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 - 윤석열에 바란다!> 백왕순 통일의병 대표

“미·중에 ‘NO!’ 할 수 있어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우리 역사를 보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이름 없는 민초가 의병이 돼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켰다. <일요시사>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지키기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의병정신’으로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백왕순 통일의병 대표를 만났다.

<일요시사>는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백왕순 통일의병 대표를 만나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다음은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통일의병을 소개한다면.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은 법륜 스님께서 이사장으로 계시는 ‘평화재단’ 산하단체다. 법륜 스님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연구 중심의 평화재단을 2004년 창립했고 2009년 평화통일 리더의 발굴을 위해 교육사업으로 ‘평화리더십아카데미’를 개설했다. 

그 졸업생이 중심이 돼 2013년 통일의병을 창립했다. 통일의병은 법륜 스님의 사상을 따르고, 실천하는 시민단체다. 그렇다고 종교단체는 아니다.

내부적인 주 활동은 통일의병 확대를 위한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통일의병학교’를 상·하반기 연 2회 진행하며 대외적으로 3회째를 맞고 있는 UCC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일상적인 활동으로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서명운동을 대면,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종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 관련한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님 이력도 궁금하다.

▲2009년 평화리더십아카데미 1기 졸업생으로 2013년 창립 당시 공동대표 역할을 했고, 이후 김홍신·조성식 공동대표를 모시고, 2014년부터 3년간 사무총장 역할을 했다. 2017~2018년 평화재단에서 활동했으며 2019년부터 4년째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은?

▲미중 대결 속에서 한반도가 냉전체제로 가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만일 신냉전체제가 형성된다면, 평화 정착도 힘들고 통일은 한동안 물 건너갈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의 시작은 ‘대화와 타협’인데 남북, 북미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강대강’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자력갱생의 길을 선택하고 핵무력 강화와 핵무기 사용까지 서슴없이 밝히고 있다. 이에 맞선 미국은 북한과 대화나 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결국면이 격화되고 있다. 

‘강대강’ 대결국면 격화 상황
‘평화냐 냉전이냐’ 기로에 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과거의 핵이 미국용이었다면, 지금은 대한민국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안보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신냉전체제 구축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신냉전체제가 구축되면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중국과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반도는 냉전체제로 가느냐, 평화로 가느냐의 길목에 서 있다. 

-가장 취약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남북 관계, 북미 관계, 한중 관계, 미중 관계, 한미 관계, 여야 관계 등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취약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여야의 합의라고 생각한다.

남북 관계의 진전은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정치권의 협치의 수준과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여당이 남북 관계를 잘 풀어도 야당이 발목 잡고 정권이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지금까지 남북 정상 간 중요한 합의에 대해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얻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어느 것 하나 법적 효력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최소한 남북 정상회담장에 여당과 야당 대표가 함께 참여할 정도가 돼야 국회의 비준동의가 가능하고 남북관계는 진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미 관계에 있어 여당의 목소리와 야당의 목소리가 다르게 전달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이 미국에 먹힐 가능성은 없다. 진보 계열 정부가 여당일 때 미국에 북미 대화를 촉구하면 야당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북미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

이런 상황에 미국을 움직일 수 있을까? 미국이 하고 싶은 대로 한반도 정책을 펼쳐도 거칠 것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정치권의 협치 수준만큼 진전할 수밖에 없다. 협치가 관건이다.

-전 정부에서 부족했던 점은?

▲첫 번째, 남북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친 점이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가지려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북한과 미국에서 넘기고 구경만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이 정부가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을 설득해서라도 약속을 지켜야 했는데 철도 잇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어느 것 하나 이뤄낸 것이 없다. 

“한미 동맹 강화 속 입장 명확히 해야”
“정치혁신과 평화통일은 동전의 양면”


세 번째는 남북합의를 제도화하지 못한 점이다. 지난해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500여개가 남북합의서 비준동의를 요구하자 국회의원 120여명이 동의하고 청와대에 비준동의안을 요청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를 보내지 않아 법제화에 실패했다. 결국 새 정부가 현 정부의 남북합의를 깡그리 없애도 어떻게 할 수단이 없다. 기분은 좋았겠지만 제도적 성과로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네 번째는 남북 관계의 진전을 국민과 함께 나누기보다 집권세력의 성과로 독차지한 것이 문제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민족의 운명과 직결되는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정치적 계산으로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지금 한반도는 평화로 가느냐, 냉전으로 가느냐 기로에 서 있다. 일방적으로 한미 동맹을 주장하면서 미국 편에 서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외교를 펼치면 냉전으로 갈 것이고, 냉전체제가 형성되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가 위태롭게 될 것이다.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과거와 다른 긴장 위기가 고조될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한미 동맹 강화 속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를 명확히 하고 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의 이해가 다르고 이익이 다르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최고의 이익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후순위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 정착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미·중 대결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대통령의 역할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군사력 6위, 경제력 9위의 주권국가의 국격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정치혁신과 평화통일, 어떻게 봐야 하나.

▲통일의병 같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관군이 잘하면 시민들이 의병활동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 한반도 평화체제가 만들어지면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였던 만주와 시베리아를 맘껏 느끼고 싶다.

시민운동을 끝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협치가 가능한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 협치가 불가능한 상태다.

국민 여론을 모아 나가야 할 정치가 오히려 분열과 대결의 장본인이 되고 있다. 정치가 바뀐 만큼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도 진전한다는 신념으로 정치개혁운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정치혁신과 평화통일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통일의병의 앞으로의 계획은?

▲통일의병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서명운동을 내년 7월23일까지 전개할 계획이며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모든 활동을 진행할 것이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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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