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24시간 현장 행정’으로 민(民) 섬기겠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3>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이번이 세 번째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서면으로 만나봤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경기도 과천에 유치돼야
‘자유민주주의’ 추구로 대한민국 잘 살게 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라는 주문을 머릿속에 자주 떠올리고자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지사의 서민밀착 행정은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이어졌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택시운전에 나섰다. 그의 택시운전은 이번이 24번째로 이제껏 총 2,756km를 운행했다. 지난 2009년 1월27일 첫 택시운전을 시작한 김 지사는 어느새 택시운전 2주년을 맞았다. 그는 “택시 운전대를 잡으면 뒷좌석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도시의 모습이 펼쳐진다”면서 “택시 운전의 생생한 현장감은 공무원의 보고서보다 낫고, 더 가까이에서 국민의 삶을 공감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사회주의는 ‘현실’ 아닌 ‘이상’
소련 붕괴 지켜보며 현실 직시

- 과학비즈니스벨트 ‘과천 유치’를 주장했다. 충청권 유치는 지난 총선·대선 한나라당 공약 아니었나.
▲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정치인의 표 논리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과학기술을 위해 바람직한지 정치인을 배제시킨 채 과학자분들에게 의견을 물어 결정해야 한다.

- 김 지사는 ‘정통 보수층의 지지가 다소 미흡하지 않나?’ 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데.
▲ 보수층의 지지 없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만큼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한 사람도 없다.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렀고, 국회의원·도지사 등 상하 계층을 넘나들며 보수와 진보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됐다.

- 노동운동을 하다 보수 정당에 입당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오랫동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했고 민중당을 통해 진보 정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를 보며 사회주의는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후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 강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결심한 결과 입당하게 됐다.

- 각종 ‘운동’ 과정에서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텐데.
▲ 노동운동을 통해 머릿속에만 있던 이상을 현실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밑바닥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익히 잘 알고 있다. 지금도 그 마음 변함없다. 자나깨나 오로지 국민에 대한 헌신과 나라를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한결같고자 노력한다.

- 지방 행정을 이끌며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경제적 약자분들을 뵐 때 마음이 아프다. 어렵고 소외된 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들을 잘 보살피고 불편함을 덜어드리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경기 북부 한센촌에 ‘행복학습관’을 지어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분들이 배우고 익혀 이메일을 통해 ‘고맙다’는 인사를 나에게 전해왔다. 그때 진정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 민주당이 다수인 도의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 도지사와 도의회는 도정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집행부는 앞바퀴고 도의회는 뒷바퀴다. 앞·뒤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려면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 민주당을 도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 준 것도 도민의 뜻이다. 분점 정부 상황에서 도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끝없는 싸움보다 ‘대화와 타협’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경기도는 무상급식 논란을 친환경 급식 확대라는 묘수로 풀어 상생의 길을 열었다. 서울보다 면적이 17배나 넓고 인구도 150만 명이나 더 많은 경기도는 할 일이 참 많다. 의회와 싸우고 갈등할 시간이 없다. 의견 충돌도 있겠지만 상호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민 머슴돼 정직하게 봉사하고
도의회와 적극적인 소통하겠다

- ‘유기농 식자재’라는 조건부 무상 급식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달라.
▲ 경기도는 2011년 예산심의에서 무차별 무상급식이 아닌 친환경 급식 확대를 위해 관련 예산을 58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일부 언론에서 경기도가 무상급식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잘못됐다. 친환경 급식은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이나 G마크 농산물을 학교급식 식자재로 공급할 수 있도록 농가나 생산자 단체에 경기도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임과 동시에, FTA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농가에게 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도움 드릴 수 있는 일석이조 이상의 아이디어다.

친환경 급식 ‘아이들+도민 농가’ 윈-윈 전략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큰 기회 ‘꼭’ 이뤄내야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급식하려면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공급자는 일반 농산물 가격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에 납품하고, 그에 따른 차액을 경기도에서 농가와 생산자에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경기도의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은 도비 58억원과 시·군비 135억원의 3:7 비율로 편성됐다. 올해는 전액 도비로 책정됐고 금액도 400억원 규모로 증액 편성됐다. 이에 따라 기존 시·군에서 편성한 예산인 135억원이 붕 뜨는데, 그에 대한 용처는 추후 시·군에서 알아서 할 문제다.

- 김 지사는 ‘행정의 달인’ 칭호도 받는다. 외교 분야 검증은 아직인데.
▲ 외교는 도지사 권한 밖의 일이다. 하지만 외자유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하반기 이후 FDI 기준으로 외자를 유치해 낸 실적은 총 2773건으로 대략 76억 달러(약 8조4535억원) 규모다. 도에서 주관한 MOU(양해각서) 체결 기준 투자유치 실적은 위와 같은 기간 동안 72건으로 대략 119억 달러(약 13조2364억원) 규모였다.

