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권력구조 개편 아닌 국가 구조 대개편”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①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첫 시작으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만나 고견을 들어봤다.  

강소국 연방제 개헌 추진시 “적극 참여” 강조
반박 전선 구축 관련 “별로 듣기 좋지 않다”


한겨울 칼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19일, 과학 비즈니스벨트 관련 당 정책토론회 축사를 마치고 돌아온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만났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이 대표는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마침 이 날은 한나라당 측에서 최고위원회의 ‘대전 개최’를 계획했다 결국 무산된 날이기도 하다. 다시금 충청권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충청 기반의 전국 수권 정당’을 꿈꾸는 이 대표를 만나 정국 현안과 관련된 그의 소신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의 개헌은 ‘국가 구조 대개편’
한나라당 개헌 주장과 차이

- 이재오 특임장관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개헌’이 실현 가능성 있다고 보시는지.
▲ 정치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나 이해타산에 따르는 개헌을 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 국가가 21세기 들어 앞으로 50년 100년 내다보고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국가 구조를 바꿔야 된다. 연방제 수준으로 분권하는 수준으로 가야된다. 중앙 집권적 20세기형은 한계가 있다.

국가 구조를 연방제 수준으로 바꿔 국가를 5~7개 광역으로 나눠 각 광역을 지방정부가 맡아 각각 스위스 덴마크 같은 강소국으로 만들어야 된다. 이런 강소국 5~7개가 합쳐진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된다. 이러한 국가 구조 대개조를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 연방정부의 권력구조는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 분담하는 권력구조다.

- 혹시라도 개헌이 실제 이뤄진다면 참여 의사는 있으신지.
▲ 지금 여권에서 나오는 개헌 논의는 현재의 국가 구조를 두고 권력 구조만 바꾸자는 것이니 내가 말한 것과 다르다. 우리가 말하는 연방제 수준 분권 국가라면 직접 만들어가는 주체도 되고 실제 참여도 할 것이다.

- 최근 일각에서 주장하는 ‘보수 대연합’ 논의가 있던데 참여 의향이 있으신지.
▲ 지난 지방선거 후 ‘보수 대연합’ 얘기를 꺼낸 뒤 그런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에서는 합당 얘기도 나왔는데 그것은 방향이 다르다. 내가 말한 보수 대연합의 의미를 왜곡시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 좌파 진영들이 뭉쳐 성공했다. 보수 진영은 당한거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보수가 정신 차리고 왜 보수여야 되는가 보수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이해 구하자는 거다. 마치 어느 당과 합당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취지가 다르다.

보수의 위기라는 말 ‘공감’
박 전 대표 ‘지지율 잘 관리해야’

- 지금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 헷갈릴 때가 있다. 중도실용이 이념인 것처럼 대통령도 말하고 한나라당도 그런 말을 하는데 중도실용이 뭔가. 이념을 떠난 중간 지대에서 실용 추구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건 죽도 밥도 아니다.
사회는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이라는 식으로 보수와 진보 사이 이념 차가 있다. 그런 가운데 합리적이고 유연한 중도보수나 중도진보는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중도 표방은 애매모호할 때의 도피처다. 실용은 정책의 수단적 개념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진정한 보수를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다.


- 보수정권을 넘어 ‘보수의 위기’라는 말도 조금씩 들리던데 그에 동의하시는지.
▲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국민이 보수 정권에 기회를 줬다. 그럼 다음에도 ‘그래 보수의 가치는 참 중요해. 보수를 추구하는 정당을 다시 신임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야 보수 정권이 계속된다. ‘그건 뭐 봤더니 전혀 기대하는 것과 같지 않다. 실체가 뭐냐’는 생각을 하면 국민이 실망하고 좌절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보수의 큰 위기다.

- ‘깨끗한 보수’ ‘유능한 진보’를 함께 취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 진보와 보수 사이에 차이가 뭐냐? 정치적으로 자유와 평등, 경제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차이다. 자유의 극단이 자유방임이고 평등의 극단이 막시즘이다.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정하게 균형을 잡아간다는 개념을 머리에 두고 사회 발전을 위한 균형점을 잡아간다면 필요할 땐 서로 공조와 협력도 말할 수 있다.

대선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
각계각층 지도자인 JP 존경

- 일각에서는 대표님께서 ‘반 박근혜 전선’을 구축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던데.
▲ 개헌 얘기를 꺼낸 걸 가지고 주로 친이계 쪽 개헌 주장과 연계해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별로 듣기 좋지 않다. 저와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위해 창당한 정당도 아니고, 개헌은 국가 미래를 위해 국가가 향해 나갈 비전 얘길 한 것이다. 정치적 이해타산 당리당락을 위해 말한 게 아니다.

- 현재 박 전 대표 지지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한때 비슷한 지지율을 얻으셨던 대표님께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박 대표 지지율을 분석해보진 않았다. 40%는 참 대단한 거다. 지지율이 근거 없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으로선 그러한 지지율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차기대권에 도전하신다면 3전4기이신데, 도전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 자유선진당이 ‘불임정당’이나 곁 불 쬐는 정당이 되려고 창당한 것은 아니다. 수권정당으로 국가의 미래를 주도할 정치적 역할을 하려 창당했다. 당원 모두가 권력 의지를 가져야 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대선 참여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대권 도전)에 관한 문제는 아직은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 지난 3차례의 대선에서 패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전적으로 내가 부족해서다. 어쨌든 본인이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온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반성을 해봤다.

