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 - 윤석열에 바란다!> 백왕순 통일의병 대표

“미·중에 ‘NO!’ 할 수 있어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우리 역사를 보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이름 없는 민초가 의병이 돼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켰다. <일요시사>는 창간 26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지키기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의병정신’으로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백왕순 통일의병 대표를 만났다.

<일요시사>는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백왕순 통일의병 대표를 만나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다음은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통일의병을 소개한다면.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은 법륜 스님께서 이사장으로 계시는 ‘평화재단’ 산하단체다. 법륜 스님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연구 중심의 평화재단을 2004년 창립했고 2009년 평화통일 리더의 발굴을 위해 교육사업으로 ‘평화리더십아카데미’를 개설했다. 

그 졸업생이 중심이 돼 2013년 통일의병을 창립했다. 통일의병은 법륜 스님의 사상을 따르고, 실천하는 시민단체다. 그렇다고 종교단체는 아니다.

내부적인 주 활동은 통일의병 확대를 위한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통일의병학교’를 상·하반기 연 2회 진행하며 대외적으로 3회째를 맞고 있는 UCC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일상적인 활동으로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서명운동을 대면,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종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 관련한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님 이력도 궁금하다.

▲2009년 평화리더십아카데미 1기 졸업생으로 2013년 창립 당시 공동대표 역할을 했고, 이후 김홍신·조성식 공동대표를 모시고, 2014년부터 3년간 사무총장 역할을 했다. 2017~2018년 평화재단에서 활동했으며 2019년부터 4년째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은?

▲미중 대결 속에서 한반도가 냉전체제로 가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만일 신냉전체제가 형성된다면, 평화 정착도 힘들고 통일은 한동안 물 건너갈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의 시작은 ‘대화와 타협’인데 남북, 북미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강대강’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자력갱생의 길을 선택하고 핵무력 강화와 핵무기 사용까지 서슴없이 밝히고 있다. 이에 맞선 미국은 북한과 대화나 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결국면이 격화되고 있다. 

‘강대강’ 대결국면 격화 상황
‘평화냐 냉전이냐’ 기로에 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과거의 핵이 미국용이었다면, 지금은 대한민국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안보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신냉전체제 구축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신냉전체제가 구축되면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중국과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반도는 냉전체제로 가느냐, 평화로 가느냐의 길목에 서 있다. 

-가장 취약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남북 관계, 북미 관계, 한중 관계, 미중 관계, 한미 관계, 여야 관계 등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취약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여야의 합의라고 생각한다.

남북 관계의 진전은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정치권의 협치의 수준과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여당이 남북 관계를 잘 풀어도 야당이 발목 잡고 정권이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지금까지 남북 정상 간 중요한 합의에 대해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얻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어느 것 하나 법적 효력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최소한 남북 정상회담장에 여당과 야당 대표가 함께 참여할 정도가 돼야 국회의 비준동의가 가능하고 남북관계는 진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미 관계에 있어 여당의 목소리와 야당의 목소리가 다르게 전달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이 미국에 먹힐 가능성은 없다. 진보 계열 정부가 여당일 때 미국에 북미 대화를 촉구하면 야당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북미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

이런 상황에 미국을 움직일 수 있을까? 미국이 하고 싶은 대로 한반도 정책을 펼쳐도 거칠 것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정치권의 협치 수준만큼 진전할 수밖에 없다. 협치가 관건이다.

-전 정부에서 부족했던 점은?

▲첫 번째, 남북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친 점이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가지려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북한과 미국에서 넘기고 구경만 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이 정부가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을 설득해서라도 약속을 지켜야 했는데 철도 잇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어느 것 하나 이뤄낸 것이 없다. 

“한미 동맹 강화 속 입장 명확히 해야”
“정치혁신과 평화통일은 동전의 양면”


세 번째는 남북합의를 제도화하지 못한 점이다. 지난해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500여개가 남북합의서 비준동의를 요구하자 국회의원 120여명이 동의하고 청와대에 비준동의안을 요청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를 보내지 않아 법제화에 실패했다. 결국 새 정부가 현 정부의 남북합의를 깡그리 없애도 어떻게 할 수단이 없다. 기분은 좋았겠지만 제도적 성과로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네 번째는 남북 관계의 진전을 국민과 함께 나누기보다 집권세력의 성과로 독차지한 것이 문제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민족의 운명과 직결되는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정치적 계산으로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지금 한반도는 평화로 가느냐, 냉전으로 가느냐 기로에 서 있다. 일방적으로 한미 동맹을 주장하면서 미국 편에 서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외교를 펼치면 냉전으로 갈 것이고, 냉전체제가 형성되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가 위태롭게 될 것이다.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과거와 다른 긴장 위기가 고조될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한미 동맹 강화 속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를 명확히 하고 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의 이해가 다르고 이익이 다르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최고의 이익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후순위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 정착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미·중 대결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대통령의 역할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군사력 6위, 경제력 9위의 주권국가의 국격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정치혁신과 평화통일, 어떻게 봐야 하나.

▲통일의병 같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관군이 잘하면 시민들이 의병활동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 한반도 평화체제가 만들어지면 남북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옛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였던 만주와 시베리아를 맘껏 느끼고 싶다.

시민운동을 끝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협치가 가능한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 협치가 불가능한 상태다.

국민 여론을 모아 나가야 할 정치가 오히려 분열과 대결의 장본인이 되고 있다. 정치가 바뀐 만큼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도 진전한다는 신념으로 정치개혁운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정치혁신과 평화통일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통일의병의 앞으로의 계획은?

▲통일의병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서명운동을 내년 7월23일까지 전개할 계획이며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모든 활동을 진행할 것이다.


<ktikt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