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51)재소자의 한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25 08:56:11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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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라고 막하는 겁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쉰한 번째 주인공은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안동교도소 소장을 고소한 재소자 이은규(34)씨의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는 이씨의 가족과 고소장을 토대로 작성)

이은규씨는 안동교도소 소장을 비롯한 교정직원들 지난달 11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 고소했다. 이씨가 안동교도소 관계자들을 고소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은교씨는 지난 2014년 11월3일 보이스피싱 등 사기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평택구치소, 수원구치소, 안양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이씨는 지난 2월9일 안양교도소에서 안동교도소로 이입됐다.

“정신 차려라”

그런데 이입 첫날부터 이씨는 안동교도소 보안과 CRPT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잔뜩 겁을 먹었다. CRPT(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는 일명 기동순찰팀으로 교정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 출동해 초동진압을 한다. 평소에는 순찰활동을 수용질서 유지, 경계감호업무 지원 등을 한다.

이씨가 안동교도소에 도착하자마자 CRPT 직원들은 “여기는 서울교정청하고 틀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등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사람은 누구나 낮선 곳으로 옮기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범죄인조차 교도소라는 낯선 환경에 비관하며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한 예가 많다. 이 때문에 법무부에선 신입수형자를 대상으로 고충상담반과 심리치료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안동교도소는 법무부의 이 같은 정책에 역행한 채 신입 재소자 기선제압에 힘쓰고 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당시 CRPT 직원들은 팔각모에 군복 같은 근무복을 입었으며, 군화를 신고 있었다. 이씨는 “이들 대부분 마스크를 했으며, 고성을 지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두환 시절 ‘삼청교육대가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후 CRPT 직원들은 다짜고짜 이씨의 물품을 검수했다. 이 과정엔 이씨가 수감했던 교도소에서 자비로 구입한 물품을 안동교도소 내규에 맞지 않는다며 한쪽으로 뺐다.

이후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건 안돼”라는 말만 하며 CRPT 직원들 중 한 명이 작성한 문서를 이씨에게 들이밀었다. 이씨는 “당시 문서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계속되는 고성과 공포 분위기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CRPT 직원은 이씨의 엄지손가락을 잡아끌어 인주를 묻힌 뒤 도장을 찍게 했다고 한다.

이씨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아 “이게 뭐 하는 겁니까”라며 즉각 항의했다. 그러자 CRPT 직원들은 이씨를 노려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 분위기에 압도돼 모든 항목에 도장을 찍었다.

이입 절차가 끝나자 멀리서 지켜보던 CRPT 팀장이 이씨를 불러 세워 놓고 “잘 지내라, 응”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입 첫날 교정직원들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며칠 동안 자신이 당한 일이 수치스럽고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이씨는 안동교도소 재소자 중에서 자신과 같은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같은 달 13일 교정 측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교도소 소장·교정직원 상대로 고소
고압적 태도…수시로 인권 무시 주장

그런데 교정 측은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이씨는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를 근거로 민원 등을 제기할까 봐 교정 측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률에도 맞지 않은 사유 등을 들으며 공문서인 정보공개청구서에 허위기재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뒤 CRPT 부대장이 이씨를 찾아와 “주시하고 있으니 생활 잘하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이씨의 본격적인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같은 달 24일 이씨는 공장에서 작업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같은 팀인 다른 수형자와 자리를 바꿔 대화도 나눴다. 그런데 갑자기 교정직원은 이씨에게 지정좌석 임의이탈을 이유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이 직원은 “내용 다 알지?”라며 보고서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도장 찍을 것을 강요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억울했다. 평소 공장서 수시로 팀원끼리 자리를 바꾸며 작업을 해왔으며, 옆 사람과 자리를 바꿨다고 관규 위반 처분을 받은 사례는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씨는 도장 찍길 거부했다. 그러자 이 교정 직원은 CRPT 직원 두 명을 불렀다. 이씨는 “당시 도장을 찍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처럼 보이게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이씨는 보고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곤 교정직원은 “세 번 걸리면 삼진아웃으로 징벌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씨는 분한 마음에 교정 측에 공장 CCTV와 신입 수형자 대기실의 CCTV 녹화분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지만, 불허 처분됐다. 이런 일이 있었던 뒤 지난달 7일 오후 2시경 CRPT직원들은 이씨의 거실 수검을 했다. 이때 베개 1개와 밥그릇 2개가 나왔다.

CRPT직원은 초과 비품 발견으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하며, 이씨에게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이씨 가족 측은 “교정 측에서 30여년 근무한 지인은 ‘초과 비품이 나왔을 경우 거둬가는 게 보통이지,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거실서 초과 비품이 나오는 이유는 재소자들이 전방·출소 등으로 놓고 가기 때문이다.

이씨 입장에서는 이 역시도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도장을 찍었다.


이후 며칠 뒤 또다시 교정 측은 이씨에 대한 수검을 했다. 이씨와 알고 지내는 수형자에게 친구의 전화번호를 적어줬다는 게 적발됐다. 교정 측은 관규 위반으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에 또 도장을 찍게 했다. 이로써 이씨는 세 건의 관규 위반으로 징벌 9일과 현재 독방(독방)에 수용됐다.

강제로 도장

억울하게 느낀 이씨는 지난달 11일부터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으로 안동교도소장과 교정 직원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허위문서기재 등으로 고소했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증거보전신청서도 발송했다.

지난 13일에는 법무부장관, 대구교정청장 앞으로 청원서도 보냈다. 그런데 이씨가 보낸 편지 1통을 비롯해 각 기관에 보낸 고소장과 청원서가 지난 16일 발송 불허 처분됐다. 이씨 가족 측은 “비록 죄를 범해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간으로서 권리는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동교도소 측의 인권 탄압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교도소 측 입장은?


안동교도소 측은 재소자 이은규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안동교도소 측과 일문일답.

▲수감 중인 이은호씨가 안동교도소 소장을 고소했다고 하는데?
- 2017. 3. 24.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부터 해당 수용자의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내용을 통보받은 사실이 있다.

▲이입 첫날 이씨에게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게 있나?
- 부정 물품의 반입 및 각종 교정사고 예방을 위하여 허가되지 않거나 초과 보유한 물품을 소지·사용·수수·교환하는 등의 행위는 금지되고 있음을 수시로 교육하고 안내하고 있다.

▲이씨의 거실 검수 과정 배게 1개와 밥그릇 2개가 나왔다고 규율위반보고서를 작성했다는데?
- 해당 수용자의 거실검사결과 적발된 품목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알린 후 임의로 자술서를 제출받은 사실이 있다.

▲이씨의 편지를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해당 수용자의 서신은 관계 법령에 따라 일부 서신에 대해 발송을 불허한 사실이 있으나, 대부분의 서신은 정상적으로 발송했다. (*관계 법령 :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4항 및 제5항)

▲이씨는 교정직원들이 인권 탄압을 했다는데?
-안동교도소는 관계 법령에 따라 수용자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수용 관리하고 있다. 부당한 강제력을 행사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였다는 수용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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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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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