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정국 정점에 선 김준규 검찰총장

정권의 시녀인가 정의의 사도인가


최초 대기업을 덮치는 듯 했던 사정 바람이 돌연 진로를 바꿔 정치권에 불어 닥쳤다. 난데없는 급습에 정치권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검찰과 일전을 불사할 기세다. 이례적으로 여야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이들이 치켜든 총부리가 향한 곳은 바로 김준규 검찰총장. 태풍의 핵에 서있는 그의 신상을 파헤쳐 봤다.

검찰 내에서 최고 ‘국제통’ ‘기획통’으로 꼽혀
검찰 급습에 정치권 ‘발끈’…탄핵론까지 제기

서울서부지검의 한화·태광그룹 수사, 대검 중수부의 C&그룹 비리수사로 이어져온 사정 바람이 갈수록 세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이번엔 정치권 한복판에 불어 닥쳤다. 그 태풍의 핵에는 김준규 검찰총장이 있다.

사정 바람
정치권 급습

그는 검찰 내에서 최고의 ‘국제통’ ‘기획통’으로 꼽힌다. 김 총장이 국제통으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1998년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을 지내면서부터다. 이때 외교관 경험과 국제적 감각을 갖췄으며, 영어 구사력면에서 검찰 내 최고 실력자로 인정받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8년 8월에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김 총장은 검찰에서 근무하는 동안 주로 ‘외국의 검찰 운영’과 ‘수사 기법’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가 기획통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토대로 사법 선진국의 앞선 제도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고, 한국 검찰에 도입해 법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그의 주변인들은 김 내정자는 조용하고 성실하면서도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라고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윗사람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곧은 자세와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김 총장과 정치권의 전쟁이 터진 것은 지난 5일 검찰이 청목회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에 들이닥치면서다. 검찰의 ‘급습’에 정치권은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을 나무랐고, 야당에선 탄핵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민주당은 이날 손학규 대표 긴급기자회견, 긴급최고위원회의, 비공개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검찰 국회탄압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소속 의원 전원에게 주말 비상대기령도 내렸다. 이어 지난 8일엔 ‘검찰의 국회말살 규탄대회’를 열고,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5당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압수수색은 증거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고 정치를 말살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압수수색은 국회의원을 국민들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려고 혐오감을 유발시키는 추잡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검찰의 느닷없는 압수수색이 ‘대포폰’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와 함께,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춘석 대변인은 “대포폰 의혹 수사는 제대로 못하면서 왜 칼날을 돌리느냐”며 “대포폰을 견제하기 위한 술수로 국회의원을 탄압하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개인 성명을 내어 “검찰의 폭거가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의혹의 핵심인 청와대를 감싸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의회주의 파괴의 당사자인 검찰총장을 탄핵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이날 성명을 내어 “특별히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하필 본회의 대정부질문 중에 일시에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분명히 과잉수사”라고 꼬집었다.

“이럴 때일수록 의연하게”…정면 돌파 주문
정치권·검찰의 전쟁은 김 총장의 ‘도전’이기도

정치권의 검찰에 대한 비판은 지난 10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 대정부질문까지 이어졌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청목회가 다수 명의로 위장해서 로비자금을 제공했다는 게 검찰의 논리”라며 “로비를 했다고 치자, 급여를 올리고 정년을 연장했다고 치자, 그래봐야 15년 근무에 월급 4만 원 올라가는 것인데 과연 죄가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김 의원은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대변자를 찾아다니며 호소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리”라며 “그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포폰’ 사건
덮으려는 의도

