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 - 윤석열에 바란다!> 황우섭 미디어연대 상임대표

“여의도발 언론 개혁은 비극”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우리나라에서 정기간행물을 만드는 언론사 수는 2만4000개가 넘는다. 이 많은 언론사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로 뭐가 진짜인지도 알 수 없다. 이런 탓에 공정 보도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언론은 많지 않다. 이를 반증하듯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꼴찌 수준이다. <일요시사>가 창간 26주년을 맞아 황우섭 미디어연대 상임대표를 만나 언론의 공정성 회복 해법을 물었다. 

황우섭 미디어연대 상임대표는 KBS 교양PD로 오랜 기간 재직한 뒤, 3년간 이사로 봉직한 인물이다. 퇴직 이후 미디어연대에서 언론의 자유와 공정을 되찾고 미디어 발전을 위해 미디어연대 상임대표직을 맡아 으뜸 머슴임을 자처한다. 미디어연대는 자유와 공정 언론을 통해 공정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단체다. 

여러 미디어 단체가 연대해 자유 언론과 공정 사회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종의 재능기부를 통해 언론의 공정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봉사 중이다. 다음은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tvN <유퀴즈 온더 블럭>과 MBC <스트레이트>에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습니다. 

▲<유퀴즈>는 원래 유재석과 조세호가 여러 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이 작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유퀴즈> 프로그램 출연을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대통령 출연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번 <유퀴즈> 제작자가 대통령 출연에 대한 공정성 원칙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아 의혹을 키운 면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스트레이트>의 경우는 MBC 보도의 ‘선택적 공정’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형수 욕설’ 등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준으로 보도해야 대중에게 좀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기업·정치 유착 벗어나 각성
자유 지키는 최고 원칙은 공정

-언론과 미디어의 공정성에 대해 언급하셨습니다

▲공정성 규정은 방송 내용이 정확하고 다양한 관점을 균형감 있게 보도할 것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는 저널리즘 원칙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합니다.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언론이 품격과 신뢰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공정성 원칙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가 아니라 언론인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는 최고의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공정성의 결여가 사회적 소통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그대로 노출되고, 소위 ‘가짜뉴스’라는 허위사실이 난무하고, 진영 논리의 적대적 정치 양상까지 발현되고 있습니다.

-언론은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편향성,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때가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언론과 정치가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유착하는 행태는 언론과 정치의 관계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입니다. 언론인이 정치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언론은 정치에 예속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정치 논리가 언론을 움직이고, 저널리즘 원칙보다 정치가 중요한 기제로 작동하면 편향성 논란에 휩싸입니다. 언론 스스로의 각성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기업의 언론 길들이기도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는 문제로 보입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못지 않게 시장권력으로부터도 언론은 독립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명시적인 광고보다는 잘 드러나지 않는 협찬, 이른바 뒷광고를 통해 언론을 관리합니다. 통제와 관리 방식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만큼 더 은밀하게 왜곡할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에 우려됩니다. 이와 함께 기업이 언론인에게 기업으로 이동하는 자리를 제공하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기자들이 기업으로 이직하기 유리한 ‘산업부’ 근무를 선호한다는 것도 언론계의 씁쓸한 풍경입니다.

-이런 공정성 결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디어공정재판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미디어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1차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가 담당하고, 이 기관의 결정에 대해 불복이 있는 청구인은 법원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다르게 미디어공정재판소는 미디어 분쟁의 해법을 모색하자는 것입니다.

저널리즘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수사학과 논리학 원리를 공정성 판단에 원용하는 방식입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언론과 미디어의 공정성 문제를 정교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디어공정재판소 해법 모색
미디어 진흥 정책 실현 기대

-정치권에서는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거대 여당 시절에 진작 추진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대선 패배 이후 서둘러 실시하려는 민주당 행태는 비판받기에 충분합니다. 최근 민주당이 25인 공영방송운영위원회와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정치성을 배제하고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지기진영의 정치적 후원세력이 특별다수로 포진할 수 있는 책략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가 언론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언론징벌법 파동’은 난센스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다수당이 밀어붙인다면 언론개혁 입법은 처리될 수 있는 운명입니다. 언론개혁이 정치권의 입법에 의해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윤석열정부는 포털 편집권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털은 ‘뉴스 검색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언론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윤정부는 포털 뉴스 편집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스 제목을 클릭하면 언론사로 넘어가는 아웃링크의 경우, 언론사의 경쟁력 및 독립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용자 불편이나 일부 언론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윤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정성을 강화하고 제도화시키길 바랍니다. 새 정부가 미디어 공정성을 국정과제로 삼고, ‘미디어혁신위원회’를 통해 미디어 진흥을 위한 제도 정비와 함께 새롭게 수립할 미디어 공정성 정책을 실현하길 기대합니다.


또 문재인정권에서 ‘적폐 청산’ 명목으로 자행된 언론인의 ‘정치 보복’에 대한 정상화를 위한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문정부에서 KBS진실과미래위원회, MBC정상화위원회, 연합뉴스혁신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소위 ‘적폐 청산’ 차원에서 진상조사 형식의 위원회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정부는 언론인을 돕는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언론인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가 한 줄의 기사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는지, PD가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는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미디어 제도를 개혁할 때에는 규제에 급급할 게 아니라, 도울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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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