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총대 맨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내정자

40년 야전에서 잔뼈 굵은 무인(武人) “군대다운 군대 만든다”


개혁적이며 군인정신·원칙 강조하는 전형적 무인
납세기록과 범죄경력에서도 별다른 흠결이 없어


연평도 사태가 벌어진 지 이틀, 김태영 국방장관이 전격 교체됐다. 공식적인 사유는 ‘사의 수용’이었다. 하지만 사의 표명이 있었던 것은 지난 5월1일인 데다, 연평도 사태 이후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에서 김 장관의 교체는 사실상 ‘문책성 경질’이라는 지적이다.

교체 사실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국민들의 시선은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주자에 쏠렸다. 시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망에 오른 것은 김관진 국방부장관 내정자. 야전에서 보낸 세월이 40년, 잔뼈가 굵었다는 김 내정자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

김관진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개혁적이면서도 군인정신과 원칙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무인으로 꼽힌다.
김 내정자는 40년 가까이 정책·전략 부서와 야전부대에서 근무, 잔뼈가 굵은 야전통 인사다. 야전 주요 지휘관과 작전, 전략, 정책, 전력증강 분야 등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으며 논리적인 사고로 문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다.

폭 넓은 야전 경험
논리·합리적 사고

군 재직시 중간보고를 생략한 ‘원스톱 업무처리’를 강조하는 등 개혁성과 업무 추진력도 겸비했다. 합리적이면서도 강한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합참에서 근무할 당시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작전을 총괄하면서 무리 없이 임무를 완수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으로 부하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장점이 있으며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강력히 추진하는 과단성 있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합리적인 성품과 인화력으로 천안함 피격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소극적 대응 비판 등으로 저하된 군의 사기를 추스를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김 내정자는 천안함 사태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하자 현역 후배들에게 직접 “우리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강한 군인정신과 철저한 전략·전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우리 군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해 대처가 조금 미흡했다”며 “과거 같은 군인 정신이 약화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육사 28기로 졸업한 뒤 육군본부 전략기획처장, 2군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3군사령관을 거쳐 2006년 1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제33대 합참 의장을 지냈다.

김 내정자의 인선배경에 대해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 내정자가 전문성과 소신, 강직함으로 군 안팎에서 두루 신망을 받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고 군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지난해부터 국방장관 하마평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이름이 거론돼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김 내정자를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을 통해 “40년간의 군 복무기간 야전지휘관은 물론 국방부와 합참 및 육군본부 등 정책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군은 어떠한 형태의 외부 침략과 위협에 대해서도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투철한 국가관과 군인정신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와 강군 육성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합참의장 재직시 북핵 위협을 비롯한 군사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확고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최고 수준의 작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어떤 도발도 허용하지 않았다”며 “서해 5도 지역의 북한위협 분석결과를 토대로 북한의 기습 도발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포병 화력 등 전력을 보강한 인물로 선진 강군을 육성할 적임자”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호평을 받고 있는 김 내정자는 납세기록과 범죄경력에서도 별다른 흠결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범죄경력이 없었고, ‘최근 5년간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 실적’에서도 체납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증여세 탈루
전관예우 논란

김 내정자의 재산신고사항 공개목록에는 현재 서울 중랑구 묵동에 4억6400만원 상당의 아파트(건물면적 126.28㎡)와 6억4600여만원의 예금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금 중에는 군인공제회의 목돈수탁 저축예금이 4억990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김 내정자가 보유한 자동차는 1995년식 크레도스(배기량 1998㏄)였으며, 이 자동차의 현재 평가액은 50만원 안팎으로 파악됐다.

