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38)레슬링인 이정근씨

“허위 경력자 교수로 채용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서른여덟 번째 주인공은 한국체육대학교에 할 말이 있다는 이정근 전 레슬링 국가대표·코치의 이야기입니다.

“A씨는 아테네올림픽 당시 레슬링 국가대표 감독이나 코치가 아니라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 시간강사였음에도 대한레슬링협회가 허위 증명서를 발급했고, 한국체대가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지도경력에 따른 점수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라 허위 지도경력 증명서를 발급해 이를 교수 채용했고, 한체대는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가짜인데…

지난 2014년 10월24일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은 대한레슬링협회가 대한체육회장의 직인을 도용해 지도실적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후보자 A씨가 한체대의 교수로 임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한체대가 ▲교수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임용한 점 ▲이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한체대가 2010년 하반기 전문실기 분야 레슬링 교수 임용 후보자였던 A씨와 B씨의 평가점수를 분석하며, A씨의 교수 임용이 부적절했으며 객관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B씨가 바로 전 국가대표 선수 및 감독이었던 이정근씨다. 이씨는 “A씨 때문에 내가 교수가 못 돼서 억울한 게 아니다. 한국체대가 법과 규정에 의해 교수를 임용해야 하기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가 허위라는 게 밝혀졌는 데도 한체대는 A씨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980년도에서부터 1989년까지 10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했을 만큼 실력이 출중했다. 그는 1982년 인도뉴델리 아시안게임 은메달. 1984년 LA올림픽 동메달, 1986년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목에 걸었다. 이 외에도 국가대표로서 수 많은 국제 대회에서 입상했다.

이씨는 1989년 10월, 선수 생활을 마치자마자 국가대표 지도자로 차출된다.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대표 지도자로 금메달 4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국가대표 지도자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 1위를 한 입상자 등을 배출했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이씨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기린장, 거상장, 맹호장을 받았으며 국가대표 지도자로서 올림픽 등 각종대회서 입상실적으로 청룡장 등을 받으며 국내 레슬링에서 실력자 중 실력자로 평가받아왔다. 복수의 레슬링인은 “이미 레슬링계에서 ‘이씨가 A씨의 허위 지도실적증명서 때문에 교수 임용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들어간 적 없는데
금메달 선수 지도자로 둔갑

그렇다면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가 어떻게 허위일까?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가 허위라는 것은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 등을 통해서 드러났다.

한체대 전문 실기 교수 서류심사 평가표에 따르면, 채용예정과목과 동일한 종목의 지도경력을 최대 A(25점)부터 최하 J(7점)까지 구분하고 있다.

이씨의 지도경력 평가표를 보면, 국가대표 지도자로 있으면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르셀로나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 입상자를 배출해 21점인 C(10년 전의 지도경력으로 2등급 하향)를 받았다. A씨의 지도경력 평가표를 보면 한체대 시간 강사로 있으면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서 1위 입상자를 배출해 23점인 B점(6년 전의 지도실적으로 1등급 하향)을 받았다.


문제는 A씨의 경우 아테네올림픽 대회의 레슬링 국가대표 감독이나 코치 같은 지도자가 아니고 당시 한체대 시간 강사였음에도 이를 지도 실적에 포함시켰다는 것. 또 한체대는 이를 그대로 점수에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A씨가 아테네올림픽 대회 1위 입상자 지도실적을 인정받기 위해 대한체육회장(국가대표 지도자 경력은 대한체육회장이 발행)의 직인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A씨가 제출한 경기실적증명서와 지도실적증명서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2004년까지는 경기단체장(대한레슬링협회)과 대한체육회장 직인이 연명으로 날인했지만, 2004년부터는 연명 날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대한체육회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대한체육회가 직인을 찍으면 반드시 문서대장에 문서번호와 함께 보관하게 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에는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에 날인한 문서번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대한체육회 직인 관리 담당자는 직인을 찍어준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씨는 A씨가 아테네올림픽 대회서 지도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서도 입증했다. 그는 지난해 4월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종목 참가자(선수 제외, 세부 종목별 분류)’ 목록을 입수했다. 이 참가자 목록에서 역시 A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짓증명서 제출했는데 임용
한체대 입장? 모르쇠로 일관

이외에도 레슬링협회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직인이 허위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서 J씨가 금메달을 땄는데, A씨가 국가대표 경력을 실적(지도실적증명서)에 넣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어 “당시 A씨는 한체대 코치(시간강사)였으며, J씨는 한체대 선수로서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선수촌에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A가 국가대표를 지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당시 저는 안 된다고 했지만, 사무국장이 (국가대표 소속 지도자로) 넣어서 (직인을) 발급해주라고 지시해 발급해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처럼 A씨가 발급한 지도실적증명서가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한체대는 이와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사항으로 나왔는데도 한체대는 당시 A씨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한체대 교수 임용이 비리로 얼룩졌다”고 말했다.

모른척 시치미

A씨처럼 교수임용 제출 서류가 허위로 드러날 경우 어떤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까. 현행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 11조의 4에 따르면 “교육공무원 임용시험에 있어서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당해 시험정지 또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그런데도 A씨는 2010년에 임용돼 2015년까지 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A씨는 한체대를 그만둔 상태다. 이씨는 “A씨가 교수 임용 당시 제출한 서류가 허위라는 의혹을 수 년 전부터 제기했다”며 “그런데도 한체대와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씨가 한체대 그만둔 이유? 제자한테 컨닝페이퍼 주다 걸려서 파면


A씨는 2015년 한체대 대학원 박사과정 외국어시험 감독관으로 들어와 제자이자 아테네 금메달 출신인 J씨에게 컨닝페이퍼가 있는 명함을 건네다 적발됐다.

감시해야 할 감독관인 A씨가 부정행위를 주도한 것이다. 부감독관인 교학처 직원이 이를 적발했고, 학교 측은 J씨를 O점 처리했다. 당시 A씨는 계획적인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건 이후에도 계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어 논란됐다.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자 한체대는 A씨를 파면처리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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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