- 충청권의 맹주로 일컬어지는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근자에 교류가 있으셨는지.
▲ 기회가 없었다. 그 분은 충청권뿐 아니라 산업화 시대부터 지도자의 한 분이셨고 그 만큼 각계각층에서 존경 받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중요한 지도자다. 저는 (그 분을) 존경한다.


- 요즘 이미지 정치가 대세인데, 세간에서 ‘이회창’ 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생각해보신 적 있나.
▲ 나 자신을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웃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타인이 가진 이미지다.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추측해 (그것을) 행동에 대한 자료로 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청소년기 젊은이들은 이 부분에 조심해야 된다. 자칫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도 직접 겪었고 그 후 공직에 들어와서도 ‘혹시 나의 행적, 나의 판결, 나의 소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부분을 지나치게 걱정하다 매우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 얼마 전 민주당 손학규 대표 측과 복지와 관련해 공방도 있으셨는데, 그쪽 진영에서 밝힌 복지를 ‘시대정신’으로 보시는지.
▲ 국가 발전 과정에서 복지 확대는 하나의 추세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장이 높아지면 자연히 소득이 늘고 복지 수요가 는다.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복지 확대 자체를 시대정신으로 볼 수 없다. 복지 확대가 국가 재정 구조를 악화시키지 않고 국가 부채를 늘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복지로 가야지, 무분별 무책임한 복지 확대로 가면 국가 재정 심지어 국가 복지를 깨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시대정신은 자연스런 추세를 가지고 말할 게 아니다. 양극화나 빈부격차처럼 사회 공동체의 일체성을 깨는 현상이 해소돼야 된다. 이게 사회통합이고 시대정신이다. 사회 통합이 우선 실현돼야 한다.

-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 남북 관계의 대립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남북문제의 해법은 뭐라고 보시는지.
▲ 남북문제는 둘로 나눠 생각한다. 우선 현실적 문제인 ‘무력 도발’과 ‘안보 문제’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인 ‘대북 정책 기조’ 문제다. 우선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다시 무력 도발 등의 모험을 하지 않게 만들어야 된다. 이 정권이 비판을 받은 것은 무력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이 해법이라는 확실한 신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천안함사건 때도 말로만 하고 큰 대응 안했다. 사실 연평도가 기회였다. 반격을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그냥 지나쳤다.
 
‘확전을 경계하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도 나왔다. 기본적인 대북정책도 이 정부가 정권 수립 후 명확히 국민 앞에 제시 못했다. 이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추구한 햇볕 정책을 은연중에 답습하려는 태도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남북문제는 대결이 아닌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것은 틀림없다. 이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 북한을 평화 공존의 상대방으로 만들어야 된다. 북 체제의 개혁 개방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지원·협력도 무조건 퍼주는 게 아닌 체제의 개혁 개방과 연계된 기본 모토로 조건부 지원을 해야 된다.

대북 지원 ‘조건부’ 북 변해야
군 ‘상무정신’ ‘통합 훈련’ 강조

- 근래 발생한 북한의 대남도발로 국방 개혁 필요성이 절실한데 어떻게 바꿔야 된다고 보시는지.
▲ 우선 한미 연합 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을 떼 놓고 자주 국방이니 뭐니 하는 이름으로, 우리 독자적 군사력으로 앞으로 사태를 대비하자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노무현 정부 때 서둘렀던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주 국방이라는 이름에 취했다. 군은 첫째로 정신을 바꿔야 된다. 상무 정신이 확고해야 한다. 고대 삼국시대만 해도 한반도에 있던 정권들은 상무 정신이 있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서 군의 대응 자세를 보면 굉장히 강력하고 완벽하게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작전의 ‘효율성’ ‘통합성’ 같은 것이 부족하다.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는 통합적 작전 훈련이 필요하다.

- 연일 교실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해결 방안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 그게 참 걱정이다. 여러 가지 교육개혁 얘기가 나오는데 기본은 교사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개혁 대상이 아니다. 교사 스스로 나서고 학생 지도도 열정을 갖고 해야 된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사가 나서서 프로그램 만들고 주도적으로 한다. 교사들이 개혁의 대상이 되니 방관자가 된다. 교사 스스로 경쟁하고 질을 높여야 된다. 교원 평가제 같은 것들을 그래서 해야 된다. 학교는 자기규율(self discipline)을 가르쳐야 된다. 선진국에서는 법치의 근본이 공정과 규율이다. 우리는 그런 게 없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규율을 가르쳐야 공동체의 바탕을 이룰 수 있다. 꼭 체벌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들을 매로 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다. 그러나 ‘자기 규율’을 가르치는 일종의 사랑의 매는 있어야 된다고 본다.

- 끝으로 지금 이명박 정부 잘 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고언을 한 말씀 하신다면.
▲최근 감사원장 인선 파문을 놓고 보면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그래 쓸 만한 사람 썼으니 잘했다’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하는 인사를 보면 지금 (이 정부가) 어디쯤 있는지 국민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탈세하고 투기성 부동산 매매를 한 사람들이 경제부처의 장이 된다면 그게 과연 되겠나? 품격도 그렇지만 어떻게 장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을 쓰는 정부는 어떤 정부인지 국민이 알아본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신뢰해야 일을 할 수 있지 냉소적이고 돌아서서 조소하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많은 실수를 했다. 나머지 임기 동안에 그 점만이라도 고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정리=백대우 기자
사진=나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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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