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한국 정치계의 내로라 하는 순간에 함께했고, 파란만장한 검찰 조사의 역사를 살아냈으며, 그럼에도 결국 “정치는 상식”이라고 일갈하는 인물.
최근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일요시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만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비롯한 여러 현안에 대해 물었습니다.
Q. 간단한 자기 소개.
소개할 필요 없는... 제가 유명한 박지원입니다.
Q. 대통령 지지율 하락,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맨 처음 윤석열 대통령께 네 가지를 고치십시오.
첫째는 '인사', 이게 잘못되어 갑니다.”
검찰공화국, 특히 남북 분단과 동서 갈등이 심화된 게 우리 한국 사회의 문제인데.
'실력 위주로 한다' 해서 특정 지역을 완전히 배제해버리면 그 지역 사람들은 실력이 없는가?
두번째로 제가 말씀드린 게 지금 얘기한 도어스테핑.
“신선하고 소통의 모습이 좋지만, 반드시 실수가 나옵니다”
세 번째는 김건희 여사의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
비록 선거 때 (제2부속실 폐지)공약을 했다 하더라도 국민의 양해를 구해서 부속실을 만드는 게 좋다.
네 번째, 제가 가장 중요하게 얘기했습니다.
사정(공직자 및 기관 감찰)은 하시라고. 그렇지만 간단하고 신속하게 해라.
경제, 물가를 잡는 대통령으로 가야 성공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사정을 강하게 해 가지고 국민의 박수를 받고 지지도가 90% 이상 넘어갔지만 경제를 망쳐서 IMF 외환위기가 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서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눈물로 호소했고, 국민 통합을 이뤄 장롱 속에 숨겨놓은 애들 돌반지까지 내서 위기를 극복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실패한 김영삼 대통령의 길을 가지 말고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의 길을 가라.”
내각과 대통령실의 인적 개편이 최소한 곧 있지 않으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봐요.
Q. ‘현 정부가 이전 정부 탓만 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선거 때야 문재인정권을 비난하고 탓할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이 되어서 삼라만상을 문재인정부 탓하고 있는데...
이것도 국민들의 지지를 잃게 하는 큰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누구 탓하지 말아야 해요.
‘세계 경제가 나쁘니까. 미국 물가가 올랐으니까 우리 물가도 오른다’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것 같아요?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다시 창궐하니까 우리도 창궐한다? 이건 안 먹혀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겠다’ 그런 미래지향적인 처방과 비전을 내세워야지, 과거 탓하지 말라 이거죠.
역대 정권이 다 그랬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의 산물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청산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국민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잘못을 고치겠다”고 했으면...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해주고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했으면, 그걸 믿은 거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까지 ‘어떻게 하겠다’ 없이 전부 문재인정부를 탓하면 그게 되겠냐는 거죠.
Q.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의 징계에 대해.
토사구팽된다고 했잖아요, 제가. 이준석 대표로서는 억울하죠.
30대 촉망받는 청년이 보수 야당에 가서 2030세대의 지지와 혁신을 해서, 정권교체를 해서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지방선거에 압승을 해줬는데… 그전에 얘기됐던 성상납 문제가 이제 와서 징계를 받은 것은 억울하겠죠.
그렇지만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징계한 건 사실이에요.
자기가 승복 못하면 재심을 청구하든 법적으로 가야죠.
저는 이준석 대표가 당의 결정에 순종해야 된다(고 봐요).
그리고 자기 길을 가는 거죠. 개척해서.
Q.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김규현 국정원장의 고발은 무슨 명목으로 이뤄졌나.
무엇으로 고발했는지 그것도 몰라요.
최소한 “전직 국정원장님을 이렇게 고발합니다” 하고 전화 한마디라도 해야 되는데, 그 예고도 안하고 “고발됐다”고 하니까.
기자들한테 그 내용을 들어서 그때그때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할 뿐이에요.
김규현 원장이 이제 취임한 지 한 달여 되는데, 원장은 아직까지 동서남북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검찰 간부들이 국정원에 많이 들어갔어요.
이 검찰 간부들이 검찰의 시각으로 국정원 정보기관의 잣대를 대고 있지 않은가.
저를 고발해서 국방부에서 발표했잖아요.
MIMS(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 SI정보체계, 국방부가 관리하는데 어떻게 국정원장이 삭제합니까?
이 군사 기밀이 다 만천하에 공개되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첩보보고서를 삭제했다’
첩보보고서도 국정원은, 모든 직원들이 쓰는 PC는 메인서버에 자동적으로 저장이 돼요.
삭제를 지시했어도 (기록이)남아 있고, 삭제됐어도 나와 있고.
‘나는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 그랬더니 뭐 ‘청와대 지시받고 했다.’
또 이제는 ‘내가 비서실장한테 지시해서, 그 비서실장이 담당자에게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적 없어요. 그런데 압수수색을 했다고 하면 그러한 것이 나와 있을 거예요.
저는 박지원, 서훈 두 전 원장을 본인들에게는 아무 소식도 없이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보고, '문재인 정부를 용공, 친북 정부로 규정해서 보수정권이 본격적으로 차례로 사정을 시작한다' 이렇게 느꼈습니다.
국정원이 하는지 검찰이 하는지 모르지만 언론 플레이 계속 하잖아요.
마치 국민이 믿을 수 있게끔 오늘은 이 언론사에 주고, 오늘은 저 언론사에 주고... 그러면 언론사는 ‘단독’으로 보도하고, 다른 언론사는 저한테 전부 물어서 또 보도를 하고.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권을 중시한다고 하면, 고발이 됐으면 저에게 무슨 내용으로 고발됐는지 알려줘야 되잖아요.
안 알려주고 있어요. 뭔지 몰라요.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MIMS라는 정보 체계를 알았어요. 국정원에도 와 있대요.
그러면 국방부 발표는 그거예요.
자기들이 (MIMS를)관리하는데, 전 군에 다 깔려있다는 거예요.
그러나 어떠한 SI에 대해서는 열람을 제한하는 거지, 삭제가 아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뭐라고 했어요?
"MIMS는 우리가 관리하는데 어떻게 국정원장이 삭제했다고 해서 우리 군사 비밀 체계가 다 이렇게 탄로나게 하느냐. 오히려 국정원을 조사하겠다” 하니까 이제 “첩보보고서를 박지원이 삭제했다” 그런 얘기입니다.
근데 제가 첩보보고서를 삭제한 적도 없고 첩보보고서가 생산되면 메인 서버에 남아요.
내가 삭제 지시를 해도 남아요. 삭제를 해도 남아요.
내가 왜 그 짓을 합니까?
Q.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의 상황은?
그걸 제가 설명하면 국정원법 위반이 돼요.
밝힐 수가 없죠.
하나 분명한 것은 7시간 SI, 제가 본 적이 없어요.
Q. 마지막 남기고 싶은 말.
저는 정치인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호남, 민주당, 김대중을 위해서 정치활동을 할 것이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조언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당... 저의 혼이 있는 민주당이 잘 해서 총선 승리를 하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총괄: 배승환
취재: 차철우
기획: 강운지
촬영&구성&편집: 김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