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누리당 고삐 잡은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

‘사방이 적’위기탈출 총대 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총선 참패로 위기를 맞은 새누리당. 가장 어려운 시기에 당을 이끌어갈 새로운 원내대표로 충청권 출신 4선 정진석 의원이 선출됐다. 정 원내대표는 당 내홍을 수습하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야를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중책을 맡게 됐다. 하지만 그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진석(4선·충남 공주·부여·청양)·김광림(3선·경북 안동)조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총 119표 가운데 69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굳혔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를 열고 ‘협치의 정진석’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택했다.

계파 갈등
뇌관 터질까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를 대표한 나경원(4선·서울 동작을)·김재경(4선·경남 진주을) 조와 친박 핵심 인사인 유기준(4선·부산서·동구)·이명수(3선·충남 아산) 조를 넉넉한 표 차이로 꺾었다. 이날 총회에 불참한 김무성 전 대표 등을 제외하고 총 119표 중 정 원내대표가 69표, 나 의원이 43표, 유 의원이 7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갈렸다.

당초 정 원내대표와 나 의원이 결선투표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장에서 실시된 정견 발표, 상호토론에서 정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첫 원외 당선인 원내대표라는 영예도 얻었다. 정 원내대표는 총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오늘 호소드리고자 했던 것은 당의 단합”이라며 “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으려면 당의 결속과 확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예상과 달리 압도적 표차로 당선
친박·충청지지 1차 투표서 승부

이어 “길다고도 볼 수 있고 짧다고도 볼 수 있는 (차기 대선까지) 남은 18개월 동안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목표에 도달할 지 중간에 주저앉을 지 결정 될 것”이라며 “몇몇 지도부의 힘으로 안 되고 정말 122명 새누리당 의원이 혼연일체가 돼 한 마음 한뜻으로 절대 결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친박계의 선거 참패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의 지원사격을 받은 원내지도부가 들어서면서 갈등의 불시가 내재돼 전당대회 등 차기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폭발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정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계파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친이도 친박도 아니다. 친이, 친박 모임에서 저를 발견한 분 계시느냐”며 “어느 계파에도 포함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경선 기간 내내 계파주의 탈피를 부르짖었다. 계파 간 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며 내부적으로 다투기보단 당 수습과 쇄신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 정 원내대표도 스스로를 ‘마무리 투수 겸 선발투수’라고 소개하며 “박근혜 정부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데 선발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3당 체제 등 어려운 환경에서 원내 협상을 지휘해야 하는 만큼 청와대와의 의견 조율에서 대립이 표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당청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수직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당청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험로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아무리 지시한다고 해도 원내 2당, 여소야대 상황에 어떻게 관철시키겠느냐”라며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다. 당청 간 협치를 해서 갈 수밖에 없다는 걸 다 안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수평적 당청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당·정·청 고위 회동 정례화, 여·야·정 정책협의체 상시 가동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정 원내대표는 이날 경선 토론회에서 “집권여당은 청와대와 협의하고 야당과 타협해야 하는 협치의 중심”이라며 “이 일을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과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해결해야할 문제도 첩첩산중이다. 먼저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를 정 원내대표가 해결해야 한다. 핵심은 유승민·윤상현 의원 복당 허용 여부다. 친박계는 비박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유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고 있고, 비박계에서는 친박 핵심인 윤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 원내대표는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 원내대표는 입법과 정책 추진에 있어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중량급 인사가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면서 여야협상에서 험로를 예고했다. 19대 국회와 비교해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상임위원장 자리도 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상임위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국회가 늦장 출범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6선 의원 아들
MB·JP와 인연

쟁점 법안 처리와 경제활성화 정책 추진을 위한 전략 수립도 정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큰 과제 가운데 하나다. 당장 노동 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에 대한 여야 협상이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한국형 양적완화 등 경제 이슈를 놓고 야당과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리막 길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면적인 당 쇄신 및 변화도 책임져야 한다. 총선 참패로 소수당이 되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 여권에선 차기 대선주자도 보이지 않는다.

총선 패배의 배경엔 공천 실패 뿐 아니라 두 차례 보수정부 집권에도 저성장과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들을 풀어내지 못한 실망감도 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정 운영과 정책기조의 대대적 혁신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정 원내대표는 1960년 충청남도 공주군 계룡면 출생이다. 6선 국회의원과 내무부 장관을 역임한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이다. 고등학교를 서울로 올라와 성동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일보 기자 생활을 했다.

현 정부 마무리…새 정권 창출 앞장
3당 체제 어려운 환경서 협상 지휘

정 원내대표는 김종필 전 총리가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의 명예총재특보로 1999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부친 정석모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충남 공주·연기에 자민련 공천으로 출마해 이상재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민주연합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오시덕 열린우리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이후 자유민주연합을 탈당했고, 2005년 오 의원 당선 무효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선된 정 원내대표는 국민중심당에 입당해 최고위원과 원내대표를 지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어 2010년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 원내대표는 2010년 세종시 문제로 한나라당이 내분을 겪을 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특별시 중구 선거구에 출마하였으나 정호준 민주통합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충청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으나 당시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첩첩산중…
최우선 과제는?

정 원내대표는 ‘소통의 정치인’으로도 불린다. 함께 간다는 뜻의 ‘동반’과 서로 어울려 왕래하는 ‘통섭’이 정 원내대표의 생활신조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점에서 정 원내대표는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당내 계파 갈등을 아우르면서 당의 화합을 이뤄내는 데 적임자로 꼽힌다.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둬 거부감이 적은 데다 성격이 소탈하고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min1330@ilyosisa.co.kr>


[정진석은?]

▲충남 공주 출생(57) ▲성동고등학교·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 ▲16·17·18·20대 국회의원 ▲자유민주연합 대변인 ▲국민중심당 원내대표·최고위원 ▲국회 정보위원장 ▲2010년 대통령실 정무수석 ▲2013년 27대 국회 사무총장 ▲2014년 새누리당 충남지사 후보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김광림(3선·경북 안동)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20대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 정책위원의장 경선에서 신임 의장으로 당선됐다. 김 정책위의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예산통’ 이자 재정전문가로 꼽히는 3선 당선인이다. 당내 최고 경제전문가로 꼽힌다.

행시 14회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해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장, 재정경제부 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발을 들일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경북 안동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의 낙점으로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돼 일하기도 했다. 정신의 수도인 안동의 선비정신을 물려받아 안으로는 강직하지만 밖으로는 후덕한 인상으로 내강외유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예결위 간사를 맡아 각 지역에 예산배분 과정을 불협화음 없이 처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그때 덕을 본 의원들이 김 의원을 인간적인 정으로 찍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남권 의원이면도 계파색이 비교적 옅어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여러 후보들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를 열고 “협치의 정진석”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택했다. <창>

 

[김광림은?]

▲경북 안동 출생(68) ▲영남대 경제학과·하버드대 대학원 ▲행정고시 14회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 ▲예산처 재정기획국장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 ▲특허청장 ▲재정경제부 차관 ▲세명대 총장 ▲새누리당 여의도 연구소장 ▲18·19대 의원·20대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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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