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격차> 고인의 마지막 정리하는 특수청소 바이오해저드 김새별 유품정리사

[기사 전문]

저는 사고 현장에서 마지막 이사를 하고 있는 유품정리사 김새별입니다.

특수청소부라는 게 조금 딱딱한 느낌이고 심적으로 안 좋더라고요.

가까운 일본이나 외국하고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유품정리사'의 의미가, 일반적인 유품 정리는 가족분들이 직접 하시거든요. 그리고 나머지는 폐기물 업체를 통해서 집 안에 있는 유품을 폐기하게끔 하는데 저는 돌아가신 자리를 특수청소를 하고 그런 다음에 유품 정리를 시작하죠.

좀 포괄적이죠. 업무의 범위가 넓은 것 같아요.
 

장례지도사에서 왜 유품정리사가 되었는지?


어떻게 보면 도전이었고요. 유품 정리나 이런 특수청소를 하는 사람이 국내에는 없었어요. 제가 1호예요. 1세대.

장례지도사로 근무할 때 병원마다 좀 다르기는 한데 '사고사 전문 장례식장'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장례지도사가 직접 구급차를 몰고 현장에 출동해요. 그래서 고인을 모시고 와요.

한 번은 장례를 치르시고 가셨던 따님분이 있으셨어요. 아버님 장례를 치르셨는데 그 현장에 제가 직접 가서 모시고 왔거든요. 근데 집에 술병이 엄청 많아요.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 특징이 각혈을 해요. 그분들은 각혈을 자주 하다 보니까 화장실로 안 가요.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드니까.

그래서 이런 양동이나 큰 세숫대야 같은 걸로 계속 피를 받아 놔요. 근데 각혈하시다가 어느 정도 받아 놨던 피를 엎으면서 쓰러져 돌아가신 거예요. 근데 그렇게 장례를 치르시고 집에 돌아가셨던 따님이 다시 오셔서 집에 못 들어가겠대요. 집 정리를 하려 그랬더니 도저히 못 하겠더래요.

그래서 저희한테 시신의 경험이 있는 장례지도사가 좀 도움을 주시면 어떠냐고 해서 도움을 드렸는데, 동사무소에서 스티커 발급받아서 장롱이나 이런 거에 붙여서 바깥으로 내놓으니까 종량제 봉투와 큰 물건들을 그렇게 내놨더니, 동네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렇게 내놓으면 사람이 어떻게 지나가냐?"고. "우리가 이게 어디서 나온 쓰레기인지 몰라서 그렇게 얘기하냐. 재수 없게 어떻게 지나가냐. 귀신이라도 붙으면 어떡하냐?"고, 그래서 그날 있었던 그런 기억들이나 그런 감정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블로그에다가 일기처럼 작성했어요.

이글을 보고 다른 유가족분이 연락을 주신 거예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아버지께서 모시고 사셨대요. 그랬는데 병간호에 지친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아사로 돌아가신 거예요.


이런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데 찾을 수가 없었대요. 이사 청소하는 업체에 연락했더니 그 사람들이 와서 "어떻게 이런 집을 우리한테 청소하라 그러냐. 재수 없이... 세상에 어떻게 이런 걸 하냐?" 그러면서 다 가 버렸대요.

그래서 그날 또 이렇게 한번 도움을 드리고 나서 '아, 이게 누군가는 좀 해야 될 텐데, 이런 직업이 있어야 될 텐데...' 그러면서 이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유품정리사를.
 

연락을 받으면 그다음 절차는?

상황마다 좀 달라요. 어떤 집은 그다음 날 바로 현장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공동 주택 같은 경우는 바로 작업이 안 돼요.

일단 현장에 도착하면 저희가 바이러스 소독을 먼저 해요. 그다음에 묵념을 하고 돌아가신 자리부터 청소하죠. 다음에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을 구분하죠. 그러면서 가족분들에게 전달해야 할 유품을 또 선정을 하고요.
 

죽음의 격차에 대해...

제가 질문지에 보니까 '죽음에 격차가 있냐'는 질문이 있더라고요. 참 신선했습니다.

물론 죽음에는 격차가 있죠. 제가 다니는 죽음의 현장은 격차가 굉장히 낮은 곳이죠. 돌아가신 고인분의 재산이 넉넉하게 있었다면 그렇게 고독사로 돌아가실 일이 전혀 없죠. 그래서 저희 같은 사람들이 가서 할 일이 없거든요.

관련해서 어떤 일이 있었냐면 본인 세입자분이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청소 좀 해야 하겠다'라고 연락이 와서 "유족이 나타날 텐데 왜 청소를 하세요?" 그랬더니 이런 일이 있고 지금 3일이 지났는데 유족이 안 나타난대요. 시신은 거의 한 달 만에 발견되셨어요.

