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목표는 ‘소선거구제 폐지·공천 시스템 개혁’

-최근 근황은?

최고위원을 그만두고, 지도체제가 바뀌고 나서 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진 않았고요. 아무래도 여당이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국민들이나 당원들께 죄송스러운 상황이잖아요. 그런 것에 도의적 책임이 있고 하다 보니까 조용히 지냈고. 언론에서 평론이라든지 방송활동을 계속하고 지역에서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도 듣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치 입문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어요. 약간 나름의 이기심도 있었고 또 권력 욕심도 있었고, 의지도 있었고. 이런 것들이 모여 제 개인에 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쓰고 싶었어요, 저의 이기심이나 공명심을.

제가 우연하게 또 환경과 에너지 파트를 전공하면서... 기후라든지 에너지 안보 분야라든지 이런 분야가 2050년에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우리 국민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제인데,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당장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기성 정치권에서는 사실 잘 접근하지 않는 분야거든요.

이런 것을 좀 잘 녹여내고 싶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요즘은 좀 다른데 하나 더 추가된 게, 최고위원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정치개혁에 대한 부분인데... 저는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깨고 싶어요.


누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시인이나 화가, 이런 분들은 적어도 그들의 어떤 작품이라든지 이런 예술작품이 보다 더 심리적으로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연구하는데 이 정치인들은 이 정치 본연에 대한 연구, ‘우리 사회가 보다 더 발전하는 데 정치가 어떻게 작동해야 되는지’ 이런 것을 연구하기보다는 오로지 그냥 직을 쫓는 직업이라고요.”

국회의원 갔다가, 장관 갔다가, 총리 가려고 하고, 다시 또 국회의원하려고 하고, 국회의장하려고 하고, 상임위원장하려고 하고… 정치에 대한, 본인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이 좀 많이 부족하다.

이런 것을 좀 깨고 싶었고, 그게 저는 내부적으로는 공천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태까지는 늘 당 대표 혹은 권력자, 당의 중심자가 되면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하잖아요. 그냥 당 대표될만한 사람한테 가서 줄 서고 권력자한테 줄 서서 입맛 맞게 행동하면 공천을 받는 시스템이었단 말이죠.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깨고 국민과 당원들에게 공천 권한을 돌려드리면, 그 지역에서 가장 지역을 대표하고 나라와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지역 유권자가 뽑을 수 있는 구조로 바꿔주면 그게 보다 더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하고.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참여 중인 ‘정치개혁 2050’ 활동이란?

아까 말씀드렸던 공천개혁은 당 내에서 개혁해야 될 부분이고요. 지금 여야 많은 젊은 정치인들과 함께하는 정치개혁 2050은 당 바깥에서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바꿀 수 있는 의제들이거든요. 예를 들면 국민들이 정치인을 선택하는 데 선택지가 별로 없잖아요.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까.


국민의힘이 정말 잘해서 국민의힘한테 투표한 것이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너무 싫어서 민주당을 심판하려고 국민의힘을 뽑은 사람들도 많으시잖아요.

그 문제가 결국에는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데, 1등만 당선되는 구조로 되다 보니까 많은 국민들께서 뽑는 선택지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예를 들면 가령 4등까지 당선될 수 있는 구조로 바꾼다면 저는 국민들께 더 충분한 선택지를 드릴 수 있고. 그 후보들 간에서도 서로 더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려고 경쟁할 거라고 생각되고요. 그런 게 우리 정치를 좀 발전시킬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이제 연대체를 만들어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선거구제만 개편하면 되기 때문에 헌법 개정이나 개헌같이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아도 되거든요. 여야가 합의하고 국회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합의만 한다면 충분히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젊은 세대의 ‘정치 혐오’ 이유는?

결과적으로 우리가 늘 이야기를 하면 “왜 옆집 아저씨, 이웃 아저씨들의 목소리를 왜 국회가 대변하지 못하냐”에 늘 그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여의도를 섬이라고도 많이 빗대잖아요. ‘여의도 사투리’라고도 많이 쓰고. 정말 국민이 생각하는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기보다는, 이 여의도의 정치인들은 늘 끊임없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직을 탐구하고 직을 쫓는 직업이다 보니까. 내가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더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되지 않나.

왜 정치를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면 어떻게 정치를 하고 싶은지,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가 나오잖아요. 그거대로 정치를 해나가면 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국회의원 300여명 중 그런 분들은 좀 적은 것 같아요.

나름대로 사회에서 성공층에 있다가 그냥 아까 말한 대로 권력자가 “너 한 번 국회의원 해볼래”하고 공천받는 시스템이 되다 보니까... 너무 좋잖아요.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특권이라든지. 한 번 더 하고 싶겠죠. 끊임없이 직을 쫓고. 그러면 사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다음 번에 공천을 받는 것에만 몰두하는 거겠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과 관련해서도 결과적으로 여야 막론하고 치고 받고 정쟁하고 있잖아요. 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고 150여명의 국내외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아직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시는 분이 없고, 지금 계속 국회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합의했지만 계속 겉돌고 있는 거잖아요.

시간만 흐르고 있고. 국민들이 봤을 때는 너무 싫겠죠.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이나. 그런 것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 그래서 목소리를 대변해야 되는 시스템, 정말 그런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혐오감이 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 혼란이 지속되는데.

자리가 하나니까요. 원래 여야 간의 싸움은 선을 지키거든요. 여당 대표가 있어야 야당 대표가 있는 거고 서로 늘 선을 지키는 선에서 싸우지만... 당내 투쟁은, 민주당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자리가 한정적이잖아요.


근데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고, 정치는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가야 발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되고... ‘정반합’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그 싸우는 와중에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치인이라고 하면 늘 가슴에는 ‘이 싸움의 근본 원인은 국민을 위해서’라는 그 생각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치인이라면, 그리고 또 선배 정치인들이고 굉장히 오래 정치를 하셨던 분들이니까 그 싸움의 바탕에는 국민을 위한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이 젊은 정치인을 내세우지 않을지.

말씀하신 대로 총선 때가 되면 젊은 사람을 동원해서, (당의)이미지를 위해서라도 한두 자리 젊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공천하지 않을까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고.

젊은 사람들도 본인이 왜 정치를 하고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신념이 있다면 저는 투쟁해서... 정치는 늘 투쟁이 기본인 거잖아요. 선배들과 투쟁해서 싸워서 뺏는 것이 저는 정치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중요한 건 젊은 세대가 이 안에서 젠더를 가지고 갈라치기하고 여러 가지 갈등을 가지고 서로가 갈라치기하기보다는 보다 더... 그러니까 뭔가 담론을 갖고 가치 경쟁할 수 있는 그런 구조로 가는 게 좀 더 바람직하지 않나. 그렇게 국민들한테 신뢰를 받는 것이 좀 맞는 방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보수당의 역할이란?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국민의힘이 ‘민주공화정’이라는 헌법에 나온 가치를 좀 더 보다 더 실현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지도체제의 변환 과정을 보면 사실 그렇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잖아요. 우리 보수정당이 정말 더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그 정강정책과 헌법정신과 민주주의라는 메커니즘을 보다 더 잘 지키는 정당이 돼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목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정치개혁에 대한 부분, 그러니까 공천개혁과 선거구제도에 대한 개혁 부분은 꼭 이루고 싶고요. 정치적인 목표로.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는 에너지가 나지 않는 나라잖아요. 다 수입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또 기후변화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응과 대응이라는 방법을 적절히 섞어서,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총괄: 배승환
취재: 차철우
기획: 강운지
촬영&편집: 배승환/김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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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