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39)의료보험 지적한 이수기씨

“무식하면 당해야 합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서른아홉 번째 주인공은 아무것도 몰라 건국대 병원에서 비급여 수술을 받은 이수기(71)씨의 이야기입니다.

“환자가 지식이 있으면 그렇게 말하지만 무지한 환자는 당해야 합니까?”

이수기씨는 지난 4월1일 건국대학교 병원서 조직검사 후 같은 달 25일, 산정특례자로 등록됐다. 산정특례자란 본인 부담금이 높은 암, 중증 질환자,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제도다. 중증 질환자의 경우 외래 또는 입원진료 시 요양급여 총액의 5%,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경우 10%만 부담하면 된다.

‘갑’ 대학병원

이씨가 산정특례자로 신청한 이유는 습진 수술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산정특례자는 본인 부담금이 공제된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25만원을 주고 조직검사를 해 선정특례자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5월25일 건국대학교 병원 성형외과서 습진수술을 했다. 그후 이틀 뒤인 27일 퇴원했다.

그러나 이씨는 퇴원 계산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총 수술비로 209만원이 나왔으며, 이씨의 본인부담액이 68만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산정특례자 중증질환자로 본인 부담금 3%인 6만원 정도 부담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씨는 “당시 계산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며 “산정특례자로 본인 부담금이 별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거의 30%가까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의 본인부담금이 이토록 가중된 이유는 뭘까. 바로 이씨가 받은 수술이 비급여이기 때문이다. 비급여란 의료 치료비에서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치료로,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치료비를 말한다. 이에 대해 이씨는 건국대학교 병원 측에 항의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씨는 치료 비용이 부당하다며 5월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에 민원을 넣었다. 지난 7월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로부터 “건국대학교 병원이 병원비를 타당하게 청구했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비급여와 급여 치료수술은 담당의사의 권한”이라며 “의사가 결정한 것에 대해 우리가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씨는 이 같은 답변에 대해 “담당 의사는 내게 비급여 수술인지 급여 수술인지 알리지도 않았으며, 당연히 난 급여 수술을 원했다”며 “나 같은 노인네가 뭘 안다고 급여 치료 비급여 치료 물어가면서 수술 받느냐”고 말했다. 이어 “우리같은 무지한 환자는 당해야만 하느냐”고 성토했다.

병원 측 비급여 진료 미고지
환자들 ‘병원비 폭탄’ 분통

이렇게 이씨처럼 비급여 진료로 ‘병원비 폭탄’을 맞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병원의 비급여 진료 미고지는 의료업계서도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 소재 병원 5곳 중 2곳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진료비를 환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6월8일 서울시청 시민청서 열린 제1회 환자권리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울 소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 게시 현황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1월 사이 서울 소재 상급 종합병원 14곳, 종합병원 42곳, 병원 429곳 등 총 485곳을 조사한 결과,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의 지침대로 비급여 진료 비용을 제대로 안내하고 있는 곳은 59%인 286곳으로 나타났다. 41%는 정보 고지가 미흡했다.

초음파 검사료,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요금, 선택 진료비 등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고, 병원이 가격을 임의로 정할 수 있어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환자가 자신의 경제적 수준에 맞는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진료비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 교수는 “정부가 고지하라고 한 항목 중 몇 개를 빠뜨리거나, 안내 배너를 누르면 고시 항목이 떠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등 미흡한 부분이 많이 발견됐다”며 “서울보다 지방은 더 심각한 상황일 것으로 예측돼 현장서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로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비급여 고지 의무화를 법제화한 법안이 입법예고했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의무화를 병원급으로 국한했다.

본인부담금 줄이려 했는데
계산서 받아보니 30% 부담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법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과 건강보험 행위 급여, 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저수 고시 비급여 목록, 치료재료 급여 및 비급여 목록,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비급여 목록,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약제 이외 비급여 약제 등이다.
 

또한 건강보험 행위 급여 목록 항목 중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비급여 항목, 의료법 진료기록부 사본과 진단서 등 제증명수수료,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에 따른 추가비용 징수 선택진료 항목 등도 고시 의무화 대상이다.

비급여 진료비 현황 조사와 분석 및 결과공개를 위해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전문기관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및 운영, 조사와 분석 및 결과 공개 연구교육 및 홍보, 그 밖에 비급여 진료비 조사 분석 및 결과 공개에 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한 사무장병원 개설 차단을 위한 의료법인 개설 허가 요건을 강화했다.

의사 따라 결정

의료법인 및 비영리법인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할 때는 의료기관 소재지 및 목적사업 등을 기재해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첨부해 주무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주무관청은 개설 의료기관 소재 시도지사 또는 시장과 군수, 구청장에게 협의를 요청해야 하며, 협의 요청을 받으면 의료기관 개설 타당성 의견을 회신해야 한다.


이밖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운영과 간호인력 취업교육센터 운영,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정보제공 등을 새롭게 마련했다. 복지부는 지난 5월15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9월 30일 개정 법안 시행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행위 관리체계 개편 

비급여 진료비 증가 등으로 인한 보장률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관리하는 기전이 마련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25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표준화 등 효율적인 진료비용 운영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시행하기로 하고 연구자 공모에 나섰다.

이번 연구는 의료현장에서 시행되는 의료행위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의료행위를 통합 운영,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기관 47개소를 대상으로 기관별, 종별, 질병-수술명별 급여-비급여 항목의 현황과 진료비도 분석한다. 진료비용 분석은 단가부터 빈도-횟수 등에 대한 통계값을 내는 것인데 동시에 의료행위 진료비용 등을 표준화 하는 작업도 한다.

심평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만들어지면 비급여를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의 분류, 행위정의(코드) 개발, 변경(삭제) 등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진료비용 공개대상 확대 및 시스템 고도화 등에 활용해 의료소비자의 알권리 및 의료선택권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계약체결일로부터 7개월간 진행되며 총 9931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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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