경기도~수도권 30분 생활권
감세 자체는 포퓰리즘 아니다

- 얼마 전 삼성에서 평택 신도시 투자 유치를 결정했다던데.
▲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에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대한민국의 경기도를 선택한 사실은 큰 의의가 있다. 이번 결정이 향후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내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산업단지 조성으로 100조원이 넘는 투자금액을 통해 약 1만5000개가 넘는 고급 일자리들이 창출된다. 금년에 분양 계획과 함께 부지조성 공사에 들어가 2015년 준공 완료 예정이다. 평택 고덕 신도시에 삼성전자가 들어오면 일자리와 잠자리가 함께하는 자족도시로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창원, 울산, 안산 등 이후 처음이다. 면적은 대략 529만 평 규모(택지 409만 평+산업단지 120만 평)다. 이 같은 성과는 수도권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평택지원특별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국가임에도 중국 공산당보다 기업중시 정책이 취약해 기업 활동이 매우 힘들다. 기업들이 공장 지을 곳이 없어 더 이상 외국으로 나가지 않도록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된다.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뭔지 설명해달라.
▲ GTX는 지하 40~50m에서 최고 속도 시속 200km로 도심을 통과하는 세계 초고속 최첨단 지하광역철도 사업으로, 의정부에서 청량리까지 12분, 일산에서 강남까지 22분, 동탄에서 강남까지 18분 수준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획기적 교통수단이다.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가기간교통망 계획에 확정·고시됐다. 민간이 전체 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7조2천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개발부담금(20%), 국가(15%), 지자체(5%)가 나눠 부담한다. 지자체 부담(약 6천억원)금의 경우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가 각각 나눠 분담할 계획이다. 한편 GTX 노선 연장을 요구하는 시·군이 많아 금년 중 ‘GTX 노선 연장 및 철도고속화 방안 타당성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감세는 대선 공약이라며 이 대통령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던데.
▲ 기본적으로 감세 기조는 우리 재정 건전성에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긍정적 작용을 한다. 감세 자체가 포퓰리즘이라고 보지 않는다. 감세라고 할 때 핵심은 대통령이 공약을 지킨다는 정치적 신뢰성 문제와 우리의 경제적 형편, 그리고 형평성 문제다. 소위 부자에게 세금을 덜어준다는 얘기는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법인세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옳고 경쟁국 수준(싱가포르, 홍콩, 대만)이어야 된다. 소득세 또한 형평성이 무너져 너무 높이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고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된다.

-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 표명이 있었는데.
▲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이다. 대통령 임기를 단임제로 하며 선출을 국민 직선으로 하는 헌법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예전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다 2년 6개월 옥살이를 했다. 단임제는 우리와 같이 정치 갈등이 심한 나라에 좋은 제도다. 4년 중임제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중임제가 되면 촛불시위와 같은 정치적 갈등이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 헌법은 태극기와 같이 국가의 상징, 정통성이 지속돼야 할 가치로 봐야 한다.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없고 정치적 명분도 약하며 국가적 어려움이 산적한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 대세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언론에서 과도하게 ‘대세론’ ‘대권행보’로 몰아가는 것은 대통령 정책 추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 지난달 초 대구·경북 신년 하례 때 유독 김 지사만 축사 기회가 없어 서운하진 않았는지.
▲ 특별히 섭섭하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부모님 조상 대대로 그곳에 계셨다. 아직도 친지와 식구들이 있으며, 추억이 많이 스민 곳이다. 나의 뿌리다.

- 중·고등학교 시절 김문수는 어떤 학생이었는가.
▲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강해 고교 3학년 때 박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다 무기정학을 받았다. 헌책방에 들어가 ‘사상계(思想界)’ 같은 잡지를 구해다 보기도 했고, 경북 중·고등학교에서 고취시켜준 ‘엘리트 의식’의 영향을 받아 대한민국이 우리 어깨에 달렸다 생각하는 ‘자부심’ 하나만큼은 대단했다는 기억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김문수의 뿌리
대북 접경지 전역에 불 밝혔으면

- 지난해 애기봉 점등 당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당시 심경이 어땠나.
▲ 북한의 포사격 위협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참석했다. 애기봉 점등은 단순히 등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유·평화·통일의 거룩한 씨앗을 뿌리는 의미있는 행사다. 북한이 애기봉 점등을 싫어하는 것은 불빛을 밝힐 경우 이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부대가 허락한다면 애기봉 뿐 아니라 통일전망대와 DMZ 모든 철조망에도 불을 밝혔으면 한다.

- 안보 관련 ‘대한민국 국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사의 생각은.
▲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겪으며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가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와 문화가 발달해도 안보가 흔들리면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그동안 우리 군이 북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북의 도발이 이어졌다. 북의 도발에 10배 이상 강력한 대응을 해야 추후 북의 도발이 없을 것으로 본다. 반복되는 도발을 막고 국토를 지키기 위해 육·해·공 전 군이 합동해 대응해야 한다. 국민 모두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최전방 접경지인 경기도 특성상 북의 기습공격에 노출돼 있으므로, 군과 힘을 모아 도민은 물론 나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없어져야 될 텐데.
▲ 대한민국을 통일 강대국으로 만들어내고 싶다. 우리는 실제 경제·과학·기술 부문에서 이미 강대국이지만, 강대국의 꿈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통일에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하나의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북 경제 차이가 커서 1세대는 걸려야 남북이 대동소이해질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그만큼 북한은 개발하고 가꿀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반증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으로 뻗어갈 수 있게 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다. 중국· 일본과 겨뤄도 당당하고 손색없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 뜻과 힘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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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