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51)재소자의 한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25 08:56:11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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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라고 막하는 겁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쉰한 번째 주인공은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안동교도소 소장을 고소한 재소자 이은규(34)씨의 이야기입니다. (이 기사는 이씨의 가족과 고소장을 토대로 작성)

이은규씨는 안동교도소 소장을 비롯한 교정직원들 지난달 11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 고소했다. 이씨가 안동교도소 관계자들을 고소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은교씨는 지난 2014년 11월3일 보이스피싱 등 사기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평택구치소, 수원구치소, 안양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이씨는 지난 2월9일 안양교도소에서 안동교도소로 이입됐다.

“정신 차려라”

그런데 이입 첫날부터 이씨는 안동교도소 보안과 CRPT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잔뜩 겁을 먹었다. CRPT(Correctional Rapid Patrol Team)는 일명 기동순찰팀으로 교정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 출동해 초동진압을 한다. 평소에는 순찰활동을 수용질서 유지, 경계감호업무 지원 등을 한다.

이씨가 안동교도소에 도착하자마자 CRPT 직원들은 “여기는 서울교정청하고 틀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등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사람은 누구나 낮선 곳으로 옮기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범죄인조차 교도소라는 낯선 환경에 비관하며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한 예가 많다. 이 때문에 법무부에선 신입수형자를 대상으로 고충상담반과 심리치료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안동교도소는 법무부의 이 같은 정책에 역행한 채 신입 재소자 기선제압에 힘쓰고 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당시 CRPT 직원들은 팔각모에 군복 같은 근무복을 입었으며, 군화를 신고 있었다. 이씨는 “이들 대부분 마스크를 했으며, 고성을 지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두환 시절 ‘삼청교육대가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후 CRPT 직원들은 다짜고짜 이씨의 물품을 검수했다. 이 과정엔 이씨가 수감했던 교도소에서 자비로 구입한 물품을 안동교도소 내규에 맞지 않는다며 한쪽으로 뺐다.

이후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건 안돼”라는 말만 하며 CRPT 직원들 중 한 명이 작성한 문서를 이씨에게 들이밀었다. 이씨는 “당시 문서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계속되는 고성과 공포 분위기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CRPT 직원은 이씨의 엄지손가락을 잡아끌어 인주를 묻힌 뒤 도장을 찍게 했다고 한다.

이씨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아 “이게 뭐 하는 겁니까”라며 즉각 항의했다. 그러자 CRPT 직원들은 이씨를 노려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 분위기에 압도돼 모든 항목에 도장을 찍었다.

이입 절차가 끝나자 멀리서 지켜보던 CRPT 팀장이 이씨를 불러 세워 놓고 “잘 지내라, 응”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입 첫날 교정직원들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며칠 동안 자신이 당한 일이 수치스럽고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이씨는 안동교도소 재소자 중에서 자신과 같은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같은 달 13일 교정 측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교도소 소장·교정직원 상대로 고소
고압적 태도…수시로 인권 무시 주장

그런데 교정 측은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이씨는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를 근거로 민원 등을 제기할까 봐 교정 측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률에도 맞지 않은 사유 등을 들으며 공문서인 정보공개청구서에 허위기재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뒤 CRPT 부대장이 이씨를 찾아와 “주시하고 있으니 생활 잘하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이씨의 본격적인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같은 달 24일 이씨는 공장에서 작업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같은 팀인 다른 수형자와 자리를 바꿔 대화도 나눴다. 그런데 갑자기 교정직원은 이씨에게 지정좌석 임의이탈을 이유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이 직원은 “내용 다 알지?”라며 보고서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도장 찍을 것을 강요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억울했다. 평소 공장서 수시로 팀원끼리 자리를 바꾸며 작업을 해왔으며, 옆 사람과 자리를 바꿨다고 관규 위반 처분을 받은 사례는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씨는 도장 찍길 거부했다. 그러자 이 교정 직원은 CRPT 직원 두 명을 불렀다. 이씨는 “당시 도장을 찍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처럼 보이게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이씨는 보고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곤 교정직원은 “세 번 걸리면 삼진아웃으로 징벌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씨는 분한 마음에 교정 측에 공장 CCTV와 신입 수형자 대기실의 CCTV 녹화분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지만, 불허 처분됐다. 이런 일이 있었던 뒤 지난달 7일 오후 2시경 CRPT직원들은 이씨의 거실 수검을 했다. 이때 베개 1개와 밥그릇 2개가 나왔다.

CRPT직원은 초과 비품 발견으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하며, 이씨에게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이씨 가족 측은 “교정 측에서 30여년 근무한 지인은 ‘초과 비품이 나왔을 경우 거둬가는 게 보통이지, 규율위반적발보고서를 작성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거실서 초과 비품이 나오는 이유는 재소자들이 전방·출소 등으로 놓고 가기 때문이다.

이씨 입장에서는 이 역시도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도장을 찍었다.

이후 며칠 뒤 또다시 교정 측은 이씨에 대한 수검을 했다. 이씨와 알고 지내는 수형자에게 친구의 전화번호를 적어줬다는 게 적발됐다. 교정 측은 관규 위반으로 규율위반적발보고서에 또 도장을 찍게 했다. 이로써 이씨는 세 건의 관규 위반으로 징벌 9일과 현재 독방(독방)에 수용됐다.

강제로 도장

억울하게 느낀 이씨는 지난달 11일부터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으로 안동교도소장과 교정 직원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허위문서기재 등으로 고소했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증거보전신청서도 발송했다.

지난 13일에는 법무부장관, 대구교정청장 앞으로 청원서도 보냈다. 그런데 이씨가 보낸 편지 1통을 비롯해 각 기관에 보낸 고소장과 청원서가 지난 16일 발송 불허 처분됐다. 이씨 가족 측은 “비록 죄를 범해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간으로서 권리는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동교도소 측의 인권 탄압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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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교도소 측 입장은?

안동교도소 측은 재소자 이은규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안동교도소 측과 일문일답.

▲수감 중인 이은호씨가 안동교도소 소장을 고소했다고 하는데?
- 2017. 3. 24.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부터 해당 수용자의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내용을 통보받은 사실이 있다.

▲이입 첫날 이씨에게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게 있나?
- 부정 물품의 반입 및 각종 교정사고 예방을 위하여 허가되지 않거나 초과 보유한 물품을 소지·사용·수수·교환하는 등의 행위는 금지되고 있음을 수시로 교육하고 안내하고 있다.

▲이씨의 거실 검수 과정 배게 1개와 밥그릇 2개가 나왔다고 규율위반보고서를 작성했다는데?
- 해당 수용자의 거실검사결과 적발된 품목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알린 후 임의로 자술서를 제출받은 사실이 있다.

▲이씨의 편지를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해당 수용자의 서신은 관계 법령에 따라 일부 서신에 대해 발송을 불허한 사실이 있으나, 대부분의 서신은 정상적으로 발송했다. (*관계 법령 :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4항 및 제5항)

▲이씨는 교정직원들이 인권 탄압을 했다는데?
-안동교도소는 관계 법령에 따라 수용자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수용 관리하고 있다. 부당한 강제력을 행사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였다는 수용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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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