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진형식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상임대표

“대통령 직속 소통 채널 원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수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왔다. 곳곳서 마이크와 확성기를 들지만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늘 다음으로 밀린다. 쉽게 지워지는 목소리에 실망하면서도 “다음 정권은 다르겠지”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자립이란 단순히 홀로 살아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삶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자립이라 부를 수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한자연)는 장애인이 시설이나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아가는 삶을 목표로 한다. 다음은 진형식 한자연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간단한 센터 소개를 부탁한다.

▲한자연은 장애인의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 116개 자립생활센터가 연대해 만든 조직으로 2006년 출범해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비전은 “우리가 없는 데서 우리를 논하지 말라”는 당사자 결정권 존중이다. 우리가 선택하고 우리가 결정하고, 또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당사자주의를 표명하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자립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립은 물리적으로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조건이 보장돼야 하며 이는 인권의 핵심이다.


자립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을 바꾸는 변화의 시작점이다.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곧 사회 전체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넓히는 길이며 사회 통합의 실질적인 계기가 된다.

-장애인이 자립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장애인 관련 복지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전반적으로 주거, 일자리, 이동권, 돌봄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 지원제도는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않아 모두에게 합리적인 활동 지원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주거 불안정도 문제다. 자립을 위해 독립적인 주거 공간은 필수지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수는 제한적이고 입주 자격 요건도 까다롭다. 민간 임대시장에서는 장애인을 꺼리기도 한다.

“우리도 세금 내고 싶다”
갈 길 먼 장애인 노동권

-유독 취약하다 느끼는 권리가 있는가?

▲단연코 노동권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최저시급을 받는 분들이 대다수다.


우리도 세금 내는 장애인이 되고 싶은데, 교육권, 의료권 등이 보장이 안 돼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인 가족 3인 가구가 살 때 필요한 비용은 약 450만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저시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우니 오히려 기초생활 수급자를 선택하는 분들도 계신다. 일하면 복지 급여가 깎이는 모순된 제도 구조도 자립 의지를 꺾고 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 장애인도 있다. 국민연금 제도는 어떻게 보고 계시나?

▲중증장애인은 병원에 가고 싶어도 이동이 불편해 10번 가야 할 것을 5번, 3번밖에 못 간다. 그렇다 보니 점점 건강이 나빠지고 생명이 단축된다. 발달장애인 같은 경우는 평균 수명이 55세 정도다. 그런데 지금 국민연금은 어떤가? 65세가 돼야 받는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조기 수령을 할 수 있도록 개선되면 좋겠다. 국민연금이라는 제도를 바꾸기보다는 배분 방식을 다시 고민하는 것이다.

-진보·보수를 떠나 효과적이라고 느낀 장애인 정책이 있었나?

▲장애인은 항상 열외 대상이라 느낀다. 지난해 정부가 2025년 장애인 복지 예산으로 126조를 책정했는데, 당사자가 느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복지 비용 126조원 편성됐지만…
“당사자 느끼지 못하면 무쓸모”

우선 정부가 장애인을 위한 제도를 만들면 시설에 대한 예산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예산을) 안 올렸어요”라고 하면 복지부는 “올렸는데 기재부서 잘랐어요” 하는 식으로 핑퐁 게임이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에 자립생활 대회를 열었는데 정부는 “6·3 선거 이후에 보자” 이런 식으로 논의를 미뤘다. 정부와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지 못하는 정책만 시행되고 이상한 곳에 돈이 쓰이는 것이다.

진보가 됐든 보수가 됐든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혜택을 받는 정책을 만들면 좋겠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있을까?

▲‘국가장애인위원회’ 같은 대통령 직속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정부와 장애인 단체를 잇는 컨트롤 타워가 마련돼야 한다. 정책은 ‘대상자’가 아닌 ‘주체’와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처럼 대통령 직속인 소통 채널이 꾸려진다면 부서 간 칸막이를 부수고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예산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새 정부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앞서 말한 소통 창구, 컨트롤타워와 더불어 유니버설 디자인이 상용화되면 좋겠다.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다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약속이 말로 그치지 않고 실행되는 정권이 되길 바란다. 예산을 핑계로 미루지 않고 정권 초기부터 장애인 정책을 국정 과제 핵심에 포함시키는 등 전 부처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의 권리는 특별한 게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다. 다음 정부는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증명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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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