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뒤 숨은 고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승자의 ‘영광’은 내가, ‘저주는 계열사에 나눠드려요~

“살림만 하던 여자가 할 수 있겠냐” 부정적 인식
숙부의 난, 대북사업 제동 등 가시밭길 펼쳐져


지난 2003년 10월 남성일색이던 재계에 한 여인이 등장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바로 그녀.

27년 살림꾼에서 재계 총수 자리에 오른 현 회장은 남편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아 현대그룹을 진두지휘해 나갔다.

이 가운데 최근 M&A시장에 현대건설이 매물로 올라왔다. 현 회장으로선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회사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경영권을 위해 반드시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절박함이 묻어난 ‘풀베팅’으로 현 회장은 결국 현대건설을 손에 넣었다.

현대그룹은 축배를 들었지만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2003년 8월4일, 현대그룹 비서실로부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자살했다는 것. 이 전화 한통으로 현 회장은 21세에 현대가로 시집온 지 27년 만에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의 총수로 오르게 됐다.

27년 살림하다
그룹 총수 올라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남편 사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10월21일 현대그룹 3대 회장에 취임한 것. ‘현대가의 며느리’들이 대외활동을 삼가는 게 보통인데 비해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세 자녀를 거느린 어머니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수만명의 그룹 임직원과 그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 회장이 처음 총수의 자리에 오를 당시, 주변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평생을 살림만 해오던 여자가 그룹의 총수로서 제몫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고 정 회장의 타계와 동시에 이른바 ‘숙부의 난’이 불거져 나왔다. 2003년 8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하면서 현대그룹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한 것.
 
KCC와 현대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간 지속되면서 현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혔다.비록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KCC는 아직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지분은 아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후에도 현 회장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그룹의 가장 큰 사업 중의 하나인 대북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

현대그룹의 대북 관광사업은 199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과 ‘금강호’ 출항과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해수욕장에서 남측 관광객이 북한 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하지만 현 회장이 항상 강조한 것처럼 대북사업을 접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 한명이 북측 관광지를 찾더라도 대북 사업을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또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의 숙원사업일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대북사업은 중요 통일 정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정체상태다. 문제는 대북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시동생과 벌였던 경영권 분쟁, 아산직원 억류 등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들이 터져 나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현 회장의 지휘아래 점차 성장해 나갔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M&A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현 회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수의지를 불태웠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이 외환위기와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2001년 그룹 계열에서 떨어져 나간 뒤 줄곧 눈독을 들여왔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현 회장은 그룹의 모태이자 상징인 현대건설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다짐해왔다.

무엇보다 경영권을 위해 현 회장에게 현대건설은 절실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필코 ‘먹어야’하는 처지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17.6%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7.9%를, KCC가 4.9%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삼킬 경우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한때 재계에서는 현대차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지분을 맞교환하는 ‘빅딜’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현대그룹은 경영권을 지키고 현대차는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윈·윈 전략이다.

그러나 현대차 내부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에 넘겨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현 회장이 인수 강행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건설 인수과정은 험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북사업이 전면 중단된 데다 올 초부터 현대상선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돼 유동성 압박을 받았다.

다윗 돌팔매
골리앗에 적중

설상가상으로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차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우선 현금성 유동성만 10조원이 넘는 현대차의 자금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될 정도였다. 막판엔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하려던 독일 회사와의 컨소시엄이 무산되면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동양종금증권과 프랑스 2위 은행인 나티시스은행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이면서 ‘반전’을 꾀했다.
당초 관련 시장에서 예상한 현대건설의 인수가는 최대 4조원을 웃도는 액수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현대그룹이 제시한 액수는 5조5000억원이었다. 5조1000억원을 써낸 현대차그룹에 비해 무려 4000억원이나 높은 가격이었다.

이는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결정타가 됐다. 다윗의 돌팔매가 골리앗의 미간에 적중한 것. 이로써 현대그룹은 일단 현대상선을 둘러싼 범 현대가와의 지분 경쟁에서 한시름 놓게 됐다.
기존 현정은 회장 등 우호 지분(43.4%)에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지분(8.3%)이 더해지면, 현대중공업(25.5%), 케이씨씨(5.1%) 등 범 현대가를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현대그룹에서는 잔치 분위기가 연출됐다. 임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얼싸안았다. 현 회장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수전을 주도한 임직원들에게 일일이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들뜬 분위기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그룹 측은 사옥 로비에서 출근하는 임직원들에게 백설기를 나눠줬다. 현대건설 인수를 자축하는 ‘축하떡’이었다. 떡을 주고받은 직원들은 서로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의 노고를 자축하는 작은 행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축배가 독배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풀베팅’을 위해 외부에서 끌어들인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18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찾은 자리에서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현 회장은 5조5100억원에 대한 인수자금 조달에 대해 “그동안 국내외 투자자들을 충분히 접촉했다”며 “그 부분은 염려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 회장의 설명에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몽땅 털어 넣는다고 해도 4조원이 모자란다. 나머지는 계열사들과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지원받는다고는 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현대그룹이 제시한 자금조달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5조5000억원을 마련하기 어려울 뿐더러 가까스로 모두 준비한다 해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룹이 쥐고 있는 현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차입 형식이라 막대한 이자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3조원을 차입했을 경우 금리를 연 5%만 적용해도 매년 이자를 1500억원씩 내야 한다.
또 현대건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초기 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현대건설이 그룹 덩치와 맞먹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재무적 투자자에게 보장한 수익도 부담이다. 현대그룹은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 조건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채권단과 진행 중인 재무약정 체결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현대상선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 회장 인수결정
자금은 계열사서

하지만 만에 하나 현대그룹과 채권단 간 재무약정이 체결된다면, 부채비율을 대폭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마련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현재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기업의 경영을 지도하고 재무구조개선을 유도하되, 만일 기업이 은행의 방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감독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기업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일각에선 현대그룹이 과도한 차입금에 따른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으려면 오히려 재무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결정한 것은 현 회장의 결심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런 까닭에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지금, 승자의 영광은 모두 현 회장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인수에 동원되는 자금은 현 회장 개인 자금이 아니라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의 돈이다.
행여 ‘승자의 저주’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이는 현 회장의 결심 과정에서 아무런 의사표시도 못한 계열사와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는 얘기다.
현 회장이 ‘승자의 저주’에 대한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