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마린보이’ 박태환

물속에만 들어가면 펄펄…‘마린가이’의 진화는 계속된다

3관왕 등극 위업 달성,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
천식 앓던 약골 소년에서 수영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마린보이 박태환이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수영에서 3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누렸다. 세차게 물속을 가르던 그의 모습은 ‘물 만난 고기’라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로마세계선수권 대회에서의 부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오히려 베이징올림픽 당시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마린보이에서 이제 ‘마린가이’로 우리 곁에 돌아온 박태환. 그의 진화에 주목해봤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지난 14일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아시아 신기록인 1분44초80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지난 16일 열린 자유형 400m에서도 자신의 최고 기록을 갱신하면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세운 당시 아시아 신기록(3분41초 86)을 0.33초 줄였고,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팬퍼시픽(범태평양)선수권대회 때 기록한 올해 이 부문 세계 1위 기록(3분44초73)도 갈아치웠다.

‘최고’ 되기까지
숱한 좌절·눈물

이어 열린 17일 자유형 100m 결선에서도 48초70으로 터치패드를 찍으면서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이는 컨디션이 가장 좋았던 2008년 제89회 전국체전에서 기록한 자신의 자유형 100m 최고기록이자 개인 최고기록(48초94)도 0.24초나 앞당긴 기록이다.

특히 중장거리를 주로 뛰어온 만큼 금메달은 쉽지 않다는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차지한 금메달이라 더욱 빛났다. 그리고 지난 18일에 있었던 자유형 1500m에서는 중국의 쑨양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이로써 박태환은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또다시 3관왕(자유형 200m, 400m, 1500m)에 이어 3관왕에 등극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가지고 있는 한국 수영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5개)도 갈아치웠다.

이번 대회를 통해 박태환은 더 이상 아시아에 적수가 없음을 증명했다. 이제 세계 무대에 우뚝 서게 된 박태환.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면에는 숱한 좌절과 눈물이 있었다.

박태환이 처음 태극마크를 단 것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4아테네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는 15세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찼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 예선에서 긴장한 탓에 출발 부저가 미처 울리기도 전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결국 헤엄도 쳐보지 못한 채 실격 당했다. 어린 박태환은 화장실 문을 잠그고 2시간 동안 서글픈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당시 흘린 눈물은 현재 세계 최고 수영선수가 되는 밑거름이 됐다. 눈물을 닦고 피땀을 흘려가며 연습에 매진한 박태환은 이듬해 4월 상하이에서 열린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그해만 무려 8개의 한국 신기록을 쏟아냈다. 특히 2006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3관왕에 오르며 대회 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가 ‘국민 남동생’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태환은 2007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로 급부상했다.
자유형 400m에서 세계 최고의 중장거리 스타인 그랜드 해켓(호주)을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200m에서는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 등에 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폐활량 7000cc
일반인의 2배

미국과 호주 언론은 앞다퉈 박태환의 활약상을 보도했다. 새로운 수영 영웅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당시 박태환의 나이는 불과 18세. 미처 성인이 되지도 않은 소년이 세계 수영계를 뒤흔든 것이다. 박태환의 거침없는 행보는 2008베이징올림픽까지도 이어졌다.

400m에서 한국수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민적 영웅이 됐다. 200m에서는 펠프스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나중에는 펠프스와도 해볼만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항상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2009 로마세계선수권대회 400m, 200m, 1500m 세 종목에서 모두 결선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부진을 겪은 것. 세계최고의 선수가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자 국민들과 언론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박태환 스스로도 은퇴를 생각할 정도였다. 선수생활의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온 것.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의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레이스 조절 능력은 물론, 좌우 밸런스와 막판 스퍼트 등에서 보여준 모습은 로마가 아닌 베이징 때의 그것이었다. 박태환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 차례의 호주·괌 훈련 때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한 듯했다.

