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퇴출 공포> ‘정리 1순위’ 살생부 추적

‘8월 위기설’ 제2의 IMF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기업구조조정 발언으로 재계는 초긴장 상태다. 이미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되고 살생부 리스트까지 존재한다는 후문이다. 물망에 오른 업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운데 살기 위한 몸부림에 나섰다.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재계 분위기. 그 흐름을 파악해 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미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급 과잉업종과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면서 “이미 비상계획을 세워놨다”라고 언급했다.

정부·정치권 주도
재계 초긴장 상태

유 부총리는 “제일 걱정되는 곳은 현대상선”이라며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 중이지만 용선료 협상이 잘 될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고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매우 고민된다”고도 했다.

정부는 해운업 회생의 근간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시나리오를 배제하고 용선료 재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패 시 법정관리밖에 없다는 엄포를 놓은 상황이라 양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부의 용선료 협상에 힘이 실리면서 독자생존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조선과 해운사의 빅딜이나 합병에 대해 “시기상조이고 적절하지 않다. 5월 중순까지 용선료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주들도 채권자로서 채무 재조정에 동참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사는 이미 발표된 대로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조정, 협약채권자의 조건부 자율 협약 등 3개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양측은 한 달여의 시간을 벌었지만, 만약 협상이 실패하면 사실상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1500명 이상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과의 협의로 자구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 상황 등을 점검해야 한다.

중소형사인 STX조선은 올 하반기에도 경영 정상화 행보를 지속하거나 회생 절차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신호탄 구조조정 서막
해운·조선 이어 건설·금융 정리 가시화

이밖에 공급과잉업종으로 분류된 철강·유화 업계에서는 기업활력제고법에 따라 개별 기업 또는 해당 산업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M&A)이나 설비 감축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선 건설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건설업종이 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최우선 순위인 경기민감업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기업 구조조정의 광풍에서는 벗어났지만 금융권이 돈줄을 옥죌 경우 부실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될 우려가 큰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경기민감업종으로 선정한 철강과 석유화학, 건설, 해운 가운데 조선과 해운만 경기민감업종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나머지 철강과 석유화학은 과잉공급업종으로 분류해 설비감축과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설업은 업종 차원의 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지난해 건설수주액이 전년 대비 48.3% 급증하는 등 건설업 전체의 경영 상태에 당분간 불안요인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민간건설 부분의 수주가 102조5000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공공부문의 발주량도 전년 대비 8.9% 늘어난 28조8000억원을 기록해 당분간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업에 대한 인위적인 산업재편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개별기업 부실 발생 시에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워크아웃, 회생절차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시공능력순위 100위권 가운데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곳은 14개사다. 법정관리가 9곳, 워크아웃이 5곳이다.

또 무자격·부실업체 퇴출시스템 운영과 해외건설 저가수주 방지방안으로 건실한 건설업체 위주로 생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 없이 결국 건설업계는 기존 금융권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숨 돌렸지만…
자금난 가중

그동안 채권은행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의 재무구조개선만으로 근본적인 정상화를 이루기 어려웠고, 은행도 기업 구조조정 시 당장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한계기업에 대해 여신을 유지하며 처리를 미루는 경향을 보이는 등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대출심사 강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건설사들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는 등 자금 조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 취약 업종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의 대출잔액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대출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0조3000억원에 그쳤다. 이미 주택업계에서는 은행권의 까다로운 대출규제로 집단대출 거부사태가 속출하며 분양을 늦추거나 취소하는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나 금융당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집단대출 규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집단대출 규제로 대출거부, 금리 인상 등 피해를 받은 세대수는 총 4만7000호, 금액으로는 7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30위권의 대기업중 3년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가 9곳이나 이르고, 60위권의 중견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00%를 넘어 금융권이나 정부의 자금 지원이 절실한 곳이 많다.

자칫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조선, 해운에 집중될 경우 건설업 구조조정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그간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기업 회생’보다는 ‘업계 퇴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M&A를 통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이상 기업 회생은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종이 경기민감업종에서 제외되며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해외시장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그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 완화
추진에 야당 제동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구조조정 방향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더민주 지도부들은 박 대통령이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판 양적 완화’와 ‘파견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지난달 27일 “협조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 완화를 긍정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조조정에 앞서 국회가 할 수 있는 파견법부터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발언, 실업대책으로써의 파견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총선공약이었던 ‘한국판 양적 완화’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증권(MBS)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채권을 사들여, 산은과 수은이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판 양적 완화가 이뤄지려면 한은이 채권을 사들일 수 있도록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더민주는 양적 완화가 이뤄지면 대기업만 이득을 본다는 입장이다. 파견법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그 안에 몸담은 이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실직을 의미한다. 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대규모 인원 감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자리를 잃게 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경영진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영 비대위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빌미로 노동악법을 밀어붙이거나 부실기업 생존 연장에만 몰두한다면 단호히 협력을 거부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7월말 업종별 경영진단 보고서
사실상 부실기업 리스트 담아

진 비대위원은 특히 전날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에 대해 “조선과 해운업 사태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정부의 실패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없이 모호함만 가득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원인 진단과 부실·방만 경영 책임자에 대한 문책, 구조조정으로 인한 국민 피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획을 정부가 제시한다면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진형 더민주 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역시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양적 완화 양적 완화하는데, 거기다 대놓고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지 못하겠다”며 “(박 대통령은)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큰 기업이니까 국가가 돈을 내줘야 한다는 식으로 조건반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경영진과 주주, 채권단 등이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5대 취약업종 가운데 특히 대규모 실직 우려가 큰 곳은 조선업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세 곳 직원만 총 4만4000여명인데다,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수십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

노동계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책임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동자를 해고하기 전에 경영부실을 초래한 대주주와 경영진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이 개인 재산을 내어서라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정부가 1년 동안 고용 유지 지원금이나 연장 실업수당 등을 지원하고, 전직과 재취업 훈련 등을 돕게 된다.

좀비기업 타깃
강제로 아웃!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정한 정부는 8월을 주시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기업 퇴출의 기준이 될 기업활력촉진법 이른바 원샷법의 8월 시행에 맞춰 사실상의 ‘살생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7월 말까지 ‘업종별 경영진단 보고서’를 협회를 중심으로 만들도록 지시했다.

보고서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6월까지 ‘기업의 생존과 퇴출’의 기준이 되는 원샷법 실무지침도 만들어진다. 정부는 업종별 보고서와 원샷법 실무지침, 여기에 대기업 신용위험평가까지 나오는 8월을 2차 구조조정의 적기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의 파도가 거세지는 가운데, 오는 8월 또 한차례의 대규모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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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