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을사년 국운 대예측

“어둠 후 곧 빛이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0년 전 을사년(1905년)에는 을사늑약이, 60년 전 을사년인 1965년에는 한일기본협약과 베트남 전쟁이 발발했다. 새로이 다가온 을사년도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어둡다. 이런 상황에 백운비 역리원장은 어둠 뒤 빛이 올 것이라며 올해 국운을 예측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장기화 등이 우리나라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는 지난 15일 기준 1달러당 1459.90원이며 수입물가지수도 폭등했다. <일요시사>는 이런 상황에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올해의 국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을씨년
스럽다

2025년은 푸른 뱀(청사)의 해, 을사년이다. 명리학적으로 을사년(乙巳年)이 시작되는 것은 오는 2월3일 22시49분이다. ‘을씨년스럽다’라는 표현의 유래가 되는 해인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앞으로 한 달 남짓 남았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가난과 비탄이 흘러 쓸쓸하고 매우 스산한 분위기가 있다‘는 뜻이다. 대한제국의 국권이 일본제국에 넘어간 1905년 을사늑약이 을씨년이라는 표현의 유래인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다만 그 이전에도 ’을씨년‘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볼 때, 1783년과 1784년 두 해에 걸친 대흉년으로 인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던 1785년의 을사년이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을씨년의 유래가 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1785년의 을사년이든 1905년의 을사년이든, 을사년의 나라 상황은 어지럽고 스산했다. 더 올라가면 많은 사림 유학자들이 변을 당한 을사사화가 있었다. 최근의 을사년인 1965년에는 지금까지도 정치·외교적으로 논란되고 있는 한일기본협약과 청구권협정이 있었고, 부당한 베트남전쟁 파병이 있었다.


올해도 국내 상황은 암울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으로 자본이 이탈하면서 1400원 미만이었던 환율은 1460원에 달한다. 코스피 지수는 계엄 직전 2500.10에서 지난해 말 2399.49로 4.02% 하락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계엄 이후 증발한 시가총액만 82조9322억원에 달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인 12.3포인트(p) 하락했다.

“전화위복…원래대로 돌아가”
“국제 정세는 관리 집중해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에도 그에 대한 사법적 절차와 향후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위기감이 증폭됐다. 날이 갈수록 국회에선 여야 간, 거리에선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측 간 대립이 격화되고 법치와 민주주의 시스템 작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대외신인도 하락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되기도 했다.

명리학에서는 60갑자 그 어느 것에도 그 자체로는 길흉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것과의 관계서, 당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누적된 행위의 결과로 길흉이 나타나는 것뿐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의 행위들과 상황은 정해진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것들, 전제조건, 명제, 공리, 가설, 정의 등을 ‘명’이라고 한다. 정해진 것인 명을 가지고 논리적 연산을 수행하는 것을 ‘리’라고 한다. 정해진 상황이라고 하지만 을사년의 대한민국은 암울, 흉조 그 자체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백 원장은 국운으로 봤을 때 나라는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봤다. 백 원장은 “사람 개인에게도 운이 있듯이 나라에도 운이 있다”며 “국태민안으로 나라가 편해야 백성이 편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나라 상황이 어떻든 ‘운기상제’라고 운에 우선권이 있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백 원장은 암울한 현실에 빛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올해의 국운을 총평하자면 ‘암중생광 개국개운(暗中生光 改國開運)’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나 나라의 잘못된 게 고쳐지고 전화위복으로 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작은
암울·흉조

이어 “다만 급격하게 변화를 시도하면 사방이 다 차단돼 경제 및 외환 등에 굉장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에 빛이 들어오긴 하지만 2026년까지는 고비라고 볼 수 있다”며 “2027년이 돼서야 진정한 회복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회복기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올해에 큰 운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을사년은 큰 나무의 기운과 큰 불의 기운이 같이 들어온다”며 “이런 큰 운으로 국제적인 측면서 우리나라는 해외 교류 등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큰 운이 들어와 더 큰 기회가 들어올 상황이지만 일을 더 늘리기보다 큰 운을 관리할 관리자가 부재한 상황이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시기”라고 부연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수입보다 수출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원장은 “달러가 오른다고 해도 수출은 변함없이 잘 될 것이지만 수입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는 새해에도 여전히 약진하는 발전 운이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K-콘텐츠는 2025년에도 세계적인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백 원장은 “해외 쪽으로 국위선양을 하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와 같이 뛰어난 인재 발굴이 계속 이어져 내년까지 문화와 예술 부문은 우리나라가 주름잡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암중생광
개국개운

백 원장은 이처럼 국운이 좋을 때 국민들은 자신의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백 원장은 “어느 정파나 개인의 신봉보다는 국가를 기준으로 잡고 애국의 중심을 바로 봐야 한다”며 “직분에 맞게 소신껏 자기 일을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을사년에 음기와 양기가 강하게 부딪히는 만큼 건조하다 갑자기 폭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기상이변이 종종 발생할 수 있으니 이를 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지금 설명한 모든 운들이 국가의 지도자 여부로 갈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백 원장은 “탄핵이 인용된다, 안 된다 보다 국가 안위로 보면 복권이 그나마 답이지만 국운의 비운으로 볼 때 비망해 상반기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키어 여기저기서 한숨과 한탄만 들릴 것”이라면서도 “후반기에 전화위복의 길이 열려 구국이 소생하는 천혜의 국운”이라고 올해 국운을 총평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운을 이끌 지도자가 부재한 상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15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3일 만에 체포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해 윤 대통령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최우선에 놓고 심리 중이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 이전에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문화 측면서 호재”
“각자 맡은 일 최선 다해야”

이런 상황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눈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압도적인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 그룹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가진 사법 리스크에 더해 ‘비토층’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 대표가 다시 대선후보로 검증을 받기 시작하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요시사>는 복권 여부와 관계없이 국운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각각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백 원장에게 물었다.

백 원장은 우선 윤 대통령에 관해 ‘인사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백 원장은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옳은 길로 가기 위해 사랑하는 신하도 처벌한다는 ‘읍참마속’의 다짐이 필요하다”며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분명히 해 과감한 정비를 하는 것이 본인 운세나 국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관해서는 ‘오월동주’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은 “운이 공동 운이므로 개인 독점욕이나 개인 위주의 생각과 행동은 낭패한다”며 “나라를 위함은 공동의식으로 운영한다면 후회없이 적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도자가
나타난다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다.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시작하듯 을사년에 국민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아픔을 벗어던지고 새로이 다가오는 운을 받아들여야 한다. 백 원장의 예측처럼 어두운 상반기를 지나 빛이 있는 후반기가 기대되는 연초인 셈이다. 

<kcj5121@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 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불혹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 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역학에 대한 그의 학문적 깊이를 알 수 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으로 역학을 만나기 전 사법을 전공하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서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에 대한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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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