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의 부름 받은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7.10 10:55:24
  • 호수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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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박상기? 윤석열…‘빅4’ 진용 완성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무일 부산 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차례로 지낸 ‘특수통’이다. 신임 검찰총장 문재인정부 인사의 화룡점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후보자는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검찰 개혁’과 ‘검찰 조직의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신임 검찰총장에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장관 대행을 맡고 있는 이금로 차관이 임명제청한 문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연수원 18기
부산고검장 

박 대변인은 “문 후보자는 법무부 범죄예방 정책국장, 대전지검장 등 주요 공직을 두루 거쳤고 치밀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으로 검찰 내부 신임이 두터워 검찰 조직을 조속히 안정시킴은 물론 검찰개혁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광주 출신인 문 후보자는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검사로 임용됐다.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과학수사2담당관, 수원지검 2차장, 인천지검 1차장, 서울서부지검 지검장,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에는 검찰개혁추진단 내 ‘바르고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립 TF’ 팀장을 맡아 검찰 개혁 작업을 맡았다. 문 후보자는 당시 검찰 제도 개혁 관련 연구 책임을 맡았다.


문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광주 출신으론 첫 번째 검찰총장이 된다. 호남 출신 검찰총장으로는 김종빈 전 총장 이후 약 12년 만이다. 문 후보자 지명은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와 조직 장악력을 두루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새 검찰총장은 67년 만의 비법조인 출신 법무부장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함께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 개혁을 이행하면서 동시에 유례 없는 격랑을 맞게 될 검찰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 

앞서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전날 문 후보자 외에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 조희진 의정부지검장 등 4명을 법무부에 추천했다. 

노무현 측근 수사했던 검사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후보로

문 후보자는 그동안 풍부한 특수수사 경험과 조직 내 신망을 갖춘 현직이라는 점에서 차기 검찰총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1988년 2월 2차 사법파동 당시 보였던 소신, 수사검사로 쌓아온 신망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문 후보자는 사법연수생(18기) 시절부터 두각을 보였다.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정기승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하자 법조계 반발로 이어진 2차 사법파동 당시 연수생 서명을 주도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당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하고 “안보를 핑계로 인권이 무시되던 제5공화국시대의 대법관을 새 대법원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성명을 내는 등 법조계의 반발이 일었다. 


이에 사법연수원생 185명은 ‘사법부 독립에 관한 우리의 견해’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정기승 후보자는 사법부에 대한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한 인물”이라며 임명철회를 촉구하는 성명과 함께 연대서명을 했다. 

당시 연대서명에는 문 후보자와 문형배 부산가정법원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참여했다. 특히 문 후보자가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국회서 부결됐다. 당시 사법연수생들의 집단 행동은 법조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꼼꼼하고 
자기관리 철저

문 후보자는 부실한 초동 수사로 묻힐 뻔했던 지존파 사건 전모를 밝혀내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 23년 전인 1994년 초임급 검사였던 문 후보자는 전주지검 남원지청서 근무하고 있었다. 작고 한적한 동네서 어느 날 교통사고 한 건이 당시 검사였던 문 후보자에게 보고됐다. 

승용차가 지리산 자락의 험한 산길을 오르다 계곡으로 굴러떨어져 운전자가 즉사했다는 내용이다.

워낙 산세가 가파른 곳이라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문 후보자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운전자의 거주지가 성남인데 왜 이 산골까지 왔을까’하는 아주 기초적인 의문서 시작, 시신 상태와 자동차 파손 정도 등을 문 후보자가 캐물었다. 

수사 지휘도 모자라 문 후보자는 직접 교통사고 현장을 찾는 등 사실상 직접 기초 조사해 추락사고를 위장한 살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것이 바로 당시 천하를 떠들썩하게 했던 지존파 사건의 시작이었다. 20대 7명으로 구성된 지존파는 돈 많은 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5명을 살해하고 이 가운데 시신 2구를 불태웠다. 당시 문 후보자의 수사지휘와 수사기법은 검찰 수사 교본에도 실렸고 후배 검사들 사이에서는 ‘수사 지휘의 바이블’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문 후보자는 지존파 사건으로 이름을 알린 후 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굵직한 사건들을 도맡아 수사해왔다. 1995년 서울지검 특수부로 발탁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수사했다. 

