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재인정부의 제1기 내각 인선이 90% 완성됐다. 그런데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검찰총장 인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문재인정부는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 임무를 수행할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신중한 모습이 역력하다. 지금까지 하마평에 올랐던 검찰총장 후보군들을 살펴봤다.
법무부가 차기 검찰총장 인선작업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문재인정부 첫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에 저항하지 않을 인사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차기 검찰총장 인선작업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이튿날부터 20일까지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를 천거 받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검찰총장 인선 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인선 오리무중
이달 말 마무리
이금로(52·사법연수원 20기) 법무부 차관은 장관 권한대행 자격으로 각계서 추천받은 인사 중 적합한 인사를 추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위원회) 심사 대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위원회가 총장 후보자를 3명 이상 선정해 다시 이 차관에게 전달하면 그 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총장 후보자를 낙점한다.
현행 검찰청법상 검찰총장 후보 자격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이라는 요건 외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추천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일반 시민이나 법인, 단체 누구라도 가능하다. 다만 공정한 심사를 위해 누가 어떤 인사를 추천했는지는 비공개로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해야 하며,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공개 추천할 경우 위원회 심사 대상서 제외될 수 있다.
법무부가 차기 검찰총장 인선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문재인정부 첫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에 저항하지 않을 인사가 될 전망이다.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같이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년 11월)에 나오는 내용은 참고할만하다.
책 112페이지에는 “검찰총장은 대통령과 정치철학이 같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정권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정치세력의 몇 가지 철학과 맞아떨어지는 사람이 맡아야지요. 이를테면 수사의 독립, 정치적 중립, 인권 옹호 등의 철학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지요”라고 적었다.
법조경력 15년 이상 대상 추천 가능
문 정부와 손발 맞출 검찰 수장 누구?
노무현정부가 초기 검찰개혁을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송광수 검찰총장 인사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평가한 내용이다.
문 대통령도 이 책에서 “대통령과 철학이 맞지 않아 장관과 마찰이 뻔히 예상되는 인사를 임명한 것은 검찰개혁에 큰 장애가 된다”며 “더구나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에 전혀 의식이 없거나 오히려 검찰개혁을 검찰의 기득권 침해로 해석하고 적극 저항하는 경우에는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가장 중요한 인물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으로 꼽고 있다. 이 때문에 개혁적인 법학교수였던 안경환 서울법대 교수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바 있다.
하지만 안 교수는 도장 위조 혼인신고와 함께 아들의 퇴학처분 무마 의혹, 저서의 왜곡된 여성관 논란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가 결국 '1호 낙마자'가 됐다. 향후 청와대는 차기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다시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장관 다음 중요한 인물이 검찰총장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검찰 총수로서 검찰을 안정화시키면서 개혁까지 해야 하는 것이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 역할이라는 것이다.
새 검찰총장은 이르면 7월 중순께 임명될 전망이다. 공고기간과 위원회 심사, 국회 인사청문회 등 향후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진다.
법무부는 “검찰총장 공석 상태를 최소화하고 조직의 조속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법무장관 취임 전에 먼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천거절차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비검찰·호남
출신 물색 중
실제로 청와대는 경찰에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속하는 전현직 검사의 존안자료(인사 관련 자료)와 세평(世評) 등을 통한 사전 검증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청 정보 라인이 관련 정보를 확인 중이며 조만간 자료를 취합해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주부터 법조 관련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 정보 라인을 가동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과거 행적서 드러난 업무 경력을 바탕으로 능력과 세평, 수집된 장단점 정보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방침이다.
청와대가 경찰에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지시를 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각각 위장 전입, 세금 탈루와 아파트 다운 거래, 부인 강사 채용 특혜 의혹 등으로 잇달아 곤욕을 치른 탓으로 보인다.
검찰에 대한 인사 검증에 경찰을 참여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이미 시작된 걸 감안하면 검찰 권력의 견제라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 중 수사권 일부를 경찰에 이관한다는 등의 ‘검찰 힘 빼기’를 공약한 바 있다.
