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뒤 숨은 고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승자의 ‘영광’은 내가, ‘저주는 계열사에 나눠드려요~

“살림만 하던 여자가 할 수 있겠냐” 부정적 인식
숙부의 난, 대북사업 제동 등 가시밭길 펼쳐져


지난 2003년 10월 남성일색이던 재계에 한 여인이 등장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바로 그녀.

27년 살림꾼에서 재계 총수 자리에 오른 현 회장은 남편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아 현대그룹을 진두지휘해 나갔다.

이 가운데 최근 M&A시장에 현대건설이 매물로 올라왔다. 현 회장으로선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회사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경영권을 위해 반드시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절박함이 묻어난 ‘풀베팅’으로 현 회장은 결국 현대건설을 손에 넣었다.

현대그룹은 축배를 들었지만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2003년 8월4일, 현대그룹 비서실로부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자살했다는 것. 이 전화 한통으로 현 회장은 21세에 현대가로 시집온 지 27년 만에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의 총수로 오르게 됐다.

27년 살림하다
그룹 총수 올라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남편 사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10월21일 현대그룹 3대 회장에 취임한 것. ‘현대가의 며느리’들이 대외활동을 삼가는 게 보통인데 비해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세 자녀를 거느린 어머니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수만명의 그룹 임직원과 그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 회장이 처음 총수의 자리에 오를 당시, 주변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평생을 살림만 해오던 여자가 그룹의 총수로서 제몫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고 정 회장의 타계와 동시에 이른바 ‘숙부의 난’이 불거져 나왔다. 2003년 8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하면서 현대그룹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한 것.
 
KCC와 현대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간 지속되면서 현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혔다.비록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KCC는 아직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지분은 아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후에도 현 회장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그룹의 가장 큰 사업 중의 하나인 대북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

현대그룹의 대북 관광사업은 199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과 ‘금강호’ 출항과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해수욕장에서 남측 관광객이 북한 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단됐다.

하지만 현 회장이 항상 강조한 것처럼 대북사업을 접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 한명이 북측 관광지를 찾더라도 대북 사업을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또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의 숙원사업일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대북사업은 중요 통일 정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정체상태다. 문제는 대북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시동생과 벌였던 경영권 분쟁, 아산직원 억류 등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들이 터져 나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현 회장의 지휘아래 점차 성장해 나갔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M&A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현 회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수의지를 불태웠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이 외환위기와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2001년 그룹 계열에서 떨어져 나간 뒤 줄곧 눈독을 들여왔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현 회장은 그룹의 모태이자 상징인 현대건설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다짐해왔다.

무엇보다 경영권을 위해 현 회장에게 현대건설은 절실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필코 ‘먹어야’하는 처지다.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17.6%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7.9%를, KCC가 4.9%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삼킬 경우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한때 재계에서는 현대차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지분을 맞교환하는 ‘빅딜’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현대그룹은 경영권을 지키고 현대차는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윈·윈 전략이다.

그러나 현대차 내부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에 넘겨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현 회장이 인수 강행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건설 인수과정은 험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북사업이 전면 중단된 데다 올 초부터 현대상선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돼 유동성 압박을 받았다.

다윗 돌팔매
골리앗에 적중

설상가상으로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차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왔다.
우선 현금성 유동성만 10조원이 넘는 현대차의 자금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될 정도였다. 막판엔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하려던 독일 회사와의 컨소시엄이 무산되면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동양종금증권과 프랑스 2위 은행인 나티시스은행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이면서 ‘반전’을 꾀했다.
당초 관련 시장에서 예상한 현대건설의 인수가는 최대 4조원을 웃도는 액수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현대그룹이 제시한 액수는 5조5000억원이었다. 5조1000억원을 써낸 현대차그룹에 비해 무려 4000억원이나 높은 가격이었다.

이는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결정타가 됐다. 다윗의 돌팔매가 골리앗의 미간에 적중한 것. 이로써 현대그룹은 일단 현대상선을 둘러싼 범 현대가와의 지분 경쟁에서 한시름 놓게 됐다.
기존 현정은 회장 등 우호 지분(43.4%)에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지분(8.3%)이 더해지면, 현대중공업(25.5%), 케이씨씨(5.1%) 등 범 현대가를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현대그룹에서는 잔치 분위기가 연출됐다. 임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얼싸안았다. 현 회장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수전을 주도한 임직원들에게 일일이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들뜬 분위기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그룹 측은 사옥 로비에서 출근하는 임직원들에게 백설기를 나눠줬다. 현대건설 인수를 자축하는 ‘축하떡’이었다. 떡을 주고받은 직원들은 서로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의 노고를 자축하는 작은 행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축배가 독배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풀베팅’을 위해 외부에서 끌어들인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18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찾은 자리에서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현 회장은 5조5100억원에 대한 인수자금 조달에 대해 “그동안 국내외 투자자들을 충분히 접촉했다”며 “그 부분은 염려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 회장의 설명에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몽땅 털어 넣는다고 해도 4조원이 모자란다. 나머지는 계열사들과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지원받는다고는 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현대그룹이 제시한 자금조달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5조5000억원을 마련하기 어려울 뿐더러 가까스로 모두 준비한다 해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룹이 쥐고 있는 현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차입 형식이라 막대한 이자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3조원을 차입했을 경우 금리를 연 5%만 적용해도 매년 이자를 1500억원씩 내야 한다.
또 현대건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초기 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현대건설이 그룹 덩치와 맞먹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재무적 투자자에게 보장한 수익도 부담이다. 현대그룹은 투자자들과 맺은 계약 조건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채권단과 진행 중인 재무약정 체결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현대상선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 회장 인수결정
자금은 계열사서

하지만 만에 하나 현대그룹과 채권단 간 재무약정이 체결된다면, 부채비율을 대폭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마련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현재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기업의 경영을 지도하고 재무구조개선을 유도하되, 만일 기업이 은행의 방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감독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기업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일각에선 현대그룹이 과도한 차입금에 따른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으려면 오히려 재무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결정한 것은 현 회장의 결심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런 까닭에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지금, 승자의 영광은 모두 현 회장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인수에 동원되는 자금은 현 회장 개인 자금이 아니라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의 돈이다.
행여 ‘승자의 저주’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이는 현 회장의 결심 과정에서 아무런 의사표시도 못한 계열사와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는 얘기다.
현 회장이 ‘승자의 저주’에 대한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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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