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의원 "혼란 속 국민의힘, 원인은 근본이 흔들렸기 때문" | 일요시사

[기사 전문]

- 국민의힘이 겪는 혼란,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가 선거를 통해서 정권도 바꾸고 또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도 가져왔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그때 당시에 우리 국민들한테 간절하게 얘기했던 약속, 말들이 있거든요.

그게 뭐냐 하면 '서민을 위해서, 좀 더 잘 살게 하는 그런 책임정당이 되겠습니다' '책임정치 하겠습니다'라고 호소해서 표를 가져왔는데, 바로 그 근본이 흔들렸기 때문에 많은 혼란을 빚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물가도 많이 높아지고 환율도 많이 뛰어 지금 민생은 정말 도탄에 빠져 있는데, 국민의힘은 소위 말해 집권당인데 오히려 좀 무책임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많이 답답하죠.
 


- 초·재선 의원과 중진 의원의 다툼, '총선 공천권'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나이가 54세인데, 초선 의원들이 한 59세, 60세거든요. 제가 초선 의원들보다 5살, 6살 어립니다. 근데 5선이잖아요.

얼마나 지역에서 열심히 땀 흘려서 지역민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정치하는 분들이 지나치게 공천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거든요.
 

-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 어떻게 보는지?

앞으로 원내대표 선거라든지 당 대표 선거 때 확실히 물러난 건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약간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번 비대위원장 선임할 때 '윤핵관'에 가까운 분이 제2대 비대위원장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최근 비대위원의 선정도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고 보거든요.


제가 그래서 그 당시 기자회견 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서 그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를 수습하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같은 것을 발족시켜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서 좀 정상적인 지도부 체제를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을 했던 거거든요.

비대위가 또 인용이 돼 버리면 그럴 때는 상당히 당이 대혼란에 빠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고요. 그렇게 되면 제2대 비대위를 강행했던 분들이 아마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친윤 세력을 비대위에 앉히는 이유는?

그분들은 조금 정신적으로 맑지 못한 것 같아요. 자기들이 권력을 계속 쥐어서 당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욕심, 그게 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들에게 말 안 들으면 '쫓아내겠다' 뭐 이런 게 은연중에 깔려 있죠. 지금 비대위원장이 '법원이 과하게 정당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법부를 상당히 질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혹시 보셨습니까?

우리가 법치를 강조하는 우파정당이라고 하면서 또 법치를 부정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그래서 지금 비대위는 다른 거 하려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전당대회를 빨리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지' 거기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 비대위 재차 출범을 반대하는 의원들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눈치 본다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정치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지요. 또 일관성도 필요하고. 우리가 당도 중요하지만, 당보다 더 상위의 개념은 국민이잖아요.

'그냥 우리끼리 해보자'는 식의 태도는 더불어민주당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봤을 때는 지금 우리 당의 모습은 분명히 좋은 모습은 아니다. 국민들께 많이 반성을 해야 되는 상황이지 않는가 생각을 해요.
 

- 정진석 비대위원장 추대 당시 분위기는?

그 당시 원내대표께서 갑자기 새 비대위원장 이름을 거명하면서, 별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일종의 깜짝쇼였죠.

'우리가 삼고초려 했으니까 그렇게 하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이제 분위기를 내몰았죠. 그러니까 이제 뭐 사람들이 박수 치는 분위기였죠. 근데 저는 박수를 안 쳤거든요. 그리고 뒤쪽에 앉아 계시던 분들은 대체로 박수를 안 치는 분위기였어요.


이게 사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하잖아요. 저는 상당히 어설프기도 하고, 그게 그렇게 민주적인 방식은 아니지 않았으니까 생각을 합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우리 중진에 의해서는 그분이 아니고 다른 분들로 이름이 거론됐었거든요.

그리고 또 분명히 원내대표께서도 본인의 입장을 그렇게 이야기했거든요. 그래서 삼고초려를 했다면 상식적으로 반나절 만에, 뭐 반나절도 아니죠. 몇 시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면 그 역시도 석연치 않은 의사 결정이었죠.

 

- 윤 대통령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약 2배 앞서는 상황, 어떻게 보시는지...

어쨌든 저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하거든요. 일부에서는 언론을 탓하고 '야당 성향이 강한 언론에서 여론조사를 한 거 아니냐. 여론조사 기관이 또 그렇지 않으냐'라고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데 저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부정 평가가 두 배 이상 높으면 그 원인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 원인을 찾아서 잘 진단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인적 쇄신도 국민의 기대치에 닿을 만큼 좀 더 폭이 좀 넘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대통령 선거 때 국민들과 약속했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아이콘답게 국정을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발의, 어떻게 보는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제1야당으로서 보여 주는 모습의 한계인가'를 느끼거든요.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이미 2년 훨씬 전부터, 그게 문재인 정부 때잖아요. 그때 탈탈 털었거든요. 그러면 그게 문제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당시)용서가 되었겠냐 이 말이죠.

그때 그러면 왜 야당에서 문제 제기를 안 했고 특검을 하자고 주장 안 했는지 난 그게 또 미스터리에요.