날씨가 장마철이었고, 습하고 그러다 보니까 장마철에는 유난히 세균들이 많아서 시신이 마르는 게 아니고 현장이 거의 물바다에 가까울 정도로 흐물흐물하게 돼 있어요. 쓰레받기 같은 걸로 퍼내야 할 정도로, 그 정도이다 보니까 냄새가 너무 심했던 거예요. 그래서 '이 정도면 얼른 청소해야 되겠다'해서 부지런히 청소하고 있는데, 하필 그때 유가족들이 들이닥친 거예요.

돌아가신 분이 당시 쉰여섯 살 정도 되신 남성분이었는데 한 25년 동안 연락이 끊긴 누나들, 형제들이 오셨어요. 그래서 "우리 동생이 아파트도 2채가 있고, 원래 젊었을 때부터 현금을 조금씩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근데 이분들이 저희에게 "그걸 놔둬야지, 왜 그걸 치우냐?"고 하더라고요. "누구 맘대로 치우냐?"고. 그러면서 논에 모 심을 때 허벅지까지 오는 노란 장화가 있어요. 그 장화를 신고, 노란 고무장갑을 하고 와서 그러더라고요. 


"누군데 그러시냐?"고 그랬더니 고인의 누나래요. 그래서 찾아보시라고. "잠깐만요. 제가 소독 한 번 더 하고, 마무리만 하고 들어와서 찾으세요" 그랬더니 안 된대요. 그러면서 청소하고 있는데 막 들어와서 찾아요. 어떻게 찾냐 하면 도둑들이나 세관 직원들이 집 안을 뒤질 때, 깨끗하게 찾는 게 아니고 바닥에 쏟아 가면서 물건들을 들추고 그러잖아요. 그런 식으로 찾더라고요.

그런데 본인들이 원하는 걸 못 찾았어요. "그게 버려진 거 아니냐. 우리 동생이 이불이랑 베개는 어디 있냐?" 그래서 "비닐에 묶어서 차에 실어 놨습니다" 그러니까 칼로 비닐을 찢으면서 뒤지더라고요. 결국은 못 찾았어요. 그래서 '이거를 못 찾았는데 버려진 거다' 하니까 "아유, 언니 그런 얘기하지 마. 저 사람들이 찾았으면 찾았다고 얘기를 하겠어?"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액자가 벽에 걸려 있길래 그것을 드렸더니 "아우, 냄새나는데" 그래서 버리래요. "이거 그냥 버리냐. 사진만이라도 빼서 태워 드리지..." 그렇게 잔소리를 했더니 귀찮았는지 "막내야, 네가 가서 좀 꺼내 와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꺼내 드릴게요" 하고 액자 뒤를 벌려서 나무 뚜껑을 열었더니 스티로폼을 파 가지고 집문서 두 개 하고 현금 500만 원이 들었더라고요. 그걸 찾더니 얼른 가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아니 그렇게 사람을 의심하고, 세상 그런 법이 어디 있냐. 사과라도 하고 가야지" 그랬는데도 그냥 얼른 가시더라고요.

대체로 좋은 기억은 없어요. 많이 슬퍼하시는 분들도 못 봤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한참 만에 발견되고 그러시죠. 사실 자제분들도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시면 부모님을 돌아볼 여유가 없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러잖아요. "아버지는 신경 쓰지 말고 너희나 잘 살아. 난 혼자 몸인데 내가 뭘 못 하겠냐. 걱정하지 마" 뭐 이럴 수도 있고, 여러 사정이 있겠죠. 그러니까 많이 슬퍼하시는 경우는 그렇게 못 봤어요.
 


현장을 통계내 본 적은 있나.

통계를 따로 정확하게 내 보진 않았어요. 근데 제가 통계를 낸다고 해서 그게 맞는 통계가 아니잖아요. 전체적인 통계라고 하긴 그렇지만 제가 느낄 때 40~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한 70% 정도 되고, 그 중에는 남성이 80%죠. 비율이 8:2 정도입니다. 그리고 20%가 자살한 청년들, 청년들은 30대 중반까지. 나머지 약 10%가 노인 고독사죠.
 

무연고자 시신은 있는지?

무연고자는 거의 없어요. 한 0.001% 정도 될 거예요. 무연고자를 만드는 거죠.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거예요.

굉장히 많죠. 장례지도사 때도 많이 보고요. '고독사, 사회적 문제, 이웃 간의 단절, 가족 간의 단절' 이런 얘기를 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근데 사실 혼자 사시는 분들이 외부와 단절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스스로 벽을 만들고 다가오지 못하게, 얼굴 한번 보고 인사를 나누려고 해도 너무 차갑고 무서우니까 사람들이 못 다가가는 거죠.