박근혜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앞으로 고위 공직자 인사에서 경찰 정보를 전면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에 의한 고위 공직자 정보 수집 및 인사 검증은 2015년 1월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중단시킨 뒤 2년 반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에 파견됐던 박관천 전 경정이 연루된 ‘정윤회 문건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는 경찰 정보의 신뢰성을 문제 삼아 인사검증 배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이 검증 작업 중인 총장 후보군은 전직 가운데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59·15기·전남 순천)과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57·17기·경남 진주), 현직은 김희관 법무연수원장(54·17기·전북 익산)과 문무일 부산고검장(56·18기·광주), 오세인 광주고검장(52·18기·강원 양양) 등 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 전 원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2013년 10월 김진태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압축한 최종후보 4명에 오른 적이 있다. 대전지검장과 대구고검장 등을 거쳐 2013년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퇴직해 2013년 12월 검찰을 떠났다. 소 전 원장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아 ‘전관예우’ 논란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안전빵’
현직 인사로?
또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고 농협대 석좌교수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온 행보 역시 높게 평가된다. 지방 강연을 다닐 때 직접 운전대를 잡는 등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고 한다.
현 정부의 핵심 기반 지역인 전남 순천 태생인 데다 검찰 내 신망이 두텁고 중립적 성향으로 평가돼 현 정부의 개혁에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평가다.
김 전 고검장도 거론된다. 검찰 안팎에선 차기 총장은 직전 김수남(58·16기) 전 총장과 신임 봉욱(52·19기) 대검 차장 사이인 사법연수원 17∼18기서 고려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를 감안하면 김 전 고검장이 더 근접한다. 함양군 서상면 출신으로 진주고,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다.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이 두텁다.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아들 비리 등 많은 대형 사건을 수사했고 대검찰청 마지막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특수통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순결하고 깨끗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눈사람’에 비유했을 정도다. 후배들의 신망이 높아 검찰 내부를 추스르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검찰 내부를 다독이면서 '개혁의 칼날'을 맡을 적임자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 후보자 정보수집 착수
2년 만에 다시 인사검증 참여
김 원장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김 전 총장 퇴임으로 공석이 된 검찰총장에 익산 출신 김희관 법무연수원장이 거론돼왔다.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 하버드 로스쿨 석사를 마쳤으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부산지검장, 대전고검장, 광주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적극적이고 원만한 성품으로 기획, 공안 업무 능력과 정책 판단력, 분석력이 탁월한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대검 공안기획관으로 재직할 당시 18대 총선 수사를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시절에는 성범죄자 및 살인자에 대한 보호관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확대 등에 힘썼고 선진국형 범죄예방 기법 연구에도 기여했다.
문 고검장은 광주 출생으로 광주제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구지검과 서울지검, 인천지검, 광주지검 등을 거쳤다. 그는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하며 검찰 내 호남출신 특수통으로 꼽히고 있다.
문 고검장은 2004년 노무현정부 때는 대통령 측근 비리 특별파견 검사로 활약했다. 그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2012년 대선 자금을 포함해 6억1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문무일 팀장은 2007년 대검 중수1과장 재직 때는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신정아씨를 조사한 바 있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특별수사팀장을 지내기도 했다.
오 고검장은 강원 양양 출신으로 강릉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수원지검 검사로 검찰에 입문했다. 이어 서울지검 검사,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대검 공안2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역임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취임과 동시에 TFT팀장을 맡아 반부패부 신설과 검찰개혁과 관련한 갖가지 업무를 추진하면서 반부패부 창설에 산파 역할을 했다. 성실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공안, 기획, 공보 등 풍부한 업무경험과 식견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상황판단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메스 들고
총대 메야
사정 당국과 정치권에선 문재인정부 인사 코드인 ‘탕평’을 고려할 때 호남 출신이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낙마한 안 교수는 경남 밀양 출신이었다. 또 검찰·경찰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국정원장에 서울 출신 서훈 이화여대 교수, 국세청장에 경기 화성 출신 한승희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내정되면서 호남 홀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