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22 K스타' 연예계 빛낼 기대주 10

혜성처럼 나타나 샛별처럼 빛나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22년 임인년에도 언제나 그렇듯 연예계의 시계는 바삐 흘러갈 전망이다. 저물어가는 인기 연예인이 있는 한편, 혜성처럼 나타나는 신예 스타가 있다. 2021년은 전에 없던 K-콘텐츠 흥행을 맞이한 전무후무한 해로 기록된다. K-POP,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전 세계가 K-콘텐츠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2022년을 빛낼 스타는 누가 있는지 짚어봤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2월 발발해, 무려 2년에 가깝도록 인간 세상을 헤집고 있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고,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백신을 맞지 않으면 국가의 소속원으로서 생활이 불가능하다. 언제 끝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뮤지컬과 연극, 영화, 콘서트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 즐기는 문화산업은 위기가 지속된지 이미 오래다.

그런 중에 대한민국은 놀랍게도 신진 플랫폼인 OTT를 통해 문화강국으로 우뚝섰다. 해외에 나가는 것이 가장 어려워진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한국문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를 시작으로 많은 나라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은지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아, 이제는 세계 1위를 찍는 것이 평균값이 된 기묘한 현상을 몇 달째 마주하고 있다. 

K-콘텐츠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배우와 예능인, 가수들 역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국내에서의 성공과 해외에서의 성공이 별다른 결과물이었다면,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활동해도 세계 각지의 팬들이 주목한다. 

한국에서 거둔 성공만으로 콘텐츠 산업의 심장부인 미국 무대에 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진 시대가 온 것.


국내 연예인들의 위상도 콘텐츠의 붐업에 맞춰 덩달아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스타가 될 선수들이 눈에 띈다. <일요시사>는 배우와 예능인, 가수 중 2022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을 꼽아봤다. 

김신록

올해 K-콘텐츠가 발굴한 최고의 배우는 단연 김신록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 지옥 고지를 받은 박정자 역으로 출연한 그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깊이 있는 해석을 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연극판에서 여러 작품을 오가며 연기 내공을 쌓아온 김신록은 tvN <방법>, JTBC <괴물>,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등에 출연하며 점차 드라마와 영화 출연을 늘려나가고 있다.

<방법>에서 방법사 백소진(정지소 분)의 모친으로 나온 그는 비교적 작은 역할이었음에도 파괴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 작품의 각본을 쓴 연상호 감독은 “소진의 엄마가 이렇게 비중있는 역할이었나?”라고 놀라며 <지옥>에서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박정자 역에 김신록을 캐스팅했다.

김신록·장률·이유미·고윤정 내공 있는 배우
걸그룹 두 대형주, 전 세계 흔들 아이브·JYPN

이제 막 자신의 재능을 각인시킨 김신록은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에 한창이며, 쿠팡플레이 <어느날>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2022년에는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 출연해 송중기, 이성민, 신현빈, 조한철 등과 호흡을 맞춘다. 


워낙 뛰어난 연기와 내공을 갖추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배우 0순위로 꼽는다.

장률

배우 한소희와 박희순, 김상호, 이학주 등이 출연한 <마이 네임>에서 비주얼로 눈을 사로잡은 인물은 배우 장률이 연기한 도강재다. <마이 네임>에서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등장한 도강재는 갑작스레 감정이 돌변한 뒤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한다.

그 과정에서 사이코패스처럼 사람을 죽이는 것에 조금도 죄책감이 없으며, 엄청난 복수심을 드러낸다. 

<마이 네임>> 초반부를 뒤흔드는 빌런 역으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주는 분장에 좀처럼 따라 하기 힘든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마치 애드리브하는 듯한 독특한 화법의 대사를 던지는 그의 연기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다. 

한국예술종합대학 연기과 출신인 그는 작품에서 악랄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평소에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편이다. 현재 김신록과 마찬가지로 연극 <마우스피스>에서 활약 중이며,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다. 워낙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그는 선과 악을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외형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강새벽(정호연 분)과 친분을 맺고 결국 그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지영 역의 이유미는 전 세계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순수하게 친구를 위한 그의 행동에 많은 사람이 오열했다. <오징어 게임>을 거론할 때 꼭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올해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와 <인질>에 출연한 이유미는 내년이 가장 기대되는 배우로 꼽힌다. 특히 <어른들은 몰라요>와 <인질>에서는 광기 섞인 내면 연기를 완벽에 가깝게 선보였다. 상상하기 힘든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진실한 감정선을 포착하며, 현실감을 부여하는 연기에 탁월하다.

일각에서는 그를 두고 ‘제2의 천우희’라 할 정도로 섬세한 표현력을 자랑한다. 

내년 넷플릭스 최고 기대작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나연 역으로 나온다. 작금의 네이버 웹툰을 만든 킬러 콘텐츠였던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이유미는 웹툰 팬들이 손꼽는 최악의 캐릭터 이나연을 연기한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멋진 역할을 소화한 그가 신작에서는 가장 최악의 인물로 변모하는 것.

이외에도 이유미는 드라마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와 스포츠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에도 출연한다. 


고윤정

잡지 <대학내일> 표지모델로 먼저 얼굴을 알린 배우 고윤정은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광고계에서도 그의 매력을 알아보고 캐스팅하고 있다. 