"아니 동생 분이 혼자 이렇게 사시는데, 지금까지 연락도 안 하시고... 몇 년 동안 이렇게 연락을 안 하셨어요?" 하니까 13년 됐대요. 오죽했으면 연락을 안 하고 살았겠냐고... 연락 안 하고 사는 나는 마음이 편했겠냐고. 우리 동생이 도저히 형제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난리도 아니라고, 명절날 얘 때문에 집안 다 뒤집히고 제사상까지 엎어버리고 가버린 놈이라고. 맨날 술만 먹으면 아주 상태가 안 좋다고.

"다 큰 놈이 이제 말로 뭐가 안 되는데..." 우리가 대화가 안 되면 싸움이 일어나는 거예요. 나중에 지친 사람들은 싸움도 하기도 싫고, "야, 저리 가. 너랑 싸우기도 싫어"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거든요. 고인 스스로의 문제점이 많아요.

사실 산 사람을 탓하기도 그래요. 그나마 대상을 찾는 게 산 사람이지. 근데 그 사람들은 노력 안 했겠어요? 형제고, 내 자식이고 우리 부모님이고 그런데...
 

본인에게 죽음이란?

좀 어려운 질문이죠. 저한테 죽음은 슬픈 헤어짐인 것 같아요. 근데 누구나 죽음을 염두하고 사는 사람들은 없어요. 내일 돌아가실 분도 오늘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건강할 때 죽음을 항상 준비하는 것 같아요.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고...' 그러는 게 아니고. 저는 항상 현장에 다녀보고 그러면 가족들 간에도 단절이 참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최고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 주고 "그래, 좋은 사람이었어. 좋은 아버지였어"라는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것. 가족들 앞에서 죽을 수 있는 죽음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그런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같이 여행도 많이 가고, 좋은 추억들 정말 많이 쌓으려고 노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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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진짜 ‘한남동 라인’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비선 실세 모임이라고 알려진 ‘한남동 라인’의 실명까지 언급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해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기된 여론조작 의혹을 두고 2년 전 김건희 여사 최측근들이 주도했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조작 논란은 2년 전 사건의 연장선이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의 말이다. 해당 논란을 두고 명태균씨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아직 사실관계가 드러나진 않았으나 홍 시장을 깎아내리려 한 정황은 김건희 여사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 관계자들의 여론조작 의혹과 유사하다. 비선 실세 의혹 용산 사면초가 명씨는 영남권 기반의 여론조사 및 선거컨설팅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자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출신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중앙여심위) 등록 기준으로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109개 여론조사를 (주)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했다. 그가 대표로 있던 언론사 <시사경남>은 <뉴데일리>와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공천 개입 의혹’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명씨를 윤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소개했다. 지난 4월 총선서 김 전 의원은 경남 김해갑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서 배제되면서 실제 ‘공천 개입’으로 이어졌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명씨는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직전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에게 ‘미공표용’ 여론조사 데이터를 손보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은 지난 2022년 2월28일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A씨와의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해당 녹취록서 명씨는 A씨가 진행 중이던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A씨는 “네”라고 답했고, 명씨는 “그거 계산해 갖고 넣어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미공표용 여론조사 보고서에는 20~40대 샘플은 줄이고, 50~60대 샘플은 늘린 결괏값이 별도로 존재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와 A씨와의 통화가 이뤄진 당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주제로 전국 단위 자체 여론조사와 연령별 가중치를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눠 적용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조사완료 샘플은 3016명이었고, 미래한국연구소는 먼저 이를 실제 인구 구성비(만18세~20대 17.2%, 30대 15.2%, 40대 18.5%, 50대 19.6%, 60대 16.3%, 17세 이상 13.2%)에 따라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 60대의 경우 실제 응답한 샘플은 634명(21.0%)이었지만, 492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샘플(3016명)의 16.31%(492명)까지만 반영하는 방식이다. 영남권 선거컨설팅 전문가? “사실상 브로커” 윤석열 부부 수십 차례 연락…국정까지 개입?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는 ‘19대 대선 투표율 가중치’를 적용한 분석값을 하나 더 만들었다. 직전 대선서 투표장에 나온 연령별 투표율을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한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상승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 보고서가 완성된 날은 다음날인 3월1일이다. 홍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씨가 운영하는 PNR서 윤석열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며 “어차피 경선 여론조사는 공정한 여론조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씨가 조작해 본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그런데 그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일반 여론조사에 10.27% 이기고도 당원투표에 진 것은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보고 나는 결과에 승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선거 브로커 명씨가 날뛰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짓”이라며 “검찰에선 조속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사법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최측근들도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현재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코바나컨텐츠 출신 정모씨는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 왔다. 