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퇴출 공포> ‘정리 1순위’ 살생부 추적

‘8월 위기설’ 제2의 IMF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기업구조조정 발언으로 재계는 초긴장 상태다. 이미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되고 살생부 리스트까지 존재한다는 후문이다. 물망에 오른 업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운데 살기 위한 몸부림에 나섰다.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재계 분위기. 그 흐름을 파악해 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미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급 과잉업종과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면서 “이미 비상계획을 세워놨다”라고 언급했다.

정부·정치권 주도
재계 초긴장 상태

유 부총리는 “제일 걱정되는 곳은 현대상선”이라며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 중이지만 용선료 협상이 잘 될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고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매우 고민된다”고도 했다.

정부는 해운업 회생의 근간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시나리오를 배제하고 용선료 재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패 시 법정관리밖에 없다는 엄포를 놓은 상황이라 양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부의 용선료 협상에 힘이 실리면서 독자생존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조선과 해운사의 빅딜이나 합병에 대해 “시기상조이고 적절하지 않다. 5월 중순까지 용선료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주들도 채권자로서 채무 재조정에 동참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사는 이미 발표된 대로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조정, 협약채권자의 조건부 자율 협약 등 3개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양측은 한 달여의 시간을 벌었지만, 만약 협상이 실패하면 사실상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1500명 이상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과의 협의로 자구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 상황 등을 점검해야 한다.

중소형사인 STX조선은 올 하반기에도 경영 정상화 행보를 지속하거나 회생 절차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신호탄 구조조정 서막
해운·조선 이어 건설·금융 정리 가시화

이밖에 공급과잉업종으로 분류된 철강·유화 업계에서는 기업활력제고법에 따라 개별 기업 또는 해당 산업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M&A)이나 설비 감축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선 건설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건설업종이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최우선 순위인 경기민감업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기업 구조조정의 광풍에서는 벗어났지만 금융권이 돈줄을 옥죌 경우 부실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될 우려가 큰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경기민감업종으로 선정한 철강과 석유화학, 건설, 해운 가운데 조선과 해운만 경기민감업종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나머지 철강과 석유화학은 과잉공급업종으로 분류해 설비감축과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설업은 업종 차원의 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지난해 건설수주액이 전년 대비 48.3% 급증하는 등 건설업 전체의 경영 상태에 당분간 불안요인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민간건설 부분의 수주가 102조5000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공공부문의 발주량도 전년 대비 8.9% 늘어난 28조8000억원을 기록해 당분간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업에 대한 인위적인 산업재편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별기업 부실 발생 시에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워크아웃, 회생절차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시공능력순위 100위권 가운데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곳은 14개사다. 법정관리가 9곳, 워크아웃이 5곳이다.

또 무자격·부실업체 퇴출시스템 운영과 해외건설 저가수주 방지방안으로 건실한 건설업체 위주로 생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 없이 결국 건설업계는 기존 금융권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숨 돌렸지만…
자금난 가중

그동안 채권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의 재무구조개선만으로 근본적인 정상화를 이루기 어려웠고, 은행도 기업 구조조정 시 당장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한계기업에 대해 여신을 유지하며 처리를 미루는 경향을 보이는 등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대출심사 강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건설사들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는 등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 취약 업종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의 대출잔액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대출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0조3000억원에 그쳤다. 이미 주택업계에서는 은행권의 까다로운 대출규제로 집단대출 거부사태가 속출하며 분양을 늦추거나 취소하는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나 금융당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집단대출 규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집단대출 규제로 대출거부, 금리 인상 등 피해를 받은 세대수는 총 4만7000호, 금액으로는 7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30위권의 대기업중 3년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가 9곳이나 이르고, 60위권의 중견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00%를 넘어 금융권이나 정부의 자금 지원이 절실한 곳이 많다.

자칫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조선, 해운에 집중될 경우 건설업 구조조정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그간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기업 회생’보다는 ‘업계 퇴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M&A를 통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이상 기업 회생은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종이 경기민감업종에서 제외되며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해외시장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그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 완화
추진에 야당 제동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구조조정 방향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더민주 지도부들은 박 대통령이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판 양적 완화’와 ‘파견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지난달 27일 “협조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 완화를 긍정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조조정에 앞서 국회가 할 수 있는 파견법부터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발언, 실업대책으로써의 파견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총선공약이었던 ‘한국판 양적 완화’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증권(MBS)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채권을 사들여, 산은과 수은이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판 양적 완화가 이뤄지려면 한은이 채권을 사들일 수 있도록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더민주는 양적 완화가 이뤄지면 대기업만 이득을 본다는 입장이다. 파견법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그 안에 몸담은 이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실직을 의미한다. 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대규모 인원 감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자리를 잃게 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경영진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영 비대위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빌미로 노동악법을 밀어붙이거나 부실기업 생존 연장에만 몰두한다면 단호히 협력을 거부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7월말 업종별 경영진단 보고서
사실상 부실기업 리스트 담아

진 비대위원은 특히 전날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에 대해 “조선과 해운업 사태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정부의 실패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없이 모호함만 가득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원인 진단과 부실·방만 경영 책임자에 대한 문책, 구조조정으로 인한 국민 피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획을 정부가 제시한다면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진형 더민주 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역시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양적 완화 양적 완화하는데, 거기다 대놓고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지 못하겠다”며 “(박 대통령은)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큰 기업이니까 국가가 돈을 내줘야 한다는 식으로 조건반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경영진과 주주, 채권단 등이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5대 취약업종 가운데 특히 대규모 실직 우려가 큰 곳은 조선업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세 곳 직원만 총 4만4000여명인데다,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수십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

노동계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책임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동자를 해고하기 전에 경영부실을 초래한 대주주와 경영진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이 개인 재산을 내어서라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정부가 1년 동안 고용 유지 지원금이나 연장 실업수당 등을 지원하고, 전직과 재취업 훈련 등을 돕게 된다.

좀비기업 타깃
강제로 아웃!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정한 정부는 8월을 주시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기업 퇴출의 기준이 될 기업활력촉진법 이른바 원샷법의 8월 시행에 맞춰 사실상의 ‘살생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7월 말까지 ‘업종별 경영진단 보고서’를 협회를 중심으로 만들도록 지시했다.

보고서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6월까지 ‘기업의 생존과 퇴출’의 기준이 되는 원샷법 실무지침도 만들어진다. 정부는 업종별 보고서와 원샷법 실무지침, 여기에 대기업 신용위험평가까지 나오는 8월을 2차 구조조정의 적기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의 파도가 거세지는 가운데, 오는 8월 또 한차례의 대규모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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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