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는 국론분열벨트가 아닌 국가비전벨트”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⑤>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 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다섯 번째로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를 만나봤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시대를 여는 벨트 돼야
대한민국 제2의 세종르네상스 열 수 있어

“세종시 주변에는 전국 공공 연구기관의 29%, 대학 연구소의 30%, 기업 연구소의 33%가 집결돼 있다. 세종시는 지난 40년간 30조가 투자된 대덕 특구, 오송 오창 생명과학단지, 천안 아산 디스플레이 산업단지로 연결돼 비즈니스 파급 효과가 크다. 세종시는 입지 최적지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세종시 사수’를 위해 전방위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를 지난달 23일 의원회관에서 만나봤다. 대정부 질문을 하루 앞둔 이날, 인터뷰 직전까지 지역구를 돌며 지역 주민의 고견을 담아온 심 대표는 “언제나 국민 중심의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주 대정부 질문에서도 역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화두던데.
▲ 지난해 세종시 원안 수정 논란 당시 국론 분열과 정부 불신 현상이 대단히 컸기에 대정부 질문에서 세종시 해법을 제시했었다. 세종시 수정안의 경우 법으로 바꿔야 되는 것을 총리가 먼저 말 한 마디 던지고 대통령이 뒷받침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과학벨트도 책임 있는 국가 기관의 결정으로 결론난 사항인데 어느새 다시 지역 간 유치 감정이 격화되고 국론도 분열됐다.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에도 법으로 하면 된다. 대통령이 이미 충청권에 한다고 공약을 한 상황에서 정부는 정책을 만든 그대로 가만히 놔두면 결국 국회가 법대로 처리한다. 말을 해서 문제를 만든다. 박수받으면서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을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세종시 ‘과학벨트’ 최적 입지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어

- 과학벨트가 세종시로 가야하는 큰 이유가 있는가.
▲ 이미 과학자와 전문가들, 특히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를 활용할 과학자들이 최종적으로 세종시로 가야 된다고 선택했다. 정부 기관도 옳다고 거들었다. 결국 세종시로 가야된다고 지난해 1월1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했다. 또한 세종시는 땅이 이미 매입돼 있는 상태다. 과학벨트에 소요되는 땅의 면적은 대략 100만~150만 평이다. 확장 가능성까지도 살펴보면 대략 200만 평 정도 소요되는데 다른 지역으로 가면 땅을 매수하는 데만 2~3년 정도 흐르고 그런 과정에서의 주민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들을 달래고 정상적으로 추진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떠나 다른 지역은 기존 도시 내 최소 100만 평 가량의 대지 조성이 어렵다. 확장 가능성을 봐도 세종시가 최적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토지 매입비가 없으니 돈도 절약할 수 있다. 중이온 가속기 100만 평, 기초과학연구원 50만 평 등 당장 사업 시행이 가능한 부지는 한강 이남에 세종시밖에 없다.

- 대전·천안 유치 목소리도 높던데.
▲ 천안 얘기도 나오고 하지만 이미 충청권 3개 시도가 ‘세종시가 최적의 입지’라고 합의하고 결론냈다. 충청권 3개 시도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왔다. 대덕 특구의 응용과학에 오송의 생명공학, 세종시의 기초원천 기술을 연계시켜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세종시뿐이다.

- 중이온 가속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 우리나라 과학 기술은 지금까지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거나 차용해 운영해 왔지만 이제는 선도 기술이 아니면 선진국 진입이 힘들다. 지금껏 나노 기술을 가지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 했는데 나노를 뒷받침하는 것이 포항에 있는 방사광 가속기와 경주의 양성자 가속기다. 방사광 가속기 나노 기술은 10억분의 1 크기의 입자를 분석한다. 하지만 중이온 가속기는 이보다 100만분의 1 크기로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초 연구 기능을 지녔다(총 1000조분의 1미터 측정 가능).
중이온 가속기 설치와 관련, 프랑스는 이미 착공했고 미국은 입지를 선정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대에서 기술이 1년이 늦어지면 2~3년 정도 기술 후진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의미 없게 될 것이다.