부인 김모씨는 1억3800여만원의 예금을, 장녀와 차녀는 각각 6300여만원과 3800여만원의 예금을 신고했다.
김 내정자는 2008년 3월 합참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같은 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2년3개월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자문위원(비상근)으로 근무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김 내정자가 현재 사는 40평 정도의 아파트 4억8만원과 제대할 때 군인공제회로부터 받은 5억원의 금융자산, 직장생활을 한 딸들의 저축 등을 합해 총 11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이처럼 김 내정자는 과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없이 제기됐던 ‘위장전입’ 의혹도 없고, 현재 평가액 50만원에 불과한 95년식 크레도스를 현재도 몰고 있어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에 대한 ‘도덕적 흠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내정자 자녀의 예금액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지방대학 대학원생인 차녀의 지난 5년 간 소득은 학교에서 상금 혹은 부상으로 받은 590여만원이 전부인데, 현재 예금 잔고가 3800여만 원이 있어 증여세 탈루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문제의 계좌 개설 일자도 이 같은 의심에 무게를 실고 있다. 신 의원은 “지난 2004년부터 가지고 있던 김 내정자 차녀의 본인 계좌에는 겨우 47만원만 있는 반면, 금년 들어서만 5월3일 750만원, 9월20일에 3000만원의 예금 계좌가 신규 개설됐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20세 이상 자녀에게 3000만원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된다.

인사청문회, 시국 긴박성 때문에 무난 통과 예상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떨어진 군 사기 끌어올려야

장녀 명의로 돼 있는 예금 잔고 6300만원에 대해서도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신 의원에 따르면, 직장에 다니고 있는 장녀의 최근 5년 간 소득금액은 약 3600여만원으로 평소 예금 잔액이 2000만원대에 머물러 있었는데, 올해 7월30일과 8월2일에 각각 1000만원과 3000만원이 W저축은행에 예금됐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김 내정자의 2008년 3월 말 기준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서 장녀 명의론 59만6000원의 예금만 있었고 차녀 명의의 예금 잔고는 없었다”며 “결국 금년 여름 이후 개설된 두 딸 명의의 예금 잔고 1억원은 증여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국방부는 “사실 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국방부는 “김 내정자의 장녀와 차녀의 예금 잔고는 수입으로 모은 예금의 만기로 인해 재예치 한 것”이라며 “자녀 소득세 증빙서류 등 자세한 내용을 이미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에 첨부했다”고 반박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장녀는 지난 7월30일 W저축은행에 예치한 1000만원은 우체국 적금을 해지, 이체한 금액이고 지난 8월2일 같은 은행에 예치한 3000만원 역시 H저축은행 적금이 만기돼 전환시킨 것이다.
국방부는 또 “김 내정자의 장녀가 지난 2007년부터 받은 급여 총액은 7050만원”이라고 부연했다.

국방부는 차녀가 신규개설한 계좌의 3750여만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국방부는 “차녀가 대학에서 6년 간 받은 장학금과 대학원에서 받은 연구비 2760만원을 저축해왔다”며 “이 중 750여만원을 예금에서 자유적금으로 전환했고 K은행에서 예치해 온 3000만원을 W은행에 재예치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어 “첨부자료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잘못된 자료를 제공·보도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김 내정자가 합참의장 전역 직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자문위원으로 재직한 것을 두고도 ‘전관예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연구 자문위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로 출근한 것이 아니라 비상근으로 한 달에 평균 5번 정도 서울의 별도 사무실로 출근했다.

또 김 내정자가 연구자문위원으로 재직한 2년 간 그를 책임·보조연구원 또는 자문역으로 명시해 발간된 연구보고서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김 내정자는 국방과학연구소 재직 기간 동안 매달 300만원씩 자문료를 받았으며, 그랜저TG 및 차량유지비를 제공받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의혹과 흠결을 전에 없는 위기상황으로 무사히 넘긴 김 내정자. 그에게는 마냥 웃고 있을 여유가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넘어야 할 산이 ‘태산’이기 때문이다.

정예강군 육성
군 개혁·쇄신

무엇보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해안포 공격 등 잇따른 사고로 땅에 떨어진 군의 사기를 끌어올려 군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군의 초동 대응이 단호하지 못했다는 국민적인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군을 결집시켜 북의 어떤 도발에도 결연히 맞서는 정예강군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다소 해이해진 군 기강의 확립과 함께 군 쇄신과 군 개혁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방개혁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확정한 69개의 국방개혁 과제의 성공적인 성과에 대한 책임도 막중하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체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관진 국방부장관 내정자 프로필
야전에서만 40년

■학력
·육군사관학교 28기 학사
·서울고등학교

■경력
·제33대 합동참모본부의장
·육군본부 3군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육군본부 제2군단장
·육군본부 사단장
·육군본부 전략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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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