2년 전 베이징올림픽 당시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박태환의 신체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폐활량에 있다. 박태환의 최대 폐활량은 7000㏄ 정도다. 이는 보통 사람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마라토너 이봉주의 8450㏄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또 ‘산소탱크’로 소문난 박지성의 5000㏄나 엄청난 산소섭취량이 필요한 쇼트트랙의 ‘간판’ 이정수의 5140㏄를 크게 앞선다.

로마세계선수권대회 충격적 부진으로 은퇴 생각도
시행착오,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 세계 수영 ‘정복’


박태환이 3관왕을 차지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은 물론,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이듬해 베이징올림픽 등에서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천부적인 폐활량 덕이 컸다.

그러나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을 정점으로 폐활량이 줄었다. 그의 폐활량은 지난해 6300㏄까지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력을 떨어뜨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난 8월27일 측정한 폐활량은 6820cc였다. 베이징올림픽 직전 측정한 6750cc를 넘어선 것.

대표팀 관계자는 “폐활량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지만, 박태환은 훈련 부족의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경기를 지켜본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로마 대회 때는 상체가 자꾸 물에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물 밖으로 드러내놓고 헤엄을 친다”고 설명했다.


또 올림픽대표팀 코치를 두 차례나 맡았던 마이클 볼(호주) 코치를 만나 올해 1월부터 전담 지도를 받으며 기술적 약점들을 보완한 덕분이기도 했다.
볼 코치는 턴 동작과 턴 이후 잠영, 스타트 등에서 기술적인 점들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 볼 코치를 만나기 전까지 박태환의 잠영 거리는 7∼8m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최대 11∼12m까지 늘어났다.

‘자유형 전문가’인 박태환에게 접영 훈련을 적잖게 시킨 건 돌핀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돌핀킥은 잠영 거리에 직접적으로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
국제수영연맹이 올 들어 첨단 수영복을 퇴출시킨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과학 도핑’으로 불렸던 전신 수영복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력에 별 영향이 없었던 것이다.

박태환도 잠시 전신 수영복을 입어봤지만 어깨 부위가 쓸리고 기록 단축 효과도 없어 허리부터 발목까지 덮는 반신 수영복을 입었다.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의 규정에 따라 배꼽 아래에서 무릎 위까지만 덮는 직물 소재 수영복을 입었다.

호주의 마이클 볼 코치는 “예전의 신소재 수영복은 수영을 효율적으로 못하는 선수들을 도와줬다. 박태환은 다르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효율적인 수영을 할 줄 아는 선수라 첨단 수영복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신 수영복을 입었던 박태환의 라이벌 중국의 장린은 기록이 크게 후퇴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태환이 1년 전과 달라진 점은 수영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지난해 로마 대회 직후 박태환과 면담한 뒤 “태환이는 이제 수영할 때 즐거운 마음 50%, 의무감 50%라고 하더라”고 밝힌 적이 있다. 지금 박태환은 뚜렷한 목표의식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소 줄어들었거나 늘어난 신체적인 변화는 둘째 문제라는 것이다.

21살 박태환은
여전히 ‘진화’ 중

어린 시절 천식을 앓던 약골 소년 박태환. 약한 몸을 극복하기 위해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그 소년이 성장해 수영 불모지인 한국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수영에서 3관왕을 달성했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지만 21살 박태환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시행착오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 세계를 정복했던 박태환. 그가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박태환 프로필

“노다지 메이커”

■학력
2008 단국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입학
2008 경기고등학교 졸업
2005 대청중학교 졸업
2002 도성초등학교 졸업

■경력사항
2010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국가대표
2010 서울학생 7560+ 운동 홍보대사
2009 경기국제보트쇼 및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홍보대사
2009 낙농자조금관리위원회 우유홍보대사
2009 2020 부산 하계올림픽 유치 홍보대사
2009 2014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대사
2008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수영 국가대표
2007 국정홍보처 다이내믹 코리아 홍보대사
2007 대한항공 명예홍보대사
2006 제15회 도하 아시안게임 수영 국가대표
2004 제28회 아테네 올림픽 수영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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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