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

전쟁 포화 속 살기위해 달려 ‘참혹 그 자체’ “내 힘든 거 말로 다 못해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노역을 당한 김정주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11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두 분은 그렇게 한날에 별세했다. 수많은 시간 동안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시위를 펼쳤으나 끝내 반가운 소식을 듣지 못하고 떠나셨다. 일본의 만행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비단 위안부 할머니들뿐이겠는가.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갖은 오해로 힘든 삶을 살아온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로부터 생생한 증언을 들어봤다.

강제노역 피해 할머니

김정주 할머니는 올해 85세에 접어들었다. 끌려간 장소와 연도는 달랐지만 함께 일본에서 고생한 친언니 김성주 할머니는 87세를 맞았다. 친자매를 강제 노역지로 끌고 간 사상 유례없는 일본의 만행에 맞서 두 할머니는 그동안 끈질긴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일본에 가서 재판할 때마다 눈물 안 흘리고 온 적이 없어요.”

김정주 할머니는 힘없는 목소리로 운을 땠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한편으론 시대를 잘못 만나서 끌려갔다고 생각했어요. 언니가 끌려가고 나도 뒤이어 끌려갔으니 참… (힘든 것은) 말도 못하죠.”

꿈 많은 10대 소녀였던 김 할머니는 중학교에 보내준다는 일본인 선생님의 말을 듣고 배에 몸을 실었다. 1년 전 일본으로 갔던 언니를 만나게 해준다는 말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교실도, 언니의 그림자도 한 번 보지 못한 채 도야마현에 있는 후지코시 공장으로 끌려갔다.

“순천남국민학교에서 둘이 갔어요. 나하고 한 아이가 같이 갔는데 그 애는 아무래도 일본에서 죽은 것 같아요. 한국에 올 때도 그렇고 오고 나서도 못 만났어요. 수소문해도 못 찾았어요.”

당시 그런 경우가 많았는지 물어봤다.

“병에 걸리기도 하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했어요. 배가 고파서 풀을 뜯어먹고 그랬으니께.”


김 할머니의 슬픈 눈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절박했던 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강제노역지에서는 어떤 일이 자행되고 있었을까?

“그때도 키가 작아서 사과궤짝 두 개를 놓고 올라가서 일했어요. 그곳에서 비행기 발통(바퀴)을 깎았어요. 기계가 떨어져서 머리를 다칠 뻔한 적도 있었어요.”

공업용 기계와 산업용 로봇 등을 생산하는 후지코시강재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1945년 한반도에서 12∼16세 소녀 1089명을 근로정신대로 동원해 혹독한 조건 속에서 노역을 강요한 전범 기업이다.

“새벽 5시 기상해서 출근했는데, 가는 길에 일본 군가를 불러야했어요. 아침에는 된장국을 줬는데 파, 두부가 들어간 게 아니라 그냥 국물만 있는 거 줬어요. 주걱으로 밥 한 번, 국 한 숟가락이 끝이었어요. 다른 반찬 하나 없었죠.”

김 할머니는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12살 때였고 다들 12∼13살이었어요. 그러니 배가 얼마나 고픕니까? 아침에 그 밥을 먹고는 기계에 가서 일하면 힘이 없어요. 그런데 점심은 식빵 반 조각이 다였어요. 저녁은 밥 한 숟가락에 다깡(단무지) 세조각이 끝이었죠.”

그렇게 소녀들은 철저한 감시 속에서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일해야만 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감시를 했어요. 화장실에 갈 때는 일본 남자가 따라와서는 조금만 늦게 나오면 ‘왜 늦게 나오냐’며 발로 차고 때렸어요.”

85세 노령…강점기 노역 생생 증언
오랜 싸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

갖은 폭력과 학대를 버틴 소녀들은 일과가 끝났다고 좋아할 수 없었다. 더 무서운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허벌판에 철조망 친 것이 우리 기숙사였어요. 중간에 도망친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잡혀서 위안부로 넘겨졌죠. 도망을 가도 어딜 갈지, 한국에 어떻게 갈지 모르잖아요.”

고된 몸을 이끌고 누운 소녀들에게는 죽음의 공포가 찾아와 괴롭혔다.

“신을 벗고 잔 적이 없어요. 미국 비행기가 나타나 공습할까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스트레스였어요.”

김 할머니는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말해줬다.

“한번은 사이렌이 울려서 바로 달려 나갔어요. 어떻게든 도망갔어요. 폭탄이 ‘팡’하고 떨어지면 어두운 밤하늘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논에도 떨어지고 개울가에도 떨어지고. 그러다 우린 넘어졌죠. 아침에 (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면 임신한 여자도 죽어있고 말도 죽어있고 그랬어요. 참혹했죠. 그런 장면을 보면 참 서러웠어요. 우리가 여길 죽으러 왔나 살러 왔나 하는 생각에 힘들었어요.(눈물)”

김 할머니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다잡고 말을 이어갔다.

“많이 울었어요. 한번은 저녁에 밥 먹고 어떤 아이가 저 멀리를 보며 ‘고향의 그리운 어머니’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다 같이 울었어요.”

해방 이후에도 김 할머니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8월15일, 일제의 지배에서 해방돼 모두가 기뻐할 때도 김 할머니는 소식을 듣지 못한 채 11월까지 일본에서 공장 일을 해야 했다. 한국에 와선 오해와 편견에 지쳐갔다.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유만으로 ‘위안부’라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했다. 결국 파혼당한 할머니는 하나 있는 아들과 함께 힘든 삶을 이어가야 했다.

“일본 때문에 언니나 나나 (5초간 침묵) 남편한테도 멸시당하고 가정도 파탄나고… 떡 장사, 사과장사 안 해본 게 없어요. 청량리 가서 사과 하나 때서 궤짝을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팔았어요. 그렇게 33원 벌면 그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보리랑 쌀 섞인 거 딱 1kg 사서 우리 아들하고 밥해먹었죠. 아들이 ‘엄마, 김치만 먹으니 속이 시려워∼’라고 말하는데… 그 말 한 것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인터뷰 말미 즈음 ‘소원’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김 할머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우리나라에 절대로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고, 후세의 아이들이 우리처럼 고생하는 거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만이라도 잘 (해결)되도 좋겠다 싶어요.”

역사 속 산증인들

알려진 바대로 김 할머니를 비롯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은 지리한 법정공방 중에 있다. 그러나 전범기업인 ‘후지코시’와 ‘미츠비시’는 피해보상을 하지 않기 위해 소송장을 반송하며 시간만 끌고 있는 실정이다. 빼앗긴 청춘을 되찾을 순 없지만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의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80대 후반,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나보낸 것처럼 역사의 산 증인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ch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