2019년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데뷔한 고윤정은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JTBC <로스쿨> 등에 출연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여고생 역으로 자신의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연기했으며, <스위트 홈>에서는 앳된 얼굴과는 달리 활을 들고 괴물을 처치하는 데 앞장서는 여전사 역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성 면에서 호평을 받은 <로스쿨>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전예슬 역으로 나와 후반부 스토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가 연기한 전예슬이 비교적 어렵고 복잡한 감정선을 지닌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우면서도 과하지 않은 연기를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음식과 화장품, 이동통신, 의류, 주류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업의 광고모델로 활동 중이다. 

고윤정은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최고 기대작 디즈니플러스 <무빙>에 출연한다. <무빙>은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으로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초능력이 소재인 이 드라마는 워낙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라는 점과 거대 OTT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이외에도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 <헌트>에도 출연해 정우성,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다.

<개승자> 신인팀

무려 1년 6개월 넘게 사라졌던 코미디 무대가 부활했다.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이라는 말의 줄임말인 <개승자>가 해당 프로그램이다. 총 13개의 팀이 경연을 벌여 마지막 살아남은 팀이 상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 이수근, 김대희, 박준형, 변기수 등이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대를 꾸미고 있다. 그런 중에서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팀은 ‘신인팀’이다. 

<개승자>의 신인팀은 홍현호 팀장을 비롯해 김원훈, 박진호, 황정혜, 정진하로 소속돼있다. 이들은 첫화부터 코너 ‘회의 줌 하자’를 꺼내 들어 트렌디한 코미디 무대를 선보이며 화제를 낳고 있다. 

이들의 멘토 유세윤이 “선배들은 못 짜는 개그”라 단언할 정도로 온 힘을 쏟아 무대를 준비한 신인팀은 신선한 구성과 뛰어난 연기, 공감 가는 소재를 바탕으로 <개승자>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2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빠른 템포와 허를 찌르는 유머가 장기다. 선배들을 대신해 코미디 부활에 가장 큰 공로를 세우고 있다. 혹여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에 성공한다면, 2022년 예능 판도를 가를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듯 보인다. 

이미주

걸그룹 러블리즈 멤버인 이미주의 성장세는 현재 예능계에서 가장 독보적이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러블리즈가 7년 차 징크스를 견디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한 가운데, 이미주는 꾸준히 재능을 보여온 예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카카오TV <개미는 오늘도 뚠뚠> 시리즈에 모두 참여하며 예능 고정 패널로도 손색없는 실력을 보인 그는 tvN <식스센스>에서 유재석, 오나라, 제시, 전소민과도 큰 웃음을 자아내는 앙상블을 보여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안테나 뮤직으로 소속사를 옮긴 그는 유재석과 함께 MBC <놀면 뭐하니?>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순간순간 보이는 기지와 위트 있는 멘트는 물론 관능적이면서 예쁜 이미지와는 반대로 백치미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 모든 순간에 억지가 없고 유쾌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아울러 가수 출신답게 안정적인 가창 실력까지 드러내며 팔방미인의 재능을 입증하는 등 2022년 예능계를 주도할 인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낼 인물로 꼽힌다.

송소희

올해 남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예능 프로그램은 단연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다. 남성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던 축구 분야에 다수의 여성이 대거 참여한 것.

2002년 전설들이 감독으로 나설 뿐 아니라 스포츠 전문 캐스터 배성재와 축구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이수근이 중계진으로 합류하면서 축구 현장의 분위기를 갖췄다. 

코미디 무대의 부활을 알린 <개승자> 신인팀
대형 예능인 이미주…<골때녀> 송소희·윤태진

그런 가운데 송소희와 윤태진은 남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캐릭터다.

먼저 송소희는 다소곳한 이미지, 귀여운 외형과는 달리 매우 안정적인 축구 실력을 갖고 있다. 드리블과 슈팅, 패스 등 기술적인 면에서 다른 여성 선수들의 능력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공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의 움직임을 일컫는 ‘오프 더 볼’ 상황에서도 몸놀림이 뛰어나다. 가히 경이로운 플레이를 자주 보인다.

송소희가 소속한 ‘원더우먼’의 경기는 <골때녀> 경기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송소희의 행동 모두가 남초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된다. 

윤태진

비교적 약체로 분류되는 아나운서들이 모인 ‘아나콘다’ 팀의 에이스는 윤태진이다.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인 윤태진은 불과 한 달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특히 킥력에서 굉장한 재능이 보인다. 

SBS 라디오 <배성재의 텐>에서 위트 있고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축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기 라디오인 <배성재의 텐> 팬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골때녀>에서 활약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예능에서 얼굴을 비출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브

언제나 새로운 스타 발굴에 목 말라 있는 가요계에서 2022년을 책임질 스타로 두 걸그룹이 꼽힌다. 아이즈원 출신 장원영과 안유진이 있는 아이브와 대형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JYPN(가칭)이 그들이다. 

지난 1일 정식 데뷔한 아이브는 음반 ‘일레븐(ELEVEN)’이 15만장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으며,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아울러 다수의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음악방송 4관왕을 차지했으며, 2021년 KBS2 <가요대축제>에서 오프닝을 맡는 등 신인 걸그룹임에도 빠르게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JYPN

2022년 2월 데뷔 예정인 JYPN은 걸그룹 팬들이 주목하는 대형 신인이다. JYP가 그룹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판매한 데뷔 싱글 <블라인드 패키지>는 단 열흘간 사전 예약 판매 6만장 이상을 달성했다. 최근 그룹명을 꽁꽁 숨겨둔 채 새로운 걸그룹이 될 7인조 멤버를 공개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다. 유튜브를 통해 퍼포먼스 영상을 공개한 멤버들은 강렬한 댄스 실력과 폭발적인 고음을 자랑하며 비주얼과 실력을 겸비한 걸그룹 탄생을 예고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