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28)서초을 출마자 김수근

“왜 날 감시합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선거 방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김수근씨입니다.

지난 4·13총선에 서초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수근(33)씨는 선거 벽보로 자신의 얼굴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내걸면서 화제가 됐다. 국정원 앞에서 밤새 노숙을 하고 이른 아침, 출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국정원 해체’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선거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직원들은 무표정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돈 안 드는’ 선거를 표방하며 강남역 부근 노상에 천막선거사무소를 개소했다. 유권자들은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고 화를 내기도 했고 재밌어하기도 했다. 

“선거탄압”

김씨는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박 대통령 탄핵, 국정원 해체, 세월호 특검을 내세워 출마했다. 탄핵 사유로 한일 위안부 합의, 18대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 세월호 참사, 개성공단 전면 중단, 테러방지법 통과, 선거개입으로 인한 민주주의 파괴 등을 꼽았다.

아무 연고가 없는 서초을에서 출마한 이유에 대해서도 “선거구에 국정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착안한 손글씨 벽보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742표(득표율 2.3%) 득표에 그쳐 낙선했다.
 


그런 그에게 총선이 끝나고 지난 4월15일 한 장의 출석요구서가 날아들었다. 서초경찰서 지능팀에서 ‘인도 무단점거에 의한 도로법 위반’으로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앞서 지난 3월29일 서초구청 건설관리과는 강남역 근처 노상에 설치한 천막선거사무소를 도로법 위반으로 보고 수차례 철거를 요구하고 계고를 하다가 4월4일 철거반원 20여명과 철거차량 2대를 동원해 강제철거했다. 철거가 완료됐음에도 서초서에서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 대통령 탄핵 외쳐
선거 끝나자마자 경찰서 출석 요구

김씨는 과잉대응 및 선거방해행위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일요시사>와 만나 “신분과 재산을 공개하고 선관위에 기탁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설치한 선거사무소다. 돈 안 쓰는 선거를 보여주려고 천막을 쳤다고 양해를 구했음에도 당일에만 3번을 찾아왔고 결국 6일 후 철거했다”면서 “선거후보자를 무력화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대화의 여지없이 선관위에 등록된 사무소를 철거하고 철거 후에도 유세차량을 따라다니며 선거운동을 방해했다”고 답답해했다.

지난 4월4일 오전엔 서초구청을 찾아가 구청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건설관리과 관계자가 “내가 담당”이라며 거부했다. 같은 날 오후 선거사무소가 철거됐다. 다음날 김 후보 측은 별도의 건물 사무실을 선거사무소로 재신고했다.

이 곳에도 구청 관계자가 찾아와 사무실 주변을 맴돌다 선거자원 봉사자의 눈에 띄었다고 했다. 선거유세 차량을 계속 노란색 철거용 트럭이 따라다니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식사를 하면 식당 앞에서 기다렸다. 선거자원 봉사자가 신원 확인을 요구하자 선거운동현장에서 급히 철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출석요구서를 받고 서초서 지능팀에 “구청이 고발했느냐”고 문의하자 “아니다. 우리가 구청과 함께 지켜보고 있었고 조사했다”며 “도로법 위반에 대해 (구청과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보낸 출석요구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대해 서초서 지능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담당자가 외근 중이어서 답변할 수 없다. 담당자는 바빠서 취재에 응할 수 없다고 한다”고 답했다. “도로법 위반 사항을 왜 도로교통과가 아닌 지능팀에서 조사하느냐”는 질문엔 “그것 말고도 여러 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김씨는 “합법적인 선거운동 기간의 행위에 대해 조사를 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에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적인 선거운동에 대해 도로법을 적용해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선거탄압이며 정치보복”이라고 규탄했다.

전화 통화내역 28회 조회
국정원 해체 주장 때문?

그는 자신이 ‘행동하는 서울지역 청년모임 새바람’ 대표로 시민운동을 해왔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적극 참여하고 국정원 해체를 주장하는 등 정권에 비판적인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감시대상이 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실제로 그의 이동전화 통신내역조회 결과 지난 1년간 총 ‘28건’의 조회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국정원을 비롯해 서울청, 경기청, 울산청 등 한달 평균 3∼4건에 달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경찰에 출두해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앞으로 이원호 민변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삼고 권력남용과 선거 방해로 서초구청에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그는 원래 노무사 공부를 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2008년 촛불시위에 참가하면서 만난 이들과 대중운동을 모색하다가 지난 2014년 정당해산심판의 와중에 서울 중구에서 통진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해 3.9%의 지지율을 얻고 낙선했다.   

이번에도 20대 후반∼30대 후반으로 구성된 ‘새바람’ 회원들이 은행대출을 받아 기탁금을 모았고 선거운동원으로 힘을 보탰다. 새바람은 총 80명의 회원과 서울에 5개 지회를 둔 청년모임이다. 그는 “야권은 분열하고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안 나오는 가운데, 핵심은 박근혜정권 탄핵이라고 생각해서 나오게 됐다”며 “후원회를 열고 세액공제를 받아서 2000만원 내에서 선거비용을 충당했다”고 밝혔다.

“정치보복”

김씨는 “나도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피해를 주거나 항의하는 이들도 없고 상식적으로 대화가 잘 됐다. 벽보가 이슈가 되면서 벽보에 사진이 없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보러 왔다고 한 유권자도 있었다. 법원 앞에서 유세할 땐 ‘당신을 찍었다’고 말한 변호사도 여럿 만났다. ‘탄핵시켜 주세요’라고 외치며 지나가는 학생들도 만났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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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