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서른아홉 번째 주인공은 아무것도 몰라 건국대 병원에서 비급여 수술을 받은 이수기(71)씨의 이야기입니다.
“환자가 지식이 있으면 그렇게 말하지만 무지한 환자는 당해야 합니까?”
이수기씨는 지난 4월1일 건국대학교 병원서 조직검사 후 같은 달 25일, 산정특례자로 등록됐다. 산정특례자란 본인 부담금이 높은 암, 중증 질환자,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제도다. 중증 질환자의 경우 외래 또는 입원진료 시 요양급여 총액의 5%,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경우 10%만 부담하면 된다.
‘갑’ 대학병원
이씨가 산정특례자로 신청한 이유는 습진 수술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산정특례자는 본인 부담금이 공제된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25만원을 주고 조직검사를 해 선정특례자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5월25일 건국대학교 병원 성형외과서 습진수술을 했다. 그후 이틀 뒤인 27일 퇴원했다.
그러나 이씨는 퇴원 계산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총 수술비로 209만원이 나왔으며, 이씨의 본인부담액이 68만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산정특례자 중증질환자로 본인 부담금 3%인 6만원 정도 부담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씨는 “당시 계산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며 “산정특례자로 본인 부담금이 별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거의 30%가까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의 본인부담금이 이토록 가중된 이유는 뭘까. 바로 이씨가 받은 수술이 비급여이기 때문이다. 비급여란 의료 치료비에서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치료로,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치료비를 말한다. 이에 대해 이씨는 건국대학교 병원 측에 항의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씨는 치료 비용이 부당하다며 5월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에 민원을 넣었다. 지난 7월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로부터 “건국대학교 병원이 병원비를 타당하게 청구했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비급여와 급여 치료수술은 담당의사의 권한”이라며 “의사가 결정한 것에 대해 우리가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씨는 이 같은 답변에 대해 “담당 의사는 내게 비급여 수술인지 급여 수술인지 알리지도 않았으며, 당연히 난 급여 수술을 원했다”며 “나 같은 노인네가 뭘 안다고 급여 치료 비급여 치료 물어가면서 수술 받느냐”고 말했다. 이어 “우리같은 무지한 환자는 당해야만 하느냐”고 성토했다.
병원 측 비급여 진료 미고지
환자들 ‘병원비 폭탄’ 분통
이렇게 이씨처럼 비급여 진료로 ‘병원비 폭탄’을 맞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병원의 비급여 진료 미고지는 의료업계서도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 소재 병원 5곳 중 2곳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진료비를 환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6월8일 서울시청 시민청서 열린 제1회 환자권리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울 소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 게시 현황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1월 사이 서울 소재 상급 종합병원 14곳, 종합병원 42곳, 병원 429곳 등 총 485곳을 조사한 결과,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의 지침대로 비급여 진료 비용을 제대로 안내하고 있는 곳은 59%인 286곳으로 나타났다. 41%는 정보 고지가 미흡했다.
초음파 검사료,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요금, 선택 진료비 등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고, 병원이 가격을 임의로 정할 수 있어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환자가 자신의 경제적 수준에 맞는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진료비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 교수는 “정부가 고지하라고 한 항목 중 몇 개를 빠뜨리거나, 안내 배너를 누르면 고시 항목이 떠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등 미흡한 부분이 많이 발견됐다”며 “서울보다 지방은 더 심각한 상황일 것으로 예측돼 현장서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로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비급여 고지 의무화를 법제화한 법안이 입법예고했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의무화를 병원급으로 국한했다.
본인부담금 줄이려 했는데
계산서 받아보니 30% 부담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법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과 건강보험 행위 급여, 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저수 고시 비급여 목록, 치료재료 급여 및 비급여 목록,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비급여 목록,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약제 이외 비급여 약제 등이다.
또한 건강보험 행위 급여 목록 항목 중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비급여 항목, 의료법 진료기록부 사본과 진단서 등 제증명수수료,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에 따른 추가비용 징수 선택진료 항목 등도 고시 의무화 대상이다.
비급여 진료비 현황 조사와 분석 및 결과공개를 위해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전문기관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및 운영, 조사와 분석 및 결과 공개 연구교육 및 홍보, 그 밖에 비급여 진료비 조사 분석 및 결과 공개에 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한 사무장병원 개설 차단을 위한 의료법인 개설 허가 요건을 강화했다.
의사 따라 결정
의료법인 및 비영리법인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할 때는 의료기관 소재지 및 목적사업 등을 기재해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첨부해 주무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주무관청은 개설 의료기관 소재 시도지사 또는 시장과 군수, 구청장에게 협의를 요청해야 하며, 협의 요청을 받으면 의료기관 개설 타당성 의견을 회신해야 한다.
이밖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운영과 간호인력 취업교육센터 운영, 감염병 예방을 위한 정보제공 등을 새롭게 마련했다. 복지부는 지난 5월15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9월 30일 개정 법안 시행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행위 관리체계 개편
비급여 진료비 증가 등으로 인한 보장률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관리하는 기전이 마련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25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표준화 등 효율적인 진료비용 운영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시행하기로 하고 연구자 공모에 나섰다.
이번 연구는 의료현장에서 시행되는 의료행위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의료행위를 통합 운영,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기관 47개소를 대상으로 기관별, 종별, 질병-수술명별 급여-비급여 항목의 현황과 진료비도 분석한다. 진료비용 분석은 단가부터 빈도-횟수 등에 대한 통계값을 내는 것인데 동시에 의료행위 진료비용 등을 표준화 하는 작업도 한다.
심평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만들어지면 비급여를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의 분류, 행위정의(코드) 개발, 변경(삭제) 등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진료비용 공개대상 확대 및 시스템 고도화 등에 활용해 의료소비자의 알권리 및 의료선택권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계약체결일로부터 7개월간 진행되며 총 9931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