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38)레슬링인 이정근씨

“허위 경력자 교수로 채용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서른여덟 번째 주인공은 한국체육대학교에 할 말이 있다는 이정근 전 레슬링 국가대표·코치의 이야기입니다.

“A씨는 아테네올림픽 당시 레슬링 국가대표 감독이나 코치가 아니라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 시간강사였음에도 대한레슬링협회가 허위 증명서를 발급했고, 한국체대가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지도경력에 따른 점수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라 허위 지도경력 증명서를 발급해 이를 교수 채용했고, 한체대는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가짜인데…

지난 2014년 10월24일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은 대한레슬링협회가 대한체육회장의 직인을 도용해 지도실적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후보자 A씨가 한체대의 교수로 임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한체대가 ▲교수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임용한 점 ▲이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한체대가 2010년 하반기 전문실기 분야 레슬링 교수 임용 후보자였던 A씨와 B씨의 평가점수를 분석하며, A씨의 교수 임용이 부적절했으며 객관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B씨가 바로 전 국가대표 선수 및 감독이었던 이정근씨다. 이씨는 “A씨 때문에 내가 교수가 못 돼서 억울한 게 아니다. 한국체대가 법과 규정에 의해 교수를 임용해야 하기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가 허위라는 게 밝혀졌는 데도 한체대는 A씨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980년도에서부터 1989년까지 10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했을 만큼 실력이 출중했다. 그는 1982년 인도뉴델리 아시안게임 은메달. 1984년 LA올림픽 동메달, 1986년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목에 걸었다. 이 외에도 국가대표로서 수 많은 국제 대회에서 입상했다.

이씨는 1989년 10월, 선수 생활을 마치자마자 국가대표 지도자로 차출된다.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대표 지도자로 금메달 4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국가대표 지도자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 1위를 한 입상자 등을 배출했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이씨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기린장, 거상장, 맹호장을 받았으며 국가대표 지도자로서 올림픽 등 각종대회서 입상실적으로 청룡장 등을 받으며 국내 레슬링에서 실력자 중 실력자로 평가받아왔다. 복수의 레슬링인은 “이미 레슬링계에서 ‘이씨가 A씨의 허위 지도실적증명서 때문에 교수 임용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들어간 적 없는데
금메달 선수 지도자로 둔갑

그렇다면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가 어떻게 허위일까?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가 허위라는 것은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 등을 통해서 드러났다.

한체대 전문 실기 교수 서류심사 평가표에 따르면, 채용예정과목과 동일한 종목의 지도경력을 최대 A(25점)부터 최하 J(7점)까지 구분하고 있다.

이씨의 지도경력 평가표를 보면, 국가대표 지도자로 있으면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르셀로나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 입상자를 배출해 21점인 C(10년 전의 지도경력으로 2등급 하향)를 받았다. A씨의 지도경력 평가표를 보면 한체대 시간 강사로 있으면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서 1위 입상자를 배출해 23점인 B점(6년 전의 지도실적으로 1등급 하향)을 받았다.


문제는 A씨의 경우 아테네올림픽 대회의 레슬링 국가대표 감독이나 코치 같은 지도자가 아니고 당시 한체대 시간 강사였음에도 이를 지도 실적에 포함시켰다는 것. 또 한체대는 이를 그대로 점수에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A씨가 아테네올림픽 대회 1위 입상자 지도실적을 인정받기 위해 대한체육회장(국가대표 지도자 경력은 대한체육회장이 발행)의 직인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A씨가 제출한 경기실적증명서와 지도실적증명서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2004년까지는 경기단체장(대한레슬링협회)과 대한체육회장 직인이 연명으로 날인했지만, 2004년부터는 연명 날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대한체육회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대한체육회가 직인을 찍으면 반드시 문서대장에 문서번호와 함께 보관하게 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에는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에 날인한 문서번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대한체육회 직인 관리 담당자는 직인을 찍어준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씨는 A씨가 아테네올림픽 대회서 지도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서도 입증했다. 그는 지난해 4월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종목 참가자(선수 제외, 세부 종목별 분류)’ 목록을 입수했다. 이 참가자 목록에서 역시 A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짓증명서 제출했는데 임용
한체대 입장? 모르쇠로 일관

이외에도 레슬링협회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직인이 허위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서 J씨가 금메달을 땄는데, A씨가 국가대표 경력을 실적(지도실적증명서)에 넣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어 “당시 A씨는 한체대 코치(시간강사)였으며, J씨는 한체대 선수로서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선수촌에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A가 국가대표를 지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당시 저는 안 된다고 했지만, 사무국장이 (국가대표 소속 지도자로) 넣어서 (직인을) 발급해주라고 지시해 발급해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처럼 A씨가 발급한 지도실적증명서가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한체대는 이와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사항으로 나왔는데도 한체대는 당시 A씨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한체대 교수 임용이 비리로 얼룩졌다”고 말했다.

모른척 시치미

A씨처럼 교수임용 제출 서류가 허위로 드러날 경우 어떤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까. 현행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 11조의 4에 따르면 “교육공무원 임용시험에 있어서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당해 시험정지 또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그런데도 A씨는 2010년에 임용돼 2015년까지 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A씨는 한체대를 그만둔 상태다. 이씨는 “A씨가 교수 임용 당시 제출한 서류가 허위라는 의혹을 수 년 전부터 제기했다”며 “그런데도 한체대와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씨가 한체대 그만둔 이유? 제자한테 컨닝페이퍼 주다 걸려서 파면


A씨는 2015년 한체대 대학원 박사과정 외국어시험 감독관으로 들어와 제자이자 아테네 금메달 출신인 J씨에게 컨닝페이퍼가 있는 명함을 건네다 적발됐다.

감시해야 할 감독관인 A씨가 부정행위를 주도한 것이다. 부감독관인 교학처 직원이 이를 적발했고, 학교 측은 J씨를 O점 처리했다. 당시 A씨는 계획적인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건 이후에도 계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어 논란됐다.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자 한체대는 A씨를 파면처리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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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