또 김 의원은 “이미 힘센 자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 로비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검찰은 거꾸로 힘센 사람만 살아남고 약한 자는 다 죽어야 하는 세상으로 가자고 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국민들은 어디에 가서 호소를 하겠느냐”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압수수색을 당한 11명의 동료의원들은 우리를 대신한 희생자”라며 “이 참담한 순간 여야를 막론하고 입법부 전원이 하나가 되어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검찰의 저 무도한 권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수수색을 당한 당사자이기도 한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청원경찰법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시대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법”이라며 “배부른 자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법도, 밀실타협에 의한 법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그래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본회의에서도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가결됐다”며 “소액 후원금이어서 대부분 알지도 못했는데, 검찰이 이를 대가성으로 몰아간다면 국회의원의 입법권은 여지없이 침해당하고, 국회의 존립 근거마저 흔들리게 된다”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부실수사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민간인 사찰파문을 언급하며 “대포폰을 개설한 청와대 행정관을 검찰은 소환하지도 않고 출장조사했다”며 “국회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비서실도 압수수색하라, 과연 시도라도 했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김정권 의원은 “검찰은 온 국민을 향해 국회의원들의 범죄를 확인한 것처럼 떠들었다”며 “비겁하게 언론 뒤에 숨어 확인되지도 않은 일을 질질 흘리는 일은 엄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반발에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적극 진화에 나섰다. 이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청목회 사건은 다른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끝내도록 지시하겠으며, 후원금 전반으로 수사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압수수색이 국면전환용 아니냐는 질문에도 이 장관은 “검찰이 국면전환용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그런 취지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압수수색은 검찰이 독자 판단했고 수사상황에 따라 필요성이 있어 검찰이 정상적 절차를 거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김 총장의 경우, 빗발치는 정치권의 비난 속에서도 “이럴 때일수록 의연히 대처하라”며 검찰의 정면 돌파를 주문했다. 김 총장은 이어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칫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 외압 등에 영향을 받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경계를 나타낸 것이다. 동시에 원칙대로 성역 없는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수사는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까지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검찰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우다. 지난 정권초기 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선후보의 목 아래까지 칼끝을 들이댔던 대선자금 수사 정도가 비슷한 사례다.
하지만 당시 검찰에게는 ‘깨끗한 정치를 위해’라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반면, 이번 청목회 수사는 그때만큼 명분을 갖췄다고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수사는 ‘민간인 사찰 의혹’과 ‘대포폰’ 사건을 덮기 위해서라는 의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수사할 만큼 했다”며 버티고 있지만 여론은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검찰의 해명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이 시점에 이런 ‘모험’을 감행한 것일까.

이에 대해 검찰은 “구속된 청목회 관계자들 기소시한이 며칠 남지 않아서였다”고 말한다. 수사논리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 이후 바닥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제 자리를 찾으려 한다면 다른 집단보다 정치권을 우선 타깃으로 택하게 되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한편으로는 정치권과 검찰의 전쟁은 김 총장의 ‘도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9월 도덕성 문제로 천성관 총장내정자가 낙마하는 등 검찰조직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와중에서 취임해 1년여 동안 수사다운 수사를 해보지 못했다.

게다가 ‘스폰서 검사’ 사건이 불거져 나오면서 검찰 전체의 도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때문에 그는 올 6·2지방선거 이후 내년까지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수차례에 걸쳐 “상처받은 검찰의 자존심과 땅에 떨어진 국민신뢰는 수사로 회복해야 한다”고 일선검사들을 독려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각급 검찰청에 “수사상황을 나에게 직보해도 좋다”며 일선 사령관 역할을 자임했다고 한다. 서울서부지검과 서울북부지검 등이 통상적인 보고라인인 대검 중수부를 거치지 않고, 총장에게 직보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윗선수사 외면
국민들 눈총

현재 일각에서는 김 총장이 지휘봉을 제대로 휘두른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검찰의 정치권 압박을 통쾌해할지는 몰라도, 살아있는 권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민간인 사찰의 ‘윗선’수사는 외면하는 모습을 곱게 볼 리는 없기 때문이다.

김준규 검찰총장 프로필

2009 제37대 대검찰청 검찰총장
2009 제17대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국제검사협회의 집행임원
2008 국제검사협회의 아시아지역 대표 부회장
2008 제21대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2007 제51대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장
2006 법무부 인권국장 직무대리
2005 법무부 법무실 실장
2004 광주고등검찰청 차장검사
2003 수원지방검찰청 1차장검사
2002 인천지방검찰청 2차장검사
2001 창원지방검찰청 차장검사
2000 서울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
2000 서울지방검찰청 형사6부 부장
1999 법무부 법무심의관
1998 법무부 국제법무과 과장
1997 수원지방검찰청 형사3부 부장
1995 인천지방검찰청 공판송부 부장
1994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1993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1993.03~1993.09 제28대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 지청장
1991 서울지방검찰청 고등검찰관
1984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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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