- 과학벨트는 근본적으로 분리돼 유치될 수 없는 것인지.
▲ 과학벨트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 기업의 기술을 매각하고 응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함께 묶으려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3000명의 연구원을 고용해 추진하려는 것인데 실제 고용원은 500명 정도이고 나머지 2500여 명은 대덕 연구단지 연구원을 모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이온 가속기가 포항에 가 있고, 연구원은 대덕에 있는 식으로 전부 흩어져 있으면 안 된다. 연구원 본연의 연구도 하면서 원천 기술 개발 연구도 겸해야 되는데 옆에 있는 게 아니라면 정상적으로 돌아가겠나. 현재 방사성 가속기 이용률이 실질적으로 50%가 안 된다. 대학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방학이 아니면 연구할 시간이 없다. 결국 나머지 10개월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으면, 2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야단법석인데, 재발 방지가 가능한 것인지.
▲ 구제역 재발 방지라는 말 자체가 허구다. 우리나라 축산 방식으로 재발하지 않게 만들기는 어렵다. 덴마크나 스웨덴 등 북유럽 축산 국가들이 기르는 돼지는 한데 모아 사료를 먹여 키우는 것이 아닌, 충분히 기초 체력을 늘릴 수 있는 운동장을 주고 사료도 자연 사료를 주면서 키우는 방식이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는 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생산을 하려 하니 사료를 먹일 수밖에 없다. 공장에서 나오는 사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재발 방지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축산업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침출수 후유증이 아니라 우리나라 축산 농가가 붕괴되지 않게 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 축산 농가의 붕괴는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데.
▲ 그렇다. 보상금 몇 푼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는 것은 안 된다. 돼지 농가를 보면 모돈(母豚)을 만드는 데 1년, 모돈 생산에 1년 반이 걸린다. 종돈을 구할 곳이 없다. 과거엔 종돈이 5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20만원 줘도 못 구한다. 구제역 끝나고 축산 농가가 다시 조업을 하려고 할 때 기반이 없어서 못한다.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 정부에서 외국 것을 사오라고 할까 걱정이다. 우리가 공급하기 힘든 축산국이 되면 이번에 보듯이 캐나다에서 돼지고기를 수입하는데 관세를 25% 감면해 주니 그 쪽에서 오히려 관세를 올렸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 없다. 미국산 소도 3년 이상 된 것은 우리가 안 먹는다 했는데 그런 조건도 없어졌다. 이번 구제역은 농가 붕괴일 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도 직결됐다. 정부가 이 점도 생각해야 된다. 국익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 1차 산업의 붕괴는 3차 산업으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은가.
▲ 축산은 유일하게 농가에서 단기간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농업 생산품이다. 채소도 있긴 하지만 금액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농촌 경제를 완전 붕괴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이미 관련 산업도 붕괴됐다. 농가에 농약을 공급했던 농약 소매상은 이미 몇 달째 조업을 못하고 있다. 사료 중간 도매상도 완전히 붕괴됐다. 족발·순대국 파는 사람들도 영향 받았다. 결국 1차 산업의 붕괴는 3차 산업까지 붕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중요한 포인트다.

합당 문제 ‘간단하지만 어려워’
정책 중심 정당 되면 언제든 가능

- 원 소속이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는 교류가 있으신지.
▲ 행사장에서 가끔 마주치면 인사나 나눌 뿐 따로 만나 식사나 교류를 한 적은 없다.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개인적인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시 나는 선진당 대표였지만 총재와 대표 사이에서 함께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 선진당과의 합당설이 심심찮게 제기되던데.
▲ 나는 직접적으로 그 얘기를 거의 못 들었다. 내가 선진당을 탈당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선진당이 변하지 않으면 충청권 지지 기반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정당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1인 중심의 정당 운영을 바꿔야 된다고 봤다. 정책은 어디 가고 때마다 임기응변 식으로 당이 운영됐다. 원칙과 정책이 당을 뒷받침 하는 구조로 가야 된다. 그게 바뀌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 그때 탈당 선언한 내용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지금 선진당이 그런 변화를 시도하고 있나? 나는 간단하다. 국회의원 1명이기 때문에 간단하다. 선진당의 변화가 없는데 합당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 인구 500만 충청인의 단결이 타 지역에 비해 잘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 내가 일관되게 하는 얘기가 있는데, 나는 큰 욕심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대전 충남에서 JP 이후 충청 정치 세력을 하나로 가져가야 된다는 생각에 정치를 시작했다. 그 뒤 훌륭한 후배들을 잘 이끌어 결집된 충청 정치 세력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다음을 어떻게 잘 키워갈 것이냐는 쪽에서 내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것이 바로 아직 내가 정치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후배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되는데 선진당에서는 그게 힘든 분위기라 탈당했다. 다양한 후배들에 의한 충청권 정치 세력화를 위해 내가 더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1인 중심 정치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3김 이후 종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자주 뵙는지.
▲ 충청도는 신의와 예절을 중요시 여긴다. 쉽게 얘기하면 효(孝)가 모든 것의 근본이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정 활동을 하는 가운데 시간을 따로 내 찾아 뵙기도 하고 간혹 연락도 드린다. 아직도 나는 JP만 한 정치력과 식견을 가진 정치 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 (JP에게) 좋은 말씀 많이 듣는다.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 말 믿지 못하는 실정
‘대통령 공약’ ‘정부 발표 정책’ 약속 지켜야

