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42)청주터미널 상인들

대책 없이 쫓겨나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마흔두 번째 주인공은 17년 터전에서 일순간 쫓겨날 처지에 내몰린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입주 상인들 이야기입니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입주 상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점포를 비워야 하는 까닭이다. 계약 만료에 따른 수순이라는 점에서 법적인 하자는 없다. 그러나 도의적인 문제를 앞세운다면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상인들의 모습은 결연하기까지 하다. 이곳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내몰린 약자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는 지하1층, 지상2층, 3만3000m² 규모로 조성된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운영 주체인 ㈜청주여객터미널은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1999년 3월20일부터 17년 6개월 간 무상임대 권리를 획득한 바 있다. 오는 19일이면 무상사용기간이 만료된다.

당초 청주시는 무상사용허가 기간이 끝나면 시외버스터미널을 매각할 방침이었다. 공유재산으로 묶여 있던 시외버스터미널의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꾀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청주시는 지난 6월 매각 대신 기존 운영자인 ㈜청주여객터미널의 임대 연장을 결정했다. 종합적인 평가 끝에 ㈜청주여객터미널이 시외버스터미널 운영자로 적격하다는 결론을 내린 까닭이다. 최장 임대 기간은 5년이다.


㈜청주여객터미널의 입장서 보자면 시외버스터미널을 우선 유상 임대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공유재산관리법에는 기부채납 한 무상임대자에게 1회에 한해 유상임대를 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공모가 아닌 기존 운영업체의 적격 여부를 평가하는 심사를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진 건 옥에 티였다. 게다가 무상임대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또 다른 잡음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청주여객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점포를 분양 받아 운영하는 상인들과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청주여객터미널은 최근 터미널서 점포를 운영하던 다수의 상인들과 점포 임대 재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만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주여객터미널과 상인들 사이에는 좁히기 힘든 견해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조성되던 시기부터 지금껏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해온 상인은 10명 남짓. 이들은 시외버스터미널이 출범하던 1999년에 2억4831만3000원의 금액을 지불하고 17년6개월간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벼랑끝에 내몰린 착잡한 심정
“남은 일주일…무슨 일 벌어질지 몰라”

㈜청주여객터미널의 시외버스터미널 무상임대 기간이 종료됨과 동시에 상인들의 계약도 끝난다. 공교롭게도 ㈜청주여객터미널과 상인들 간 갈등은 시외버스터미널 운영권 유상 연장과 연결돼 있다.

복수의 상인들에 따르면 ㈜청주여객터미널 재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5000만원, 월세 400만원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청주여객터미널의 요구조건과 상인들의 수익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청주시청 교통정책과에 따르면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의 하루 이용 인원은 약 1만명 수준.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대전복합터미널의 하루 이용 인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방문객 수가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 입점한 점포의 기대수익이 높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청주여객터미널이 감당하기 힘든 계약조건을 꺼내들었다고 상인들이 성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장사하는 상인들 상당수는 하루 매출이 10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상인 A씨는 “계약 만료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8월 말이 돼서야 ㈜청주여객터미널 직원이 찾아와 재계약 조건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400만원이라고 통보했다”며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안 되는데 비해 터무니없는 요구조건이라 어떻게 대처할지 지금도 막막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예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거나 여태껏 재계약과 관련한 내용을 ㈜청주여객터미널 측으로부터 언질 받지 못했다는 상인들도 눈에 띈다. 더욱이 시설 무상임대 완료 및 유상임대 전환에 대한 설명도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건 ㈜청주여객터미널 측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청주여객터미널 측은 개별적인 대화를 통해 재계약 내용을 고지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재계약을 위해 산정한 금액은 다른 시외버스터미널의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기준을 책정했다는 주장을 분명히 하는 모습이다.

㈜청주여객터미널 관계자는 “상인들에게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시외버스터미널의 사례를 참고하며 적정선을 만들고자 충분히 고민했던 사안”이라며 “아직까지 상인들과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청주여객터미널의 입장을 억지 주장으로 몰아가는 건 어폐가 있다. 청주시에서 밝힌 계약조건에 따르면 ㈜청주여객터미널은 5년간 유상으로 시외버스터미널을 운영권하는 대신 매년 10억8000만원을 청주시에 납부하기로 돼 있다.

이 금액은 ㈜청주여객터미널에게 그리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청주여객터미널의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65억원, 10억원. 한해 영업이익에 준하는 금액이 올해부터 임대료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요원한 합의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의 난감한 상황에 눈이 가는 건 이들이 그만큼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일이 되면 점포를 비워야 하는 상인들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분위기다.

상인 B씨는 “냉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부실한 건물에서 20년 가까이 게으름피우지 않고 일해 온 대가가 겨우 이런 것”이라며 “별다른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하면 우리는 결국 맨몸으로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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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