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호 특집> 미제사건 파일6 ④포항 흥해 토막살인

갈대밭에 몸통 없이 양팔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흥해 토막살인 사건’. 피해자의 사체는 온몸이 토막 난 채로 이곳저곳서 발견됐다. 수사는 9년째 답보상태. 갖가지 추측들만이 난무한다. 실마리를 잡았어도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답답한 상황. 죽은 그녀는 말이 없다.

2008년 7월8일 경상북도 포항시 흥해읍 금장 2리 도로변의 갈대숲에 살구를 따러 온 황씨 부부는 살구나무 아래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다리 하나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체 따로 발견

황씨 부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총 200명의 인원을 동원해 시신이 발견된 갈대숲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다. 수색 작업 2시간 만에 경찰은 시신의 오른팔을 찾아냈고 저녁 6시경에는 왼팔과 왼쪽 다리를 찾아냈다.

그러나 머리와 몸통은 찾아내지 못했으며 시신이 발견된 때가 무더운 여름이라 부패가 심해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

사체 부검 결과 피해자는 40∼50대 여성으로 추정됐지만 손가락 끝 마디가 모두 절단돼있어 지문 채취를 할 수 없었다. 사망자의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데다 중요한 머리와 몸통이 발견되지 않아 얼굴 없는 여인의 죽음에 포항 일대가 크게 술렁였다.


사건 발생 2주 후 그 마을의 꽃길 작업반장이었던 소모씨가 작업 도중 시신의 머리와 몸통을 발견했다. 최초 사지가 발견된 갈대숲에서 약 1.2km 떨어진 음료 창고 부근에서였다. 그러나 역시 사체의 부패 상태가 매우 심각해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고 심하게 훼손된 탓에 사인을 판단할 수도 없었다.

경찰은 훼손된 시신 왼손에서 어렵게 확보한 지문을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냈는데 피해자는 포항에 거주하는 여성 차진숙(49·가명)씨로 밝혀졌다. 그녀는 발견되기 보름 전인 6월24일에 남편에 의해 실종신고 된 상태였다.

2015년 5월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서도 이 사건을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피해자 차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몇 달 전부터 심리적으로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고 한다. 실종되기 직전 차씨는 늘 술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웃 주민들은 “마치 모든 걸 포기한 사람마냥 늘 술에 취해 있었다”고 증언했다. 차씨에게는 추문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과거에 남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웃들 사이에서는 차씨에 대한 평판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이유는 범인을 찾아낼 만한 단서가 될 것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범인은 피해자의 목을 손으로 짓눌러 죽인 후 사체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사체의 부패 및 훼손 상태가 매우 심해 범인의 지문을 채취해낼 수가 없었고 사체를 포장한 비닐서도 머리와 몸통이 들어있던 포대와 청테이프서도 지문이나 DNA 등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심각한 부패로 신원확인 어려워
전문가들 “범인은 가까운 사람”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거주지서 반경 1.5km 지역서 정지된 것으로 보아 혹 아파트 부근에서 납치된 후 살해된 게 아닐까 했지만 사건 당시 그 지역에 CCTV는 설치되지 않았다. 경찰은 실종 후 사체 유기장소까지의 모든 길에 있는 CCTV를 다 확인해 봤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그런 데다 더 안타까운 점은 2008년 당시 포항지역에 유달리 비가 많이 내렸는데 그 탓에 많은 증거가 씻겨 내려가 유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사체가 잔혹하게 훼손된 점을 들어 유영철이나 강호순 같은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소행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범죄 심리전문가로 활동했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이코패스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적으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번 사건의 범인은 그렇지 않다”며 범인이 사이코패스라는 주장을 부정했다.

즉 사이코패스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므로 그만큼 대담하고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하고 소유하는데 이번 사건의 범인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시체를 인적이 뜸한 곳까지 찾아가서 얼른 던져 유기한 것으로 보이므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소행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범인이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일 것이라는 공통적인 의견을 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건 전후 남편의 행적이 여러모로 수상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남편 정씨는 차씨가 살해됐던 시점에 친구에게 “제주도에 간 부인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차씨는 제주도에 가지도 않았다. 또 정작 제주도에 있는 처가에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차씨 오빠의 증언에 따르면 정씨가 장모에게 전화해서 “아내가 지금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포항에 좀 올라와 달라”고 했다. 친구에게는 아내가 제주도에 간다고 해서 안 돌아오니 제주도에 간 기록을 확인해 달라고 하고 장모에게는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니 포항으로 올라와 달라는 상반된 부탁을 한 것이다.

남편의 수상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씨는 차씨가 실종되고 시신으로 발견된 그 사이에 난데없이 세면대 교체작업을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남편이 사체를 훼손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 문제의 세면대를 찾으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안타깝게도 설비업자가 그 문제의 세면대를 폐기 처분해버렸다.

그 밖에도 정씨가 차씨를 여러 차례 구타한 적이 있었다는 이웃들의 증언과 지인들의 증언과 인근 병원 관계자의 증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정씨 본인도 아내를 구타한 사실을 시인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죽은 아내가 술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는 일이 잦았다는 둥, 가출을 밥 먹듯이 했다는 둥, 남자관계가 헤프다는 둥 죽은 아내의 명예를 더럽힐 만한 이야기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심증에 불과하다. 남편이 범인이라는 심증은 농후하나 그 사실을 입증할 물증이 없어 확정할 수가 없다. 차후 물증이 발견되지 않는 한 섣부른 추리는 금물이다. 남편의 행적이 수상쩍은 건 사실이지만 의외로 이 사람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것일 수도 있다.


사건 발생 후 9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2015년 9월에 경북지방경찰청은 미제사건 수사 전담팀을 발족해 이 사건을 원점서 재수사하고 있다. 주변 인물 동향 등을 관찰하며 모두 8권 24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사건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당시에 놓친 것은 없는지 분석하고 있다.

수상한 남편

주변 탐문도 다시 하고 날로 진화하는 감식 및 디지털 증거분석 기법 등을 활용, 휴대전화·DNA 분석 등도 다시 할 계획이다. 미제사건수사팀 수사관 최명호 경위는 “범인이 증거를 인멸했겠지만 증거 인멸 자체가 증거로 남게 된다. 당시 발견하지 못한 증거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서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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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