지난해 2021년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 왔다. 2022년 6월 본지 단독보도 정씨는 ‘김건희 녹취록’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했던 해당 녹취록서 정씨는 다른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와 함께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는 댓글 작업을 말했고, 정씨는 어둠의 세계에 대해 언급했다. 정씨가 다른 직원에게 “어디까지 올렸냐”고 묻자, 심 박사는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물 수백개를 올렸는데 뒤로 밀렸다. 다른 걸 빨리 올려라”라는 식으로 답했다. 김 여사도 심 박사와 정씨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정씨는 심 박사에게 “특정 워딩을 한번만 더 올려달라”며 “아무것도 없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들은 홍 시장과 커뮤니티명까지 언급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홍 시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펨XXX는 2030 남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대선후보 경선 때 홍 시장의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정씨는 해당 커뮤니티를 코바나컨텐츠 직원들과 함께 살펴보면서 홍 시장 지지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인사는 “명씨와 정씨가 직접적으로 여론조작과 관련해 논의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김 여사와 접촉했던 만큼 연락은 취했을 것이다. 다만 단순하게 미팅을 위한 연락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출신 여권 인사도 “대선 직전까지 논란이 많았던 건 맞다. 정씨를 포함해 소위 말해 ‘김건희 라인’이라고 불렸던 인물들이 여론조작까진 모르겠으나 일부 커뮤니티에 타 후보들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김 여사에게 보고했던 건 사실이다.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주로 있었던 일이고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우려가 컸다”고 주장했다. 직원들과 분위기 살펴 김 여사가 논란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자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출범에 속도를 냈다. 아직 김 여사의 집무실과 제2부속실 직원 사무실을 대통령실 내에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 만큼 공식적인 출범 시기는 이달 말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로 거론된다. 제2부속실장으로 내정된 장순칠 시민사회2비서관은 실제 업무를 보고 있다. 규모는 장 비서관과 실무급 인원 2명을 충원해 7명이다. 제2부속실은 김 여사의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등으로 이뤄지고 김 여사의 집무실은 윤 대통령 집무실과 다른 층에 설치될 예정이다. 청와대 본관 1층에 있었던 영부인의 집무실과 비교하면 공간은 작아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서 경호 및 예우 대상에 대통령 배우자를 포함시키고 있을 뿐 그 밖에 배우자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법 규정은 없다. 지난 1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던 대통령실도 “해외국 정상의 2부속실 운영 사례 등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미국 대통령 부인의 지위 등 해외 법 규정과 사례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퍼스트레이디’에게도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예산 등이 배정되도록 연방법으로 정하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김 여사의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이 제2부속실 직원으로 채용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일요시사>는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에 채용된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조작 정황 김건희 최측근 행위와 유사 특정 후보 깎아내고 게시물 밀어내기도 김 여사의 또 다른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남동 라인’에 관한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직접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대표와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대선 전부터 알고 지냈거나 대선을 도왔던 비서관·행정관 6~7명이 대통령실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의 ‘비선’이라고 본다.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서 김 여사에게 수시로 보고한다는 소문 탓에 ‘한남동 라인’이라고도 한다. 대부분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거나 짧은데,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들 의견에 우선 귀를 기울인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권에선 언론인 출신인 B, C 비서관, D 전 비서관, 과거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행사에 참여한 E 비서관이 김건희 라인으로 거론돼왔다. 대통령실 청년 정책 담당 30~40대 행정관들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황모 행정관은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기업인의 아들로,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 행정관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부부를 비공식적으로 밀착 수행했는데, 명씨는 그가 운전하는 차를 윤 대통령과 함께 탔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들은 ‘김건희 라인’의 실체가 없다고 반발 중하고 있다. 한남동 라인으로 거론된 대통령실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통령 일가와 사적으로 인연도 없고 공적인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출신 여권 관계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중 황 행정관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언급됐음에도 살아남은 사람이자 총애받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서 일부 김건희 라인을 거론하며 “용산은 ‘십상시(박근혜정권 실세 10인방을 이르는 말)’ 같은 몇 사람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친한(친 한동훈)계 핵심인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그분들이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직무 범위서 벗어나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이들은 공식 라인을 무시하거나 대통령실의 정책기조와 배치되는 주장을 펴며 인사 등 대통령실 내의 주요 업무를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했다는 설명이다. 신 부총장은 “(한남동 라인이)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할 때 이른바 ‘여사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라며 “김 여사께서 직접 그걸 지시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한남동 라인이)호가호위하면서 그런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굉장히 문제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