- 충청인의 이념적 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아리송한데.
▲ 지금은 보수 대 진보라는 2분법적 구분을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보수가 진보도 되고, 진보가 보수도 된다. 정책의 선택 측면에서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로 평가한다. 우리 당이 직접적으로 추구하는 ‘국민 중심’의 정치는 보수냐 진보냐와 상관없다고 본다.

- 최근 개헌도 정치권의 큰 화두 중 하나인데.
▲ 개헌 논의엔 주로 권력 구조 개편 얘기가 나온다. 권력 구조 개편도 중요하지만 사실 헌법 내용 중 먼 미래를 내다보고 바꿔야 될 부분이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헌법 내에 국회의원 수를 한정해 놓은 나라도 많지 않다. 과거 정치적 이해 관계로 늘렸다 줄였다 해서 그런 것 같다. 고쳐야 될 부분이 있다는 면에서, 국가 경영이 달라져야 된다는 면에서는 많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개헌 타이밍은 아니라고 본다. 한가하게 개헌 논의 할 때가 아니다. 서민 경제도 많이 어려워지고 구제역 등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야 될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힘들다. 심지어 개헌에 대한 의구심도 많지 않은가.


- 임시국회에서 대통령께서 개헌을 발의할 것이라는 일각의 소문도 있던데.
▲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았기 때문에 2년이라는 기간으로 보면 임기 내 개헌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도 그렇게 판단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개헌을 들고 나온다고 해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난국이 수습될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

-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신다면.
▲ 정부가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못하는 부분도 있다. 외교와 경제를 잘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지만, 서민 생활과 직결된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현 정부의 본질적 문제는 국민의 신뢰·통합·안정을 먼저 생각하는 국정 운영을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부분에서 국민들은 많은 우려를 한다. 국정 운영의 원칙과 철학이 없다. 국민들이 ‘당신이 하는 일을 믿습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라’라고 얘기하는 신뢰가 있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어렵다.

MB정부, 지금 개헌 타이밍 아냐
국정 운영의 원칙과 철학 없어

- 도지사 시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 내가 도지사 하면서 대전시를 분리시켰다. 대전시가 전국 체전에서 15개 시도 중 14등을 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2000년에 전국 16개 시도 중 1등으로 올라섰다. 1970년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서울 경기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 1등을 한 곳이 없다. 또한 충남 도민 1인 소득은 전국 2위다. 울산 다음이다. 다들 서울이나 경기도나 경상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충청도가 낙후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옛날 사람들 얘기다. 통계를 보고 얘기해야 한다. 충청도에 삼성전자 및 각 산업 단지 벨트를 만들어 추진했기 때문에 그 기반이 어느 곳보다 더 확고하다. 1995년도에 수출 실적이 30~40억 달러 규모였다. 그때  내가 선거 공약으로 앞으로 10년 이내 500억 달러의 실적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나 때에는 못 했지만 결국 작년에 충남 수출 실적이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행정 책임자가 의지를 갖고 하면 결국 지역 발전을 실천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대통령이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국민과 함께 가면 된다.

- 심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공정사회란 어떤 모습인지.
▲ 공정사회는 서민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정부로부터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법과 경제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부가 나를 차별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내가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을 국민들은 원한다. 입으로만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바를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자연히 공정사회가 이뤄진다.

정리=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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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