 위해 몸을 담그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송강호를 단원으로 받아줬다. 그리고 이상우의 첫 영화인 <작은 연못>에 송강호도 참여하게 된다.

당시 송강호는 <동승>의 노인 역을 맡았고 <박첨지>에도 참여했다. 이후 <국물 있사옵니다> <지젤> <비언소> 등 10여편의 연극 무대에 섰다. 그리고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 중이던 연극계 선배 김의성의 추천으로 극 중 김의성의 동창 역을 맡았다.

본격적인 영화계 입문은 <초록 물고기>으며, 이창동 감독은 <비언소>를 통해 송강호를 발견했다.

민주화운동 실상
전세계에 알리다

<넘버3>는 대중들에게 송강호를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그리고 <조용한 가족>이 이어지며 그의 이미지는 코미디 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했지만 틀에서 벗어났다. <살인의 추억>에선 형사 역할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송강호는 시나리오를 정독한 후엔 다시 읽지 않는 배우로 유명하다.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연기자가 발휘할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민식은 <조용한 가족> DVD 서플먼트서 송강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감각이 있어도 배우는 일단 몸으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설득력 있게. 그런데 송강호는 그게 완벽하게 표현이 되죠.”

그래서 그는 극중 특정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그들과 함께 지낸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나쁜 영화>서 행려 역할을 맡았다. 정선우 감독은 행려 역을 맡은 배우들이 실제 행려 생활을 경험하기를 원했지만 송강호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연기든 자기가 편안하고, 자기 안에서 나오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죠. 연극영화과 나오고 공부 많이 하면 모두 훌륭한 감독,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렇진 않죠. 그 논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결국 다 자기가 해결해야 할 몫인 거죠.”

<쉬리>는 한국영화의 새 시대를 열었던 작품이었지만 그에게는 조금 힘들었던 영화였다고 한다. 이때 만난 <반칙왕>은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영화를 시작한 지 3년 남짓된 배우에게 ‘원톱 주연’이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지운 감독은 “제작사에선 다른 배우들을 얘기했지만 저에게 <반칙왕>은 오로지 송강호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송강호는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그 어려운 레슬링 테크닉들을 모두 소화해냈고요. 멋진 일이죠. 서른 살이 넘은 배우가, 그런 고도의 기술을 마스터한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었고요.” 

그런 믿음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이어졌고 그들은 또 한 번의 멋진 만남을 이뤘다.
 

<반칙왕> 이후 송강호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공동경비구역 JSA>서 박찬욱 감독과 만난다. ‘코미디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서 관객에게 다가선 것.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작품 이후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다. 

영화 속 모든 ‘얼굴’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한 것이다. <살인의 추억>은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호주의 커뮤니케이션&문화인류학 교수인 브라이언 예시즈는 2004년 쓴 글에서 이렇게 평가한다. 

“적어도 최근 3편의 영화 <반칙왕> <YMCA야구단> <살인의 추억>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송강호를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자면 송강호는 관객인 우리들을 들여다보고 또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송강호는 문자 그대로 현대 한국영화서 특히 두드러지는 페이스 중 하나인 셈이다.”


영화 평론가 김영진도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클로즈업을 “한 시대를 요약하는 표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송강호를 “어떤 역을 맡아도 자기화해서 송강호적 인간형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그 직업, 계층, 성격의 인물에 맞는 분위기를 절대적으로 창조한다는 점에서 아주 미세한 일상적인 결에서 감성을 창조하는 예술가”라고 평가했다. 

보편의 존재를 흡수하고 밖으로 튕겨내는 단단한 탄력이 있다는 것.

이러한 송강호의 매력은 이창동,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등의 감독들을 매료시켰다.

한 인터뷰서 송강호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것이 미리 규정된 장르 영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연기뿐 아니라 세상살이 역시 쉽게 규정 지을 수 없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저는 한 번 연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쪽인 것 같아요. <넘버3> 이후에 조폭 배역이 쏟아져 들어왔고 <살인의 추억> 이후엔 형사 배역이 계속 들어왔지만 그런 이유로 거절했어요.”

<초록물고기> 데뷔
어떤 역할도 소화

이러한 그의 노력 덕분일까. 관객들은 언제나 새로운 송강호를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괴물> <우아한 세계> <밀양>은 국내외 영화제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연이어 선사했다. 그는 시상식서 “책임감을 느낀다” “갚아야 하는 빚을 지는 느낌이다” 등의 수상 소감을 이야기했다.

2009년 4월,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에선 흡혈귀가 된 신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러나 영화 평은 갈리는 편. 또한 장률 감독의 <이리>(2008년 작) 이후 최초로 남자배우 성기 노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과 하루 꼬박 의견을 나눈 결과 꼭 필요한 장면이기에 응했다고 한다.

2011년 <푸른 소금>이 흥행서 실패하며 2012년 <하울링>도 주춤했다. 언론에선 한석규를 거론하며 송강호 몰락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두 작품의 흥행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추진력을 얻고자 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2013년 <설국열차>가 934만 관객, <관상>이 913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대흥행, 2편으로 한 해에 약 1847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한 대기록을 세운다. 
 

이어 12월18일 영화 <변호인>이 개봉했다. <변호인>은 ‘부림 사건’의 변호를 통해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배경은 1980년대 초 부산. 

빽 없고, 돈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그는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남들이 뭐라든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서 제일 잘 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대한민국 슬픈 현대사 단골 출연
매번 열연해 국민들 가슴 뜨겁게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앞에 둔 송우석. 하지만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진우의 믿지 못할 모습에 충격을 받은 송우석은 모두가 회피하던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결심한다. “제가 할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더”. 진우의 변호를 맡고 다섯 번의 공판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3년 12월22일 <변호인>이 관객 175만을 돌파하면서 한 해에 2000만 관객을 돌파한 최초의 배우가  됐다. 송강호는 노 전 대통령을 열연하며, 국민적 호감도가 상승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말투, 화법, 몸동작 등을 놀랍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터뷰에 따르면 감독의 주문도 아니고 본인도 따로 계산한 것이 아닌 ‘송강호표 노무현’을 추구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다소 정치적인 내용으로 인해 송강호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배우로 이름이 올랐다. JTBC <뉴스룸> 인터뷰서 송강호는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주변서 불이익을 받지 않았나 걱정해주는 분들도 많다”며 “제작자나 투자자분들이 곤란을 겪고 불이익을 어느 정도 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송강호는 “가장 무서운 건 그런 소문만으로도 어느 정도 블랙리스트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라며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정부서 싫어할 것 같다’는 거다. 자기 검열하게 되면 위축감이 들 수밖에 없다. 저뿐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이 이런 우려를 하게 되는 것이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극서 영화로
그동안 고충도

송강호는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은 영화에 출연한 이유로 한 동안 스크린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는 또 다시 한국사의 가장 중요한 배경을 한 영화에 출연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택시운전사>는 그에게 있어 인생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cmp@ilyosisa.co.kr>

 

[송강호 출연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
▲<초록 물고기>(이창동) 
▲<넘버3>(송능한)
▲<조용한 가족>(김지운)
▲<쉬리>(강제규)
▲<반칙왕>(김지운)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YMCA야구단>(김현석)
▲<살인의 추억>(봉준호)
▲<효자동 이발사>(임찬상)
▲<남극일기>(임필성)
▲<괴물>(봉준호) 
▲<우아한 세계>(한재림) 
▲<밀양>(이창동)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박쥐>(박찬욱) 
▲<설국열차>(봉준호) 
▲<관상>(한재림)
▲<변호인>(양우석) 
▲<사도>(이준익)
▲<밀정>(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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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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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