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현장 행정’으로 민(民) 섬기겠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3>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이번이 세 번째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서면으로 만나봤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경기도 과천에 유치돼야
‘자유민주주의’ 추구로 대한민국 잘 살게 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라는 주문을 머릿속에 자주 떠올리고자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지사의 서민밀착 행정은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이어졌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택시운전에 나섰다. 그의 택시운전은 이번이 24번째로 이제껏 총 2,756km를 운행했다. 지난 2009년 1월27일 첫 택시운전을 시작한 김 지사는 어느새 택시운전 2주년을 맞았다. 그는 “택시 운전대를 잡으면 뒷좌석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도시의 모습이 펼쳐진다”면서 “택시 운전의 생생한 현장감은 공무원의 보고서보다 낫고, 더 가까이에서 국민의 삶을 공감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사회주의는 ‘현실’ 아닌 ‘이상’
소련 붕괴 지켜보며 현실 직시

- 과학비즈니스벨트 ‘과천 유치’를 주장했다. 충청권 유치는 지난 총선·대선 한나라당 공약 아니었나.
▲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정치인의 표 논리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과학기술을 위해 바람직한지 정치인을 배제시킨 채 과학자분들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해야 한다.

- 김 지사는 ‘정통 보수층의 지지가 다소 미흡하지 않나?’ 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데.
▲ 보수층의 지지 없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한 사람도 없다.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국회의원·도지사 등 상하 계층을 넘나들며 보수와 진보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됐다.

- 노동운동을 하다 보수 정당에 입당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오랫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고 민중당을 통해 진보 정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를 보며 사회주의는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후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 강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결심한 결과 입당하게 됐다.

- 각종 ‘운동’ 과정에서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텐데.
▲ 노동운동을 통해 머릿속에만 있던 이상을 현실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밑바닥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익히 잘 알고 있다. 지금도 그 마음 변함없다. 자나깨나 오로지 국민에 대한 헌신과 나라를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결같고자 노력한다.

- 지방 행정을 이끌며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경제적 약자분들을 뵐 때 마음이 아프다. 어렵고 소외된 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들을 잘 보살피고 불편함을 덜어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경기 북부 한센촌에 ‘행복학습관’을 지어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분들이 배우고 익혀 이메일을 통해 ‘고맙다’는 인사를 나에게 전해왔다. 그때 진정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 민주당이 다수인 도의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 도지사와 도의회는 도정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집행부는 앞바퀴고 도의회는 뒷바퀴다. 앞·뒤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려면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 민주당을 도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 준 것도 도민의 뜻이다. 분점 정부 상황에서 도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끝없는 싸움보다 ‘대화와 타협’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경기도는 무상급식 논란을 친환경 급식 확대라는 묘수로 풀어 상생의 길을 열었다. 서울보다 면적이 17배나 넓고 인구도 150만 명이나 더 많은 경기도는 할 일이 참 많다. 의회와 싸우고 갈등할 시간이 없다. 의견 충돌도 있겠지만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민 머슴돼 정직하게 봉사하고
도의회와 적극적인 소통하겠다

- ‘유기농 식자재’라는 조건부 무상 급식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달라.
▲ 경기도는 2011년 예산심의에서 무차별 무상급식이 아닌 친환경 급식 확대를 위해 관련 예산을 58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일부 언론에서 경기도가 무상급식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잘못됐다. 친환경 급식은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이나 G마크 농산물을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할 수 있도록 농가나 생산자 단체에 경기도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임과 동시에, FTA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농가에게 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도움 드릴 수 있는 일석이조 이상의 아이디어다.

친환경 급식 ‘아이들+도민 농가’ 윈-윈 전략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큰 기회 ‘꼭’ 이뤄내야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급식하려면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공급자는 일반 농산물 가격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납품하고, 그에 따른 차액을 경기도에서 농가와 생산자에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경기도의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은 도비 58억원과 시·군비 135억원의 3:7 비율로 편성됐다. 올해는 전액 도비로 책정됐고 금액도 400억원 규모로 증액 편성됐다. 이에 따라 기존 시·군에서 편성한 예산인 135억원이 붕 뜨는데, 그에 대한 용처는 추후 시·군에서 알아서 할 문제다.

- 김 지사는 ‘행정의 달인’ 칭호도 받는다. 외교 분야 검증은 아직인데.
▲ 외교는 도지사 권한 밖의 일이다. 하지만 외자유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하반기 이후 FDI 기준으로 외자를 유치해 낸 실적은 총 2773건으로 대략 76억 달러(약 8조4535억원) 규모다. 도에서 주관한 MOU(양해각서) 체결 기준 투자유치 실적은 위와 같은 기간 동안 72건으로 대략 119억 달러(약 13조2364억원) 규모였다.