논문 표절은 이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도 석사 논문을 표절했다고 커밍아웃하지 않았습니까. 논문 표절이 설령 사실이라도 그게 특검에 준하는 내용인지, 지난 문재인 정부 때도 장관들을 보면, 인사청문회 때 나왔던 얘기들이 논문 표절이었거든요.

그럼 논문 표절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해서 그 당시에 특검했습니까? 논문 표절이 특검감은 아니라는 거죠. 비난의 대상이 될 순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 시대전환의 조 모 의원도 특검에 반대하는 소신 발언을 했더라고요. 아마 그런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는 그런 부분을 자꾸 정략적으로 정치 공세를 하는 그런 야당의 모습을 보니까 우리나라의 정치적 수준이 참 참혹하기 짝이 없다.

뻔히 알 거예요. 자기들도 이게 무리라는 걸 알 겁니다. 알면서도 강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들을 무시하는 그런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죠.

그러면 이재명 당 대표는 선거법 위반이잖아요. 그거는 선관위에서 조사해서 검찰에서 수사해서 기소한 거거든요. 우리 정치인들 보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 많이 되잖아요. 그러면 그분들이 다 정치적 탄압입니까?

많은 국민들이 이야기하거든요. '힘없고 배경 없는 일반 국민들은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르는데, 왜 정치인들은 죄를 지어도 죗값을 안 치르는지 모르겠다' 하거든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잖아요.

현직 대통령도 탄핵한 국민들의 수준을 그렇게 낮춰 봐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야당 대표로서 지금의 그런 모습들은 썩 당당한 모습은 아니라고 보는 거죠.

 

- 만약 이준석 대표가 돌아온다면?

이준석 전 대표가 살아 돌아온다고 했을 시에는, 또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내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분명히 이 대표께서 20·30세대에 대해서 많은 희망을 주고 많은 득표 활동을 한 것은 사실이잖아요.

우리가 대선 때 0.7% 차이로 겨우 이기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따진다면 저는 다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 전 대표의 표현이라든지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청할 의무가 있다고 봐요.

저는 이 전 대표가 충분히 역량을 갖춘 분이라 생각하고, 대표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전 대표도 대표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본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아마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 봅니다. 그러면 그 또한 겸허히 수용하고 우리 당이 좀 더 통합되고 함께 가는 데 있어서 역할을 좀 더 무겁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저는 평소 지론이 "소박한 정치가 세상을 꿈꾸게 한다"라는 그런 말을 많이 쓰거든요.

정치를 20년 전과 비교하면, 제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그때보다도 훨씬 퇴보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 경제나, 문화나, 우리 사회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 반해서 정치가 계속 퇴보하거나 정체된 것은 결국은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소박함'이 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요.