대검찰청에 몸담았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2007년엔 신정아·변양균 사건을 지휘하며 당시 파견검사였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문 후보자는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며 BBK 사건 주역인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 의혹과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진행했다. 서울서부지검장 재직 때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지휘했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재판에 넘겼다. 당시 수사 방향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 의구심을 제기하자 “나는 없는 집안서 태어나 여기까지 왔다. 영예롭게 끝낼 거다. 수사만 볼 뿐 정무적인 건 생각하지 않는다”고 취재진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문 후보자에 대한 일선 법조계의 평가는 대체로 후했다.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원칙주의자” “난폭하지 않은 특수검사” 등 호평을 받고 있다. 문 후보자 연수원 동기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4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연수원에 의해 집단서명이 제지되자 봉천동 여관에 문무일 최원식 등 몇몇이 다시 모여 밤샘 토의 끝에 반대서명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런 용기와 결단으로 일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재화 변호사는 문 후보자 만큼 ‘정치 검사’란 소리를 안 듣는 사람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특수통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정치 검사란 소리는 안 들었다”고 평가했다.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문 후보자에 대해 “현직서 총장 후보를 지명한다면 서울중앙지검특수1부장, 법무부 중수1과장을 지낸 문무일 고검장밖에는 아마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전화통화서 “퇴직을 한 소병철 전 고검장이 아니면 현직의 문무일 부산고검장, 두 카드 중 현직 카드를 뽑은 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단 있고 
명예 중시


하지만 문 후보자 앞에 놓인 현안도 산적하다. 현 정부 초반 2년간 검찰 조직을 이끌면서 각종 개혁 과제를 해결하고 부정부패 수사라는 본연의 업무도 처리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10년 만의 정치권력 교체기에 출범하는 문무일호는 대규모 인적 쇄신과 제도 개선을 양대 축으로 한 검찰개혁의 거대한 태풍 앞에 섰다.

법조계에선 이르면 7월 하순께 단행될 대규모 정기 간부 인사가 문 총장 후보자의 조직 안착 여부를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선거 등의 영향으로 반년 넘게 지연된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예고된 상태다.

문재인정부는 과거 권력 눈치 보기식 수사를 했거나 권력과 적극적으로 유착한 ‘정치 검사’들을 대대적으로 솎아낼 계획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청와대와 긴밀한 조율 속에서 ‘과거 부적정한 사건 처리를 한 검사’라는 이유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검사장 이상 고위 간부 4명을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인 가운데 단행된 소규모 원포인트 인사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검사장급서 차·부장급에 이르는 전체 간부를 대상으로 한 인사가 본편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자는 인사 숙청이 있고 동요하는 검찰 조직을 다독거려 조직을 시급히 안정시켜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이다.

12년만에 호남 출신 특수통 검사
지존파 사건 실체 파헤친 열정파

인적 쇄신 이후 문 후보자가 본격적으로 마주할 난제들은 한둘이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탈검찰화 등을 구체적인 검찰개혁 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모두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의 힘을 다른 기관에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에 가진 힘과 권한을 내려놓아야 할 검찰 내부서 반기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실제로 검찰은 줄곧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일관된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이런 상황서 문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취임하게 될 경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검찰개혁 방향에 관한 내부적 합의를 모아내는 과정에도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문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을 넘어 공식 임명장을 받게 되면 곧바로 이 같은 내용의 검찰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공직사회 부패에 대한 사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부패한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의 적이자 그 사람이 속했던 조직의 적”이라며 “국민의 여망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 논의가 시작된 발단이나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잇따른 고위검사 비리와 최근의 ‘돈봉투 만찬’ 등 구태에 대한 자성이자 향후 검찰 개혁 의지를 피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검찰 개혁은?
조직 흔들까

문 후보자는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21억4300여만원을 신고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12억원대(공시가격 기준) 아파트와 개포동에 부인 명의의 1억7000만원대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 가족 예금은 모두 7억8800만원가량 된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89년 5월∼92년 2월 육군 중위로 군복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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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