경기도~수도권 30분 생활권
감세 자체는 포퓰리즘 아니다

- 얼마 전 삼성에서 평택 신도시 투자 유치를 결정했다던데.
▲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대한민국의 경기도를 선택한 사실은 큰 의의가 있다. 이번 결정이 향후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내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산업단지 조성으로 100조원이 넘는 투자금액을 통해 약 1만5000개가 넘는 고급 일자리들이 창출된다. 금년에 분양 계획과 함께 부지조성 공사에 들어가 2015년 준공 완료 예정이다. 평택 고덕 신도시에 삼성전자가 들어오면 일자리와 잠자리가 함께하는 자족도시로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창원, 울산, 안산 등 이후 처음이다. 면적은 대략 529만 평 규모(택지 409만 평+산업단지 120만 평)다. 이 같은 성과는 수도권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평택지원특별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국가임에도 중국 공산당보다 기업중시 정책이 취약해 기업 활동이 매우 힘들다. 기업들이 공장 지을 곳이 없어 더 이상 외국으로 나가지 않도록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된다.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뭔지 설명해달라.
▲ GTX는 지하 40~50m에서 최고 속도 시속 200km로 도심을 통과하는 세계 초고속 최첨단 지하광역철도 사업으로, 의정부에서 청량리까지 12분, 일산에서 강남까지 22분, 동탄에서 강남까지 18분 수준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획기적 교통수단이다.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가기간교통망 계획에 확정·고시됐다. 민간이 전체 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7조2천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개발부담금(20%), 국가(15%), 지자체(5%)가 나눠 부담한다. 지자체 부담(약 6천억원)금의 경우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가 각각 나눠 분담할 계획이다. 한편 GTX 노선 연장을 요구하는 시·군이 많아 금년 중 ‘GTX 노선 연장 및 철도고속화 방안 타당성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감세는 대선 공약이라며 이 대통령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던데.
▲ 기본적으로 감세 기조는 우리 재정 건전성에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긍정적 작용을 한다. 감세 자체가 포퓰리즘이라고 보지 않는다. 감세라고 할 때 핵심은 대통령이 공약을 지킨다는 정치적 신뢰성 문제와 우리의 경제적 형편, 그리고 형평성 문제다. 소위 부자에게 세금을 덜어준다는 얘기는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법인세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옳고 경쟁국 수준(싱가포르, 홍콩, 대만)이어야 된다. 소득세 또한 형평성이 무너져 너무 높이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고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된다.

-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 표명이 있었는데.
▲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이다. 대통령 임기를 단임제로 하며 선출을 국민 직선으로 하는 헌법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예전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다 2년 6개월 옥살이를 했다. 단임제는 우리와 같이 정치 갈등이 심한 나라에 좋은 제도다. 4년 중임제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중임제가 되면 촛불시위와 같은 정치적 갈등이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 헌법은 태극기와 같이 국가의 상징, 정통성이 지속돼야 할 가치로 봐야 한다.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없고 정치적 명분도 약하며 국가적 어려움이 산적한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 대세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언론에서 과도하게 ‘대세론’ ‘대권행보’로 몰아가는 것은 대통령 정책 추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 지난달 초 대구·경북 신년 하례 때 유독 김 지사만 축사 기회가 없어 서운하진 않았는지.
▲ 특별히 섭섭하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부모님 조상 대대로 그곳에 계셨다. 아직도 친지와 식구들이 있으며, 추억이 많이 스민 곳이다. 나의 뿌리다.

- 중·고등학교 시절 김문수는 어떤 학생이었는가.
▲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강해 고교 3학년 때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다 무기정학을 받았다. 헌책방에 들어가 ‘사상계(思想界)’ 같은 잡지를 구해다 보기도 했고, 경북 중·고등학교에서 고취시켜준 ‘엘리트 의식’의 영향을 받아 대한민국이 우리 어깨에 달렸다 생각하는 ‘자부심’ 하나만큼은 대단했다는 기억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김문수의 뿌리
대북 접경지 전역에 불 밝혔으면

- 지난해 애기봉 점등 당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당시 심경이 어땠나.
▲ 북한의 포사격 위협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참석했다. 애기봉 점등은 단순히 등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유·평화·통일의 거룩한 씨앗을 뿌리는 의미있는 행사다. 북한이 애기봉 점등을 싫어하는 것은 불빛을 밝힐 경우 이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부대가 허락한다면 애기봉 뿐 아니라 통일전망대와 DMZ 모든 철조망에도 불을 밝혔으면 한다.

- 안보 관련 ‘대한민국 국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사의 생각은.
▲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겪으며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가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와 문화가 발달해도 안보가 흔들리면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그동안 우리 군이 북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북의 도발이 이어졌다. 북의 도발에 10배 이상 강력한 대응을 해야 추후 북의 도발이 없을 것으로 본다. 반복되는 도발을 막고 국토를 지키기 위해 육·해·공 전 군이 합동해 대응해야 한다. 국민 모두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최전방 접경지인 경기도 특성상 북의 기습공격에 노출돼 있으므로, 군과 힘을 모아 도민은 물론 나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없어져야 될 텐데.
▲ 대한민국을 통일 강대국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우리는 실제 경제·과학·기술 부문에서 이미 강대국이지만, 강대국의 꿈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통일에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하나의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북 경제 차이가 커서 1세대는 걸려야 남북이 대동소이해질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북한은 개발하고 가꿀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으로 뻗어갈 수 있게 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다. 중국· 일본과 겨뤄도 당당하고 손색없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뜻과 힘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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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