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51)재소자의 한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25 08:56:11
  • 호수 1111호
  • 댓글 0개

“범죄자라고 막하는 겁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쉰한 번째 주인공은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안동교도소 소장을 고소한 재소자 이은규(34)씨의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는 이씨의 가족과 고소장을 토대로 작성)

이은규씨는 안동교도소 소장을 비롯한 교정직원들 지난달 11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 고소했다. 이씨가 안동교도소 관계자들을 고소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은교씨는 지난 2014년 11월3일 보이스피싱 등 사기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평택구치소, 수원구치소, 안양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이씨는 지난 2월9일 안양교도소에서 안동교도소로 이입됐다.

“정신 차려라”

그런데 이입 첫날부터 이씨는 안동교도소 보안과 CRPT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잔뜩 겁을 먹었다. CRPT(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는 일명 기동순찰팀으로 교정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 출동해 초동진압을 한다. 평소에는 순찰활동을 수용질서 유지, 경계감호업무 지원 등을 한다.

이씨가 안동교도소에 도착하자마자 CRPT 직원들은 “여기는 서울교정청하고 틀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등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사람은 누구나 낮선 곳으로 옮기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범죄인조차 교도소라는 낯선 환경에 비관하며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한 예가 많다. 이 때문에 법무부에선 신입수형자를 대상으로 고충상담반과 심리치료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안동교도소는 법무부의 이 같은 정책에 역행한 채 신입 재소자 기선제압에 힘쓰고 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당시 CRPT 직원들은 팔각모에 군복 같은 근무복을 입었으며, 군화를 신고 있었다. 이씨는 “이들 대부분 마스크를 했으며, 고성을 지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두환 시절 ‘삼청교육대가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후 CRPT 직원들은 다짜고짜 이씨의 물품을 검수했다. 이 과정엔 이씨가 수감했던 교도소에서 자비로 구입한 물품을 안동교도소 내규에 맞지 않는다며 한쪽으로 뺐다.

이후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건 안돼”라는 말만 하며 CRPT 직원들 중 한 명이 작성한 문서를 이씨에게 들이밀었다. 이씨는 “당시 문서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계속되는 고성과 공포 분위기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CRPT 직원은 이씨의 엄지손가락을 잡아끌어 인주를 묻힌 뒤 도장을 찍게 했다고 한다.

이씨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아 “이게 뭐 하는 겁니까”라며 즉각 항의했다. 그러자 CRPT 직원들은 이씨를 노려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 분위기에 압도돼 모든 항목에 도장을 찍었다.

이입 절차가 끝나자 멀리서 지켜보던 CRPT 팀장이 이씨를 불러 세워 놓고 “잘 지내라, 응”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입 첫날 교정직원들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며칠 동안 자신이 당한 일이 수치스럽고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이씨는 안동교도소 재소자 중에서 자신과 같은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같은 달 13일 교정 측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교도소 소장·교정직원 상대로 고소
고압적 태도…수시로 인권 무시 주장

그런데 교정 측은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이씨는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를 근거로 민원 등을 제기할까 봐 교정 측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률에도 맞지 않은 사유 등을 들으며 공문서인 정보공개청구서에 허위기재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뒤 CRPT 부대장이 이씨를 찾아와 “주시하고 있으니 생활 잘하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이씨의 본격적인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같은 달 24일 이씨는 공장에서 작업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같은 팀인 다른 수형자와 자리를 바꿔 대화도 나눴다. 그런데 갑자기 교정직원은 이씨에게 지정좌석 임의이탈을 이유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이 직원은 “내용 다 알지?”라며 보고서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도장 찍을 것을 강요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억울했다. 평소 공장서 수시로 팀원끼리 자리를 바꾸며 작업을 해왔으며, 옆 사람과 자리를 바꿨다고 관규 위반 처분을 받은 사례는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씨는 도장 찍길 거부했다. 그러자 이 교정 직원은 CRPT 직원 두 명을 불렀다. 이씨는 “당시 도장을 찍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처럼 보이게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이씨는 보고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곤 교정직원은 “세 번 걸리면 삼진아웃으로 징벌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씨는 분한 마음에 교정 측에 공장 CCTV와 신입 수형자 대기실의 CCTV 녹화분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지만, 불허 처분됐다. 이런 일이 있었던 뒤 지난달 7일 오후 2시경 CRPT직원들은 이씨의 거실 수검을 했다. 이때 베개 1개와 밥그릇 2개가 나왔다.

CRPT직원은 초과 비품 발견으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하며, 이씨에게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이씨 가족 측은 “교정 측에서 30여년 근무한 지인은 ‘초과 비품이 나왔을 경우 거둬가는 게 보통이지,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거실서 초과 비품이 나오는 이유는 재소자들이 전방·출소 등으로 놓고 가기 때문이다.

이씨 입장에서는 이 역시도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도장을 찍었다.


이후 며칠 뒤 또다시 교정 측은 이씨에 대한 수검을 했다. 이씨와 알고 지내는 수형자에게 친구의 전화번호를 적어줬다는 게 적발됐다. 교정 측은 관규 위반으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에 또 도장을 찍게 했다. 이로써 이씨는 세 건의 관규 위반으로 징벌 9일과 현재 독방(독방)에 수용됐다.

강제로 도장

억울하게 느낀 이씨는 지난달 11일부터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으로 안동교도소장과 교정 직원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허위문서기재 등으로 고소했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증거보전신청서도 발송했다.

지난 13일에는 법무부장관, 대구교정청장 앞으로 청원서도 보냈다. 그런데 이씨가 보낸 편지 1통을 비롯해 각 기관에 보낸 고소장과 청원서가 지난 16일 발송 불허 처분됐다. 이씨 가족 측은 “비록 죄를 범해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간으로서 권리는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동교도소 측의 인권 탄압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교도소 측 입장은?


안동교도소 측은 재소자 이은규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안동교도소 측과 일문일답.

▲수감 중인 이은호씨가 안동교도소 소장을 고소했다고 하는데?
- 2017. 3. 24.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부터 해당 수용자의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내용을 통보받은 사실이 있다.

▲이입 첫날 이씨에게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게 있나?
- 부정 물품의 반입 및 각종 교정사고 예방을 위하여 허가되지 않거나 초과 보유한 물품을 소지·사용·수수·교환하는 등의 행위는 금지되고 있음을 수시로 교육하고 안내하고 있다.

▲이씨의 거실 검수 과정 배게 1개와 밥그릇 2개가 나왔다고 규율위반보고서를 작성했다는데?
- 해당 수용자의 거실검사결과 적발된 품목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알린 후 임의로 자술서를 제출받은 사실이 있다.

▲이씨의 편지를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해당 수용자의 서신은 관계 법령에 따라 일부 서신에 대해 발송을 불허한 사실이 있으나, 대부분의 서신은 정상적으로 발송했다. (*관계 법령 :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4항 및 제5항)

▲이씨는 교정직원들이 인권 탄압을 했다는데?
-안동교도소는 관계 법령에 따라 수용자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수용 관리하고 있다. 부당한 강제력을 행사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였다는 수용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린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