언론 탓, 야당 탓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가 좀 더 국민을 화합하고 통합해내고 책임정치를 함으로써 지난 정부보다 우리 정부가 더 잘한다는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각자 분들이 너무 계파에 매몰되지 말고, 어떤 파에 매몰되지 말고 저처럼 '국민파'로서, 오로지 국민을 생각하는 국민의힘 소속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차철우
기획: 강운지
촬영&구성&편집: 김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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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유통·공급책들의 진술도 뒤집혔다.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도 수년간 겪은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경찰의 말이다. 그는 2년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던 백해룡 경정과 마약 사건을 수사했다. 필로폰 74kg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내 기뻐하던 수사팀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실제 누가 외압을 행사했고 개입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찰도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과도한 의혹? 백 경정은 지금까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벌어진 원인으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검찰을 지목했다. 직접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통화했던 녹취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 경정 수사팀에 지휘권이 없는 인사들이 수차례 연락을 취한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비교해보면 ‘압력을 넣었다’는 맥락은 일치하지만 누가 압력을 행사했고 어떻게 대통령실과의 접촉 등이 이뤄졌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용산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백 경정 팀의 수사에 허점이 있던 걸까? 백 경정이 지휘한 영등포서 마약수사팀이 말레이시아 조직의 마약 유통 과정을 들여다봤던 건 2년 전이다. 당시 수사팀은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믿을 수 없었다. 당시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허위 진술이 아니냐고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있었으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진술한 당사자가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조직원을 데리고 진술 검증을 위해 직접 공항을 찾아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자신들이 들어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지원해준 세관 직원들의 얼굴까지 기억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총책이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게 한 뒤 사진을 찍으며 “한국에 있는 보스에게 보내면 사진이 세관에 전달돼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위챗 채팅방에 올렸다. 조직원들은 총책의 말을 믿고 온몸에 마약을 감은 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아무런 제지 없이 2023년 1월27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세관 직원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이들의 안내를 받아 입국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들이 탄 대한항공 항공편은 ‘일제 검역’ 대상으로 지정돼있었다. 반드시 검역구역을 통과해야 했는데 세관 측의 도움으로 검역을 거치지 않고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다. 영등포서 마약수사팀 의견 통일 안 돼 운반책들 “세관 도움 없었다” 주장 번복 조직원들과 현장 조사까지 마친 수사팀은 세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관세청은 반대했다. 마약 조직의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한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브리핑에서 세관이 언급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유통책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이들을 인솔한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의 경우 입국 당일 연차를 사용 중이었다. 관세청은 그의 GPS와 사진 기록 등을 토대로 실제 다른 지역에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금전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수사팀은 “마약 유통책들은 하부 조직원들에 불과해 조직 총책과 세관 직원들 사이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사팀은 다른 가족 명의로 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좌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백 경정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팀이 압수한 마약 총량은 74kg이다. 시가로 2000억원이 넘고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세관’이 언급되면 안 된다거나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과 통화하기도 했다. 조 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해병대 단톡방 멤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언급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 경정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인데 뭘 알겠나?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고 그런다”며 “들리는 얘기들이 ‘대통령실에서 알게 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느냐”라고 말하자,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되물었다. 뒤집힌 분위기 백 경정은 같은 달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이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영전하게 된다. 이 같은 여러 압박을 받은 백 경정은 결국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고 토로했다. 마약 수사는 주로 마약 유통·전달책의 첩보로 시작된다. 사정기관에 첩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형량 거래인 ‘플리바게닝’을 통해 허위 사실을 진술할 때가 있다. 베테랑 수사관들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다가 헛수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물적 증거가 부족할 때다. 실제 검찰이든 경찰이 국정원의 첩보 또는 야당의 정보에 의존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 경정팀에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운반책 3명은 최근 급작스레 진술을 뒤집었다. 이들은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운 적 없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백 경정이 주장해온 의혹의 뿌리가 흔들린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에 구성된 합동수사단도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재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조금 더 의심했어야 했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백 경정의 판단이 100%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 아니냐.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됐으면 한다”고 했다. 마약 운반책들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본부 세관 직원은 여러 명이다. 직원 대부분은 백 경정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리가 마약 공범? 익명을 요구한 세관 직원 A씨는 <일요시사>에 “공황장애에 걸린 직원도 있고 확실하지도 않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사실이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경찰도 있었다. 그 자체가 우리가 범죄자라고 전제한 수사”라며 “2년이 지나도 나오는 게 없지 않나. 운반책들도 진술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이젠 진상규명이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마약 운반책들은 백 경정팀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이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진술에서 언급된 날 지목된 세관 직원들은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출입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그려진 ‘그린 라인(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는 진술에도 의심이 필요하다. 다른 세관 직원 B씨는 “운반책들이 2023년 1월에 그린 라인을 따라서 공항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그린 라인은 그해 5월에야 생겼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고 수사했다면 운반책들의 진술 중 거짓말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청 측은 “마약 조직들이 운반책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관 직원을 포섭해 놨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혀 왔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부정부패에 대한 허위 증언이 마약 단속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범죄 단속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자 일부 세관 직원이 휴대전화를 여러 번 초기화한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때 수사했을 때 직원 폰을 압수해 분석했는데 초기화된 걸 확인했었고 과거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해당 직원은 직접 초기화한 후 사설 포렌식 업체에 찾아가 복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했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영상이 있다면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주장하다가 세관과 관련된 인사에 대한 의전 영상이 있다면서 말을 바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이 마약 운반책들을 뒤에서 은밀하게 도왔다는 의구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상황에 누가 의심을 안 하겠나”고 강조했다. 세관 직원들 “2년간 범죄자 취급···억울” 휴대전화 초기화는? 수상한 점 여전히 존재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은 본래 지난 14일까지였다. 그러다 전날인 13일, 경찰청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된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을 돌연 2개월 연장했다. 내년 1월14일까지로 늘린 것이다. 앞서 동부지검은 지난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찰청에 백 경정 파견의 연장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동부지검의 요청을 검토한 뒤 경찰청에 연장을 요청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을 팀장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했고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을 수사하도록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는 합수단에 합류한 지 약 한 달 만인 이날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을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백 경정의 바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수사관 4명 중 2명이 원대 복귀했고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백 경정은 “두 사람이 파견 기한 만료 전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파견 만료로 원대 복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경정에게 “개인 사정이 있어 파견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경정은 “계속 수사에 차질을 겪어 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스무명이 넘게 나가는 상황에서 남은 3명이 수사를 이어가겠나”라며 “팀을 꾸렸으면 적어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은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어렵게 파견 인력을 확보했었다”면서 “백 경정의 충원 의사를 대검에 전달했지만 인력은 보내는 쪽인 경찰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백 경정과 동부지검 간 갈등은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백 경정은 최근 14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자체 보도자료를 만들어 개인 명의로 배포했다. 그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용 권한을 받았고 파견도 2개월 연장됐다”면서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주도할 수사 범위에 ▲세관 마약 연루 의혹 ▲검찰의 마약 밀수 사건 은폐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 중 수사 외압 의혹은 합수단 지휘 책임이 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파견 온 백 경정에게 별도 수사팀을 내줄 당시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야다. 공중분해 위기 지속 영등포경찰서에서 세관 연루 의혹을 캐던 백 경정이 스스로 외압 피해자라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경찰 지휘부 등을 고발한 사건이라 직접 수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커서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보도자료에 대해 “우리와 협의한 내용이 아니며 기존 수사 범위에서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경찰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은 회피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