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51)재소자의 한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25 08:56:11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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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라고 막하는 겁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쉰한 번째 주인공은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안동교도소 소장을 고소한 재소자 이은규(34)씨의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는 이씨의 가족과 고소장을 토대로 작성)

이은규씨는 안동교도소 소장을 비롯한 교정직원들 지난달 11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 고소했다. 이씨가 안동교도소 관계자들을 고소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은교씨는 지난 2014년 11월3일 보이스피싱 등 사기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평택구치소, 수원구치소, 안양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이씨는 지난 2월9일 안양교도소에서 안동교도소로 이입됐다.

“정신 차려라”

그런데 이입 첫날부터 이씨는 안동교도소 보안과 CRPT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잔뜩 겁을 먹었다. CRPT(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는 일명 기동순찰팀으로 교정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 출동해 초동진압을 한다. 평소에는 순찰활동을 수용질서 유지, 경계감호업무 지원 등을 한다.

이씨가 안동교도소에 도착하자마자 CRPT 직원들은 “여기는 서울교정청하고 틀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등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사람은 누구나 낮선 곳으로 옮기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범죄인조차 교도소라는 낯선 환경에 비관하며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한 예가 많다. 이 때문에 법무부에선 신입수형자를 대상으로 고충상담반과 심리치료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안동교도소는 법무부의 이 같은 정책에 역행한 채 신입 재소자 기선제압에 힘쓰고 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당시 CRPT 직원들은 팔각모에 군복 같은 근무복을 입었으며, 군화를 신고 있었다. 이씨는 “이들 대부분 마스크를 했으며, 고성을 지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두환 시절 ‘삼청교육대가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후 CRPT 직원들은 다짜고짜 이씨의 물품을 검수했다. 이 과정엔 이씨가 수감했던 교도소에서 자비로 구입한 물품을 안동교도소 내규에 맞지 않는다며 한쪽으로 뺐다.

이후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건 안돼”라는 말만 하며 CRPT 직원들 중 한 명이 작성한 문서를 이씨에게 들이밀었다. 이씨는 “당시 문서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계속되는 고성과 공포 분위기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CRPT 직원은 이씨의 엄지손가락을 잡아끌어 인주를 묻힌 뒤 도장을 찍게 했다고 한다.

이씨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아 “이게 뭐 하는 겁니까”라며 즉각 항의했다. 그러자 CRPT 직원들은 이씨를 노려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 분위기에 압도돼 모든 항목에 도장을 찍었다.

이입 절차가 끝나자 멀리서 지켜보던 CRPT 팀장이 이씨를 불러 세워 놓고 “잘 지내라, 응”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입 첫날 교정직원들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며칠 동안 자신이 당한 일이 수치스럽고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이씨는 안동교도소 재소자 중에서 자신과 같은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같은 달 13일 교정 측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교도소 소장·교정직원 상대로 고소
고압적 태도…수시로 인권 무시 주장

그런데 교정 측은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이씨는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를 근거로 민원 등을 제기할까 봐 교정 측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률에도 맞지 않은 사유 등을 들으며 공문서인 정보공개청구서에 허위기재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뒤 CRPT 부대장이 이씨를 찾아와 “주시하고 있으니 생활 잘하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이씨의 본격적인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같은 달 24일 이씨는 공장에서 작업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같은 팀인 다른 수형자와 자리를 바꿔 대화도 나눴다. 그런데 갑자기 교정직원은 이씨에게 지정좌석 임의이탈을 이유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이 직원은 “내용 다 알지?”라며 보고서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도장 찍을 것을 강요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억울했다. 평소 공장서 수시로 팀원끼리 자리를 바꾸며 작업을 해왔으며, 옆 사람과 자리를 바꿨다고 관규 위반 처분을 받은 사례는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씨는 도장 찍길 거부했다. 그러자 이 교정 직원은 CRPT 직원 두 명을 불렀다. 이씨는 “당시 도장을 찍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처럼 보이게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이씨는 보고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곤 교정직원은 “세 번 걸리면 삼진아웃으로 징벌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씨는 분한 마음에 교정 측에 공장 CCTV와 신입 수형자 대기실의 CCTV 녹화분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지만, 불허 처분됐다. 이런 일이 있었던 뒤 지난달 7일 오후 2시경 CRPT직원들은 이씨의 거실 수검을 했다. 이때 베개 1개와 밥그릇 2개가 나왔다.

CRPT직원은 초과 비품 발견으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하며, 이씨에게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이씨 가족 측은 “교정 측에서 30여년 근무한 지인은 ‘초과 비품이 나왔을 경우 거둬가는 게 보통이지,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거실서 초과 비품이 나오는 이유는 재소자들이 전방·출소 등으로 놓고 가기 때문이다.

이씨 입장에서는 이 역시도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도장을 찍었다.


이후 며칠 뒤 또다시 교정 측은 이씨에 대한 수검을 했다. 이씨와 알고 지내는 수형자에게 친구의 전화번호를 적어줬다는 게 적발됐다. 교정 측은 관규 위반으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에 또 도장을 찍게 했다. 이로써 이씨는 세 건의 관규 위반으로 징벌 9일과 현재 독방(독방)에 수용됐다.

강제로 도장

억울하게 느낀 이씨는 지난달 11일부터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으로 안동교도소장과 교정 직원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허위문서기재 등으로 고소했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증거보전신청서도 발송했다.

지난 13일에는 법무부장관, 대구교정청장 앞으로 청원서도 보냈다. 그런데 이씨가 보낸 편지 1통을 비롯해 각 기관에 보낸 고소장과 청원서가 지난 16일 발송 불허 처분됐다. 이씨 가족 측은 “비록 죄를 범해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간으로서 권리는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동교도소 측의 인권 탄압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교도소 측 입장은?


안동교도소 측은 재소자 이은규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안동교도소 측과 일문일답.

▲수감 중인 이은호씨가 안동교도소 소장을 고소했다고 하는데?
- 2017. 3. 24.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부터 해당 수용자의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내용을 통보받은 사실이 있다.

▲이입 첫날 이씨에게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게 있나?
- 부정 물품의 반입 및 각종 교정사고 예방을 위하여 허가되지 않거나 초과 보유한 물품을 소지·사용·수수·교환하는 등의 행위는 금지되고 있음을 수시로 교육하고 안내하고 있다.

▲이씨의 거실 검수 과정 배게 1개와 밥그릇 2개가 나왔다고 규율위반보고서를 작성했다는데?
- 해당 수용자의 거실검사결과 적발된 품목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알린 후 임의로 자술서를 제출받은 사실이 있다.

▲이씨의 편지를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해당 수용자의 서신은 관계 법령에 따라 일부 서신에 대해 발송을 불허한 사실이 있으나, 대부분의 서신은 정상적으로 발송했다. (*관계 법령 :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4항 및 제5항)

▲이씨는 교정직원들이 인권 탄압을 했다는데?
-안동교도소는 관계 법령에 따라 수용자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수용 관리하고 있다. 부당한 강제력을 행사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였다는 수용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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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